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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그로브 노란 잎』은 크게 4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뚝배기와 냄비〉, 〈걸음 경쟁〉, 〈떡갈나무〉, 〈숨은 그림찾기〉, 〈문철네 복1 - 반지〉, 〈문철네 복2 - 이독제독以毒制毒〉 등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목차

1부
양산
뚝배기와 냄비
딸꾹질
매미
두꺼비
걸음 경쟁
응원가
이제
떡갈나무
사북
도랑

2부
숨은 그림찾기
옛집 생각
택호
문철네 복1 - 반지
문철네 복2 - 이독제독以毒制毒
비둘기
호박소주
모녀
피흉避凶
불편한 행운
장롱문에 비친 그림자
등신 예방

3부
간 다발이 큰 남자
수의壽衣
할단새
천불전
용하다 용해
봄을 찾아서
맹그로브의 노란 잎
고양이
향촌에서
평형수
가련한 여인
아무 일 없다

4부
명태
도끼 없나?
무말랭이 김치를 담으며
벌목
부들
모자단상
불청객 2
샘논
이발
드렁허리
자기 위안

■ 작가의 발간문
세상이 유수 같다. 자식들도 어느새 머리가 굵어 내 자장을 벗어났다. 집착할 건더기가 없는 틈을 타서 고독과 허무가 허락 없이 찾아왔다. 이들 불청객은 인생을 망가뜨리는 힘이 센 괴물이다.
가공할 그 존재에 대적하려고 지인의 소개로 자기 계발에 시선을 돌렸다. 수필이라는 지난한 열차에 고민 없이 올랐다. 넘어지고 깨어지며 각혈하듯 여러 경험을 푸서 빼내듯 풀어냈다. 바쁜 창작 생활 앞에서 고독과 허무는 주춤주춤 물러나서 기회만 엿보게 되었다.
어느새 두 번째 수필집의 산통을 겪고 있다. 아기를 낳을 때 처음에는 몰라 용감했는데 두 번째는 아픔을 알기에 불안과 두려움이 앞선다는 한 산모의 울먹임이 환청처럼 다가온다. 첫 작품집을 내고 이런저런 일련의 일들로 괴로웠던 내 심정을 대신 피력하는 것 같다. 이번의 분신들 역시 지나온 흔적과 내면에서 끈적거리는 미망未忘의 기록들로 구성되었기에 더하다.
초콜릿처럼 달콤하던가, 콩국수처럼 고소하던가. 혼돈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가닥을 잡아주고 위안과 용기를 북돋아 주는 영양제 같은 글을 쓰고 싶었다. 재능이 모자라도 열정이 지속되면 빛나는 꽃을 피우리라 짐작했는데 깜냥 탓이다. 따라주지 않는 머리와 인내력 부족으로 제자리 곰배마저 고수하지 못했다.
예비 책을 떨리는 손으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며 냉정히 훑어본다. 무늬 없는 희멀건 문장들이 미안하다며 올려다본다. 가슴은커녕 머리로도 읽히지 않을 것 같아 무의식이 발로하는지 자꾸 마른세수를 한다. 이를 의식하다 보면 이제 손이 머리로 올라가니 실소가 절로 나온다.
내 마음을 읽었는지 그루잠에서 깬 바람이 창으로 넘어와 조심스레 간섭한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부분이 차별나니 엄범부렁한 글이나마 어느 한 글귀가 독자의 심장에 와 닿을 수도 있으니 서두르라고 한다. 인간은 자기에게 필요한 부분만 듣는다더니 그 다정한 위로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흥감한 조언이 아니더라도 출산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있다. 조금만 틈새를 보이면 손을 잡고 찾아와 희희낙락하는 허무 때문이다. 자칫하면 무기력의 소산인 나락에 빠지니 살아남기 위해서 낳음과 잉태를 번복해야 한다. 낯이 간지럽지만, 분연히 용기를 낸다.
2020 늦은 가을
채 정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