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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 '포스트'가 아닌 '지금' 코로나 시대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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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2020년, 우리의 삶과 관계를 잠식해 버린 코로나19 팬데믹. 코로나 시대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들은 많으나 주로 교사 입장에서의 분투기이거나 미래 교육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혹은 낙관적 전망(“포스트 코로나 시대”)이 주를 이룬다. 이 책은 코로나가 드러낸 (이미 존재하던) 우리 교육과 학교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재난 상황에서 더욱 소외되고 배제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무엇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지를 성찰하게 만든다.

일상의 재난화, 재난의 일상화

이미 일상이 재난이라고 할 만큼 각박한 삶을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코로나19는 재난이 일상화되었음을 깨닫게 했다. 특히나 1년 가까이 사실상 학교를 멈추게 했다는 점에서 어떠한 재난보다 교육에 압도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교육의 영역에서 코로나19가 확인시켜 준 것은, 대한민국이 바이러스의 위험이 아니라 무한 경쟁의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멈출 때에도 사교육 시장은 활성화되었으며, 각종 입시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평범한 일상이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는 개개인에게 교육은 생존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 되었다. 일상의 재난화를 넘어 재난이 일상이 된 지금, 교육은 시대에 어떻게 화답할 것인가.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재난 상황에서 그 피해는 개개인의 민감성과 적응 능력에 의해 차등화된다. 울리히 벡은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라고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은 민주적이지 않고 위계적으로 배분되었다. 기회는 부유층에 쌓이고, 위험은 하층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건강과 안전을 이유로 등교 개학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론을 주도하는 사이 누군가는 돌봄의 공백 속에서 생존에 위험에 빠지기도 했다. 교육 당국은 온라인 학습이 마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누구에게나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도구인 양 포장했지만 학습 격차는 오히려 심화되었다. 이제 교육은 교문 안으로 들어서면 누구에게나 동등한 학습의 기회를 주던 데에서 더 나아가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에 고민해야 한다.

‘포스트’가 아닌 ‘지금’ 코로나 시대의 교육

코로나19는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상황인가. 이 책의 저자들은 그러한 인식이 오히려 코로나 시대를 성찰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말한다. 코로나19는 구조적인 위기이고, 바로 지금 코로나19를 대하는 자세와 행동이 앞으로도 반복될 위기를 어떻게 대면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이다. 팬데믹 사태에서 불거진 문제들은 특수한 ‘재난’ 상황에서 빚어진 문제라기보다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와 교육이 가지고 있던 모순을 ‘드러낸’ 것이었다.
백신과 치료제가 효과를 발휘하고 바이러스도 종식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코로나 이전의 교육은 우리가 바라던 교육의 모습이었나? ‘지금’의 위기를 우리 사회를 성찰하고 전환하기 위한 기회로 삼지 못한다면, 코로나 ‘이후’ 우리의 삶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지도 모른다. ‘포스트 후쿠시마’가 그러했듯. ‘포스트 세월호’가 그러했듯.

책의 특징과 구성

이 책은 총 3부와 부록으로 구성돼 있다.
‘1부 - 코로나 시대, 학교는 우리에게 무엇이었나’에서는 코로나19라는 재난과 마주한 학교의 모습을 그리며 학교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코로나19가 드러낸 교육의 문제는 무엇이었는지 성찰한다. 조영선은 〈코로나19와 입시 중 누가 더 힘이 셀까〉라는 주제로 두 편의 글을 통해 온라인 수업부터 등교 개학까지의 시간과, 이후 바이러스의 감염 위험도 감수하고 수능 총력전을 치르기까지의 시간을 들여다본다. 한국 교육의 존재 이유가 결국 입시에 있었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온라인 교육의 시대, 교사는, 학교는 어떤 의미일까. 〈코로나 시대, 한 교사의 응전 일기〉를 쓴 김진우의 글에서는 코로나 시대, 교사의 존재론적인 고민이 묻어난다. 정형철은 〈코로나 시대, 아이들은 왜 학교에 가야 하는가〉라는 글을 통해 ‘장기 비상시대’라 칭할 수 있는 이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가야 하는 이유를 성찰한다. 이하나의 글 〈남몰래 거인이 되다〉는 학교가 그동안 해 왔던 역할을 다시금 주목하면서 학교를 어떤 공간으로 만들지를 고민한다. 교육농을 실천하고 있는 조진희(〈학교 텃밭과 텃논이 ‘미래 교실’이다〉)는 모든 게 멈추었던 2020년, 학교 내 유일한 소통의 공간이었던 학교 텃밭과 텃논을 통해 새로운 ‘미래 교실’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2부 - 위험은 민주적이지 않다’에서는 코로나19가 만들어 내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와 그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이들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초등 교사인 정용주는 〈‘포스트 코로나 교육’이 아닌 ‘지금 코로나 교육’〉에서 온라인 시대, 공교육은 단순히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가정 학습에서의 공공성의 추구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 시대, 사람들 사이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꿈에도 사회적 거리가 만들어졌음을 고백하는 기찻길옆 작은학교 이야기(〈아이들의 꿈에도 사회적 거리가 만들어졌다〉(김중미))와 힘든 여건에서도 배움의 길을 멈추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그 감염병의 무게’를 이겨 내는 노들야학의 이야기(〈코로나 시대, 노들야학은 어떻게 살아가는가〉(천성호))는 재난이 평등하지 않음을 아프게 깨닫게 한다. 이윤승은 〈특성화고 학생들, 그들 각자의 고민〉을 통해 온 나라가 인문계 고3의 대학 입시 문제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사이, 얼어붙은 취업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전한 특성화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현애는, 〈코로나19가 호출한 노동과 몸, 그리고 교육〉이라는 글에서 ‘노동’과 ‘몸’, ‘교육’을 키워드로 교육과 사회를 가로질러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나고 심화되고 있는 핵심 문제들을 짚는다.

‘3부 - 재난 이후 우리가 만들어 갈 사회’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는 이름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미래 사회와 학교교육에 대한 낭만적 상상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온라인 교육 시장의 문제, 교육 체제 전환, 돌봄 문제 등을 다룬다.
채효정은 〈‘구글리피케이션’〉에서 팬데믹 상황을 교육을 ‘갈아엎을’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는 자본에 대해 폭로한다. 구글의 사례를 통해 플랫폼 기업이 어떻게 학교를 점령해 왔는지를 돌아본 그는, 교육 시스템을 바꿀 절호의 기회는 자본의 것이기도 하지만 민중의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일깨운다. 〈재난의 비일상에서 새로운 일상의 재구성으로〉에서는 코로나 상황에서 또 하나의 이슈였던 대학 등록금 반환 운동의 의의와 한계를 다룬다. 강석남은 등록금 반환 운동이 비대면 강의가 대학교육을 온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소비자로서의 자기 호명에서 벗어나 대안적 대학교육의 상을 그려 나가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서상희의 〈인권으로서의 어린이·청소년 돌봄〉은 코로나 시대,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돌봄을 돌아보는 글이다. 저자는 코로나 상황에서 어린이·청소년의 돌봄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배경에는 기존의 돌봄 체계의 허약성이 있다고 폭로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돌봄 시스템의 문제를 돌아본 그는 인권으로서 어린이·청소년의 돌봄에 대해 접근하는 ‘인식의 전환’을 촉구한다. 3부 마지막 글, 〈부정한 동맹에서 정의로운 전환으로〉(정용주)에서 저자는, 지젝의 표현을 빌려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로 돌아간 그 다음 날”이라고 말한다. 그는 미래가 징후를 보내는 지금, 진정한 성찰의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면 팬데믹이 지나간 다음에도 우리들의 삶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한다.

마지막으로 ‘부록 - 코로나19 현장 리포트 : 코로나 바이러스가 소환한 학교와 교육’에서는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를 통해 코로나 시대 교육 현장에서 길어 올린 사유를 생생히 전한다.
온라인 등교 상황에서 노동의 의미를 다시 묻는가 하면(〈교사 노동과 학교의 의미 다시 생각하기〉(양서영), 〈코로나19가 드러낸 급식 노동자의 현실과 학교의 민낯〉(정명옥)), 코로나 시대, 아이들이 잃어버린 것들을 성찰하기도 한다(〈교실 속 섬이 되어 버린 아이들〉(박노해), 〈코로나19가 학생들에게 남길 흔적〉(안정선)). 코로나 상황에서 수업과 평가 방식의 변화 속에서 학교와 교육의 의미를 고민하는 교사의 목소리(〈배우려는 아이들, 배울 수 없는 학교 1, 2〉(정수연))도 있는 한편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려 다른 교육과 삶의 방식을 고민하려는 노력도 엿볼 수 있다(〈농·산촌 작은 학교에서 다른 삶의 방식을 고민하다〉(김석규), 〈작은 학교이기에 할 수 있었던 것들〉(김인순)). 누구보다 힘겨운 한 해를 보냈을 장애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특수 교사 윤규식의 글(〈장애 학생에게도 ‘평범한’ 오늘은 올까〉)은 재난 상황에서 우리가 놓친 지점들을 다시금 환기시킨다. 마지막 최영미의 글(〈코로나19로 멈춰진 일상에서 학교를 생각하다〉에는 학부모로서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며 느낀 점들을 담았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재난 상황에서도 습득되어야 할 만큼 절실한 것들인지, 감염병 전염을 이유로 온라인 학습을 일상화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인지 담담하게 묻는 질문들에는 묵직한 여운이 느껴진다.

목차

책을 펴내며 | 정용주 …… 6

1부 . 코로나 시대, 학교는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코로나19와 입시 중 누가 더 힘이 셀까 1
- 온라인 교육에서 등교 준비까지 | 조영선 …… 18

코로나19와 입시 중 누가 더 힘이 셀까 2
- 코로나19 속에 달리는 입시 열차 | 조영선 …… 33

코로나 시대, 한 교사의 응전 일기
- 만나지 않고 배울 수 있는가 | 김진우 …… 55

코로나 시대, 아이들은 왜 학교에 가야 하는가
- 장기 비상시대의 교육 | 정형철 …… 75

남몰래 거인이 되다
- 코로나 팬데믹으로 증명된 학교의 역할 | 이하나 …… 87

학교 텃밭과 텃논이 ‘미래 교실’이다
- 코로나 시대, 전환의 교육학 | 조진희 …… 104

2부 . 위험은 민주적이지 않다

‘포스트 코로나 교육’이 아닌 ‘지금 코로나 교육’
-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코로나 시대의 교육 사례 | 정용주 …… 120

아이들의 꿈에도 사회적 거리가 만들어졌다
- 재난은 누구에게나 ‘평등’한가 | 김중미 …… 136

코로나 시대, 노들야학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 장애인과 코로나19, 그 감염병의 무게 | 천성호 …… 154

특성화고 학생들, 그들 각자의 고민
- 코로나19 사태, 취업 희망 학생들과 학교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며 | 이윤승 …… 167

코로나19가 호출한 노동과 몸, 그리고 교육
- 코로나 시대가 드러낸 교육과 교사의 역할 | 이현애 …… 182

3부 . 재난 이후 우리가 만들어 갈 사회

‘구글리피케이션’
- 온라인 교육 시장이 공유지를 약탈하는 방법 | 채효정 …… 202

재난의 비일상에서 새로운 일상의 재구성으로
- 대학 등록금 반환 운동의 의의와 한계 | 강석남 …… 223

인권으로서의 어린이·청소년 돌봄
- 코로나 시대, 돌봄을 돌아보다 | 서상희 …… 240

부정한 동맹에서 정의로운 전환으로
- 일상으로 돌아간 이후의 교육 | 정용주 …… 257

부록 . 코로나19 현장 리포트
- 코로나 바이러스가 소환한 학교와 교육

교사 노동과 학교의 의미 다시 생각하기 | 양서영 …… 282

교실 속 섬이 되어 버린 아이들 | 박노해 …… 287

농·산촌 작은 학교에서 다른 삶의 방식을 고민하다 | 김석규 …… 291

배우려는 아이들, 배울 수 없는 학교 1
- 수업편 :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을까 | 정수연 …… 295

배우려는 아이들, 배울 수 없는 학교 2
- 평가편 :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 정수연 …… 301

코로나19가 드러낸 급식 노동자의 현실과 학교의 민낯 | 정명옥 …… 305

작은 학교이기에 할 수 있었던 것들 | 김인순 …… 312

코로나19가 학생들에게 남길 흔적 | 안정선 …… 316

장애 학생에게도 ‘평범한’ 오늘은 올까 | 윤규식 …… 322

코로나19로 멈춰진 일상에서 학교를 생각하다 | 최영미 …… 328

본문중에서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변화의 방향은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교실 없는 시대’가 준비 없이 도래했고 전통적 학교교육의 지루함에 대한 공격을 가속화하면서 학교와 교실의 존재 이유와 교사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교육의 우수성을 강조하면서 코로나19가 지나가고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길 기다리거나 재난 상황이라 작금의 혼란은 어쩔 수 없었다며 합리화만 할 것인가? 그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의 학교교육과 미래 교육 담론을 상호 성찰하며 쌍방향의 풍요로운 해체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 '정용주, 〈여는 글 : 코로나19와 쌍방향의 풍요로운 해체〉' 중에서/ pp.13~14)

결국 이 모든 모순의 핵심에는 입시가 있다. 모든 학생을 동일한 조건에서 시험을 보게 하여 등수를 매기고 그에 따라 대학을 가게 해야 하기 때문에 ‘동일한 조건’을 만들어 내기 위해 모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그래서 개학을 하자마자 급식도 하면서 하루 종일 시험을 치게 하는 모의고사를 보는 것이다. 빨리 모의고사를 봐야 상대적인 위치를 알고 정시로 갈지 수시로 갈지 입시 전략을 짤 수 있다는 여론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에 지금의 상황에서 위험을 느끼고 입시가 의미가 없다는 학생들이 시험 선택권을 주장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니, 교육부에서 허가한 체험 학습을 쓰겠다고 하면 어찌할 것인가? 그리고 한 학교라도 시험을 못 치게 돼서 그 학교 학생들을 빼고 성적을 내면 그 성적은 입시 자료로서 의미가 있는 것인가? 서로를 비교하는 상대 평가를 통해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에서는 나의 성공을 위해 나보다 못한 학생들의 시험 응시가 필수인데, 강제로 되풀이되어 왔던 이러한 시스템에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균열을 내고 있는 것이다.
( '조영선, 〈코로나19와 입시 중 누가 더 힘이 셀까 2〉' 중에서/ p.42)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진다고, 아이들이 다시 아침마다 학교에 간다고,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을까. 봄이 오면 백신을 믿고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릴 것인가. 지난 1년을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나. 또다시 학교에게 학생들의 정서 치유와 학습 부진을 책임지라고 등 떠밀 것인가.
재앙 앞에서 우리는 항상 민낯을 드러낸다. 교육 생태계는 몸집을 부풀리며 마을을 흡수하고 일거리를 늘려 왔으나, 2014년 4월 16일부터 지금까지 딱히 나아진 게 없다는 것을 코로나 팬데믹이 알려 줬다. 오늘도 아이들이 없어 텅 빈 학교는 수명을 다한 공장처럼, 거대한 무덤처럼 마을의 한복판에 불을 끄고 누워 있다. 아무도 모르게 거인이 된 학교는 혼자서 울고 있다. 누가 거인의 손을 잡아 줄 수 있을까.
( '이하나, 〈남몰래 거인이 되다〉' 중에서/ pp.102~103)

회색 코뿔소가 우리에게 도달하는 데에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고민해 본다. 지금의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 완전 등교 수업이 이루어지고 온라인 수업은 사라지고 모든 것이 정상화될지도 모른다. 그러다 또다시 회색 코뿔소의 공격을 받고 같은 방식을 반복할 것인가? ‘어떻게 다음 회색 코뿔소와 대면할 것인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아닌 ‘지금’ 코로나19를 대하는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이 결정할 것이다.
( '정용주, 〈‘포스트 코로나 교육’이 아닌 ‘지금 코로나 교육’〉' 중에서/ p.135)

공부방 아이들이 다니는 변두리 공립 고등학교에는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많지 않아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습만이 아니라 입시 정보까지 학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물론 다른 지역에 비해 학업이나 대학 입시에 관심이 많지 않고 대학 진학률도 높지 않다. 그러다 보니 수업이 부실하거나 학생 지도가 미흡해도 민원을 넣는 학부모가 드물고 항의하는 학생들도 적다. 어차피 수업 시간에 깨어 있는 학생들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원격 수업은 말할 것도 없을 터였다. 무기력한 학생들을 깨워 수업에 참여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보이지 않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렇게 학교의 입장을 십분 이해한다 해도 방치되는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된 입시 정보를 얻지 못하고 하릴없이 교육방송에 매달려 있는 사이에, 어떤 학생들은 학원이나 과외 수업을 듣고, 스터디카페에 가서 공부를 하고, 부모의 도움으로 입시 컨설팅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 차이 역시 2021년의 대학 입시에 그대로 반영이 될 것이고, 그 결과는 코로나19로 변화된 사회의 적응력에도 차이를 드러낼 게 분명하다.
( '김중미, 〈아이들의 꿈에도 사회적 거리가 만들어졌다〉' 중에서/ p.144)

2017년 5월 13일 자 〈뉴욕 타임즈〉에는 “구글은 어떻게 교실을 점령할 수 있었나?”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기사는 구글이 교실에 제품을 투입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마케팅을 해 왔는지 잘 보여 준다. 첫 번째 마케팅 기법은 교사와 학교 관리자들이 먼저 제품을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교사들에게 보급해서 프로그램 활용 모델, 비용 절감, 관리 생산성 향상 등 ‘성공 사례’를 만든 후에, 그 성과를 다른 학교로 소개하고 확산시키는 벤치마킹 방식이다. (……) 이런 마케팅 기법은 주부나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주방 도구나 건강 식품 다단계 판매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구글 같은 대기업이, 교사를 대상으로, 주방의 요리 시연이 아니라 세련된 컨퍼런스장에서 교육 시연을 수행할 때는 전혀 다르게 보인다. 참여자들은 기업의 자발적 세일즈맨으로 동원되면서도, 마치 새로운 기술로 미래 교육을 선도하는 진취적 교사처럼 대접받으면서 그런 자의식을 자신도 모르게 주입하게 된다.
( '채효정, 〈‘구글리피케이션’〉' 중에서/ pp.213~214)

위험은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제일 많이 전가되어 드러난다. 국가와 사회의 신종 감염병에 대한 대비 부족으로 인한 위험 부담은, 사회적으로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서 마치 예외적 현상인 것마냥 개인화되어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예외적 현상이 아니며, 개인적 상황은 더더욱 아니고, 신종 감염병은 기후 위기 시대에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 여기서 우리가 느끼고 공감하고 있는 문제를 정면으로 직면해 다루지 않고 넘어가면, 우리는 나중에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회적 위기로 인해 사회 경제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어린이·청소년들에게도 위험 부담이 커지고 고통이 전가되는 측면이 있다. 모든 어린이·청소년은 생존과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가 보장되는 적절한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코로나19 감염병 유행이라는 사회적 재난과 위기 속에서 요구와 발언, 참여는 고사하고 적절한 보호와 생존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기도 했다.
특별히 감염병 유행이라는 사회적 위기 상황이기에 어린이·청소년의 돌봄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의 돌봄 서비스는 기존의 돌봄 체계가 어떻게 구축되어 있고 작동되는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서상희, 〈인권으로서의 어린이·청소년 돌봄〉' 중에서/ pp.241~242)

지난 3월과 6월, 각각 제주와 광주에서 발달 장애를 가진 자녀와 함께 삶을 마감한 어머니들이 있었다. 누구나 각자 나름대로의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지만, 장애를 가진 자녀가 있다면 그 짐의 무게가 좀 다르고 혹독한 외로움을 동반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내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어요”라는, 익히 알려져 있는 이야기는 처절한 고통의 목소리이자 나 아니면 이 짐을 질 사람이 없다는 고독한 삶의 고백일 테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져온 불안감은 삶이 그저 삶이 아니라 “살아 냄”으로 버티는 현실 속에 있는 부모님들의 어깨를 짓눌러 버린 건 아닐까.
( '윤규식, 〈장애 학생에게도 ‘평범한’ 오늘은 올까〉' 중에서/ p.325)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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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탑산초 교사, 《오늘의 교육》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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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등 교사. 교사로 '행복한 밥벌이'를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학생인권을 만났습니다. 학생인권을 통해 '내 안의 꼰대스러움'으로부터 해방되면서 학교를 견디는 힘이 커지고 있어요. 학교에서 좌충우돌하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는, 괜찮은 교사이기보다는 '괜춘한' 인간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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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과학고등학교 교사. 경동고, 강남공고, 서울공고에서 윤리와 사회를 가르쳤다. 좋은교사운동 공동 대표를 지냈고, 쉼이 있는 교육 시민 포럼 운영 위원장을 맡고 있다. 기본 학력과 과잉 경쟁 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나와라! 교육대통령] [대입제도 딜레마, 대타협은 가능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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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유기고가, 대안학교 ‘더불어가는배움터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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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동체 히응 대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살펴 글로 만들었다. 다양한 사람과 더 신 나는 공동체를 꿈꾸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행동을 널리 퍼트리는 일을 한다. <포기하지 않아, 지구>를 썼고 월간 <작은책>에 1년 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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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천왕초 교사

생년월일 1963~
출생지 인천
출간도서 44종
판매수 110,155권

1999년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제4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동화 『꽃섬 고양이』, 청소년소설 『조커와 나』 『모두 깜언』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에세이 『꽃은 많을수록 좋다』 『존재, 감』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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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장애인야학 상근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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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화여대병설미디어고 교사,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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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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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해직 강사. 2011년부터 경희대에서 '대안 사회 구상하기', '예술과 정치' 등 인문 사회 과목을 강의해 오다 2016년 해고되었다. 이후 부당 해고와 차별적 강사 제도의 시정을 요구하고, 대학의 기업화와 비민주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수요 집회와 잔디밭 강의 등으로 학내 투쟁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서양 정치사상을 전공했다. 하이데거의 '테크네techne'와 포이에시스poiesis' 개념을 토대로 기술·예술론에 대한 석사 논문을 쓴 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 몸의 정치, 생명정치, 정치미학 등 정치에서 생명과 감각과 감정의 문제에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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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석사 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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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학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으며,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입니다.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이 건강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는 데 필요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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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 덕산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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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 봉곡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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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북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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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두암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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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 삼성초 영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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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 장평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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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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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김포 양도초 특수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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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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