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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륭의 시는 말의 길, 길에 이르는 경로徑路가 아닌 다양한 해찰의 방식으로서 자신을 드러낸다. 그것은 매우 자주 말을 넘나드는 유희의 방식으로, 때때로 말의 길과 무관해 보이는 엉뚱한 문장들로, 그리고 결합할 수 없는 언어의 배합과 무심無心해 보이는 표현들로서 나타나지만, 여전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닿을 수 없음, 그 미달未達과 결락缺落을 형상한다. 하여 김륭의 시는 정서적 자질로는 넘치도록 서정적이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에서는 실험적인 것처럼 보인다.

김문주(평론가·영남대 교수)
단도직입적으로, 김륭의 모든 시는 욕망의 시, 사랑의 시, 아니 사랑의 폐허, 그 텅 빈 어둠에 관한 詩이다. 이 오래되고 낡은 문학의 테마, 아니 우리 삶의 종결될 수 없는 그 유구한 구멍을 들여다보는 그의 시들 앞에서, 우리는 다시 망연자실茫然自失해진다. 시인이 상대하는 이 식상食傷한 통속의 주제들은 그 깊이의 도저함으로 인해 또다시 간절해지는 것인데, 생각해보면 수일秀逸한 문학 중에 삼류와 다투지 않는 작품이 있었던가. 김륭 시의 말은 그 도저到底한 어둠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으로서의 언어이다. 그의 시에 따라다니는 난해함의 혐의는, 시의 말들이란 때때로 존재를 현 현顯現하는 증상임을 기억함으로써 해소되어야 한다. 입은 먹는 기능으로서가 아닌 입술에 대한 감각 경험으로서 존재에게 더 깊이 기억되는 법이니까.
김륭의 시는 말의 길, 길에 이르는 경로徑路가 아닌 다양한 해찰의 방식으로서 자신을 드러낸다. 그것은 매우 자주 말을 넘나드는 유희의 방식으로, 때때로 말의 길과 무관해 보이는 엉뚱한 문장들로, 그리고 결합할 수 없는 언어의 배합과 무심無心해 보이는 표현들로서 나타나지만, 여전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닿을 수 없음, 그 미달未達과 결락缺落을 형상한다. 하여 김륭의 시는 정서적 자질로는 넘치도록 서정적이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에서는 실험적인 것처럼 보인다.

1부 하쿠나 마타타

언제나 언젠가 13
부리가 샛노란 말똥가리 두어 마리 데리고 14
하쿠나 마타타 16
던니스(doneness) 19
검은 기린 20
바람이 나비를 지우려 할 때 22
너구리 식당 24
개는 모름 26
바다가 토미한테 오지 않으니 토미가 바다로 가는 거로군, 어떻습니까? 28
복숭아나무에게 잔뜩 화가 난 복숭아의 腦 30
장마 33

2부 집에 두고 온 복숭아를 보러 가던 여자가 말했다,
꼭 같이 보러 가요

영원 37
봉투 같은 걸 들고 38
두부 40
설탕과 밤 42
버팔로 44
흰 꿩 46
생강나무는 꽃을 꺼내는데 48
속눈썹 50
집에 두고 온 복숭아를 보러 가던 여자가 말했다, 꼭 같이 보러 가요 51
다크서클 54

3부 뱀이나 좀 고쳐줄래?

침묵과 한숨 59
뱀이나 좀 고쳐줄래? 62
오늘 하루는 조금만 더 아름답게 죽으면 안 될까요 65
노랑가오리 66
망치와 못 68
하울링 70
그리웠다 72
손바닥으로 할 수 있는 최초의 말 74
검정색으로 그린 눈사람 75
머랭 76
아침에 또 울었어 78

4부 눈사람처럼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한여름이라도 만나야한다고 생각했다

얼굴의 나머지 부분 83
공부 84
돼지서문 85
곰이 눈사람과 싸운다고 생각해보자 86
옹심이 88
백년 후 89
함구 90
떨림 92
하품 94
부고 95
Shallow 96
눈사람처럼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한여름이라도 만나야한다고 생각했다 98

5부 검은색입니다 당신만 보입니다

저녁햇살 103
조율 104
껌과 섬 106
검은색입니다 당신만 보입니다 108
참게 111
달비명 114
까마귀와 백로 사이에 116
홍어 118
물꽁 120
잠시 다녀옴 122
화장실은 원래 2층인데, 화장실은 2층으로 올라가라는
카페에 가면 기분이 좀 그렇죠? 그렇지 않습니까 124
머리말 126
폐허 128

해설 - 金文柱(문학평론가·영남대 교수) 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