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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의 풍경 : 한 스타일리스트 시인의 흑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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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기철
  • 출판사 : 문학사상
  • 발행 : 2021년 01월 04일
  • 쪽수 : 36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70129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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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우리 시단에 서정시의 기품과 깊이를 지속적으로 부여해온 이기철 시인
그가 바라본 김춘수 시인의 생애와 문학에 대한 담담하고 솔직한 회고록

치유가 절실한 시대,
우리에게 다가와 꽃이 되어준 시인 ‘김춘수’
그의 시와 삶을 읽다


이기철 시인은 시인 김춘수의 인간과 문학에 대해 묘사하고 서술하고 관찰하고 해석하는 동안 머릿속에 산재한 소재가 불분명한 생각들과 끊임없이 대화했다. 자료와 연대와 시인의 행적을 일관되게 꿰어 맞추는 일은 고증이라는 까다로움에 막혀 자꾸만 글의 흐름이 더뎌졌다. 초고에서부터 탈고를 할 때까지 필자는 잊힌 생각의 파편들을, 너무 아끼다 깨버린 백자 항아리의 반짝이는 조각을 주워 맞추는 것처럼 조심해야 했고, 깨어진 파편들이 원형을 되찾는 동안 일상화된 자신의 시의 관습에 대해 수많은 질문과 대답을 반추해야 했다. 시인이 떠나고 없는 자리에 남은 말의 흔적, 만날 수 없는 시인과의 일방적 대화는 때로 독백이 되어 사라져버린 희미한 시간을 원고 위에 재생시키는 두루마리 풍경화로 되살아났다.
필자는 김춘수 시인을 우리 시 문학사상 최초의 ‘예술시인Artistic Poet’이라고 명명한다. 그는 천성적이라기보다 지적이었고 자연적이라기보다 인위적 실험을 체현한 시인이다. 그에게는 시를 쓰기 전에 방법이 있었고 그 방법론의 실천을 어떤 무늬로 수놓을까를 끝없이 묻고 대답한 시인이다. 동양적 사유보다는 서양적 사유에 더 많이 의존하긴 했으나 그것은 우리 시의 방법적 자장을 넓히기 위한 힘든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김춘수 시인의 전기傳記가 아니다. 필자는 이 글을 시를 쓰듯 쓰고 싶었고 평론 쓰듯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의 손은 문체를 간섭하지 않았다. 글의 몸피는 어느덧 픽션과 논픽션의 혼종 상태로 흘러가고 있었다. 실명소설로 하고도 싶었으나 글은 소설의 육체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래서 제목을 [에세이 김춘수]로 했다가 다시 [김춘수의 풍경]으로 바꿨다. 추억록이라면 추억록이고 시의 탐구라면 시의 탐구, 일화라면 일화뭉치일 이 글을 필자나 동 세대의 누군가가 남기지 않으면 한 ‘예술시인’이 살고 간 참모습의 장면들이 영영 어둠속에 묻힐 것 같아서 없는 시인의 숨소리를 듣는 마음으로 가감 없는 산문의 형식에 붓을 맡겼다. 이로써 필자는 시인에게 진 최소한의 빚을 갚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언어 이전의 사물의 본질에 천착해온 시인 김춘수
한국 시문학사에 ‘무의미시’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진정한 순수주의자이자 실험주의자였던 그를 추억한다.

목차

책머리에 시인의 숨소리를 듣는 마음으로_5

1. 한 스타일리스트 시인의 흑백사진
시인, 그리고 인간 김춘수_13

2. 한국의 나폴리, 통영
시인의 유년, 그리고 바다_23

3. 알려지지 않은 시 한 편
충무시 동호동 61번지_33

4. 로캉탱과 김춘수
소설 〈처용〉과 《꽃과 여우》_41

5. 김춘수 시작詩作의 시작
출발의 신호탄, 처녀작_53

6. 비밀스러운 시인 김춘수
《죽순》과 초기 시 5편_61

7. ‘꽃의 시인’ 김춘수
대표작 〈꽃〉과 〈꽃을 위한 서시〉의 시작 배경_73

8. 김춘수가 사숙한 두 시인
청마 유치환과 미당 서정주_85

9. 운명처럼 다가온 시의 신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 김춘수_101

10. 한 순정한 시인의 참을 수 없는 적개심
앙드레 지드와 버트런드 러셀에의 혐오_113

11. 시어가 된 이름들
세브린느, 빠스깔 쁘띠, 사바다, 그리고 미크로네시아_127

12. 김춘수가 흠모한 화가
시로 그려진 이중섭_149

13. 시인이 사랑한 시인들
서정주와 청록파 그리고 고석규_165
14. 사상에의 감전과 영혼의 대화
도스토옙스키에의 ‘들림’_181

15. 신인神人 예수와 인간 예수
예수에 대한 문학적 단상_195

16. 시로 부활한 예수
김춘수의 ‘예수에 관한 시편’들_209

17. 댄디스트, 데카당스 그리고 모던 보이
김춘수의 댄디즘과 돈_223

18. 언어 실험의 시작
〈눈물〉, 〈나의 하느님〉_241

19. 언어절제와 단절에의 실험
〈은종이〉, 〈남천〉, 〈디딤돌〉의 행간 읽기_261

20. 무의미시와 리듬
말보다 먼저 토운_269

21. 역사, 민중 그리고 시
문학에서의 ‘역사의식’_283

22. 순수시와 참여시
경계가 없는 경계 짓기의 모순_299

23. 서정시로의 회귀
다시 의미로_317

24. 후기 시에 대한 궁금증
시행의 겹침과 중복_329

25. 정치가 김춘수
시인과 권력_337

26. 하늘 꽃밭을 가꾸는 시인
우리 기억 속의 김춘수_349

27. 그곳의 저녁은 따뜻한지요?
먼 안부를 띄우며_359

본문중에서

그는 그야말로 시 아닌 것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등산도 바둑도 스포츠도 자동차 운전도 하지 못했다.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비행기도 타지 못했고 쉰일곱 살에 경북대학교에서 영남대학교로 교수 자리를 옮겨 연구실이 연구동 22층 건물의 복판, 12층에 배정되었을 때, 그 방에 들어가서 창밖을 내다보다가, 갑자기 “아……!” 하고 주저앉았다는 말이 전해지기도 하는, 높이에 대한 공포를 가진 병증病症의 시인이었다.
(/ p.16)

트릭이라는 말은 그가 알쏭달쏭한 시를 써놓고 그것을 궁금해 하는 독자들에게 넌지시 뽐내며 하는 말이었다. 그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시행을 만들어 놓고 독자가 안달하는 것을 퍽도 즐겼다.
(/ p.26)

김춘수 시인은 스스로가 베일에 싸여 있기를 좋아했다. 점심식사도 여러 사람이 드나드는 학교 구내식당에는 웬만하면 가지 않았고 양복도 남이 입는 색깔의 양복은 되도록 피했다. 그는 연황색 싱글 포켓 셔츠나 플란넬 셔츠, 베이지색 양복, 올이 굵은 코르덴 재킷을 자주 입었다. 여러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그 모습 그대로, 평소에는 노타이 차림이다가도 격식을 차릴 때는 주로 나비넥타이를 맸다. 나비넥타이는 그 당시 우리의 관습으로는 용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복식이었다.
(/ p.63)

“세상에 시라는 게 있었구나!”
고양된 어조로 손가락을 조금 떨면서 했던 시인의 이 말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간다의 책방에서 우연히 뽑아 든 헌책, 거기서 만난 릴케와 김춘수의 정신적 접신은 영감 이상의 영혼의 결합, 바로 그것이었다 할 수 있다.
(/ p.106)

시인은 백지 같은 결벽증 속에서도 마음속으로는 수 십 가지 생각과 사상事象을 이어붙이며 생각의 연속무늬를 짜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의 시론을 빌리자면, 이 세상엔 사물은 없고 그 사물을 지칭하는 언어가 있을 뿐이다. 그 언어를 최초로 불러주는 사람이 시인이다.
(/ p.130)

던져두면 한갓 사물의 이름일 뿐인 명사들이 그의 시에 편입되면서 시의 향기를 발하는 언어로 변신했다. 시인의 연금술과 같은 언어 제조의 일면이다. 새로운 언어는 시인의 손에서 태어난다. 그래서 시인은 창조하는 사람이다.
(/ p.147)

김춘수 시인이 난해한 시를 쓰고 무의미시라는 돌출한 이론을 펼칠 때, 우리는 그가 기교를 말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솔직한 시인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그가 ‘새똥 냄새도 오히려 향긋한 저녁’을 바라는 시인이었고, ‘시를 통해 언어 실험을 극한까지 밀고나가려던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원했던 시인이라고는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김춘수는 범접하기 어려운 고급한 예술정신을 지향했던 엘리트이자 자기신념에 투철했던 실험 시인이었다.
(/ p.293)

저자소개

생년월일 1943~
출생지 경상남도 거창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43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영남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63년 경북대학교 주최 전국대학생 문예작품 현상모집에서 시 〈여백시초〉가 당선되면서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김춘수 시인과 만났다. 197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1974년 첫 시집 《낱말추적》을 시작으로 《청산행》 《전쟁과 평화》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유리의 나날》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었네》 《흰 꽃 만지는 시간》 《산산수수화화초초》 등의 시집을 펴냈으며, 소설집으로 《땅 위의 날들》, 에세이집으로 《손수건에 싼 편지》 《쓸쓸한 곳에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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