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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작
“개인의 생명과 가치를 중시하는 인권 의식은
우리 역사 속에 숨어 있는
인권 존중의 씨앗에서 비롯되었어요.”

고려의 동서대비원부터 오늘날의 무료 급식까지!
천 년 전부터 씨앗을 뿌려 온 ‘인권 존중’의 마음
‘인권’이란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나라에서 법으로 인권을 보장해 주지요. 이런 인권 의식이 생겨난 것은 인류의 역사에서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신분제가 오랫동안 이어졌고, 흑인을 노예로 삼거나 여성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는 등 여러 형태의 차별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렇지만 개개인의 생명과 가치를 중시하는 인권 존중의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특히 우리 조상들은 인권을 존중하는 노력을 다양하게 보여 주었고, 그 노력들이 의미 있는 씨앗이 되어 오늘날에 훌륭히 꽃을 피웠습니다.
이 책은 천여 년 전의 고려, 수백 년 전의 조선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런 인권 존중의 씨앗들을 살펴봅니다. 흉년으로 굶주린 백성들에게 죽을 쑤어 나눠 준 조선의 진제장, 시각 장애인을 고용하여 생활을 도운 조선의 명통시, 가난한 백성을 무료로 치료해 준 고려의 동서대비원, 억울하게 사형당하지 않도록 죄인을 세 번 심리한 고려의 삼복제 등 8가지 제도를 통해 우리 역사에 뿌려진 인권 존중의 씨앗을 만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그 씨앗이 오늘날 어떻게 싹을 틔워 발전했는지, 다른 나라에 있는 비슷한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들여다봅니다. 생명을 중시하고, 어린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뿌린 우리 역사 속 인권 존중의 씨앗! 그 씨앗이 아름답게 꽃피우고 알찬 열매로 열리는 흥미로운 과정을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래 아이들의 이야기라 더욱 공감되는
생생한 옛이야기 속으로!
이 책은 8편의 동화와 각 동화에 이어지는 3가지 읽을거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동화로 들려주는 옛이야기는 어린이 독자들과 비슷한 나이대의 아이들이 등장하여 보다 생생한 감정을 느끼게 해 줍니다.
앞을 못 보는 자신도 나랏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 벅찬 장만이, 먹을 것을 준다는 말에 낯선 아저씨를 따라나섰다 팔려 갈 뻔한 갑순이, 아픈 아버지를 수레에 태우고 무작정 개경의 동쪽 끝까지 찾아간 덕이, 아픈 할머니를 돌봐야 하는 아버지 대신 군역을 나가려고 아버지 옷을 몰래 입은 길상이……. 저마다 가난한 어린 백성이면서 장애인, 전쟁 고아, 천민 등 힘겨운 처지에서 희망을 놓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친구들입니다. 이 친구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시절 힘겨운 백성들의 삶을 오롯이 느낄 수 있습니다. 또 인권을 존중하는 마음을 왜 가져야 하고,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스스로 진지하게 고민해 보게 될 것입니다.
동화에 이어지는 부록에서는 국가가 인권 존중을 실천한 주요 사례들을 정리하였습니다. 먼저, ‘역사 속으로’에서는 동화에 나온 제도를 상세히 소개하고 고려와 조선 시대의 비슷한 사례들을 짚어 봅니다. ‘지금 우리는’에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관련 제도와 법률을 알아봅니다. ‘세계 속으로’에서는 인권을 중시하는 선진국 사례를 일목요연하게 전하며 어린이 독자의 시야를 크게 넓혀 줍니다. 특히 인권 이야기는 초등 사회나 도덕 교과와도 연계가 되어 교과 학습과도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인권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
어린이 독자들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기 위하여!
역사 속 인권 존중의 씨앗이 오늘날 훌륭히 꽃피워 열매를 맺었듯이, 우리는 미래를 위해서 계속해서 인권 존중의 씨앗을 뿌려 나가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과거에 비해 훨씬 풍족하고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멀고 가까운 곳에서 인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더욱이 지금은 의식주와 같은 기본 생존 문제를 넘어 난민과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성차별과 인종 차별 등 더욱 다양한 범위로 시야를 넓혀 인권을 더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 발맞춰 우리 어린이들이 인권 감수성을 높이고, 다른 사람의 처지와 아픔을 공감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인권을 존중하는 마음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 가치를 알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키워 나가야 합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인권 감수성을 갖춘 성숙한 시민으로, 인권 존중의 씨앗을 뿌리고 가꾸어 나가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이 책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글쓴이의 말 4

1장 생명 존중의 씨앗, 조선의 진제장
공짜로 죽을 준다고요? 12
역사 속으로 | 백성이 굶지 않도록 보호한 조선의 진제장 22
지금 우리는 | 진제장에서 피어난 생명 존중의 마음 24
세계 속으로 | 로마의 곡물법 26

2장 장애인 복지의 씨앗, 조선의 명통시
세상 속으로 30
역사 속으로 | 세계 최초의 장애인 복지 기관, 명통시 40
지금 우리는 | 장애인 보호와 인권 보장의 기초, 장애인 복지법 42
세계 속으로 | 장애인들의 스포츠 축제, 패럴림픽 44

3장 기회 균등의 씨앗, 조선의 관직 진출 제도
노비 소년의 꿈 48
역사 속으로 | 노비에게도 열린 관직, 조선의 유외 잡직 57
지금 우리는 | 원한다면 누구든 꿈을 꾸어라! 한국장학재단 60
세계 속으로 | 유아 교육부터 대학까지 책임지는 핀란드 62

4장 아동 보호의 씨앗, 고려의 아동 보호 제도
부모 잃은 갑순이의 눈물 66
역사 속으로 | 고아들을 보호한 고려 77
지금 우리는 | 아동 인권을 지키는 유엔 아동 권리 협약 80
세계 속으로 | 아동 구호 국제기구를 창설한 에글렌타인 젭 82

5장 재소자 인권의 씨앗, 조선의 재소자 보호 제도
감옥에서 죽고 싶지 않아요! 86
역사 속으로 |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 ‘재소자를 위한 5대 강령’ 96
지금 우리는 | 발전하는 교정 복지 제도 99
세계 속으로 | 처벌보다 치료에 집중한 스웨덴의 인권 중심 교도소 101

6장 의료 평등의 씨앗, 고려의 동서대비원
의원을 찾아서 106
역사 속으로 | 무료 진료로 생명과 인권을 지킨 동서대비원 118
지금 우리는 | 치료비보다 사람이 먼저인 의료 급여 제도 120
세계 속으로 | 의료 복지의 중심, 건강 보험 122

7장 노인 부양의 씨앗, 고려의 군역 면제 제도
제가 대신 다녀올게요 126
역사 속으로 | 노인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고려와 조선의 양로 제도 136
지금 우리는 | 21세기 노인 복지와 인권 보장 138
세계 속으로 | 초고령 맞춤 도시, 일본의 도요시키다이 140

8장 법 앞 평등의 씨앗, 고려의 삼복제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 144
역사 속으로 | 신중한 판결로 생명을 지킨 고려의 삼복제 154
지금 우리는 | 모두가 평등하게 보호받을 권리, 심급 제도 156
세계 속으로 | 국민의 기본 인권을 중요시한 미국의 배심 재판 제도 158

사진 출처 160

“그럼, 저희 죽 먹어도 돼요”
죽도 못 먹고 쫓겨나겠구나 싶었던 연두는 뜻밖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죽을 먹을 수 있는지부터 물었다.
“그럼, 그럼. 당연하지! 여기 진제장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굶주린 백성이면 누구나 와서 먹을 수 있단다. 하루에 두 번, 아침저녁으로 죽을 먹을 수 있어. 배불리 먹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굶어 죽는 사람은 없게 하려고 만든 곳이란다. 백성이 살아야 나라가 살 수 있다는 전하의 뜻이지. 게다가 노인과 부인, 아이를 먼저 챙기라는 분부가 있었으니 너희에게 먼저 죽을 주마.” _‘1장 생명 존중의 씨앗, 조선의 진제장’ 중에서

“쿵! 쿵! 쿵!”
한양 하늘에 퍼지는 우렁찬 북소리가 기우제의 시작을 알렸다. 흥분한 덕만이가 옆에서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형, 높은 관리들이 양쪽으로 쭉 줄을 지어 서 있어. 와! 맨 앞에는 임금님과 왕비님이 절을 하고 계시는데…….”
기우제의 모습이 덕만이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졌다.
“형, 지금이야. 맹인들이 줄을 지어 걷고 있어. 악기를 든 악공도 맹인이고……. 곧 독경이 시작될 모양이야.”
덕만이가 형의 손을 꽉 쥐었다. 장만이의 손에 땀이 흥건하게 배었다. _‘2장 장애인 복지의 씨앗, 조선의 명통시’ 중에서

하지만 조선의 세종은 조금 달랐어. 능력이 뛰어난 노비들에게 관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거든. 신분보다 그 사람의 능력을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알았던 거지. 이런 생각이 지금 우리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신분제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던 조선 사회에서는 정말 남다른 인권 의식이라고 할 수 있어. _‘3장 기회 균등의 씨앗, 조선의 관직 진출 제도’ 중에서

갑순이는 그제야 동네 어른들이 하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전쟁 통에 고아가 된 아이들을 데려다가 숯 굽는 위험한 일도 시키고, 돈 받고 노비로 팔아넘기는 사람들도 많으니 조심해라.”
갑순이는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들이 이야기를 나누느라 한눈을 판 사이 동생의 손을 잡고 달렸다. 주위에 보이는 사람 하나 없었지만 무작정 엄마, 아빠를 부르며 뛰었다.
“이놈들, 어딜 도망가? 거기 안 서?” _‘4장 아동 보호의 씨앗, 고려의 아동 보호 제도’ 중에서

“아니, 이렇게 아픈 사람을 실어 두고 얼른 들어오지 않고 뭐 하는 게야?”
“나리, 제가 돈이 한 푼도 없습니다. 게다가 저 같은 천민이 이런 곳에 와도 되는지…….”
관리는 대답도 하지 않고 안에 있는 사람들을 급히 불러 아버지를 데리고 갔다. 그러더니 의원이 와서 아버지를 꼼꼼히 살핀 뒤 곪은 다리를 치료하고 열을 내리는 약까지 먹여 주었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 _‘6장 의료 평등의 씨앗, 고려의 동서대비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