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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길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보도자료

정보통신기술(ICTI)이 발전하면서 소셜 네트워크, 앱 등의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노동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그 현상을 가속화시켰다. 현재 국내에서만 50만 명이 이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 또는 ‘주문형 노동’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은 ‘배달의 민족’과 ‘쿠팡’과 같은 배달 앱 또는 배달 기사, 대리운전, 퀵서비스 뿐만 아니라 플랫폼에 창작물을 올리는 웹툰 및 소설작가나 유튜버도 포함된다.
일각에서 플랫폼 노동은 근로자와 기업 모두에 이익이 되는 고용 형태로 각광받는다. 기업은 고용 부담을 줄이고, 노동자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 경제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200여 일 간 플랫폼 노동을 경험한 저자의 기록을 통해 과연 이러한 노동의 형태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윈윈일까?’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이 책에서 쿠팡의 피커맨에서 시작해 배민커넥터와 카카오 대리기사에 이르기까지 플랫폼 노동 현장의 참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직접 체험한 다양한 에피소드와 정교한 삽화는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생생함을 자아낸다. 쿠팡이 왜 ‘택배 사관학교’라고 불리는지, 다른 물류업체보다 정규직 전환율이 높은 이유가 무엇인지, AI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내가 원할 때, 달리고 싶은 만큼만”이라는 배민커넥터 모집 홍보 문구에 이끌려 저자는 쿠팡을 그만두고 배민커넥터라는 새로운 플랫폼 노동을 선택한다. 제 시간에 음식을 배달하고 기뻐하는 고객의 모습에 뿌듯해하고, 서로 간에 동료인지 경쟁자인지 판단이 어려운 커넥터들을 보며 혼란스러워 하고, 빠른 배달을 위해 신호를 무시하고 도로를 질주하는 배달대행 라이더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한다. 배민이라는 핫한 플랫폼 노동에 관한 풍성하고 다채로운 에피소드를 통해 저자는 교훈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자유롭게 일할 수 있지만 수입이 좋지 않은 커넥터를 그만두고 대리운전 기사가 되면서 책의 내용은 또 다른 플랫폼 노동의 세계로 접어든다. 스마트폰에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아, 운전면허증과 플로필 사진을 올리고 심사만 받으면 누구나 카카오 대리기사가 될 수 있다. 이처럼 간단한 절차를 통해 자영업의 세계로 들어온 저자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어떻게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지 현장감 있게 그려낸다.
최근 불어온 ‘N잡’ 열풍으로 배민커넥트, 쿠팡 플렉스, 카카오 대리 등 나이, 성별, 학력을 따지지 않는 플랫폼 노동을 시간을 쪼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로 여긴다. 그러나 저자는 플랫폼 노동자의 증가는 임금 하락을 가져올 수 있으며, 더욱이 로봇의 발전으로 앞으로는 여러 일자리가 없어지기도 하고,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할 것이라 말한다. 이에 따라 기업이 아닌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책에서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현대판 소작민들에 비유한다. 플랫폼 노동이 경제 흐름에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종사자들을 위한 제도 개선과 사회적 지능의 향상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저자의 말처럼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가 오고 있지만, 결국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며 사람들을 위해 할 일이니까. 오늘도 길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플랫폼 노동자들, 저자는 이 책이 그들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달하는 보도자료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추천사

플랫폼 노동이란 표현은 얼핏 세련된 느낌을 자아낸다. 이를 대표하는 기업인 쿠팡, 배달의 민족, 카카오는 데이터 혁신을 통해 시장에 혁명을 일으켰다고 소개된다. 저자는 온통 긍정적인 단어로만 포장된 그 속으로 뛰어들어 ‘사람’이 어떻게 다뤄지는지를 정교하게 관찰한다. 고소득이 가능하다는 허상을 꼬집으면서도, 현대인들이 이 불안한 노동에 왜 매력을 느끼는지를 시대적 배경과 함께 균형감 있게 짚어 낸다. 게다가 가이드 역할까지 훌륭하게 해내기에, 누구든지 이 책을 읽고 현장에 뛰어든다면 당황하지 않고 초보딱지를 뗄 수 있을 것이다.
- 오찬호 / 사회학자, 작가,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의 저자

내가 기억하기로 저자는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다. 그의 그림은 조용했고 사물들은 각기 제 자리가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눈으로 코로나 이후 우리 노동현실에 쑥 들어온 플랫폼 노동과 대리기사 일을 주의깊게 관찰했다. 이 책을 한 장의 그림으로 본다면, 그림은 기이한 조용함을 보여준다. 거의 대화를 할 수도, 인간적 유대를 나누기도 힘든 사람들의 침묵이 자욱하게 깔려 있다. 가끔 상품들 사이를 뛰어다니는 그들의 숨가쁜 호흡이 느껴진다. 일하는 인간들은 제 자리를 찾기 힘든 채 뛰고 또 뛴다. 시간은 곧 돈이다.
우리 시대 갓 태동한 노동 현실에 대한 발 빠른 보고서인 이 책은 특수 노동자들은 특수한 차별을 받고, 특수하게 파편화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하는 사람들이 자존감을 잃지 않고 건강과 행복을 누리는 사회에 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배달을 시키는 사람들, 배달 일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들, 배달 일을 알바삼아 하려는 사람들,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정혜윤 / CBS 라디오 PD, 작가, 《삶을 바꾸는 책읽기》의 저자

목차

프롤로그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보도자료

1장 택배 전성시대의 하루, 쿠팡
1. 나의 첫 번째 플랫폼 노동: 쿠팡 피커맨
2. PDA 로그인, 로그아웃 23
3. 사람이 없는 공장 29
4. 사람들은 어떻게 쿠팡을 쓰는가 32
5. 최저임금 1만 원의 실체 37
6. 누구에겐 꿀맛, 누구에겐 개밥? 43
7. 코로나 시대의 쿠팡 47
8. 끈 떨어진 마스크 신세 52
9. 믿고 쓰는 쿠팡맨 56
10. 배보다 배꼽, 쿠팡 플렉스 61
11. 시장과 슈퍼, 마트가 사라진다 65
12. 개미들을 위한 비가悲歌 69

2장 배달 ON 배달 OFF, 배달의 민족
13. 내가 원할 때, 달리고 싶은 만큼만 78
14. 긴장 속에 마친 첫 배달 80
15. 초짜인 거 티 나요? 87
16. 누가 나의 고객이 되는가 91
17. 사람들은 어떻게 배민을 쓰는가 95
18. 3,000원에 목숨을 건다 101
19. 월 450만 원의 허상 105
20. 안전은 배달하지 않나요? 112
21. 거의 모든 것의 배달 118
22. 배달로봇은 방명록을 쓰지 않겠지 124
23. 생각보다 생각을 잘하는 AI 130
24. 배민은 생계수단이 아니다 137
25. 배민 예비군, 은퇴 인력의 딜레마 143
26. 직접 고용이 아닌 배달 대행으로 몰리는 이유 146
27. 우동 한 그릇으로 배운 길 위의 도 149
28. 그래,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155

3장 당신을 배달해드립니다, 카카오 대리운전
29. 카카오 대리운전에 도전하다 160
30. 시동 걸려 있어요 164
31. 사람들은 어떻게 대리운전을 쓰는가 167
32. 온통 빨간 점투성이 172
33. 겨우겨우 최저임금 175
34. 똥콜 잡는 것도 서러운데 178
35. 기술과 저가 경쟁의 꼬리 물기 181
36. 카카오의 성공과 한계 184
37.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대리기사 노하우 6가지 188
38. 왜 대리운전은 되고 타다는 안 됐을까? 192
39. 우버와 대리, 노동과 사업 사이 196

4장 플랫폼 노동의 빛과 그림자
40. 워라밸과 N잡러, 같은 뿌리 다른 얼굴 204
41. 선생님의 가르침, 1억 종잣돈 211
42. 사라지는 직업의 초상 217
43. 로봇 판사의 시대도 올까? 222
44. 부의 양극화, 인적 자본의 양극화 226
45. 무소속의 설움 231
46. 직장은 신분이다 234
47. 새로운 형태의 연대는 가능할까? 244
48.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묻자 248
49. 수저 계급론과 현대판 소작민들 253
50. 사회적 지능도 똑똑해져야 한다 259
51. 사람이 사람을 위해 하는 일 263

에필로그 배달을 리스펙트! 267
주석 및 참고 자료 272

본문중에서

2019년 우리 사회는 ‘타다 갈등’을 겪었습니다. 한쪽에서는 기술 진보와 소비자 편의성을 옹호하며 규제 타파를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생존권 사수를 결의하며 분신투쟁에까지 나서는 극단적 대립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러다이트 운동’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재현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해법은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그랬습니다. 시대 변화의 큰 흐름에 대한 논의와 방향 제시는 없고, 당장의 이권 조정으로 귀결된 것 같아 답답했습니다. 미디어에서 종종 ‘일일 체험기’ 같은 르포 기사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제 궁금증과 답답함을 풀기에는 부족했습니다. 궁금증과 답답함을 해결하기 위해 2020년 1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배달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배달의민족 커넥터로 음식 배달도 하고, 또 카카오 대리운전도 했습니다. 일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였습니다.
(/ pp.5~6)

물건을 쌓는 요령도 아직은 인공지능이 가르쳐줄 수 없다. 쿠팡에서 취급하는 상품은 실로 다양하다. 2리터짜리 생수 6개 세트, 10킬로그램 쌀 한 포대, 빨래를 담는 라탄 바구니, 24들이 포카리스웨트 한 박스, 6개들이 키친타올, 대용량 간장통에 액체 세제 등등 상품들의 모양과 무게, 부피 등이 모두 제각각이다. 박스로 포장된 상품들은 각만 잘 맞춰서 쌓으면 문제없지만, 쌀 포대나 개 사료와 같이 형태가 복잡한 상품들이 섞이면 조금은 특별한 테트리스 기술이 요구된다.
보통은 무거운 상품을 아래 깔고, 가벼운 상품을 위에 올려야 안정적인 테트리스가 가능한데, 인공지능은 아직 움직이는 동선만 짤 줄 알았지 상품 무게에 따른 적재 순서까지 고려한 동선 파악은 못하는 것 같다. 어떨 때는 앞서 쌓은 상품을 다 내리고 무거운 상품을 아래에 깐 뒤 다시 쌓아야 할 때도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UPH, 즉 시간당 집품 수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네모난 박스로 척척 물건을 쌓아 빠르게 나르면 시간당 140개도 거뜬한데, 이렇게 테트리스 능력이 필요한 난코스를 만나면 UPH가 뚝뚝 떨어져서 70 밑으로 갈 때도 있다.
(/ pp.10~11)

쿠팡맨의 장점은 주5일 근무에 연차 15일이 주어지고, 주간 근무시간도 주 52시간을 넘기지 않으며, 4대 보험을 적용받고, 1년 이상 재직 시 퇴직금이 나오는 등 ‘근로기준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근로자가 근로기준법의 혜택을 받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개인사업자로 활동하는 대부분의 택배기사에게는 어디까지나 ‘남의 일’이다.
급여와 근로조건 등을 감안하면 쿠팡맨은 물류센터 직원보다 더 높은 급여 수준을 보장 받는다. 정규직 채용 기회도 많다. 앞서 언급했듯이 쿠팡맨이 쿠팡의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사실 쿠팡에서 파는 상품들이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대부분 다른 쇼핑몰 어디에서나 살 수 있는 상품들이다. 그렇다면 남들보다 더 많은 종류의 상품을 더 싸게, 더 빨
리 배송하는 방법밖에 없다.
물류센터 공정은 자동화 기술 수준이 빠르게 진척되고 있지만, 배송 공정은 자동화 진척 속도가 느리다. 모든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물류센터와 달리 옥외 배송은 수만 가지 변수와 맞닥뜨려야 한다. 아직은 사람이 필요한 이유다.
(/ pp.58~60)

음식점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자. 라이더를 직접 고용할 경우 월급 250만 원으로 계산하면 배달하는 데 하루 10~12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하루에 30~40건의 배달 주문이 있으면 라이더를 고용해도 된다. 그러나 배달 주문량이 그 밑이면 배달 대행을 쓰는 게 낫다. 배달 음식점이 늘어나면서 경쟁은 치열해지고 하루 배달 주문 30건 채우기가 쉽지 않다. 그 이상 늘어나면 파트타임 라이더를 더 고용해야 한다. 따라서 음식점 입장에서는 배달대행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 시장은 계속 성장 중이다. 기존 쇼핑을 생각해보라. 막히는 길을 뚫고 가서 광활한 마트 주차장을 뱅뱅 돌아 어렵사리 주차를 한 뒤 물건을 한 가득 카트에 싣고 돌아온다. 이번에는 다
시 아파트 주차장을 뱅뱅 돌아 어렵사리 차를 대고 양손 가득 물건을 들어 집까지 날라야 한다. 그런 번거로움 대신 클릭 몇 번이면 집 앞으로 무거운 물부터 티셔츠 한 장까지 가져다주는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지고 있다. 그리고 짜장면, 치킨, 피자를 넘어 쭈꾸미 볶음에 해물찜, 파스타에 떡볶이까지 가져다주는 배달 음식에 익숙해지고 있다. 배달 포장 기술도 점점 진화하
고 있고 배달에 최적화된 음식 레시피도 발달하고 있다.
(/ p.122)

도로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에 가장 먼저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배달’이다. 사람이 타지 않으니 인명 사고에 대한 부담이 적다. 사회적 편익도 있다. 2010년 1월부터 4월 15일까지 117일 동안 교통사고로 숨진 오토바이 운전자가 123명이다(운전자를 구분하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부분 배달 라이더일 것이다). 배달을 하다가 하루에 한 명 꼴로 죽어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배달 라이더들의 일자리는 사라지겠지만 위험하고 힘든, 목숨 걸고 해야 하는 일을 로봇이 대신한다는 ‘명분’을 우리 사회는 결코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건물 안에 갇혀 있는 배달 로봇들이 거리로 나올 날이 분명 올 것이다. 언제이냐가 문제일 뿐.
쿠팡 풀필먼트 서비스 물류센터에서 일하면서 “나는 그저 AI 팔다리일 뿐인가”라는 기분을 느꼈다. 배민의 AI 추천배차를 이용하며 다시 그 생각이 났다. 쿠팡 물류센터처럼 생각은 AI가 하고 나는 자전거 타며 음식 전달하는 AI의 팔다리가 돼 가고 있는 건가? 거기에 하나 더, ‘내가 AI 숙력도 향상을 위해 데이터를 쌓아주고 있구나.’ 더 서글픈 건 AI 추천배차 도입 후 내 배달수입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AI, 이 자식들이 생각보다 생각을 잘한다. 그리고 더 빠르다.
(/ p.136)

그런데 다른 ‘커넥터’와 마주칠 때는 감정이 미묘하다. 이들은 내 경쟁자일까? 배달 주문이 많을 때는 라이더 배정이 안돼 발 동동 구르며 배차 기다리는 식당 주인들이 있다. 이런 분들 생각이 날 때는 다른 커텍터들이 ‘동료’다. 동료라고 생각되면 커넥터가 늘었으면 좋겠다. 양질의 배달이 이뤄져야 배민라이더스에 가입하는 식당도 늘고, 주문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전체 일감도 는다. 그러면 커넥터 수입도 올라간다.
그러나 콜이 없어 배회하고 있을 때 내가 못 받은 콜을 잡아 배달 중인 커넥터를 보면 그저 경쟁자일 뿐이다. 특히 ‘은퇴자’들을 보면 생각이 더 복잡해진다. 저마다의 사정은 제각각이겠지만 이들에게 배달은 남는 시간에 무료함을 달래거나 운동을 하기 위해 나서는 소일거리라면? 이들에게 배민커넥터 수입은 자기 생활비의 ‘플러스알파’이다.
(/ p.143)

신호 위반은 지 목숨 걸고 하는 거라지만, 거리낌 없이 인도로 질주하는 라이더들을 보면 촬영해서 신고하고 싶은 욕구가 불끈 솟는다. 자전거를 타고 배달하는 배민커넥터인데, 배달 가방을 쓰지 않고 핸들을 쥔 손에 피자 박스를 덜렁덜렁 들고 가는 사람을 보고 흥분한 적도 있다. 혹시나 해서 배민앱 리뷰를 찾아보니 역시나 “피자가 다 뭉개져서 왔다”는 항의가 올라와 있다. 누군가 정성을 다해 만들었고, 누군가 주린 배를 움켜쥐고 기다렸던 음식일 것인데, 이런 식으로 취급한단 말인가. 그럼에도 9할은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가끔 진상 고객도 있지만 9할 9푼은 정말 친절한 사람들이다. 요즘은 배달 라이더라고 하대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특히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이런 배달, 배송 일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높아지고 있다.
(/ pp.155~156)

간간이 콜이 떴지만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그렇게 30분이 흘러 9시가 됐다. 8시부터 일을 시작해 9,600원짜리 한 건을 했으니, 내 수입은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했을 때 1만 9,200원에서 9,600원으로 반토막 난 셈이다. 대리기사는 사실상 자영업자다. 그 누구도 그들의 대기 기간에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갑자기 회사 다니던 시절이 생각났다. 외부 필자의 원고가 들어올 때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3시간을 기다렸다고 해서 3시간만큼 임금을 깍지는 않는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할 때도 주문이 없어서 15분 정도 쉬었다고 해서(물론 그런 일은 없지만) 15분만큼 임금을 깍지는 않는다. (중략)
그러나 대리기사와 같이 ‘건당’ 수수료가 지급되는 방식에서 대기 시간은 고스란히 대리기사의 비용이다. 그래서 대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마치 지갑에서 지폐가 한두 장 씩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어떤 대리기사는 “대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멘탈이 무너진다”고 한다. 내 멘탈도 무너질 무렵 새로운 콜이 떴다.
(/ pp.173~174)

대리운전 시장의 진입장벽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계속 낮아졌다. 2000년대 들어 핸드폰이 PDA로 진화하는가 싶더니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결정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지리를 잘 몰라도 스마트폰의 네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으로 전국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었다. 대리기사가 되기 위해 다소 부담스러운 면접을 거칠 필요도 없다. 은행에서 비대면 계좌 개설을 하듯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간단한 등록과 인증 절차만 거치면 누구든 대리기사가 될 수 있다.
허리 높이로 낮아진 대리기사 진입장벽이 카카오가 들어오면서 무릎 높이로 낮아졌다. 카카오는 2016년 대리운전 시장에 뛰어들었다. 카카오가 대리운전 중개업을 한다고 했을 대 대리운전 중개업체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소비자들은 대리운전 중개업체들 편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카카오를 반겼다. 대리운전 중개업체들은 카카오에 가입한 대리기사들을 자기들 프로그램에서 추장하는 방식으로 저항했지만 카카오를 막지는 못했다.
(/ pp.182~183)

다섯째, ‘탈출’에 대한 정보를 꿰차고 있어야 한다. 어디를 가면 다시 콜을 잡을 확률이 높고, 어디를 가면 심야버스가 다니고, 어디를 가면 대리회사 셔틀이 다니고, 어디를 가면 택시 합승이 가능하고, 어디를 가면 시내버스 막차가 몇 시고, 어디를 가면 시내버스 첫차가 몇 시인지 등을 알고 있으면 콜을 잡을 때 훨씬 수월하다. 콜이 뜨는 순간 동선을 그릴 수 있어야 똥콜을 잡을 확률도 떨어진다.
여섯째, 콜이 잘 잡히는 지역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강남역, 홍대, 종로, 신림 등 ‘콜이 많은 지역’이 무조건 좋은 지역이 아니다. 그만큼 진을 치고 있는 대리기사도 많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 p.190)

최근 플랫폼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활발해지고 있는 N잡 분야가 배달이다. 음식점과 B마트 배달을 하는 배민커넥터, 자기 차로 택배를 하는 쿠팡 플렉스가 시장에 뿌리를 내렸다. 유사한 서비스 플랫폼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중략)...사람들은 언제든지 ‘N잡러’가 될 각오가 돼 있고, ‘N잡러’를 활용한 비즈니스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마치 법정 스님의 ‘무소유’에 매료된 듯 ‘워라밸’, ‘미니멀 라이프’, ‘소확행’을 외치던 사람들이 갑자기 돈독에라도 오른 것일까? 아니다. ‘워라밸’과 ‘N잡러’는 반대되는 개념 같지만 사실은 뿌리가 같다. 점점 궁핍해지는 삶을 개선시키려는 몸부림인 것이다. 워라밸 해봤더니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삶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현타’가 왔다. 미니멀 라이프를 즐겨보려 했으나 갖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내가 살 수 있는데 안 사는 것과 살 수 없어 못 사는 것의 차이가 어떤 건지 느끼게 됐다. 소확행이라고 하는데 소소한 건 그냥 소소한 것일 뿐이다. 그러면 차라리 아등바등 돈 한 번 제대로 벌어보자는 것이다
(/ p.209)

공동체의 관점에서 보면 플랫폼 노동은 회사 공동체를 약화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붕괴 수준으로 내몰고 있다. 전국에 배달 노동자만 8~10만 명이라고 하는데 ‘라이더 유니온’의 조합원은 몇 백 명 정도다. 대리기사는 30만 명 정도인데 대리운전노동조합 조합원 수는 몇 천 명 수준이다. 이밖에 다양한 ‘특수고용노동자’ 직종 노동조합이 활동 중이지만 조합원 수 규모로만 보면 직종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
플랫폼 노동업무의 특성상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지 않기 때문에 소통을 할 기회도 없을뿐더러 유대감 형성도 어렵다. 무엇보다 ‘건당 수수료’를 받는 입장에서 같은 직종 종사자는 ‘동료’라기보다는 ‘경쟁자’에 가깝다. 게다가 배달 라이더나 대리운전 기사를 자신의 ‘평생 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드물다. ‘회사’의 시대를 거치면서 노조 역시 회사 중심으로 조직이 발전해왔다. 플랫폼 노동 시대에는 노조라는 틀이 아닌 플랫폼에 맞서는 새로운 형태의 연대 플랫폼이 필요하다. 플랫폼 노동자 모두 흩어져 있지만 공유할 수 있는 이해관계는 충분하다.
(/ p.245)

하루는 해가 쨍할 때 나가는 바람에 우비를 챙겨 나가지 않았는데 장대 같은 소나기가 마구 쏟아졌다. 이미 받은 콜이라 취소할 수도 없었고, 언제 그칠지도 모르는데 비를 피하고 있을 수도 없었다. 장대비를 뚫고 배달을 진행했다. 어느 아파트 5층이었다. “집 앞에 두고 벨 눌러주세요”라는 비대면 요청이기에 음식을 문 앞에 두고 벨을 누른 뒤 계단으로 내려가려던 찰나 ‘띠리릭’ 하고 문이 열렸다. 여성분이 맨발로 허겁지겁 뛰어나오더니 “비 오는데 배달시켜서 죄송해요”라며 ‘비타 500’ 한 병을 손에 쥐어주었다. 순간 눈물이 핑~ 돌 뻔. 나도 우리 집 냉장고에 비타500이나 박카스 같은 걸 준비해둬야겠다.
아무리 비대면이니 인공지능이니 로봇이니 해도 결국은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들을 위해 하는 일이다.
(/ pp.265~266)

대다수의 대리기사와 라이더와 택배기사들은 묵묵히 자기의 일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사는 5,200만 명의 사람들 중에 음식 배달과 택배 한 번 쓰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비율은 배달이나 택배보다야 덜하겠지만 음주운전을 줄이고 자영업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회적, 산업적 순기능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업종 종사자들은 이 질문에 숨이 턱 막히고 만다. “직업이 뭡니까?”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직업적 숙련도가 쌓이고 실력이 좋아져도 대중은 그저 이들을 ‘알바’ 취급하고 말 뿐이다.
래퍼 쌈디가 읊조리는 유명한 광고 카피라이트가 떠오른다. “왜 알바를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서? 그럼 다들 해보세요. 알바를 RESPECT!”
무엇이든 배달하는 세상. 우리는 배달을 우리 삶에 필수적인 영역이자 전문적인 직업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모든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 pp.271~272)

스페셜 책소개

‘플랫폼 노동’ 시대, 인간다운 삶과 노동의 가치를 생각한다
사회비평을 하는 미디어 매체의 편집장이었던 저자는, 뜻한 바가 있어 회사를 그만두고 직접 현장을 체험하기 위해 배달과 물류센터, 대리운전 등 이른바 ‘플랫폼 노동’ 현장에 뛰어들었다. 저자가 200여 일에 걸쳐 체험한 플랫폼 노동 현장의 다양한 에피소드와 직접 그린 정교한 삽화는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생생함을 자아낸다. 저자는 플랫폼 노동의 현실이 어떠한지, 노동자에게 플랫폼 노동은 어떠한 의미인지, 왜 플랫폼 노동에 많은 사람들이 뛰어들고 있는지 관찰하고 분석한다. 또한 쿠팡, 배민, 카카오대리와 타다로 대표되는 IT 기술 기반의 새로운 플랫폼 경제 속에서 기업과 노동자의 역할을 면밀히 들여다보며 개선되어야 할 지점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사회비판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이 책에는 따뜻함과 유머가 가득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긍정적인 태도와 인간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 읽다 보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또한 체험한 사람만이 그려낼 수 있는 정교한 묘사와 현장에서 얻어낸 통찰은 읽는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추천한 이의 말처럼 우리 시대에 태동한 노동 현실에 대한 발 빠른 보고서이자 현장에 뛰어들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좋은 가이드이다.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2002년부터 2014년까지 〈프레시안〉에서 기자로 일했다. 기자로 일하면서 2003년 노조에 대한 손배가압류, 화물연대 파업, 비정규직 갈등, 새만금 간척사업,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 사회갈등 현장을 취재했다. 평소 연암 박지원의 삶을 동경해오다 “21세기 ‘열하일기’를 쓰겠다”는 각오로 2014년 회사를 그만둔 뒤 아내와 함께 1년 2개월 동안 세계일주를 했다. 2015년 여행에서 돌아온 뒤 〈이야기경영연구소〉 편집장을 맡아 우리나라 구석구석 숨어 있는 보물 같은 이야기를 발굴하고 알리는 일을 했다. 2019년에는 〈피렌체의 식탁〉 편집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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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2002년부터 2014년까지 〈프레시안〉에서 기자로 일했다. 기자로 일하면서 2003년 노조에 대한 손배가압류, 화물연대 파업, 비정규직 갈등, 새만금 간척사업,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 사회갈등 현장을 취재했다. 평소 연암 박지원의 삶을 동경해오다 “21세기 ‘열하일기’를 쓰겠다”는 각오로 2014년 회사를 그만둔 뒤 아내와 함께 1년 2개월 동안 세계일주를 했다. 2015년 여행에서 돌아온 뒤 〈이야기경영연구소〉 편집장을 맡아 우리나라 구석구석 숨어 있는 보물 같은 이야기를 발굴하고 알리는 일을 했다. 2019년에는 〈피렌체의 식탁〉 편집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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