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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철학 하기 : 다시 살아가고 배우기 위한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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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노년기의 우리는 인생을 다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 바로 ‘노년철학’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리하여 노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건강했던 자신이 아이와 마찬가지로 약자가 되어, 필수적으로 남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례 없는 ‘장수사회’ 시대에 돌입하면서, 노인과 함께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장년층은 물론이고 당사자인 노인들까지 기나긴 노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방황하고 있다.
<노년철학 하기>는 한일 양국의 학자 및 연구자가 2018년부터 합동으로 개최하기 시작한 노년철학 학술대회에서 시작되었다. 그중 일본동아시아실학연구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오하시 겐지大橋健二가, ‘다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되묻는 노년철학의 필요성을 느껴 집필하게 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노년기의 우리는 인생을 다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것을 위해서는 여러 인문학에서 노인과 나이듦을 무어라 정의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이 지식을 바탕으로 개개인이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맞는다는 각오로 움직여야 한다. 당신은 앞으로 어떤 노인으로 늙고 싶은가? <노년철학 하기>를 통해 지금부터라도 다가올 노년을 서서히 대비하자.

출판사 서평

노인이 생각하고, 노인이 고민하고, 노인이 주체가 되는 철학
지금까지 가꾸어 온 세상을 다시 생각하고
앞으로 살아갈 미래에 대해 고민해보자


인간의 평균 수명이 100세까지 늘어나 ‘백세시대’라는 말도 나오는 요즘, 기나긴 노후는 과연 행복일까? 현재까지의 노인들을 살펴보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과거 축복으로 남았던 장수는 이제 생지옥의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현대는 결코 노인들을 그냥 두지 않는다. 도처에 노인들을 노리는 덫이 깔려 있다. 그 덫에 걸린 노인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절도하는 노인, 스토킹 하는 노인, 광폭한 모습을 보이는 노인, 고독사하는 노인 등….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저 손 놓고 한탄하며 긴 긴 노후를 보낼 것인가? 그러고 싶은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는 노년의 삶을 보내기 위해서, <노년철학 하기>는 인문학 공부를 할 것을 조언한다. 다가올 죽음에 대한 준비, 즉 종활終活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시작으로 동양과 서양의 생사관을 살펴보고, 서양의 생사관이 현대 동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아본다. 또한 저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의 동아시아 삼국이 돌아가야 할, 서양의 영향을 받지 않은 본연의 생사관은 어떤 것인지, 또한 현대 노인들은 이를 바탕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다양한 레퍼런스들을 인용하여 우리에게 통찰력 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노년철학 하기>를 우리말로 옮긴 조추용 교수는 역자 후기에서 ‘70대 이후의 노인들이 “자신은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역할을 수행해 나간다”는 사회적 역할론이 중요하다. 그러면 청 · 장년 세대가 노인들을 부정적, 비판적으로 보는 시선도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하며, 이 책이 ‘즉 노인이 생각하고, 노인이 고민하고, 노인이 주체가 되는 책’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저자인 오하시 겐지는 이렇게 지적한다. 오로지 노인만을 위한 철학이어서는 안 된다고, 무엇보다 미래 세대의 젊은이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세대 간의 연결. 이것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노년철학’의 궁극적인 목표다.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노인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의 방식과 사회 전체에 연결되어 있다. 즉 노인문제는 언젠가 청장년층의 문제가 되고 나아가 모든 세대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노년철학이 꼭 필요하다.
기나긴 노후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를 고민하는 노인들이 많아진다면 틀림없이 세계는 더 나아질 수 있다. 그리고 그 나아진 세계는 틀림없이 미래 세대가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노년철학 하기>를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 이들이 남은 인생을 충실히 살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목차

<노년철학 하기>를 옮기며

시작하기

Ⅰ. 현대 일본의 노인문제
1. 일본 노인의 사정
2. 노후와 죽음에 대해
3. 여성적인 생사관

Ⅱ.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 기업사회가 가져온 것
1. 전후 일본 사회
2. 회사인간의 불행과 비극
3. 사회봉사로서 삶과 죽음

Ⅲ. 동물신체 · 식물생명
1. 서양 근대의 <독>과 <어둠>
2. 동물과 식물
3. 미키 시게오三木成夫의 <식물생명론>

Ⅳ. 우선 철학하라, 그리고 죽어라 -다시 살고 배우기 위한 인간학-
1. 나이 들어 “가르치다”- 구마자와 반잔熊沢蕃山에서 보는 노년철학
2. <근대>와 노년철학
3. 나이 들어 철학하기

【부록】 삶과 죽음, 천지왕래로서 바쇼의 여행

끝으로

본문중에서

인간이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다.”라고 해버리면 현역인 장년 세대와 꿈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는 젊은 세대의 앞길은 어둠으로 막막해져 버린다. 누구든 나이를 먹고 언젠가 죽게 된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생각이 상식이 되어버린 사회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정말로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인가? 나는 70대, 80대, 90대 노인들이 “우리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 나가는 존재다”라는 마음가짐을 단단히 갖게 되면, 청·장년 세대가 노인들을 부정적, 비판적으로 보는 시선도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노년기에 접어들어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가슴을 죄어오는 것은 “우리의 자손들이 지금보다 더 잘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김 주간은 일본과 한국의 최고 수준의 철학자가 공유하는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생사관을 단호히 거부한다. 하지만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허무주의적 생사관은, 일본에서도 지식인과 유명인들 사이에서 조금은 점잖은 척하는 일종의 주문으로서 대수롭지 않게 유행하고 있다.
(/ p.13)

노인문제, 노인철학의 키워드 중 하나는 ‘고독’이다. 고독은 세계적인 문제이며 전 세대에 공통되는 문제다. 그러나 청소년과 달리 노인의 외로움은 고독사나 고립사와 직결된다. 성인 5명 중 1명이 고독을 실감하고, 75세 이상 노인의 절반 이상이 혼자 산다는 영국은 2018년 1월 <고독담당 장관>을 배치했다. 영국에 거주 중인 저널리스트 고바야시 교코小林恭子에 따르면 영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2016년 시점에서 약 18%이고(국가통계국 조사), 일본은 27.3%(인구 추계)이다. 영국은 30년 후인 2046년에 이 비율이 약 18%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향후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에 영국 정부가 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도 외로움에 대한 대책을 강화하는 이유가 되었다. 인구 약 6,600만 명의 영국에서는 약 1,900만 명의 성인이 고독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런던에 사는 난민의 58%, 75세 이상 3명 중 1명이 고독함을 느낀다. 65세 이상 중에서 360만 명이 “TV가 유일한 친구”라고 응답했다(『요미우리 통신』, 2018년 5월 16일).
고독은 현대사회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고독은 노인에게 한정되지 않지만, 노인의 외로움은 그 심각성이 젊은이 특유의 감상적, 독선적인 고독과는 크게 다르다. 노년기에 더욱 절실해지고 심각해지는 고독과 고립감은 고독사와 고립사와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다. 또한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즉 생사관과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 p.46)

정책적 · 제도적으로도 장수사회와 “인생 100세 시대” 혹은 서구적인 “성숙사회화”에 적합한 현실적인 노인 대책 ·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나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개별 노인의 사적 영역에서는 특히 노년기에 어울리는 삶과 철학이 요구된다. 그 중에서도 나이 든 사람이 일 이외에 순수하게 살아가는 것 자체를 즐기고, 여유를 주체하지 못해 단순히 그냥 “죽음으로 향하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남은 삶을 연소시켜 충실하게 살아가기 위한 방식과 철학은 어떠해야 하는 것인지를 질문해야 한다.
(/ p.94)

한편, 현대 일본 노인 대부분은 일상적인 시간과 긴 노후를 주체하지 못하고 “오늘 할 일이 없다”, “오늘 갈 곳이 없다”, “있을 만한 곳이 없다.”라고 한탄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교육과 교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늘 갈 곳”이 있고, “오늘 볼일이 있는” 것이, 이것이 노인에게 필요하다. 농담이 아니다. 자본가 계급과 부유층의 특권이었던 한가함이 현대 일본의 고령자에게는 “지옥”으로 전락하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참기 어려운 것은 악천후의 연속이 아니라 오히려 구름 없는 날의 연속이다. 스위스 철학자 · 공법학자 카를 힐티가 『행복론』(1891~1991)에서 말한 한가함을 주체하지 못하는, 특히 할 일도 없는 일본의 노인들은 절실한 마음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가함을 주체하지 못하는 노인들을 일본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보는가? 제3회 노년철학국제회의로 가던 중 중부국제공항에서 구입한 보수 성향의 월간지 (2018년 11 · 12월호)에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노인은 행복한 세계를 위협하는 난민”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되었다. 노인은 젊은이의 행복을 위협하는 성가신 존재일 뿐이다. 2018년 11월에 아오모리靑林시 시의회 의원(남성 28살)이 TV에서 사과회견을 했다. 트위터의 익명 계정에 “연금생활하는 할배들 꼴보기 싫다. 평일 관공서 창구에서 욕설을 내뱉고 있는 것은 대체로 할아버지”라고 썼던 것이 비판을 받아서 사과회견을 연 것이다. “연금생활 할배”라는 표현은 젊은이들이 평소 일상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말일까? 그들에게 노인은 골칫거리에 경멸의 대상일 뿐이다.
(/ p.119)

미국에서 온 냉정하고 혹독한 글로벌 자본주의 아래에서 경제원리가 사회를 덮어버렸다. 평생 빈곤 격차 사회, 생애 비혼, 고립사와 무연사회의 불행도 출현했다. 이와 함께 이상할 정도로 깨끗하고 청결한 거리와 사회의 풍요로움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메이지 이래로 서양 근대의 과도한 유입과, 전후에 특히 미국을 추격하는 가운데 필연적으로 발생한, “비즈니스로 맺어진 공동체”에 지나지 않는 일본 사회의 빛과 가난 등은 모두가 선진국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미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현대주의는 인류에게 풍요를 가져다주고 밝은 미래를 열어주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성숙한 현대 문명에서 출현하여 형성된 세계와 사회는 일본인의 정신과 어딘가 근본적인 차원에서 미묘하게 어긋나 있다. 이것이 적지 않은 차질을 빚고 있다.
(/ p.134)

한중일 삼국이 함께 수용한 서양 근대의 <독>은 바닥에서 희미하게 퍼지는 <어둠>이다. 서양 근대의 혜택과 여기에 수반되는 <독>과 <어둠>의 유래를 따라가면 <근대>, 즉 강한 개인을 요구하는 서양 근대가 지닌 두 가지의 특징에 다다르게 된다. 과학 분야를 제외한 서양 근대의 특징은 두 가지, <사회의 경제화>와 <자아의 발견>이다. 사회의 경제화, 즉 경제사회는 생산과 효율, 속도, 풍요로움과 유용성, 합리주의를 기조로 한 대립과 경쟁, 그리고 약육강식을 필연적으로 요구하는 세계이다. 여기에서는 “보다 빨리, 보다 크게, 보다 강하게”와 같이 “보다 더more and more”라고 끊임없이 전진하고 확대해 나가는 것을 원한다. 현재 전 세계를 뒤덮은 신자유주의 세계경제는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p.141)

지구상에 사는 생물은 모두 중력에 영향을 받는다. 식물만이 하늘과 땅 양방향으로 몸을 수직으로 늘리는, 즉 중력의 방향에 순순히 따르는 자세를 유지한다. 인간도 몸을 직립시키는 것으로 중력의 영향을 약하게 함으로써 중력에 반발하는 삶을 영위하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중력의 방향에 솔직한 식물적인 신체를 가졌다. 식물과 인간은 하늘과 땅에 수직인 직립신체에서 중력 방향에 대한 솔직함, 이른바 중력에의 동의라는 신체적인 특징을 갖는다.
식물은 태양과 물의 혜택을 받으며 땅과 밀착하여 음식물 본래의 영양생식을 경영한다. 독립영양, 즉 먹이를 다른 존재에 의존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독립성에서 다른 동물과 다르다. 한편, 동물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몸 축을 대지에 평행하게 유지하여 움직인다. 동물의 감각 · 운동 · 섭식의 형태는 항상 수평 방향으로 이동한다. 이에 반해 식물은 몸의 축을 태양이 빛나는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어머니인 지구에 깊은 뿌리를 내린다. 그 삶과 식생활 행동과 지향, 생장형태는 수직이 기본이다.
(/ p.176)

최근 일본에서는 노년기를 맞이한 유명한 종교인 · 학자 · 작가들에 의해, 노후의 외로움을 권장하는 “혼자 철학”, “한 분”, “극상의 고독”, “고독의 권유”라는 고독을 미화시키고 찬미하는 유형의 책이 출판되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에키켄의 경우도 그렇지만, 그들은 측근들과 책 출판 · 강연이라는 사회적 행위를 통해 일반적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다양한 사회관계를 맺고 있다. 그들은 이 사실을 모르거나 의식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노인의 경우, 외로움은 고립과 자폐로 직결된다. 부질없는 이야기 또는 미화된 고독의 권장과 즐거움을 보통 일반노인으로 가장하여 흉내 낼 뿐이다.
주위에 많은 친구, 지인 · 편집자 · 관계자 · 독자들에게 둘러싸인 그들과 달리, 현실에 등장하는 건 “고독지옥” 이외엔 아무것도 아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결코 “고독”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는 그들이 높은 곳에서 무력한 노인들을 향해 열심히 설교할 뿐이다. “자립”을 지상의 가치라고 믿고 강한 개인을 전제로 하는 의존으로부터의 초월, 자신의 내면세계에 갇히는 자기 미화적, 자아 중심적인 “자기몰입”의 철학에 불과하다.
(/ p.215)

인간 노년기를 어떻게 살다가 죽을 것인가? 반잔의 생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늙어가는 매일이 죽음의 바닥에 가로놓여, 죽음 뒤에도 세대를 위한 더 밝고 좋은 내일을 전망하고,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행복한 미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일에 참여하는 열정을 절대 잃지 않아야 한다. 사회적 실천에 힘쓸 수 없는 내밀한 정신수준에 머물렀다고 해도 정신의 방향성만은 언제나 그렇게 계속될 것이다.” 이것은 동시에 늙어가는 인간이 다음 세대의 젊은이들에게 언어와 몸으로 가르치는 철학이다. 가르치는 특정 대상이 없는 경우에도 이러한 철학을 배우고 · 알고 · 체득한 것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만이 아니라 그 눈빛이나 모습을 통해 보여줄 수 있다.
세계를 선구하는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맞이했으나 기나긴 노후에 혼란스러워 하는 현대 일본의 노인들이지만, 그들의 수척해진 두 어깨에도 국가의 미래라는 무게가 걸려 있다. 나이 듦에도 가볍지 않은 사회적 의미가 담겨있음을 알아야 한다.
(/ p.218)

현대문명 본연의 자세에 대한 의문이나 경고로서 새로운 휴머니즘으로의 길을 열고, 토착적 근대를 생각하는 재료로서 동아시아 세계가 공유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선적으로 질문될 것이다. 동아시아에 사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식물신체 · 식물생명이 그것이다. 오늘날의 세계를 헤겔의 짐승의 종교적 세계, 즉 동물생명, 동물문명의 극단적 지배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내재된 <동물적인 것>과 <식물인 것>의 상호 공존관계를 되찾아야 한다. 양자의 상호주체 · 상호매개 관계 속에서 새로운 휴머니즘을 구상하고 <토착적 근대>를 모색하는 곳에 희망찬 대안과 새로운 문명의 모습, 보다 친밀한 인류 문명의 미래가 열린다고 생각한다.
서양 근대의 혜택을 문화 · 문명과 개개인의 심신에 충분히 받아온 동아시아 세계, 즉 유건휘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부소장이 말하는 동아시아 서양 근대수용공동체는 서양 근대의 <독>의 고통과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다. 기타지마의 토착적 근대론은 동아시아가 계속 맛봐왔고 지금도 계속 맛보고 있는 이 쓴 경험을 출발점으로 한다. 서양 근대를 “초월”하는 새로운 철학은 비서양 근대의 토착적인 것을 모색하는 가운데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닌가?
(/ p.240)

노년기에 해야 할 일은 철학을 배우는 일이다. 그것은 학자를 위한 학문으로서의 철학 공부가 아니다. 처음 소개에서 밝혔던 말을 재차 반복하게 되는데, 직면하는 현실사회를 앞에 두고 <강한 개인>으로 향하기 위해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사춘기의 질문이라면, 노동과 육아에서 해방된 노년기는 <약한 개인>의 자각과 타인의 신세를 진다는 각오로 다시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는 시간이다. 현대 세계를 지배하는 경쟁 · 성장 · 효율화의 <비즈니스 문명> 속에 다시 돌아와서, 아랫세대의 직장, 지위를 뺏을 수밖에 없는 노동 등에서 찾는 게 아니다. 노동은 인간이 활동하고자 하는 선천적 혹은 후천적인 신체적 충동에 유래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노인의 경우에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 철학을 배우고, 경험 지식을 더해 더 잘 살기 위한 지혜를 갈고닦는다. 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인간적 성장을 기대하는 <비즈니스 문명>과는 다른 삶과 가치를 발견하고, 더 좋은 미래 창조에 참여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다시 배우는 것” 또는 “다시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 p.269)

늙은 사람이 입에서 위로 씹어서 넘겨야 할 음식은 부드러운 것이 어울린다. 그러나 두뇌놀림은 반드시 부드러운 것이 효과적이지는 않다. 신문이나 주간지, TV의 와이드쇼나 오락 혹은 인터넷, 통속적인 계발서, 손쉬운 신서, 노인 책과 고독 책, 일본예찬론, 특정국가 · 민족 등에 대한 욕설로 가득 찬 천박한 시국서, 이른바 혐오서적 등은 가독성 · 이해도 · 일상적인 내용과 말투 · 단순함 · 알기 쉬움의 측면에서 대개 부드러운 것에 속한다. 노인들뿐만 아니라 이러한 독자 · 시청자는 앞으로도 계속 정치인들에게 손장난할 것을 권유받게 될 것이다. 이것을 굴욕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두뇌도 부드러워질 것이다.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겪은 나이에 손을 머리 위로 들어서 마구 비틀고 춤추게 되고, 다음 세대의 당찬 자들의 놀림과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고령을 맞이한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표어, 그것은 “입과 위에는 부드러운 것, 두뇌에는 딱딱한 것”이다. 본서는 잡학다식하고 산만해서 조금 부끄럽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일본의 고령자에 대해 딱딱한 것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썼다. 사물을 깊이 생각하는 것, 즉 철학하기 외에는 손장난의 권유나 어린아이 속임수를 피할 방법이 없다. 철학하기를 통해 다시 한번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 이들이 남은 인생을 충실히 살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 p.316)

저자소개

오하시 겐지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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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후쿠시마현 후쿠시마시에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신문기자로 재작하다 나고야 상과대학과 스즈카 의료과학대학 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는 일본 동아시아실학연구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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