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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먹기에 떡볶이, 튀김, 순대 1인 분씩은 많잖아요.
책도 그래요.“

독립서점 및 술가게를 운영하는 저자가 혼술 손님들에게 독서를 권하기 위해 만든 책이다. 책을 읽는 맛이란 손끝에서 느껴지는 종이의 질감과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귀를 자극하는 부스스한 소리라 믿는 저자는 스마트한 세계에 대한 소심한 반항으로, 소설, 시, 에세이 등을 작고 가벼운 한권의 종이책으로 엮어냈다. 하나의 선으로 이어진 표지그림처럼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와 밝고 가벼운 이야기들이 이어지며 저자의 작은 삶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혼자 여행을 가는 기차 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술 한 잔 할 때 한권의 책만을 가져갈 수 있다면 꼭 챙겨야하는 책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에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시각을 제공하며 삶을 조금 더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어두운 하루에는 밝은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을 풀고, 너무 가벼운 하루에는 무거운 이야기로 차분해지는 경험은 한권의 책이지만 색다른 느낌을 선사해 줄 것이다.

가끔은 소설을, 또 가끔은 에세이를 가끔은 시를 읽고 싶은 날들이 있다. 이 책은 다양한 문체와 분위기로 읽는 독자들에게 읽음의 재미를 준다.
굵지 않은 책이지만 다양한 감정이 섞여 있는 이 책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코로나 시대 혼자 하루를 보내야 하는 우리의 일상에 권할 만한 책"

『어두운』
혼자로 가득한 하루의 소설
몽우 07

『무거운』
혼자로 가득한 하루의 시
말초 정맥용 위너프 페리주 38
그 시절도 지금도 40
연민 42
진위 44
보이지 않으면 비난받지 않기에 46
hook 48
불혹 50
파동 52
죽지 않고 영원히 살려면 54

『밝은』
혼자로 가득한 하루의 에세이
우연 대신 60
안경을 벗으면 62
나은 선택의 결말 64
몸과 생각 65
실뭉치 풀기 66
괴롭힘 당한 고구마 68
상상과 현실 70
이럴 인생 72
잃어버린 소중함 73
거짓 말 74
궁금한 건 76
부족함을 알 때 77
일어난 일 78
있을 때와 있어도 80
이상형 81
주저 82
글을 쓴다는 건 83
풀어진 이유 84

『가벼운』
혼자로 가득한 하루의 끄적
끄적 1-30 90
작가후기 121

침대 위에 고유한 곡선을 그리며 누워있는 몸을 바라본다. 너는 속삭이듯 입술을 움직이며 올라오라 말한다. 준비가 되었다고, 자신의 죽음을 도와 달라 눈으로 말한다. 네 몸 위로 올라가 베개로 누르기로 한다. 목을 조르는 행위는 자국이 남아 싫다고 했기에 선택한 방법이다. 심장을 통해 혈관을 누비는 피로 네 몸은 따스하다. 입에서 나오는 숨소리마저 온기를 품고 있다. 주위에 미향이 떠다니며 방 안을 감싼다. 이성과 감정은 뒤엉켜 섞인다. 손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이 홀로 했던 삶의 순간들을 부질없이 만든다. 네가 온다는 문자에 면도를 하고, 깨끗하게 샤워한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얇고 부드러운 몸의 감촉이 느껴질수록 파도에 모래가 쓸려가듯 손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그렇지만 너는 차갑고 부드러운 손으로 내 손목을 잡고 얼굴로 가져가려 한다. 입술을 움직이며 속삭인다. 지금 해야만 한다고. 따뜻한 온기에 취기가 올라오며 감정은 커져간다. 조금만 더 함께 있어 주기를 빈다. 정적의 시간이 끊임없이 흐르고 흘러간 시간만큼 내 손이 따스해진다. 중력에 편승한 내 몸은 조금씩 네 몸을 포갠다. 오늘 일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 너는 한 글자 한 글자 내 등에 적는다. 네 조용한 언어는 내 기억의 기둥 어딘가에 조각되듯 깊게 새겨지고 있다. 상처가 흔적을 남겨두는 것처럼, 너의 새김은 각인처럼 영원히 만져질 것 같다.
- 소설 ‘몽우’중에서

말하는 것이
전하는 거라고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
깊은 관계를 맺는 거라고

손을 잡으면
함께 걸어가는 거라고

오늘을 살면
오늘이 행복할 거라고

진실을 말하면
진실임을 알 거라고

가위는 종이를 자르고
바위는 보자기에 덮일 거라고

다주면
남아있는 게 없을 거라고

잘한 것은
잘 못한 게 아닐 거라고

둥글면
상처주지 않을 거라고

떠나면
남겨지지 않을 거라고- 시 ‘그 시절 지금도’중에서

마구 엉켜있는 실뭉치를 잘 푸는 사람은
생각의 정리도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든 일이 얽혀 정신없을 때에도
"아 이건 이걸 이렇게 잡아서
하나씩 풀어 가면 되겠군." 이라 말하며
하나씩 하나씩 차분히
해결해 갈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와 유사한 사람들로
자장면을 먹을 때
랩을 한 겹씩 벗겨서 먹는 사람이나
묶여 있는 떡볶이 봉지를
풀어서 먹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같이 중간을 푹~ 뜯어먹는 사람은
도저히 쉽게 안 되는 부분이죠.

차분하게 엉켜있는 실을 푸는 게
조용히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 것보다
진중한 성격 향상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
하루입니다.
- 에세이 ‘실뭉치 풀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