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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를 위하여 2 : 이문열 장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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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황제는 진정 제왕인가, 한낱 돈키호테인가!
아아, 제왕인 내가 천민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이냐?
천민인 내가 제왕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이냐?

“이문열의 가장 중요한, 그리고 가장 좋은 소설이다.”
-김현(문학평론가)

이문열의『황제를 위하여』는 1982년 1쇄 발행을 시작으로 거의 40여 년 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대표 장편소설이다. 출간 초창기에만도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그 후 출판사가 두어 번 바뀌면서도 40여 쇄 이상 발행해왔다.
이번에 알에이치코리아에서 표지를 새롭게 바꾸고, 내용 중 일부를 손봐 개정 신판으로 출간하였다. 이문열은 40여 년 전『황제를 위하여』를 집필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 참으로 고단하고 막막하던 서생[文靑]이 하나 있었군.”이라며 감회를 밝혔다.
문학평론가 김현은 『황제를 위하여』가 이문열의 가장 중요한, 그리고 가장 좋은 소설이라며, 전통적 문화에 대한 회귀 욕망과 거부 의지 사이의 섬세하지만 치열한 싸움의 무의식적 결과라고 평했다.

출판사 서평

황제는 진정 제왕인가, 한낱 돈키호테인가!
우리의 스산한 역사를 재미있게 빗대어 엮다

『황제를 위하여』는 〈정감록〉에 예견된 “이씨가 망하고 정씨가 흥할 것이다”라는 표현을 신앙처럼 믿으며, 자신을 황제로 여기며 산 한 인물의 이야기이다. 실제로 황제는 남조선이라는 왕국을 계룡산 기슭에 세운다. 그는 조선시대 을미사변이 일어난 1895년에 태어나 1972년에 생을 마감했다. 경술국치, 중국의 신해혁명, 청일전쟁, 일제 강점기, 삼일운동, 한국전쟁의 격전지 등 역사적 순간에 황제가 등장하고 황제로서 행동한다. 그가 황제인지 알아보는 이는 없었지만 그 자신은 누가 뭐라 해도 황제였고, 또 그런 황제를 옆에서 충심으로 보필하는 신하들로 마숙아, 우발산, 방량, 신기죽, 두충, 변약유가 있었다. 남조선 창건주인 황제의 일생은 〈백제실록〉으로 기록되어 보관되었고, 이를 취재차 나선 한 잡지 기자의 눈에 발견되면서 〈백제실록〉의 이야기를 연희 형식으로 다시 풀어낸다. 책 속 에피소드로 황제가 난생처음으로 기차를 봤을 때의 그의 반응, 주막에서 돈을 털릴 때의 황제의 유장함, 그리고 일본 순사를 만났던 바카야로 사건 등 황당무계하지만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우리나라의 스산한 역사적 사건들을 이문열 특유의 시각과 문체로 풀어냈다.
이문열은 이 소설을 낄낄거리며 썼다고 한다. “맑시즘인지 말오줌인지 내 알 바 아니지만” “지금 들리는 저 음(音)은 자지(재즈)라던가”라며 의뭉스럽게 말하는 등『황제를 위하여』는 드라마로 만들어질 만큼 희극적인 즐거움이 담겨있다.
허상 위에 세워진 이상(理想)의 나라에서 황제는 어느 날 중얼거리면서 말한다. “아아, 제왕인 내가 천민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이냐? 천민인 내가 제왕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이냐?” 문학평론가 김현의 평문에 따르면,『황제를 위하여』는 제왕의 도와 장자의 무위를 이상으로 제시하는 척하면서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비판하고 있는 모순의 소설이며, 그것은 이문열이 지금까지 쓴 것 중에서 가장 뛰어난 소설로, 한국소설이 오래 기억할 만한 소설이다.

『황제를 위하여』의 집필 동기 2가지를 알아야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이문열은 당시 초판 서문을 통해 『황제를 위하여』를 집필하게 된 동기 두 가지를 소개한 바 있다. 그 하나는 금세기의 한국 역사가 보여주는 의식 과잉 내지 이념에 대한 과민 반응을 역설적으로나마 지워보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나날이 희미해지고 멀어져가는 동양적인 것에 대한 향수를 일깨우는 것이었다.
그는 “가만히 돌이켜보면 멀개는 개화파와 수구파의 투쟁에서, 가깝게는 민주ㆍ공산의 대립에 이르기까지 근세사에 있어서 가장 격렬하고 비극적인 사건들은 모두 이념의 부재에서가 아니라 과잉에서 왔고, 옛것 또는 동양적인 것에 대한 집착보다는 새것 또는 서구적인 것에 대한 지나친 민감에서 온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나는 그 모든 것들 - 과학과 합리주의, 갖가지 종교적 이념, 그리고 금세기를 피로 얼룩지게 한 몇몇 정치 사상 등등 - 이제는 거의 아무도 그 유용성이나 정당함을 의심하려 들지 않는 것까지도 순전히 동양적인 논리로 지워보려 애썼다”라고 말한다.
이문열은 덧붙여 말한다.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는 읽으면서도 사서삼경은 낡았다고 읽지 않고, 보들레르에게는 감탄하면서도 이하(李賀)를 아는 이 드물다. 니체에게는 심취하면서도 장자를 이해하려 들지는 않고, 로버트 오웬은 알아도 허자(許子)는 낯설어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우리가 세워야 할 문화의 유형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전통에 깊이 뿌리내린 동양적인 것과 새롭고 활기찬 서구적인 것의 조화에 있지, 어느 한편에 대한 일방적인 배척과 다른 편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이나 몰입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문화적인 사대주의의 부활이라는 비난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나치리만치 자주 중국의 고전들을 인용하였다.”

『황제를 위하여』는 중국 고전들의 인용이 다수 담겼다. 국어사전을 옆에 두고서 재미있게 읽었다, 라는 독자 평이 있을 만큼 생경한 단어와 한자가 다수 있지만, 그 속에 담겨진 이문열의 해학과 비판적 시각을 읽어내다 보면 40여 년간 이 책이 독자의 손을 떠나지 않고 사랑받아온 그 진가를 알 수 있게 한다.

추천사

김현(문학평론가)
『황제를 위하여』는 전통적 문화에 대한 회귀 욕망과 거부 의지 사이의 섬세하지만 치열한 싸움의 무의식적 결과이다. 이문열의 가장 중요한, 그리고 가장 좋은 소설이며, 한국 소설이 오래 기억할 만한 소설이다.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이문열은 한국의 위대한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황제를 위하여』는 디즈니와 코카콜라로 상징되는 〈세계 문화〉에 맞서 젊은 세대가 그들의 뿌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준 작품이며, 서구인들이 시공을 가로질러 미지의 세계 속으로 도약할 수 있게 만들어준 훌륭한 가이드이다.

목차

넷째 권 풍운만리
다섯째 권 모반의 세월
여섯째 권 최후의 승리

본문중에서

“……그들이 살아 있을 때 나라는 무슨 은혜를 입혔으며, 이제 싸움터에서 죽게 됨은 무슨 허물에 의한 것인가. 그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도 그들의 집에서는 알지 못한다. 어쩌다 전하는 사람이 있어도 믿어야 할지 의심해야 할지……. 마음과 눈은 항상 근심과 슬픔에 잠기고 잠들거나 깨어 있거나 그들의 모습을 본다. …… 듣기에 큰 싸움 뒤에는 반드시 흉년이 든다 했으니, 이제 살아남은 백성들은 또 이리저리 흩어져 흘러다닐 것이다. 오호라, 슬프도다. 이것이 시절 때문인가, 천명 탓인가, 옛적부터 이러해 왔건마는 어찌할 바를 알 수 없구나…….” _p.135

“다스린다는 것은 하늘을 대신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 다스림을 맡은 자를 특히 천리(天吏)라고 한다. 또 덕은 다스림의 근본(德者爲理之本也)이라고『충경(忠經)』에도 나와 있다. 그런데 저들은 그 모든 것을 잊고 있다.『서(書)』에 이른바 ‘천리(天吏)가 덕을 잃으면 맹화(猛火)보다 더 매섭다.’ 한 것은 바로 저들을 가리킨 말이다. 만약 저들이 그 다스림의 도(道)를 바로잡지 않으면 머지않아 이 백성들은 일손을 놓고 노래할 것이다.
‘이날이 언제 다해 나와 네가 함께 망하려노(時日曷喪 予及汝皆亡)…….’” _pp.158~159

“제왕의 칼은 하늘을 칼등으로 삼고 땅을 칼날로 삼으며 만백성을 칼자루로 삼는다. 그것을 오행(五行)으로 제어하고, 형벌과 은덕으로 헤아려 음양의 기운으로 열며, 봄과 여름의 조화를 어우르고 가을과 겨울의 위엄으로 행한다. 그래서 이 칼을 바로 잡기만 하면 앞이 없고 높이 들면 위가 없으며, 휘두르면 전후좌우가 없어 위로 뜬구름을 헤치고 아래로 땅을 얽어맨 줄을 끊는다. 이 칼을 한 번 쓰면 제후를 바로잡고 천하를 복속시킬 수 있으니 이를 일러 제왕의 칼이라 한다.……”_p.251

어느 날 황제는 낮잠에서 깨어나,
“아아, 제왕인 내가 천민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이냐? 천민인 내가 제왕의 꿈을 꾼 것이냐?”라고 중얼거리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싸리꽃이 뒤덮인 계곡의 벌들과 나비 사이에서 덩실덩실 춤추며 노래하기도 했다.
“이 벌과 이 나비, 천 승(乘)을 채우고 만 승을 이루겠구나. 나는 제왕이로다. 나는 제왕이로다.”_p.258

“폐하, 다스림을 잊는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다스리려고도 하지 않고 다스림을 받으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_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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