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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수수께끼

원제 : Een duister voorgevo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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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히에로니무스 보스(1450년경-1516년)는 근대 초기의 가장 불가해한 화가에 속한다. 2016년에 전 세계 주요 박물관들은 전시회 및 행사들을 열어 그의 사망 500주년을 기념했다. 그의 작품들은 오늘날까지 감상자, 미술사가, 그리고 여러 세대 화가들의 상상력을 북돋워왔다. 이 세계와 다음 세계 사이에서 음험한 장난을 치는 끔찍한 인물들, 기괴한 괴물들, 기이한 신화적 동물들을 창조하는 것으로 치면 초현실주의자들조차 그에게 비견할 수 없다. 인간의 악덕과 열정들, 낙원의 약속, 지옥의 공포를 이처럼 매혹적이면서 불온하게 포착한 화가는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보스와 같은 네덜란드 출신 세계적 작가 세스 노터봄은 61년 전에 처음 보았던 이 대가와의 만남을 반추하기 위하여 독특한 시간여행을 떠났다. 그는 리스본, 헨트, 로테르담, 마드리드, 그리고 스헤르토헌보스의 미술관에서 그의 그림들을 관찰하다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한다. 보스의 그림에 인간의 미래가 담겨 있음을, 보스의 ‘어두운 예감’이 초창기 방랑 시절만큼이나 지금도 자신을 사로잡고 있음을.
거의 70종에 달하는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가장 잘 알려진 회화들의 디테일을 통하여 그는 자신의 과거 속으로의, 그리고 500년간 사람들을 매혹해온 화가에의 여정을 보여준다.

출판사 서평

리스본, 헨트, 로테르담, 마드리드, 그리고 스헤르토헌보스의 미술관에서
15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를 만난
작가 세스 노터봄의 문학적 기록.


여든두 살의 노작가가 거장의 그림을 읽는다. 스물한 살 청춘일 때 보았던 같은 그림을 보며 그때는 알아보지 못했던 수수께끼를 찾아낸다. 그때도 지금처럼 그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면 풀 수 있었을 수수께끼인가.
작가 세스 노터봄은 어느 날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 측으로부터 뜻밖의 서신을 받는다. 내용인즉 2016년에 타계 500주년을 맞게 되는 네덜란드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에 관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함께 하자는 제안이다. 노터봄은 청년 시절 히치하이커로 스페인을 여행했을 때 프라도 미술관에서 보스의 그림을 보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기꺼운 마음으로 그 제안을 수락한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스페인의 작은 섬에 사는 세스 노터봄으로 하여금 같은 네덜란드 출신이면서 그의 그림 대부분이 스페인 미술관들에 소장된 보스의 그림을 읽게 하는 기획이라니, 캐스팅만으로도 참으로 탁월한 기획이 아닐 수 없다.
벨라스케스, 수르바란 등 스페인 화가들에 관한 글을 쓰기도 했던 세스 노터봄은 다큐멘터리 작업을 위해 보스에 관한 책과 자료들을 다시 검토하며 자신에게 묻는다.
“스물한 살 청년일 때 본 그림을 61년이 지나 다시 보면 알아볼 수 있는가? 여든두 살 먹은 사람이 스물한 살 젊은이가 그 까마득한 옛날 언젠가 보았던 것을 볼 수 있는가? 무엇이 달라졌는가. 그동안 세월만 흐른 게 아니라, 그 그림을 보는 나 또한 변했으니, 그동안 다른 것들을 숱하게 보았던 같은 눈으로 똑같이 볼 수 있는가? 아니면 내 시각이 달라졌으므로 이제는 다른 그림을 보게 되는가? 15세기의 화가와 20세기의 작가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그들은 같은 나라 사람이다. 그런데 가령 그들이 대화를 나눈다면 서로 말귀를 알아먹을 수 있을까?”
노터봄은 제작팀과의 여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혼자 포르투갈 리스본에 있는 국립 고대 미술관으로 떠난다. 보스의 그림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관람객들의 머리 사이로 그의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을 감상하며, 혹시 보스가 이 자리에 있다면 무슨 생각을 할지 상상해본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림을 어떻게 읽어내는지, 화가가 의도한 상징을 그림 속에서 알아보았다면 더 많은 것을 봤다고 할 수 있는 건지 자문한다.

“보스를 빼놓고는 그 시대의 스페인을 이해할 수 없다.”
15세기에 활동한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죄악과 폭력과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담은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세상의 종말이란 이런 모습일 것이다,를 그림으로 보여준 화가이다. 그는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 스헤르토헌보스의 남부럽잖은 시민으로, 화가의 아들이자 손자이며, 부잣집 여인을 아내로 맞았고, 저명한 종교단체의 회원이며, 네덜란드의 왕가와 귀족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인이었다.
당시 네덜란드의 상황을 잠시 살펴보면, 중세의 끝자락인 1450년쯤, 보스가 태어난 네덜란드 남부의 스헤르토헌보스, 줄여서 덴보스라고 불리는 도시는 13세기부터 신성로마제국 소속이었던 브라반트 공국의 주요 도시였다. 15세기 브라반트 지역은 부르군디 공작 가문의 통치하에서 정치·경제·문화적으로 호시절을 누렸으나, 1477년에 스페인을 다스리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통치하에 들어가면서 네덜란드와 스페인은 한 집안이 되었다. 부르군디의 귀족들과 스페인 왕가가 보스의 작품들을 좋아하고 열렬히 수집했던 터라, 그 이후 보스의 그림들은 왕가를 따라 대거 스페인으로 옮겨질 수밖에 없었는데, 특히 스페인의 펠리페 2세는 보스의 그림을 가장 많이 손에 넣은 군주였다.
보스가 활동하던 15세기의 회화들이 주로 종교적인 이야기들을 주제로 삼은 것과 비교해볼 때, 교회용 제단화에 난생처음 보는 괴물들을 가득 그려놓은 보스의 그림들은 당연히 교회에는 어울리지 않았을 테지만 당시 부르군디 공국 가문과 귀족들은 보스의 그림을 자신의 저택에 걸어두고 이야깃거리와 눈요깃거리로 삼았다. 노터봄의 눈에 보스가 사용한 음험하고 괴상한 상징들은 그들의 것이었음에도, 그들은 보스의 그림을 함께 감상하는 걸 즐겼다고 하니, 그들 속에 굳건히 발을 디딘 채 그런 그림들로 세상을 풍자한 보스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런 정치·문화사적 배경으로 인해 덴보스에서 태어나 줄곧 살았던 보스의 작품들은 보스 사후 스페인에 그 집을 지었다. 화가의 삶이 어떠했다 한들 우리가 그를 오롯이 만날 수 있는 것은 그림을 통해서라고 보면, 오늘날 보스를 가장 밀도 있게 볼 수 있는 곳은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프라도 미술관일 것이다. 그리스 태생이지만 스페인에서 활동한 엘 그레코를 포함하여 벨라스케스, 수르바란, 고야, 피카소, 미로, 달리… 등 쟁쟁한 화가들이 넘쳐나는 스페인 미술사에서, 저 멀리 북구의 화가 보스가 그들의 선두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그는 다가올 날들을 미루어 짐작했던가?
그의 그림들에서 미래가 보이는가?”

스페인의 마드리드로 돌아와 프라도 미술관에서 다큐멘터리 제작팀과 합류한 노터봄은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보스에의 여정을 시작한다. 고요하고 몽상적인 분위기가 강렬하게 와닿는 밤의 미술관에서 보스의 그림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면서는 그 옛날에도 지금처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면 그림들이 다르게 보였을까를 생각한다. 작가는 프라도 미술관의 그 고요한 섬에서 순진무구한 감상자로서 보스의 <쾌락의 정원>을 바라보며, 화가가 온갖 상상으로 화폭에 담아낸 그 많은 이미지들 사이에 있는 아담과 창조자와 그리스도의 얼굴을 다시 한번 응시한다.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이 천지창조에서 음울한 전조를 감지했던가? 그리고 그 전조는 그리스도의 눈에서, 나를 응시하며 오른쪽 패널 위쪽에서 일어나는 지옥불과 학살을 인식하고 있는 한 남자의 그 눈에도 보이는가?”
여러 권의 소설과 수많은 여행 산문을 쓴 작가 노터봄의 시각은 그림을 볼 때도 예리하고 다채롭다. 노터봄은 보스의 우화적 세계를 탐험하며 그의 동시대인들은 실제로 무엇을 보았는지를 되묻고, 작은 디테일까지 확대하여 여든한 살 대작가의 풍부한 표현으로 그의 수수께끼 같은 회화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림 속 이미지들에서 인간과 신의 관계를 해석하고, 화폭에 담긴 일상의 모습들에서 시대와 문화를 느끼고, 15세기의 화가가 표현해낸 상상 속에서 21세기의 불안과 혼란을 읽어내며, 다가올 날들을 미루어 짐작한 위대한 화가의 그 놀라운 예언성에 감탄한다.
“동일한 하나의 물질적 대상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떻게 차츰 다른 눈에 의해 변화되는가. 르네상스 이전과 프랑스 혁명 이전의 눈, 파시즘과 나치즘과 숱한 전쟁 이전의 눈, 사라져버린 교회의 눈, 성경을 읽은 적이 없는 눈, 신은 죽었다고 말한 철학자 이전의 눈, <쾌락의 정원>을 그린 남자가 살았던 세계와 이미 오래전에 영영 작별했던 눈. 그런데 그림을 다시 보고 나니,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스페인에서 제자리를 찾은 보스의 상상”
노터봄은 마드리드를 떠나 벨기에의 도시 헨트에 있는 미술관에서 보스의 그림 <히에로니무스 성인>을 만나고, 로테르담의 보에이만스 판 부닝언 미술관에서는 마침 대여 전시 중인 보스의 그림 <건초 수레>뿐만 아니라 그의 화풍을 모방한 다른 그림들도 함께 보며, 보스가 후대에 끼친 막대한 예술적 영향력을 헤아린다.
“다시금 나는 60년 전 프라도 미술관에서 본 것이 뭔지 자문한다. 이 전시실에는 <건초 수레>가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그 그림의 주위를 빙 둘러볼 수 있다. 그림은 반짝이고 빛난다. 그 당시에도 나는, 왼쪽에서 천지창조가 시작되어 곧장 낙원의 추방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보았던가?”
노터봄은 온통 어둡고 기괴한 그 그림들에서 거꾸로 화가의 시절이 어떠했을지를 상상하면서, 세계 제국을 통치해야 했던 펠리페 2세가 왜 보스의 예측 불가한 세계를 도피처로 삼았던가를 생각하며, 차가운 북쪽 나라에서 만들어진 보스의 상상이 결국 이곳 스페인에서 제자리를 찾았음을 깨닫는다.
다큐멘터리 제작팀과의 여정을 끝낸 후 노터봄은 다시 홀로 보스의 그림들을 보기 위해 네덜란드 스헤르토헌보스로 간다. 그가 태어난 도시답게 곳곳에 그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 보스의 그림은 도시를 떠났고, 그는 그렇게 그림들과 작별했고, 여기 이 도시에 동상으로만 남아있을 뿐이지만, 노터봄은 그곳이 여전히 500년 전 보스가 살았던 시절과 달라 보이지 않음을 느낀다. 그의 그림 대부분이 현재 스페인 미술관에 더 많이 소장되어 있다 하더라도, 덕택에 네덜란드를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 화가 보스의 세계가 그만큼 넓어졌다고 해석하며.
대작가 노터봄이 보스가 오로지 그림들에 남긴 수많은 이야기를 마음으로 읽은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그림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할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가 낳은 두 최고 예술가의 조우를 통해 언어와 회화가 합쳐지는 멋진 향연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본문중에서

“최초의 인간들이 느낀 지복뿐만 아니라 불안과 혼란도 숱하게 표현된 그 그림들에서 미래가 보이는가? 보스 자신은 그 어떤 말도 없이, 그림만 남겨놓았을 따름이다. 그는 다가올 날들을 미루어 짐작했던가? 그의 자취야 토지대장과 문서, 매매 서류에 남아있지만, 그는 자신의 예술에 관해서는 어떤 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는 그림을 그렸다. 우리 눈에서 사라진 한 남자는, 눈에 보이는 그 많은 것들 뒤에 어떤 것도 남기지 않았다.” _
(/ p.21)

화가가 고쳐 그린 부분에서 나는 그를 본다.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보인다. 완성되고 완전하며 사실상 범접할 수 없는 대상이 아니라, 아니고 말고, 문지른 얼룩이 있고, 수정한 부분과 작업한 자취가 보이며, 느닷없이 그가 한결 더 가까이 있으니, 화가 중에 불가사의하기로 최고인 이 화가, (…) 그가 작업하는 모습이 보이고, 그래서 불현듯 그가 마치 우리 곁에 서 있는 듯이, 아무 말도 남기지 않은 그에게 사람들이 그림을 제대로 해석했는지를 물어보아도 좋을 듯이 느껴진다.
(/ p.49)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스페인 사람은 아니지만, 그 시대의 스페인을 이해하려면 엘 그레코와 마찬가지로 보스를 빼놓을 수 없다. 엘 그레코의 그림 <성 마우리티우스의 순교>에 담긴 비정통성을 혐오했던 바로 그 펠리페 2세가, 보스의 작품은 그토록 열렬히 좋아했다는 점을 비평가들이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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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세스 노터봄(Cees Nooteboom)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33~
출생지 네델란드 헤이그
출간도서 8종
판매수 673권

1933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태어났다. 시인이고 소설가이자 언론인으로, 아홉 권의 소설과 여러 권의 여행서를 출간했다. 소설 《필립과 다른 사람들Philip en de anderen》(1954)로 안네 프랑크 상을, 소설 《의식Rituelen》(1980)으로 페가수스 상을 수상했고, 스페인의 역사와 예술 속을 거닐며 쓴 《산티아고 가는 길De omweg naar Santiago》(1992)은 여행 문학의 걸작으로 꼽힌다. 이십대부터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다른 삶의 방식도 존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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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부산대학교 도시공학과를 졸업한 후, 10여 년 동안 도시를 계획하고 집 짓는 일을 했다. 2006년부터 네덜란드 남부 작은 도시 루르몬트에 살며, 북해 연안 저지대의 다양한 모습을 글로 기록하고, 네덜란드 작가들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지은 책으로 네덜란드와 벨기에 화가들의 이야기 《플랑드르 화가들》과 네덜란드 생활기 《루르몬트의 정원》이 있고, 옮긴 책으로 네덜란드 작가 얀 볼커르스의 소설 《터키 과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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