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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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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삶이 고통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목청껏 함께 노래를 부르는 일이다”
삶과 죽음, 그 사이에서 나아가는 우리 모두의 고민


서로 다른 상황에 놓인 두 주인공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을 딛고 조금씩 나아가야 하는 현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린 만화 『진, 진』이 출간되었다.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도 없이 아등바등 살아가는 진아와, 살아온 세월만큼 남아 있는 세월을 버티기 막막한 수진, 나이와 직업이 다른 두 ‘진’이 마주하는 삶의 다함[盡]과 나아감[進]의 무게를 담았다. 평범한 두 주인공의 일상을 서정적으로 묘사하며 모두가 안고 있는 삶과 죽음 사이의 고민을 덤덤하게 풀어낸다.
영화감독 이동은과 만화가 정이용은 2013년 출간된 『환절기』를 시작으로 8년째 호흡을 맞추며 노련한 파트너십을 보여준다. 『진, 진』은 2020년 다양성만화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된 작품으로, 고시원, 노래방, 음식점 등 한국 사회의 현실이 진득하게 녹아 있는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두 여성의 고민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는다. 청년인 진아와 중년의 수진이 각자의 삶에서 새로운 탄생과 또다른 죽음을 마주하며 느끼는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현실에서 그와 다르지 않은 고민에 빠져 있는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진, 진』은 막막한 현실을 미화하지 않고 그 옆에 나란히 선다. 주인공들이 견디며 살아가는 나날이 지금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어 그 어떤 위로보다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나이도 직업도 다르지만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사는 진아와 수진

『진, 진』은 나이와 직업이 다른 진아와 수진, 두 여성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낸다. 20대 진아의 청춘은 무겁기만 하다.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진아는 낮에는 계단 청소,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느라 벅차지만, 고등학생 동생 현아를 돌보며 어찌저찌 가장 노릇을 해낸다. 동생의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중 일년 전 무연사로 사망한 아버지의 사망신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알게 된다. 정리되지 못한 아버지의 죽음을 숙제처럼 안고 살아가던 진아는 고독사 현장이나 로드킬당한 사체, 고시원 옆방 이웃의 자살 시도를 마주하기도 한다.
청춘의 고비를 넘기면 진짜 내 인생이 나올 거라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온 40대 수진의 삶도 녹록지 않다. 며칠째 몸이 좋지 않아 갱년기 약을 처방받으려 산부인과에 방문했다가 뜻밖에도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래전 남편을 떠나보낸 뒤 국숫집을 운영하다 만난 손님과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긴 것이다. 먹이를 챙겨주는 길고양이가 새끼를 배고, 아들이 여자친구의 혼전 임신으로 결혼을 서두르는 등 새 생명은 계속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 “견뎌온 내 청춘아 그 누가 알아주나” 하고 목 놓아 노래 부르는 수진의 모습이 낯설지 않아 더욱 쓸쓸하다.

삶이 다하는 지독한 순간에 부딪혀도
우리는 또다시 하루하루 나아간다

두 주인공의 고민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고민과 닮았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무수한 탄생과 죽음을 목격하고 죽음 뒤에 남겨진 삶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들은 생과 사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늘 존재하며, 고통스러울지라도 죽음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것이 삶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진, 진』은 고시원과 노래방, 음식점 등 익숙한 공간에 숨어 있는 죽음을 그리지만,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는 삶의 일면을 동시에 비춘다. 진아와 수진이 힘든 하루하루를 버티는 모습이 현실과 흡사하지만, 함께 밥을 먹고, 노래하고, 손을 잡고 걷는 일상 역시 익숙하고 따뜻한 오늘과 닮았다.
『진, 진』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을 거라는 섣부른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삶이 고통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만 목청껏 함께 노래를 부르는 일”이라고 말할 뿐이다. 끊이지 않는 고난 속에서도 두 주인공은 그 안에서 또다시 새로운 한걸음을 내디딘다. 작가들은 삶과 죽음의 가장 일상적인 모습을 그리며,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마지막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견디기 위해 함께 노래하자고 손을 내민다.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목청껏 외치는 노랫소리에서 들려온다. “누구 하나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 조금씩 몸을 기울여 서로를 떠받치고 있는”(김혜리, 「추천의 말」) 두 주인공의 화음이 아름답게 어우러지며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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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은과 정이용은 누구 하나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 조금씩 몸을 기울여 서로를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을 그린다. 『진, 진』의 젊은 진아는 한발만 디디면 사회적 안전망이 끊긴 구역으로 실족할 듯하고, 중년의 수진은 연애를 해도 가족이 늘어도 혼자일 뿐임을 절감한다. 두 여자는 고시원 방처럼 협소한 그림칸 안에서 몇번째인지 모를 삶의 위기를 끌어안고 연신 돌아눕는다. 카타르시스에 인색한 편인 두 작가는 주인공들에게 해방이나 대오각성을 베풀지 않는다. 어찌어찌 뒤척이고 부딪히다보면 또 한고비 넘어가 있는 것이 삶이라고 여겨서다.
『진, 진』의 묘(妙)는, 각자의 스토리를 살아낸 수진과 진아가 서로를 내내 도운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다. 내 경우엔 진아와 수진이 극중에서 조우할까 잠시 궁금해하다가 부질없게 느껴져 그만뒀다. 첫째, 둘의 곤경이 동시대 보편적 고민으로 보여서고, 둘째 만약 한명의 진이 낙심해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다른 진이 본다면 반드시 부축할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 김혜리 / 『씨네21』 편집위원

목차

진아
수진

진아
수진

진아
수진

진아

작가의 말

저자소개

이동은+정이용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2013년에 출간된 만화 [환절기]를 시작으로 [당신의 부탁] [니나 내나] [요요]까지 모두 네 권의 만화 작업을 함께했다. 주로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이동은이 글 작업을,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정이용이 그림 작업을 맡았다. 이번 작품 [캠프]는 공동 작업의 다섯 번째 결과물이다. 앞서 출간된 [환절기] [당신의 부탁] [니나 내나] 세 작품은 이후 이동은이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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