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어떤, 소라』는 프리랜서 출판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 류예지가 삶의 변곡점마다 자신을 위로해 준 가수 이소라의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소니 워크맨, MP3, 싸이월드에서부터 시인 최승자, BTS를 거쳐 〈이소라의 프로포즈〉, 〈이소라의 음악도시〉, 〈나는 가수다〉를 아우르며 애틋한 팬심으로 전한다.

지질했지만 빛났던 청춘의 얼굴을 닮은 에세이이자, 충만했던 지난 시절에 건네는 다정한 안부 인사이며, 가수 이소라에게 보내는 가장 근사한 팬레터 중 하나로 기록될 『어떤, 소라』. 이번 에세이는 설명할 길 없는 삶의 '어떤, 텅빔' 앞에 오도카니 서 있는 독자들의 마음을 '묵직한 보랏빛'으로 채워줄 것이다.

生의 숱한 날, 나와 함께 해준 당신의 노래

이소라를 좋아하세요?
가수 이소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반가운 질문이다.
〈어떤, 소라〉는 가수 이소라의 팬이라면 더없이 반가울 에세이다.

단발머리 소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난 행복해’를 시작으로 이소라의 노래는 작가 류예지의 삶에 언제나 곁을 지키는 친구처럼 함께했다.

또래 친구들이 윤동주의 ‘서시’나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필사할 때, 나는 이소라의 ‘처음 느낌 그대로’를 베껴 쓰면서 내 안에 차오르는 ‘알 수 없음’의 감정을 찬찬히 희석시켜갔다. (P27)

소설가 전건우의 추천사에서 언급되었듯 “90년대는 다정한 우울과 평화로운 슬픔이 만개하던 시절이었다.” 독특한 음색과 호소력 짙은 감성이 묻어나는 이소라의 노래는 그 시절 가장 좋은 치유제였고 하나의 장르였다.

저자는 묻는다. 우리가 어떤 기분일 때, '이소라'의 노래를 자연스럽게 찾아 듣게 되는지. 그리고 불러낸다. 한 편의 '詩'로 불리우는 이소라의 노랫말을 묵묵히 사랑해온 이 땅의 숨은 음유시인들을.

삶의 변방, 생활의 최전선에서 최선을 다하며 1990년대와 2000년 대를 청춘으로 보낸 독자라면, 이소라의 노래에 한 시절 기대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이소라의 노랫말'을 빌어, 지나간 시절 속 쓸쓸한 자화상으로 박제되어버린 '당신'을 '지금, 여기'로 소환한다. 이소라의 노래를 들으며 성장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고민하고, 좌절하고, 극복했던 흩어지고 옅어져 버린 과거의 편린들과 희미하게 조우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팬레터

1990년대를 생각하면 몇 가지 추억이 떠오른다. 리어카에서 팔던 불법 복제 카세트테이프, 워크맨과 이어폰, 편지지, 청춘 드라마, 농구, 라디오, 심야방송, 신해철과 김동률, 그리고 이소라.
단언하건대, 90년대는 다정한 우울과 평화로운 슬픔이 만개하던 시절이었다. 우리에게는 낭만이 있었다. 낭만이 있으니 희망 또한 여전했다. 낭만과 희망을 표현하기에는 음악만한 게 없었다. 90년대에 뛰어난 가수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던 것은 아마 시대의 정서 때문이리라. 가수들은 낭만과 희망을 딛고 서서 우울과 슬픔을 노래했다. 신파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던 시절이었고, 그리하여 마음껏 우는 것 역시 허용되던 때였다.
수많은 가수 중에서도 이소라는 특별한 위치에 놓인 존재였다. 이소라 역시 사랑과 이별을 노래했지만 그 안에 깃든 슬픔의 정서는 어떤 가수와도 달랐고 감히 흉내 낼 수도 없었다. 나는 자주 이소라 노래를 들었다. 리어카에서 파는 카세트테이프를 워크맨에 넣고 ‘플레이’를 누를 때의 그 감촉을 아직 기억한다. 딸칵, 소리와 함께 카세트테이프가 돌아가면 몇 초 후 이소라, 그의 목소리가 들리던 그때를 아직, 추억한다.
『어떤, 소라』는 가수 이소라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축복과도 같은 책이다. 특히 작가와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무릎을 칠만 한 대목이 많을 것이다. 작가는 어느 날 내게 ‘이소라에 관한 에세이’를 쓰겠노라고 말했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가수라면서. 작가가 원체 글을 잘 쓰기에 걱정은 없었지만 이소라라는 현재진행형의 인물을 가지고 어떻게 에세이로 풀어낼지 무척 궁금하기는 했다.
제법 시간이 흐른 후 내 머릿속에서 작가와 나눈 대화가 잊힐때쯤 그는 내게 전화를 해 수줍은 듯, 그러나 조금은 단단한 목소리로 에세이를 다 썼다고 말했다. 출판사와 계약이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매일 조금씩 무언가를 쓰면서 이소라에게 다가갔을 작가를 생각하니 괜히 가슴이 뭉클했다.
며칠 후에 나는 작가가 보내 준 완성 원고를 메일로 받았다. 누군가의 원고를 처음 읽을 때 나는 꽤 긴장한다. 내가 평론가의 시선이 아닌 독자의 시선으로 읽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어떤, 소라』는 긴장할 필요가 없었다. 아니,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프롤로그를 채 다 읽기도 전에 긴장은 스르르 풀렸고 나는 한명의 독자가 되어 원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었고, 다음 날 또 읽었다. 그래도 재미있었고 나는 이 원고가 곧 세상의 빛을 받으리라는 확신을 품었다.
이 책에는 두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작가 류예지와 가수 이소라. 작가는 이소라에 관해 설명하거나 그의 음악이 얼마나 감동적인지를 표현하는 대신, 전혀 다른 방법으로 이소라와의 접점을 만들어 낸다. 작가는 자신의 삶 곳곳에 영향을 미친 이소라의 노래와 그걸 들으며 성장해 나가는 한 여성의 추억담을 단단하고 야무진 문장으로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니까 『어떤, 소라』는 에세이인 동시에 이소라를 향한 가장 아름다운 팬레터인 것이다. 어떤독자가 내게 “작가님 소설로 희망을 얻었어요!”라고 말해준다면 나는 그 기억을 평생 간직하리라. 이소라 역시 수많은 칭찬과 축복의 말을 들어왔겠지만 이렇게 길고 내밀하며 아름답기까지 한 팬레터가 있다는 사실은 모를 것이다. 부디 이소라가 『어떤, 소라』를 읽기 바란다.
이소라의 노래는 첫 소절을 듣는 즉시 빠져든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작가의 성실한 문장과 감성적인 추억담은 첫 몇 페이지를 읽는 것만으로도 독자를 빠져들게 만든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작가가 성취해 낸 훌륭한 작품에 박수를 보낸다.

Play List ⓐ

프롤로그
‘난 행복해’ 0'06
작곡 김현철 ·작사 김현철

01. ‘제발’ 0'18
작곡 김현철 · 작사 이소라

02.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0'32
작곡 한경훈 · 작사 한경훈 · 원곡 빛과 소금

03. ‘처음 느낌 그대로’ 0'48
작곡 김광진 · 작사 이소라

04. ‘Fortuneteller’ 0'60
작곡 신대철 · 작사 이소라

05. ‘바람이 분다’ 0'74
작곡 이승환 · 작사 이소라

06. ‘No.1’ 0'86
작곡 Ziggy · 작사 김영아 · 원곡 보아

Play List ⓑ

07. ‘Track 8’ 0'98
작곡 이한철 · 작사 이소라

08. ‘나 focus’ 1'10
작곡 임헌일 · 작사 이소라

09.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1'26
작곡 김동률 · 작사 김동률

10. ‘신청곡’ 1'40
작곡 타블로, DEE.P · 작사 타블로, 슈가

에필로그
‘시시콜콜한 이야기’ 1'52
작곡 이한철 · 작사 이소라, 조규찬

추천사
가장 아름다운 팬레터 - 소설가 전건우 1'90

첫문장

라디오였다. 처음 그녀의 노래를 듣게 된 것은.

P8
한눈에 봐도 낡아빠진, 그야말로 고물 워크맨의 재생 버튼을 누르자 끼릭끼릭 기분 나쁜 소리만 날뿐이었다. 테이프조차 재생되지 않는 워크맨을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해야 상판의 안테나를 힘껏 끌어올려 이리저리 움직여보는 일이 전부였다.

P11
그때의 나는 적어도 배부르고 등이 따뜻한 것만으로는 ‘행복’을 느끼기 어렵다는 사실을 자각할 만한 나이가 되었다. 행복의 메커니즘이야말로 복잡한 회로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들으면 들을수록 나른하다고밖에 설명이 안 되는 ‘누군가’의 노래, ‘난 행복해’의 가사를 음미하며 이해하게 되었다.

P27
이소라의 노래는 한 편의 시와 같았다. 또래 친구들이 윤동주의 ‘서시’나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필사할 때, 나는 이소라의 ‘처음 느낌 그대로’를 베껴 쓰면서 내 안에 차오르는 ‘알 수 없음’의 감정을 찬찬히 희석시켜갔다.

P67
누군가에게 한없는 고통의 순간이, 누군가에겐 절대적 환희의 순간이 될 수 있다는, 예술의 아이러니한 모습 앞에서, 그녀가 망각의 시간을 거듭 반복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P90
이소라를 떠올리면 자동으로 연상되는 노래가 되어버린 ‘바람이 분다’는, 나 역시 발매 후 수백 번 가까이 들었지만, 노래를 들을 때면 여전히 암담해지곤 한다. 마치, 깎아지른 절벽 위에서 -떨어지고픈 마음을 간신히 억누른 채- 바람을 맞고 서 있는 존재 가치마저 희미해져버린 사람이 된 것처럼 말이다.

P149
문득, 이 글을 쓰며 언젠가 자신에 대해 다룬 이 책을 읽게 될 이소라의 얼굴을 떠올린 적이 있다. 하지만 끝내,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건 단 한 가지다. 이소라는 이 책을 읽지 않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