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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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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시간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
여기, 무자비한 시간을 온순하게 길들여
자기 것으로 만든 한 남자가 있다.


자기 앞에 주어진 시간과 독특한 관계를 맺으며 학문 연구와 도덕적 자기 삶의 완성에 몰두했던 한 과학자의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삶을 조명한 책이다. 1972년 8월 31일, 구소련의 곤충분류학자이자 해부학자인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 류비셰프Aleksandr Aleksandrovich Lyubishev가 82세로 세상을 떠났다. 평범하고 소탈한 연구자로 살다 간 그가 세상에 남겨놓은 것은 70여 권의 학술서적과 총 1만 2,500여 장(단행본 100권 분량)에 달하는 연구논문, 그보다 방대한 양의 학술자료 및 꼼꼼하게 제본한 수천 권의 소책자들이었다. 생전에 류비셰프와 교류를 가졌던 국내외 지식인들은 그가 남긴 엄청난 양의 원고와 속속 드러나는 학문적 성취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류비셰프 생존 당시부터 호기심을 가지고 교류를 지속했던 전기작가 다닐 그라닌Daniil Alexandrovich Grankn은 류비셰프의 비밀스럽고 위대한 삶을 추적하기로 했다. 말년에 류비셰프가 체류했던 울리야노프스크를 방문해 그가 남긴 방대한 원고들을 여러 날에 걸쳐 검토하던 중 매우 흥미롭고도 소중한 단서를 발견했다. 유고에서 나온 ‘시간통계’ 노트가 바로 그것이었다. 언뜻 무미건조한 일기장처럼 보였던 이 노트를 꼼꼼히 분석하던 그라닌은 베일에 싸인 류비셰프의 인생관과 학문관, ‘괴력’이라고 일컬어질 만한 성취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를 찾기에 이르렀다. 모든 것은, 류비셰프의 ‘시간’에 있었다. 스물여섯 살부터 시간통계 노트를 작성해온 그는 지금껏 그 누구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방법으로 도처에 깔린 시간을 ‘채굴’해냈고 그렇게 확보한 시간 속에서 자기 삶의 완성으로 향하는 위업을 달성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치밀한 취재와 저자 그라닌의 풍성한 사유, 빼어난 문장력이 잘 어우러진 이 책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는 1974년 처음 출간되었을 당시 유럽과 중국 등 여러 나라의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2004년 초판 출간 당시 저자로부터 이 책의 한국어 판권을 영구 양도받은 황소자리는 책 속 주인공 류비셰프와 2019년 98세를 일기로 작고한 저자 그라닌의 숭고한 생애를 기리면서 달라진 시대에 맞게 책에 새 옷을 입혀 개정판으로 출간했다.

출판사 서평

오, 루칠리아!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오로지 시간뿐, 그 외는 모두 타인의 것이라오.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해준 것은 끊임없이 흘러가며 사라지는 시간뿐이오.
하지만 이조차 누구든 원한다면 나에게서 빼앗아갈 수 있소.
사람들은 타인이 소유한 시간을 귀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라오. -세네카

태초에 하늘이 열리고 인류가 시공간을 인지하던 날 이후 ‘시간’은 사람들에게 불가해한 괴물이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공간은 어찌어찌 정복이 가능했다. 하지만 ‘시간’은 길들여지지 않은 태초의 모습 그대로 남아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그 시간이 우리의 생명을 빼앗기 시작한다”던 세네카의 탄식 이후 시간을 정복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에는 놀랄 만한 가속도가 붙었다. 사람들은 마차에서 기차로, 기차에서 비행기로 갈아탔고 전보와 전화기, 컴퓨터를 만들어냈으며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해줄 온갖 신약을 개발해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시간 부족 현상은 더욱더 심화하고 있으며, ‘시간 강박’에서 벗어날 날 역시 요원한 듯 보이기만 한다.

여기, 82년이라는 온 삶을 바쳐 ‘시간’이란 괴물과 꿋꿋하게 마주했던, 그리하여 영원한 난제처럼 버팅기던 ‘시간’을 마침내 온순하게 길들인 사람이 있다. 50년 넘는 시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시간통계’ 노트를 작성하면서 시간의 속성과 존재감을 정확히 인식했고, 그 시간 속에서 자기 삶의 가치와 가능성을 무한대로 확장해냈던 사람. 정직하고 행복하게 한 세상을 살았고, 살아서보다 죽은 후 그 삶의 위대함을 인정받으며 결국은 ‘시간’이 사려 깊은 친구였음을 확인시킨 사람…….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가능성의 최대치를 살고 간 사람!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는 자기 앞에 주어진 시간과 독특한 관계를 맺으며 학문 연구와 도덕적 자기 삶의 완성에 몰두했던 한 과학자의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삶을 조명한 책이다.
1972년 8월 31일, 구소련의 곤충분류학자이자 해부학자인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 류비셰프Aleksandr Aleksandrovich Lyubishev가 82세로 세상을 떠났다. 평범하고 소탈한 연구자로 살다 간 그가 세상에 남겨놓은 것은 70여 권의 학술서적과 총 1만 2,500여 장(단행본 100권 분량)에 달하는 연구논문, 그보다 방대한 양의 학술자료 및 꼼꼼하게 제본한 수천 권의 소책자들이었다.
생전에 류비셰프와 교류를 가졌던 국내외 지식인들은 그가 남긴 엄청난 양의 원고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더욱이 시간이 지나면서 속속 밝혀지는 류비셰프의 학문적 성취 및 철학과 역사, 문학과 윤리학 등을 전방위로 넘나들며 성실하고 해박한 논리를 펼쳐낸 그의 독창적 이론에 그들은 다시 한번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매일 8시간 이상 자고 산책과 운동을 즐겼으며 아리스토텔레스와 셰익스피어의 문장을 줄줄 외우고 주요 공연과 전시는 빠짐없이 관람했던 류비셰프였다. 게다가 당대 대다수 남자들이 그렇듯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학교와 연구소 직원으로 일했고, 각종 학술세미나와 국책 사업을 위해 한 해에도 몇 달씩 전국 각지를 순회해야 할 만큼 쉴 틈이 없는 그였다. 볼셰비키 혁명과 1,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지는 현대사의 가파른 물살은 그의 삶이라고 비켜 가주지 않았다.

도대체 그의 삶에 어떤 가공할 비밀이 있어 이토록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일까? 아니, 무엇보다 먼저 그는 누구였을까? 1973년, 류비셰프 사망 1주기를 맞아 개최된 학술회의에서 사람들은 류비셰프라는 불가사의한 인물을 규정해내기 위해 절절매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를 생물학자라고 일컬었고 또 다른 사람은 역사학자라고 말했으며, 곤충학자 혹은 수학자라고 부르는 이도 있었다. 발표자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류비셰프가 탄생했던 것이다.

“진화론과 유전학에까지 도전장을 내민 그는 혁명가였습니다.”
“류비셰프는 어떤 유파의 철학에서든 거기에 비판과 창조성이 담겨 있으면 그것을 매우 귀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수학적 천재성을 바탕으로 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실증론자였습니다.”
“그는 유물론자였습니다.”

그들 모두 생전의 류비셰프와 교분을 맺었고, 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자부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가 죽은 후에야 비로소 각자 알고 있다고 자부하던 내용들이 얼마나 지엽적이고 피상적인 것이었는지 깨달으며 당혹스러워했다.

영웅적이지 않았으나 위대했다, 숭고하고 아름다웠다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는 류비셰프 생존 당시부터 호기심을 가지고 교류를 지속했던 전기작가 다닐 그라닌Daniil Alexandrovich Grankn이 류비셰프의 비밀스럽고 위대한 삶을 추적해낸 전기이다. 그라닌은 말년에 류비셰프가 체류했던 울리야노프스크를 방문해 그가 남긴 방대한 원고들을 여러 날에 걸쳐 검토했다. 그러던 중 매우 흥미롭고도 소중한 단서를 발견했다. 유고에서 나온 ‘시간통계’ 노트가 바로 그것이었다. 언뜻 무미건조한 일기장처럼 보였던 이 노트를 꼼꼼히 분석하던 그라닌은 베일에 싸인 류비셰프의 인생관과 학문관, ‘괴력’이라고 일컬어질 만한 성취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를 찾기에 이르렀다.
모든 것은, 류비셰프의 ‘시간’에 있었다. 스물여섯 살부터 시간통계 노트를 작성해온 그는 지금껏 그 누구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방법으로 도처에 깔린 시간을 ‘채굴’해냈고 그렇게 확보한 시간 속에서 자기 삶의 완성으로 향하는 위업을 달성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치밀한 취재와 저자 그라닌의 풍성한 사유, 빼어난 문장력이 잘 어우러진 이 책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는 1974년 처음 출간되었을 당시 유럽과 중국 등 여러 나라의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또 초판 발행 50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증쇄를 거듭하며(러시아의 경우, 몇몇 베스트셀러를 제외한 대부분의 책들이 초판만 발행돼 도서관에 비치되고 증쇄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각국 학자와 기업인들이 주목해서 읽고 토론하는 텍스트가 되었다. 이 책을 저술한 50대 후반 이후 러시아를 대표하는 지성인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저자 그라닌은 지난 2017년 9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2004년 초판 출간 당시 저자로부터 이 책의 한국어 판권을 영구 양도받은 황소자리는 책 속 주인공 류비셰프와 저자 그라닌의 숭고한 생애를 기리면서 달라진 시대에 맞게 책에 새 옷을 입혀 개정판으로 출간했다.

상세내용


◆26살, 평생의 목표를 세우다: 1916년 1월 1일, 당시 26세의 과학도였던 류비셰프는 앞으로 자신이 사용하는 모든 시간을 기록하는 ‘시간통계’ 노트를 작성하기로 결심한다. 시작은 평범했다. 그 또래의 야망을 지닌 젊은이들이 그렇듯 류비셰프 역시 커다란 공을 세우고자 했다. 다만 기이한 존재가 되어 세상을 놀라게 하기보다 ‘세상 속에 묻혀 눈에 뜨이지 않게 살아가는 편이 훨씬 좋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몇 년의 세월이 흘러야 했다.

◆시간과 새로운 관계를 맺다: 자신의 삶을 거울처럼 보여주는 시간통계 덕에 류비셰프는 일찌감치 남다른 통찰력을 터득했다. 문제는 시간의 양이 아니라 질이었다. 충분히 먹고 자는 데 소용되는 시간(하루 12시간가량)을 제외한 모든 시간은 류비셰프에게 똑같이 귀중한 것이었다. 따라서 손을 놓고 마냥 푹 쉬는 시간 같은 건 류비세프에게 허용되지 않았다. 연구를 하다가 지치면 산책을 하고, 돌아와 논문을 쓴 뒤 플라톤과 칸트를 읽고, 다시 동료에게 편지를 쓰는 식으로 시간을 활용했다.
흡사 눈에 보이는 물질처럼 시간을 인식하게 되자 그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늘어났다. 도처에 널린 광물을 ‘채굴’하듯, 류비셰프는 흘러넘치는 시간 속에서 학문에 대한 열정과 취미, 새로이 추가되는 관심사들을 버무려냈다.

◆오래전에 사라진 ‘지식인의 얼굴’을 되찾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 누구의 강요도 없이 스스로 시계를 보는 불행을 자처했던 류비셰프의 삶은 해가 지나면서 점점 더 안정되고 풍요로워졌다. 여러 해에 걸친 실험을 통해 그는 일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몸과 마음을 지탱시켜주는 이 방법 덕분에 류비셰프는 정신과 육체의 조화로운 건강을 유지하며 인생의 후반기에도 청년 시절 못지않은 열정을 가지고 다방면의 관심사에 몰두할 수 있었다.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버린 ‘지식인의 모습’을 구현한 것이다.

◆끊임없이 회의하고 문제를 제기하라: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서 일어났다. 논쟁 없는 진리, 근거 없는 확신, 권위에 휩쓸린 판단을 못 견디던 그는 수시로 주류 학계에 문제를 제기해댔다. 만인이 믿고 따르는 상식도, 모두가 인정하는 권위도 그에게는 절대적이지 못했다. ‘어떠한 권위에도 기울지 않고 제아무리 인정받는 원칙이라도 신념으로 삼지 않는 사람’이라는 투르게네프의 정의에 따른 허무주의였다. 일례를 들어보자.
1930년대에 류비셰프는 소련식물보호연구소에서 일했다. 류비셰프의 연구 주제는 ‘해충 피해가 가져오는 경제적 손실’이었다. 수학적으로 접근한 결과 곤충으로 인한 실제 피해가 당시 연구소나 협동농장에서 주장하는 수치보다 훨씬 적다는 사실을 파악한 그는 러시아 각지 협동농장과 국영농장을 찾아다니며 확인 작업을 했다. 한 농장에서는 사탕수수밭에 자란 풀들을 제거하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을 나방에게 돌렸고, 곤충들 때문에 해바라기가 모두 죽었다는 보고서를 올린 다른 국영농장에 달려가 확인해보니 농장에는 애당초 해바라기를 심은 일조차 없었다. 류비셰프는 꼼꼼한 수치와 자료를 동원해 경제에 미치는 해충의 부정적인 영향이 얼마나 ‘엉터리’로 이해되어왔는지를 증명해냈다.
하지만 해충 박멸 부서의 책임자들은 진실을 규명하는 데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자신들이 받은 상처와 모욕을 되갚는 것만이 중요했다. 류비셰프를 성토하기 위한 회의가 여러 차례 열렸고 1937년에는 소련식물보호연구소 학술위원회에서 류비셰프의 박사 학위와 직위를 박탈한다는 내용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이런 일은 류비셰프의 삶에서 비일비재했다.

◆최후의 승자로 우뚝 서다: 류비셰프는 종종 자신을 ‘지독히도 운이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했지만 가장 현명한 판관은 ‘시간’이라는 사실을 그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는 시간 앞에서 도덕적․학문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고, 시간에 맞서 당당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무던히 애썼다. 그의 시간은 성취를 위한 시간이 아니었다. 그는 도구가 아닌, 창조의 가능성으로서 시간을 사랑하고 아꼈다. 그에게 시간은 물리학적 개념도, 문자판을 따라 도는 바늘의 회전도 아닌 도덕적 대상이었다. 시간은 윤리적으로 접근해야 할 소중한 자원이었다.

마침내, 류비셰프는 승리했다.
젊은 날 영웅이 되기를 갈망했던 류비셰프는 끊임없이 자신을 깎고 다듬으며 평범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거쳤다. 이후 50여 년, 그의 삶은 한결같이 성실하고 정직한 보통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인생이라는 장거리 경주가 모두 끝난 뒤, 세상에 남겨진 류비셰프의 생애는 역설적으로 어떤 영웅의 삶보다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판명되었다. 류비셰프가 자기 생애를 통째로 바쳐 사랑하고 헌신했던 ‘시간’과 ‘학문’은 마침내 그의 삶에 머리 숙이며 ‘자유’와 ‘행복’를 선물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꿈처럼 아득하게 가슴에 품고 있는 ‘자기 완성’의 다른 이름이었다.

추천사

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한순간 불타올랐다가 사라진 흔한 천재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생에 걸쳐 묵묵하게 자기 길을 걸었던 한 인간의 차가운 열정의 이야기다. (…) 비록 나와 다른 시공간을 살다 간 사람들이지만, 저자 그라닌과 그가 추적한 인물 류비셰프가 내 친구처럼 느껴졌다. 꿈 많은 학생들이나 열정적인 직장인들뿐 아니라 경험 많은 5060 세대에게도 내가 이 책을 권하는 이유다.
- 손관승 / 작가, 전 iMBC 대표

누구에게나 24시간은 똑같다. 하지만 류비셰프는 시간의 ‘질’에 천착함으로써 스스로 ‘시간을 정복한 사람’이 됐다.
- 〈조선일보〉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된 재화다. 시간이란 에너지는 단 한 번도 운동을 멈춘 적이 없다. 그 평범한 진리를 온몸으로 받아들인 이가 류비셰프였다.
- 〈경향신문〉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면 시간에 더욱 예민해지고, 노인이 되면 시간의 흐름이 귀에 들린다고도 한다. 하지만 류비셰프에게는 이런 말이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나이를 먹을수록 안정되고 풍요로워졌으며 노년기에도 건강을 유지하고 청년시절 못지않은 학문적 열정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는 시간의 강물에 댐을 세워 발전소를 만들고 터빈을 돌린, 시간의 지배자였다.
- 〈한국일보〉

목차

▒ 추천사 | 12
▒ 한국어판 저자 서문 | 18
1장|글을 시작하면서 가지는 고민 | 21
2장|그들이 류비셰프를 숭배했던 이유 | 34
3장|류비셰프가 남긴 방대한 자료들 | 40
4장|기이하고 흥미로운 일기장에 대해 | 46
5장|시간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 | 57
6장|그의 젊은 시절 | 68
7장|시간통계 방법을 개발하다 | 78
8장|그를 닮을 수 있을까 | 101
9장|그는 현대 과학자의 이상적 모델인가 | 106
10장|그의 유전적 특징에 대해 | 112
11장|학자들의 특성에 대해 | 134
12장|류비셰프가 치렀던 대가 | 149
13장|류비셰프의 마음속 갈등들 | 158
14장|지독히 운 없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 182
15장|자기인식에 이르는 길 | 213
마지막 장|서글프게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들 | 229
▒ 옮긴이의 말 | 245

본문중에서

발표자들도 류비셰프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한 사람은 생물학자라고 했고 또 다른 사람은역사학자라고 했으며 곤충학자 혹은 철학자라 부르는 이도 있었다.
발표자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류비셰프가 탄생했다. 각자 그에 대해 나름대로 정의하여 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이는 진화론과 유전학에까지 도전장을 내밀었던 류비셰프를 혁명가라 칭했고 다른 누군가는 이단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혹은 반대파에 대하여 한없이 너그럽고 선량한 러시아 지식인의 올바른 표본이라고 칭찬하는 사람도 있었다.
(/ p.17)

생전에 그는 70여 권의 학술 서적을 발표했다. 그 중에는 분류학, 곤충학, 나아가 분산분석(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집단에서 동일한 반응을 관측한 후에 집단들 사이에 반응의 차이가 있는가를 검증하는 통계분석.─편집자)에 관한 전문 서적도 있었다. 이런 저서들은 다른 언어로 번역되어 해외에서도 널리 읽히고 있다. 류비셰프는 총 1만 2,500여 장에 달하는 논문과 연구 자료를 남겼는데 이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생각하기에도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 p.40)

82세에 생을 마친 그는 마지막 몇십 년 동안에 가장 높은 학구열과 창의력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 방대한 연구 실적보다는 도대체 무엇이, 어떤 방법이 이를 가능케 했는지에 더 관심이 쏠린다. 바로 이 방법 때문에 나는 류비셰프에 대해 큰 흥미를 느낀다. 그가 생활했던 방법은 또 하나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이 생활 방법은 그가 수행했던 다양한 연구와는 전혀 다른, 하나의 독립적인 업적이다.
(/ p.45)

류비셰프의 훌륭한 점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먼저 이러한 깨달음을 얻었다는 데 있다. 여기에는 그의 연구가 큰 역할을 했다. 과학 연구는 애초부터 다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요구했다. 그것이 어느 정도로 많은 노력이고 긴 시간인지는 류비셰프가 아니었더라면 계산할 수 없었으리라.
(/ p.77)

류비셰프는 아들의 죽음이 가져온 슬픔을 오래도록 이기지 못했다. 당시 그가 쓴 편지를 보면 아들에 대한 기억을 남자답게 억누르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디기 어려운 아버지로서의 슬픔이 가득하다. 그는 수상스키 타는 사람이 보트의 밧줄을 꽉 움켜쥐듯이 한층 더 규칙적으로 일상 생활을 해나갔다. 밧줄을 놓치면 속력을 잃어 바로 물에 빠져버리고 만다. 크나큰 슬픔과 고통의 시기에도 류비셰프는 곤충 표본을 만들었고 매일의 삶을 기록했다. 다만 그 모든 활동은 기계적으로 이루어졌다. 과학은 의미를 상실했고 감당하기 힘든 외로움이 그를 괴롭혔다.
(/ p.113)

류비셰프가 남긴 다양한 글들, 철학적인 분석과 생물학 연구논문 중에서 과연 무엇이 후대에 남겨질 것인지는 사실 아무도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정작 당사자인 그는 이런 문제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스스로 패배와 승리를 판단하지 말라’는 파스테르나크Boris (Leonidovich) Pasternak(1890~1960, 러시아 시인·소설가─편집자)의 시구처럼 말이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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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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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1월 1일 러시아 사라토프에서 태어났다. 레닌그라드 기술학교를 졸업한 뒤 에너지 연구소에서 선임기술자로 일했다. 1949년 단편소설 《두 번째 대안》을 발표하며 글을 쓰기 시작, 이후 소설 창작 및 러시아 과학자들에 대한 전기를 집필했다. 이 전기들로 독일 하인리히 하이네 문학상을 수상했다. 구소련 정부로부터 노동영웅 칭호를 받고, 붉은별 훈장 및 붉은깃발 훈장을 수상한 그는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된 후에도 왕성하게 글을 쓰고 후학 양성에 힘썼다. 2017년 98세로 사망하기 직전까지 세계 각국을 돌며 세미나와 강연을 하는 등 인생 후반기에 접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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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시절을 러시아에서 보낸 후 선문대학교 러시아어과 및 동 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노과를 졸업했다. 러시아어 통번역 전문가로서 다수의 통역·번역 경험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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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8년에 출판번역을 시작해 《성서 그리고 역사》 《홍위병》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프리메이슨》 《콘택트》 《아버지와 아들》 《레베카》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등 90여 권의 번역서를 출판했다. 2000년부터 여러 대학과 대학원에서 번역 강의를 했다. 2006년 이후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로 일하며 인문학 글쓰기를 비롯한 교양 강좌들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번역은 연애와 같아서》 《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 《매우 사적인 글쓰기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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