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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가는 포차 : 박해성 시집[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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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박해성
  • 출판사 : 지혜
  • 발행 : 2020년 11월 20일
  • 쪽수 : 16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5728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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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가방 위에 그려진 소녀가 윙크를 한다/ 한손으로 하늘 높이 흔들고 있는 핑크색 모자 위로는 / 파란 글자들이 곡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I am a girl’// 나는 핑크모자가 없어 저 하늘을 날아 본 적 없는 걸/ 엄마야 누나야 강남 살자 졸라 본 적도 없는 걸/ 뱅뱅 우물 안에서 허우적대다가 솔잎이나 갉아 먹다가/ 불휘 기픈 나무 그늘 애국가를 4절까지 외우던 걸/ 어미의 머리채를 잡고 북처럼 두드리는 아비 앞에/ 언젠가는 면도날을 씹어 뱉으리라 벼르던 걸,/ 폼 나게 풍선껌을 부풀리며 야반도주를 꿈꾸던 걸//이번 정거장에서 가방은 내렸다, 흔들리는 시내버스 안/ 차창에 비친 산전수전이 불쑥 묻는다 - Are you a girl?/ 느닷없는 질문에 쩔쩔매는 걸 - I’m fine, and you?/ 우문우답이 무안해 시간의 뒷골목으로 달아나는 걸,// 네 생일인데… 얘야 도시락에 달걀프라이를 싸줄까,/ 씨암탉으로 키워서 참외밭을 사자구요, 없는 건 많고/ 있는 건 없는 열일곱 살이 잘근잘근 손톱을 깨문다/ 달걀프라이만한 달이 뜬 하늘 아래 사춘기가 훌쩍인다// 스톱 스토오옵 내려요, 창가에 달린 빨간 벨을 꾸욱 누른다/ 울컥, 버스가 선다 하마터면 한 정거장 더 갈 뻔한 걸,
―「 I am a girl.」, 전문

시집을 펼치면 나타나는 첫 작품으로 이 시집의 방향성과 특성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적 구도는 매우 단순해서 시내버스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는 도중에 가방에 그려진 소녀의 윙크하는 모습을 보고, 소녀시절이었던 자신의 사춘기를 회상하는 구도이다. 물론 그 사춘기 시절이란 풍족하거나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빈곤과 결핍에 허덕이고, 소외와 폭력이 난무하는 곳에서 일탈과 엑소더스를 꿈꾸던 시절, 그 아득하고 아련한 추억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이처럼 갑자기 현실을 벗어나 소녀 시절을 꿈꾸던 시적 주체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자신이 뜬금없이 사춘기 시절을 회상하는 모습이 엉뚱하고 유치하게 보이는 자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 결핍과 소외, 부조리로 가득 찼던 유년의 시절은 매우 끈질기게 시적 주체의 상념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데, 그리하여 그녀는 버스 정거장을 지나칠 듯한 위기를 겪기도 한다.
과거의 사건들을 회상하는 기제로서 반복되는 ‘걸’이라는 음운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걸’이라는 기표는 걸(girl)을 의미하면서 사춘기 시절의 유년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했던 것을’의 준말로서 과거의 특정한 사건들을 환기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하여 이 시는 걸(girl) 시절에 경험했던 다양한 ‘것을(event)' 현실적 공간으로 가져옴으로써 지루하고 권태로운 현실의 공간에 생동감을 부여하며 역동적인 정동이 파동치는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결핍과 빈곤, 그리고 소외와 폭력으로 점철되었던 유년시절의 추억이 현실에 생동감을 부여하게된 것은 시간의 힘일 것이다. 시간은 거칠고 폭력적인 과거의 경험을 순화하고 정화하여 독특한 아우라(Aura)를 부여한다.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혼재하는 현실은 다소 혼란스러울 수는 있어도 그것은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상황을 돌파하는 기제로 작동하게 된다.
이처럼 과거의 시간을 현재에 복원함으로써 단조로운 현실을 갱신하는 이러한 시도는 이 시집에 곳곳에 편재하고 있다. 물론 과거의 시간이란 반드시 실제로 발생했던 경험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상상적 구성물 또한 그것의 내용물을 이루기도 한다. 「곰탕이 끓는 동안」에서는 곰탕이 끓는 시간 동안 상상속의 “그이”가 “새로운 행성에서/계율을 어기고 마고할미와 불륜에 빠졌다”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 「우주로 가는 포차」에서는 “방파제를 바라보며 엉거주춤 주저앉은 포장마차”를 보면서 스무 살 청춘 시절에 있었던 사랑하던 사람과의 이별 장면이라든가 그 시절 빠져있었던 “랭보”라든가 “체 게바라”에 대한 열정을 떠올리기도 한다. 또한 「파이」라는 시에서는 신문의 사회면 기사를 읽다가 몽상에 빠져들어 녹아내리는 듯이 축 늘어진 “달리의 시계”를 연상하다가 이어서 보르헤스의 「존 윌킨스의 분석적 언어」라는 작품을 패러디하여 “황제에게 꼬리치는 것, 뱀피구두를 신은 것, 훈련 된 것,/ 다족류, 발광하는 것들, 말할 수 없는 것, 방금 막/신을 버린 것, 들여다보면 구더기처럼 꿈틀거리는 것들,/백과사전에도 없는 것, 토마스 핀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거북이족, 천둥벌거숭이, 데스페라도 기타* 등등”이라는 낯설고 기괴하고 연상작용에 빠져들기도 한다.
시인이 수시로 어떤 사물이나 상황에 촉발되거나, 어떤 사건이나 장소와 연관되어 있는 과거의 생생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회상하거나 독특하고 기괴한 몽상에 빠져드는 것은 지루하고 자질구레한 현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찮고 보잘 것 없는 일상의 자잘한 시간에 낯설고 의미 있는 사건이라든가 이미지를 끌어들여 와서 그것을 새롭게 갱신하고 싶은 욕구 때문인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 기제를 잘 보여주는 것이 다음 작품이다.

가을꽃축제가 흐드러진 이곳은 쓰레기 매립장이었다// 먼지와 악취, 연기가 다스리는 부패의 왕국/누가 잃어버렸거나 누가 버린 것들이 불귀 불귀/ 제 뼈와 살을 다 바쳐 번제를 지내는 곳// 코스모스가 일렁인다, 살려줘 살려줘 응애응애/ 야아옹 우우우우 사라진 것들이 이명처럼 맴돈다/ 피 묻은 청바지, 꺾어진 붓, 시든 장미, 깨진 장난감,/ 봉투도 뜯지 않은 시집, 콘돔, 생선 대가리, / 누군가의 손가락, 팔, 다리, 누가 끌안고 살던 꿈, 노래…/ 여기는 드림파크 망각의 유토피아,/ 샛노란 아기해바라기들이 까르르 까르르 / 목젖이 다 보이도록 깔깔거린다// 꽃투성이 코끼리가 성큼 카메라 속으로 들어선다/ 몸이 온통 꽃밭이니 고통조차 환하구나, 나 혼자 중얼중얼/ 앵글을 돌리니 곧 승천할 듯 꼬리를 곧추 세운/ 거대한 용이 포효한다, 작은 사슴뿔에 비늘 대신 꿈틀꿈틀/ 황금빛 국화가 용틀임인데 세상에, 여의주가 너무 크다/ - 저걸 물고 어찌 날아가누? 저러다 추락해/ 이무기로 사는 건 아닐까 몰라 별걱정을 다 하다가// 그래, 여기는 드림파크, 꿈이 꿈을 꿈꿔도 좋은 꿈의 천국/ - knock knock knockin' on Heaven's door*/ 나는 벤치에 앉아 발장단을 치며 사과 한입 베어문다/
―「드림파크」, 전문

서울의 하늘공원과 마찬가지로 생활과 건축 쓰레기를 매립하여 이루어진 인천의 드림파크는 도시적 일상을 영위하는 현대인의 삶의 양식을 대변해준다. 이 시의 세 번째 연에서 언급되고 있는 잡동사니들, 즉 “피 묻은 청바지, 꺾어진 붓, 시든 장미, 깨진 장난감, 봉투도 뜯지 않은 시집, 콘돔, 생선 대가리” 등등의 자질구레한 사물들이 현대인들의 삶을 대변해주는 것이다. 그것은 지극히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사물들이 함축하고 있는 것과 같은 평범하고 진부한 삶의 양식인 것이다.
시인은 이처럼 일상의 사물들이 지배하는 현대인들의 삶의 양식에 대해서 “먼지와 악취, 연기가 다스리는 부패의 왕국”이라고 정확히 진단하면서도 그것을 재해석하여 “제 뼈와 살을 다 바쳐 번제를 지내는 곳”이라고 하면서 제의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만다. 쓰레기더미로 이루어진 드림파크, 혹은 현대인의 삶의 공간이 제의의 제단이 되자 그것은 어떤 성스러움을 지닌 영역이 되면서 세속적이고 진부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게 된다. ‘드림파크’라는 기표가 공허한 기표가 아니라 적절한 기의를 내포한 것으로 바뀌면서 “꿈이 꿈을 꿔도 좋은 꿈의 천국”으로 변하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카메라를 들어대자 드림파크는 환상의 공간으로 변하기도 한다. 곧 “승천할 듯 꼬리를 곧추 세운/ 거대한 용이 포효”하는 상상속의 공간으로 변하기도 하고, “황금빛 국화가 용틀임”을 하는 역동적이고 찬란한 “유토피아”와 같은 공간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적 주체는 쓰레기 매집장인 이곳이 곧 “망각의 유토피아”이며 “꿈의 천국”이라고 명명하며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상상을 한다. 쓰레기 매립장이 곧 꿈의 천국이고, 유토피아라는 것은 곧 자질구레한 일상이 곧 드림파크일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즉 잡다한 욕망과 사건으로 얼룩진 일상의 공간에서 잊어버린 유토피아를 발견하고 꿈의 천국을 찾아내는 셈인데, 이러한 구도는 시인이 시적 세계에 내재되어 있는 비루한 현실과 신비한 꿈의 세계, 혹은 진부한 일상과 특별한 과거라는 이원적 대위법이라는 시적 발상과 시적 구도를 표상해준다.
아마도 이와 같은 이러한 대립적 구도를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장면은 10편의 연작으로 이루어진 「마포」라는 작품들일 것이다. 시인의 과거 유년기와 사춘기의 추억을 담고 있는 듯한 마포라는 공간의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이 작품들은 시인 백석의 「여우난골족」 등의 작품들이 구축한 우리 민족의 원형적 삶의 모습은 아니더라도 문명에 때 묻지 않고 자연과 운명, 그리고 관습과 천성에 따라서 살아갔던 과거의 전근대적 삶의 방식을 고스란히 복원하고 있다. 시인이 그려내는 “마포”에는 “곰보다 힘이 센 사내”(「마포1」)가 등장하여 욕망이 시키는 대로 노름판과 화류계에 빠져 시간을 탕진하는 삶이 있고, 이복 자매의 따스한 공감의 세계(「마포4」)가 있으며, 양공주 언니를 둔 끝순네(「마포6」)의 안타까운 배고픈 시절이 숨어 있기도 하다. 또한 엄마가 텍사스 골목에서 술장사를 했던 사내아이와 열병과 같은 첫사랑을 앓았던 시인의 “열 세 살 초가을”(「마포7」)이 있으며, “동춘 서커스”단의 단원이었던 “눈빛 맑은 청년”(「마포8」)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을 한 소녀가 살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밤톨만한 한강의 섬에 살던 젊은 어부와 딸을 낳은 열여덟 살의 달래(「마포9」)가 살고 있었는데, 어부는 홍수에 떠 내래가 실종되고, 달래는 반미치광이의 무당이 되어 다시 마포를 찾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마포 연작의 성격과 특징을 잘 드러낸 작품은 「마포10」이라고 할 수 있다.

목차

시인의 말 5

1부

I am a girl. 12
대화 14
C와 C 사이 16
바나나바닐라닐바나닐리리날라리니나노 17
좀머 씨는 행복하다 19
TV와 함께 치맥을 21
쓰다 22
이건 루이지애나 목화밭 이야기가 아니예요 24
불광 혹은 발광 너머 26
하이앵글로 28
두물머리 30
달방 있습니다 32
굳애프터눈 1 34
굳애프터눈 2 36
파이 38

2부

우루무치에서 석양까지 달려 42
우주로 가는 포차 44
모하비 46
드림파크 48
뻥튀기를 위한 일리아드 50
미추홀은 안녕해요 52
맘마미아 54
배꼽에 관한 단상 56
생쥐나라의 엘리스 58
곰탕이 끓는 동안 60
Happy death day! 62
살구나무 장롱에 기대어 ―이경림 시인께 64
금연일지 66
갯메꽃 68

3부

찰칵, 착각, 72
회색 말이 있는 풍경 73
마포 1 74
마포 2 76
마포 3 77
마포 4 79
마포 5 81
마포 6 83
마포 7 85
마포 8 87
마포 9 89
마포 10 91
마포, 그후 93
시가 되는 저녁 95

4부

로드무비 1 98
로드무비 2 100
율도국에 갈 때는 상비약이나 보험을 챙기세요 102
꽃멀미 103
무릉도원행 105
앙카라 강가에서 107
투루판 가는 길 108
몸살감기를 모시고 110
새는 사라지고 하늘은 텅 비었고 112
거기 벽이 있소 114
서쪽으로, 서쪽으로 115
겨울물총새 116
토요일 117
보르헤스 식으로 119

해설‘그때-거기’를 위한 노래,
혹은 새로운 현실로서의 신화적 세계황치복 122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박해성 시인은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시조부문)로 등단했으며, 2012년 천강문학상 시조부문 대상 수상, 2015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 2016년 올해의 좋은 시조집 선정, 2016년 세종우수도서로 선정된 바가 있다. 시집으로는 『비빔밥에 관한 미시적 계보』,『루머처럼, 유머처럼』, 『판타지아, 발해』(2019년 문학나눔 우수도서선정) 등이 있으며, 현재는 자유시와 시조를 쓰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박해성 시인의 『우주로 가는 포차』는 과거와 환상의 내용물을 중첩시키기, 사이버 공간과 현실의 공존을 통한 대비효과를 증폭시키기, 현실의 특정한 국면을 선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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