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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법의학 대부 문국진 박사의 예술작품의 법의학적 해석 완결판!

저자는 지식의 사회 환원의 일환으로 예술과 법의학을 접목 시켰다. 의학은 전문가만이 다룰 수 있는 어려운 학문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만이 아니라 권리도 다루는 법의학이 있기 때문에 근래에 와서 거의 모든 학문 특히 윤리와 법, 첨단과학, 예술, 역사, 문화와 사회 등의 학문과 관련지어 융합과학의 눈으로 바라봐야 하게 되었다.

그래서 저자는 예술과 의학 특히 법의학을 접목시키는 소위 통섭과학(consilience science)을 시도하게 되었다. 저자는 예술인이나 문인들 중에 사인을 모르거나 사인이 혼동돼 있는 경우, 문헌이나 작품에 남아 있으면 그것을 근거로 사인을 구명하는 작업을 하여 혼동되었던 사인을 구명하고 바로잡는 일을 하는 한편, 예술 작품이나 저서에 내재되거나 암시되어 가려내거나 이해하지 못했던 의학 내지는 법의학적 의미를 찾아내 해석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 책 ‘문예작품의 한(恨)풀이’에서 한(恨)이란 지난날에 있었던 억울하고 분한 부정적인 감정경험으로 지난 과거의 일이니 운명으로 돌려 생각하고 체념하며 잊고 지내는 한국문화의 독득한 감정표현의 용어이다. 이러한 용어를 사용한 것은 문예작품 중에 작가의 의도에 의한 것이고 부지중에 한을 풀지 못해 내재되어 있다고 판단되는 작품들을 골라서 이를 법의학의 관점으로 풀어 보았다.

제1부 작품 내 인권침해 찾아내는 법의탐적학

1. 그림을 통해 본 배심원제 재판의 모순
2. 예(藝)적 표현의 씨앗이 되건한 마음의 병
3. 역사상 최초의 미필적 고의
4. 밧세바의 임신은 ‘인식이 있는 과실’
5. 다윗 왕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6. 가스실에서 억울하게 사라진 화가
7.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그리스 신화
8. 무고죄를 증명한 지혜
9. 예술에 대한 화가의 철학과 사명감
10. 화가의 병적표현이 뇌기능연구에 기여한 작품들

제2부 어려운문제의 답을 내포한 작품의 해설

1 신의 계시를 받은 사람들과 그 사연
2 질투의 고민, 심술로 풀리나
3 못으로 내통(耐痛)하는 은키시(nkisi)
4 여성 몸의 기능변화와 ‘마미 브레인’의 신비성
5 죽음의 내움이 전하는 memento mori
6 병발작의 문학적 표현으로 의료계에도 기여한 작가
7 죽음 그 너머, 사람이 죽을 때 보이는 것
8 건강이라는 이름의 병
9 청결과 면역. 스트레스와 질병 발생
10 모든 것의 종말, 수평해지는 것 자연의 진리

제3부 수수께끼그림의 법의학적 해설

1 작품에 보이지 않는 모나리자의 진짜 비밀
2 그림속에서도 찾아낼 수 있는 유전자
3 표정의 천하통일 무념무상(無念無想)
4 노출성 강간과 공포 배란
5 탈에서 찾는 인간표정의 원류
6 여자일생의 얼굴 표정작품
7 두개골의 문화적 개념과 미술작품
8 겉볼안, 안행일치(顔行 一致)의 작품 감상
9 아내와 같은 모습에 심취한 화가
10 치매의 고통과 불가 강 뱃사람의 유전자

제4부 태모교류와 예술 감각의 신비

1 태아감각의 감지능력의 신비는 지상낙원
2 아기의 뛰어난 냄새감지기능의 놀라움
3 태아와 어머니의 신비한 영감(靈感)교류의 본체
4 3대거장의 모자관계와 그 작품의 공통성 경향
5 어머니의 모습을 잠입(潛入)시킨 사모(思母)작품
6 동성애로 변하게 된 그립던 모성애
7 모성애로 탄생된 음악신동
8 탈 모성애가 분출시킨 명화
9 예술 감상과 스탕달 (Stendhal) 증후 군
10 후각의 놀라운 기능을 알았던 화가의 작품

예(藝)적 표현의 씨앗이 되건한 마음의 병
- 화가 바로가 빚어낸 광기, 공포, 그리움 -

행복한 사람은 예술가로서의 진가를 발휘할 수 없다는 고어가 있다. 평상시에는 느낄 수 없는 작품에 대한 무서운 심취가 좌절과 허무, 두려움과 결핍을 느낄 때 생기게 되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심적 고통을 겪고 난 뒤에 거의 본능적으로 제작한 미술과 음악, 문학 등의 문예작품은 평시에는 연결될 수 없는 영혼과의 직접적인 대화로 신비의 예술성을 느끼게 돼 이를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쉬운 말로는 삶을 통해 불행과 고통을 겪어본 사람만이 인생과 세상사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고 존재에 대해 고뇌하게 되기 때문에 그 결과로 탄생되는 것이 초현실주의 문예작품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생산한 작가들의 작품을 법의학적 인권개념으로 분석해 보면 그러한 예술가들의 삶은 때로는 광기와 불안으로 점철되면서 기묘한 상상력과 구성, 채색
등으로 그들만의 정신세계를 온전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예의 화가로 보여지는 스페인의 여류화가 레메디오스 바로(Remedios Varo, 1908-1963)의 삶의 궤적을 통해 그녀의 어려서부터의 경험이 어떻게 작품으로 탄생 되였는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바로
바로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태어났다. 수력공학 기술자인 아버지는 어린 바로를 데리고 스페인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북부까지 다니며 미술관을 관람시키고 여러 문물을 둘러보게 했는데, 이때부터 바로는 풍부한 예술적 감성을 지니게 되었다. 또한 딸에게 제도법을 가르쳤기 때문에 바로는 어려서부터 그림과 도표를 모사하는 데 능숙했고 예술적 표현을 배우며 자랄 수 있었다.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생활하던 가족은 마드리드에 정착하게 됐는데, 바로는 그곳의 수녀원 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의 엄격한 교육과 규율은 오랜 여행과 새로운 것에 익숙한 그녀에게는 감옥처럼 숨 막히는 곳이었다. 이때의 경험이 바로가 지니게 되는 불안의 씨앗이 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 무렵의 예술가들은 초현실주의 운동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는데, 바로 자신도 유년 시절부터 초현실주의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초현실주의 화가 지망생이었던 리사라가와 결혼하였는데 그때 그녀의 나이 22세였다.
그 당시에 여자로는 입학하기 어려웠던 파리의 자유예술학교 (La grande Chaumiere)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곧 자퇴하고 바르셀로나로 돌아왔으며, 화가로서 활발히 활동하던 중 스페인 내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맞고 감옥에 투옥되기도 하는 등 여러 일을 겪는다. 마침내 바로는 1941년 멕시코로의 망명을 선택하기에 이른다. 그곳에서 그녀는 유럽의 여러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더욱 활발히 활동한다.　
바로의 남자관계는 매우 복잡했다. 평생을 통틀어 네 명의 남자와 결혼했으며, 수많은 남성들과 동시에 관계를 맺기도 하고, 헤어진 후에도 평생 친구로 남는 등 좀 복잡하고 특이한 남자관계를 지향했다.
이를 정신의학적으로 보면 여성이 한 남자에 만족하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성욕항진증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러한 상태를 여성음란증(女性淫亂症) 즉 ‘님포마니아(nymphomania)’라고도 한다. 특히 한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남성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박애주의적인 형식으로 남성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을 ‘카사노바 형’이라 하는데 바로에게서도 이러한 성향이 보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