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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나고 자란 저자 이명선은 ‘힘 빼고 쓰는 글, 될수록 쉽게 쓰고 쉽게 읽히는 글’을 쓰고자 한다. 책과 글쓰기의 모든 것이 어우러진 공동체 마을을 꿈꾸며, 여러 해 동안 성인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서토론회를 진행하였고, 치유의 글쓰기를 통한 그림책 만들기, 자서전 쓰기 특강을 함께 열기도 했다.

지내놓고 보니 내가 만났던 분들이야말로 철학자였다. 철학이 한결같이 사람을 궁구하는 학문이고 보면 사람 사이에서 정을 나누고 부대끼며 함께 살아가는 그분들이야말로 삶의 고수다. 논리와 체계는 세우지 않았다고 해도 그것을 벗어난 눈길을 잡아끄는 무엇, 그분들에게는 고유한 무엇이 있었다. 그들의 고유한 무엇을 유심히 보고 내 고유함 속으로 데리고 와 놀이터를 만들었다. 이 놀이터 이름이《찌질이 아줌마가 보내는 편지》다. 부고장도 재미있게 쓰라고 한 건 ‘마크 트웨인’인가? 그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유쾌하게 쓰되, 내 몸무게보다 가볍게 쓰려고 주의를 기울였다.
-〈앞자락〉에서

《찌질이 아줌마가 보내는 편지》는 ‘시마 풀이하다’, ‘본데없다’, ‘각설하다’, ‘번지다’, ‘아우르다’, ‘옥아들다’ 등 6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다. 모든 작품이 〈작금의 낭만주의자에게〉, 〈나체 조각 손잡이에게〉, 〈방탄 소년 아그들에게〉 등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다. 저자만의 날카롭고 비판적인,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그러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그녀만의 개성 있는 필치가 독자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일련의 일에 굳이 토를 단다. 샴푸 회사에서는 있으나 마나 한 점선을 그어 구매자를 열받게 했다. 모종집 사장님은 조그만 종이딱지에 문구를 써넣느라 애는 썼지만 헛웃음이 나오게 만들었다. ‘주의하라고 했으니 알아서들 하겠지’식의 도로관리 책임자는 운전자를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나라는 사람은 친구 등에 성의를 부리지 않았다고 인간성을 의심받았다.
일련의 일을 통해 깨달은 바, 성의를 부리려면 친구가 때를 밀 듯 결사적으로 할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하나 마나 한 일이 되고 만다. 뜨뜻미지근한 성의는 가슴에 닿기 전에 식어버린다. 혹, 서운하게 헤어진 친구를 만난다면 이번에야말로 결사적으로 등을 밀어주겠다.
-〈하나 마나 한 성의에게〉에서

내가 익혀 지니고 싶은 습관은 이런 것이다. 새나라 어린이처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새벽에 글쓰기, 정해진 시간에 걷기, 소식하기, 한 달 한 번 묵언하기, 한 달 한 번 마지막 주 토요일 단식하기, 설거지 제때 하기, 매일매일 청소하기, 말하기보다 듣기.
이중 한 가지도 제대로 해본 적 없이 평생을 들쭉날쭉 살았다. 나무로 치면 나이테가 제멋대로여서 어디 요긴하게 쓰일 구석이 없겠고, 꽃으로 치면 피었다 안 피었다 변덕이 심했을 터. 얼룩말로 치면 일정한 간격을 지니지 못하고 얼룩덜룩. 줄무늬도 얼룩무늬에 속한다고 한다. 참고가 되었기를.
-〈당황한 킬러에게〉에서

저자는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 늙지 않는다.”는 어느 책에서 읽은 문구를 새기며 후반기 제2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창업에 도전해 문학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으며, ‘찌질이 아줌마가 보내는 창업 편지’를 중비 중이다.
늙지 않는 찌질이 아줌마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시마풀이하다

본데없다

각설하다

번지다

아우르다

옥아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