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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방 : 우울의 심연에서 쓰다

원제 : The Scar : A Personal History of Depression and Recov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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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나는 내게 일어난 일들을 이해하고 싶었다”
절망, 자기혐오, 죽고 싶은 충동…
상처의 진폭에 몸을 실어 써 내려간 우울증 환자의 기록

“슬픔을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로 바꿔 놓고 싶었다”
우울증의 심연에 대한 견고하고 서늘한 통찰


이제 막 삶의 출발점에 선 젊은 여성에게 우울증이 찾아왔다. 곤두박질치는 마음, 무력한 분노, 허무함. 철저히 고립된 경험 속에서 다급한 질문이 쏟아졌다. 우울증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언젠가는 이 병을 완전히 떨쳐 버릴 수 있을까?

저자 메리 크리건은 자신의 삶에 틈입한 질병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냉정한 호기심으로 우울증에 관한 글을 찾아 읽기 시작한다. 방대한 정신의학 논문을 비롯해 임상 연구서, 프로이트의 에세이, 릴케의 시 등 우울증과 자살, 죽음에 관한 것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고 썼다. 이 책은 당사자의 시각으로 우울증, 죽음, 자살, 회복, 애도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 치유의 에세이이다. 메리 크리건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당혹스러운 시간을 버텨 냈다. 그녀는 살기 위해 글을 썼고, 글을 쓰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출판사 서평

“우울증은 어떻게 자아에 스며들어 고장을 내는가”
냉정한 호기심으로 써 내려간 우울증 생존자의 기록


이 책의 원제는 the Scar, 즉 ‘흉터’이다. 저자 메리 크리건의 왼쪽 목에 남아 있는 울퉁불퉁한 흉터는 30여 년 전 자살 시도의 흔적으로, 그녀가 우울증 생존자임을 말해 준다. 스물여덟 살 때 갓 태어난 딸 애나를 선천적인 심장 기형으로 잃은 뒤 찾아온 우울증은 삶의 의지를 꺾는 치명타가 되어 그녀의 목숨을 빼앗을 뻔했다. 오랜 세월 침묵 속에서 우울증과 씨름하던 저자는 50대가 되어서 비로소 흉터에 얽힌 이야기를 글로 풀어 놓는다. 1983년 첫 우울증 진단을 받은 이후의 병원 치료와 끈질긴 재발, 그리고 끝내 그것이 새로운 현실임을 인정하고 마음의 평화를 회복하기까지 30여 년, 그 고통과 치유의 시간을 생생하면서도 절제된 필치로 그려 냈다.

이 책을 이끄는 원동력은 우울증이라는 당혹스러운 질병에 대한 냉정한 호기심이다. 첫 아이를 잃은 뒤 ‘멜랑콜리를 동반한 주요우울증 에피소드’ 진단을 받았을 때만 해도, 저자 메리 크리건은 이 병이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못 했다. 우울증에 관한 진실은 안개 속에 있었다. 자신이 우울증에 앓게 된 것이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 속 시원하게 설명해 주는 의사도 없었고, 25년 동안 항우울제를 먹고 있는 게 정말 괜찮은 건지 확실히 안심시켜 주는 사람도 없었다.

차도를 보이는가 하다가도 자꾸 재발하는 우울증 앞에서 좌절하던 저자는 자신의 병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면 좌절감과 무력감이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 다양한 자료를 읽기 시작했다. 때로는 자신의 진료 기록과 정신의학 학술지, 임상 연구서를 나란히 놓고 겹쳐 보기도 했고, 시집을 들춰 보며 문학이 죽음과 상실을 어떻게 형상화하고 있는지 찾아보기도 했다. [내면의 방]은 지극히 사적이고 내밀한 고통을 회고하면서도, 여기에 풍성한 문화적 질감과 역사를 입히는 한편, 우울증에 관한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지식 또한 놓치지 않는 독특한 회고록이다. 저자는 우울증 환자라는 시각에서 내면의 고통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켜켜이 쌓여 있는 우울의 지층을 한 겹씩 들여다보며 자신의 질병을 언어로 표현해 나간다. 그녀는 글을 통해 자신의 병을 들여다보면서, 동시에 그 병에서 빠져나왔다.

“우울증은 정확히 어떤 질병일까?”
발병 원인과 진행 과정, 영향, 치료법까지
환자의 시각에서 낱낱이 조명하다


[내면의 방]에는 크게 두 가지 줄기의 이야기가 흐른다. 첫 번째는 우울증이 ‘진행’되기까지의 과정을 회고하는 부분이다(1~2장). 첫 딸의 죽음 이후 강력한 상실감에 휘말린 여성이 어떻게 자살을 시도하고 죽음의 문턱까지 이끌려 가게 됐는지, 아픈 과거를 반추하고 재구성하는 흐름으로 전개된다. 병적인 우울증을 향해 서서히 나아가고 있는 한 인간의 내면, 신체와 정신을 압도하는 불안감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생생히 묘사되어 있다. 저자는 수면장애, 절망감, 죄책감, 자살 충동 등 병의 증상을 낱낱이 보여 주며 단순히 슬픔에 빠진 것과 우울증을 앓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강조한다.

두 번째 줄기는 우울증 ‘치료’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이다(3~7장). 저자는 전기충격치료(ETC), 정신병원의 역사, 항우울제 개발, 심리치료, 애도 작업 등과 관련된 경험을 돌아보며 지난 30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우울증 에피소드와의 고투를 낱낱이 조명한다. 여기에 정신의학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휘청휘청 걸어온 역사도 빼곡히 기록했다. 우울증의 원인을 해석하는 정신역동 모델과 생물학적 모델의 시각차에서부터, 과거 멜랑콜리아라고 불리던 병이 ‘주요우울증’이라는 진단명을 갖게 된 과정, 우울증의 하위 유형, 반(反)정신의학 운동의 흐름, 주요 항우울제의 개발 과정과 효과까지, 우울증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발전 과정을 차근차근 재구성해 본다.

단순히 개인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우울증의 발병 원인과 진행 과정, 영향, 치료법을 섭렵해 환자의 시각에서 서술한 점이 이 책의 큰 매력이다. 막연한 혼란을 쏟아 놓으며 감상에 빠지기보다, 질병에 대한 정신의학의 대응을 직시하며 우울증 환자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기록한 글에서 감성과 이성을 조심스럽게 넘나드는 저자의 균형 감각이 돋보인다.

25년이 넘는 항우울제 복용, 되풀이되는 우울증 에피소드…
만성 우울증 환자의 애환을 솔직하게 담다


[내면의 방]에는 정신과 의사와 동행하는 삶이 어떠한지, 마음의 평형을 회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삶이 무엇인지 등 만성 우울증 환자로서의 애환이 솔직히 담겨 있다. 저자의 우울증은 매우 복합적인 양상을 보였으며, 두 가지를 병행하는 치료가 시도되었다. 그녀는 25년이 넘도록 항우울제를 복용해 왔고,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심리치료를 받았다. 각각의 치료법은 효과도 있었지만 한계도 존재했다.

약을 먹으면 심계항진, 나른함 등의 부작용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감정이 무덤덤해져 모든 감정을 느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문에 때때로 약을 끊고 싶다는 유혹에 넘어가곤 했지만, 곧 다시 우울해져 약을 먹어야 하는 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이와 달리 심리치료는 심리적 지원과 통찰력을 제공해 주는 반면, 저변에 깔린 생리학적 장애를 해결해 주지는 못했다. 두 가지 치료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오랜 세월을 보낸 저자는 “매번 나라는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릴 때마다 그 바위가 다시 굴러 내려갈 것이라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절망한다.

우울증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저자는 ‘정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 왔던 지난날이 자신에게 큰 짐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현재로서는 우울증의 신경생물학적 과정에 대한 이해가 완벽하기 않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증상을 정확히 겨냥한 치료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병을 완전히 극복해서 ‘정상’으로 돌아가려 하면 할수록 좌절감만 깊어지고, 자신은 실패자가 될 뿐이다. 저자는 그제야 현실을 담담히 인정한다. “우리는 병을 관리할 수 있을 뿐이지 치유할 수는 없다.”

평생 함께해야 할 우울증에 의연한 태도를 갖게 되기까지, 메리 크리건은 꼬박 3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녀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털어놓으며 자신의 상황을 명확히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속 깊은 이야기에서 우울증이 어떤 무게로 한 사람의 인생에 그림자를 드리우는지, 정신 질환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아픈 마음을 안고 사는 이들, 그 가족들, 그리고 그 마음을 치유하는 의사들 모두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문학과 예술 작품, 신화 속에 담긴 우울의 사유를 날카롭게 포착하며
상실과 죽음, 애도, 회복의 의미의 찾는 에세이


“나는 두어 문장을 쓴 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 그러나 에밀리 디킨슨은 이런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었다.”

[내면의 방]에서 만날 수 있는 풍부한 문헌 중 절반은 문학 작품이다. 영문학 강사인 저자는 입 밖으로 표현할 수 없었던 우울증의 고통과 상실의 슬픔을 평소 자신이 접해 왔던 각종 문학과 예술 작품의 언어를 빌려 날카롭게 포착해 낸다. 에밀리 디킨슨이 말한 “납덩이같은 시간”에 접속하고, 수전 손택이 머무른 “병자 나라”의 시민이 되는가 하면, 윌리엄 스타이런이 표현한 “절망을 넘어선 절망”을 감내하는 것이 무엇인지 촘촘히 그려 낸다. 걸출한 문인들이 남긴 표현 속에서 우울에 대한 통찰을 이끌어 냄으로써, 복잡하고도 고통스러운 내면을 섬세한 언어로 사유할 수 있도록 이끈다.

첫딸 애나의 애도 과정에서도 문학은 중요한 열쇠가 된다. 저자에게 도움이 된 것은 대체물을 찾아 상처를 회복하라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시각보다, 죽은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우리 곁에 남아 있다고 여기는 [두이노의 비가]에 담긴 릴케의 확신이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여린 존재를 문학적인 재현을 통해 끌어안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저자에게는 치유의 방편이 된 것이다. 그녀는 머나먼 시절 신화 속 이야기까지 범위를 확장해,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살려 달라고 빌기 위해 직접 하계로 가는 오르페우스, 망자들의 세계에서 딸 페르세포네를 데려오려고 애쓰는 여신 데메테르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깊은 공감을 표현한다.

애나의 묘비에 새겨진 엘리엇 시 「마리나」의 한 대목에서 애도는 절정에 달한다. “깨어났다, 벌어진 입술, 희망, 새로운 배.”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 돌아온 딸을 부르는 아버지 페리클레스의 외침을 표지석에 새기고 나서야, 그녀는 애나를 떠나보낼 수 있었다. 풍부한 문학과 예술 작품, 신화 이야기로 나아가며 메리 크리건은 우울과 자살 충동을 뛰어넘어 다시 삶으로 건너오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이력을 활자로 기록해 나간다. 아프지만 아픔에서 멈추지 않고 끝내 앞으로 나아간 저자의 이야기는 상실과 죽음, 애도, 회복의 의미를 찾는 독자들에게 훌륭한 동행이 될 것이다.

추천사

“아름답고 설득력 있는 글이다. 심리적인 취약성과 자살의 위험을 다룬 회고록을 전에도 읽은 적이 있지만 그 책들과 달리 [내면의 방]은 당면한 주제에서 범위를 더 넓혀 아직도 많은 수수께끼에 싸여 있는 병인 ‘우울증,’ 즉 낭만적인 용어로는 ‘멜랑콜리아’라고 불리는 병의 문화적 역사적 배경 또한 제공해 준다. 현대에 특히 가치 있는 책이다.”
- 조이스 캐롤 오츠 / 소설가

“괴로울 정도로 정직하고 매혹적인 책이다. 메리 크리건은 깊은 우울증을 앓았던 자신의 경험을 생생하고 정확한 문장으로 묘사한다. 또한 의사들이 이 병을 다루는 방식이 지금까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진지한 연구를 바탕으로 솜씨 있게 설명한다. 우울증을 경험했거나 이 병으로 고통받는 이를 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 정말로 중요한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이 돋보이는 것은 명료한 글솜씨, 개인적인 연약함, 악마와의 씨름 끝에 힘들게 드러나는 영웅적 우아함 덕분이다.”
- 콜럼 토빈 / 소설가

“참으로 뛰어난 책이다. 우울증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메리 크리건의 글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 데이비드 카프 / [슬픔에 대해 말하자면Speaking of Sadness] 저자

“강렬한 데뷔작이 된 이 회고록에서 … 크리건은 자신의 병을 투명하게 묘사하며, 이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통찰력과 희망을 제시한다.”
- 《퍼블리셔스위클리》

“불편하지만 강렬하고 계시적이다.”
- 《북리스트》

목차

1. 문제의 시작
2. 그 뒤에 일어난 일
3. 생명을 구하는 법
4. 정신병원 중의 낙원
5. 죽으면 어디로 가나?
6. 우울하지 않은 파란색
7. 프로작의 약속
8. 감정은 반드시 변한다

본문중에서

살아가는 것이 곧 고통이었다. 하루하루가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게 느껴지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느낌이나 미래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었다. 내가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도 전혀 들지 않았다. 시간을 견딜 수가 없어서 멈춰 버리고 싶었다. 어느 날 아침 나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낫겠다고 단언했다.
( '1. 문제의 시작' 중에서/ p.43)

정신병동이라는 새롭고 무서운 환경에서 내가 어떻게든 사회적으로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던 기억이 생생하다. … 환자인 나는 이제 둘로 갈라져 있었다. 하나는 아무런 희망 없이 벽에 갇혀 질식해 가면서 죽음만을 유일한 탈출구로 보았다. 다른 하나는 건강한 자아의 남은 조각으로 다시 건강해지기를 간절히 원하면서 눈앞의 의사처럼 전문직을 갖고 잘 살아가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 '2. 그 뒤에 일어난 일' 중에서/ pp.67~68)

나의 우울증 증세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사실을 나와 가족들이 모두 알아차리지 못한 탓에 치료가 늦어졌다. … 나는 우리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내 증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거나 현실을 부정한 탓이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다. 하지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을 어떻게 보자마자 알아차릴 수 있겠는가. 나는 그때까지 자살 충동을 느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기분이 그렇게 급격하게 바뀐 적도 없었다. 열여섯 살 무렵부터 간헐적으로 임상적인 우울증을 앓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않은 것은, 그것이 그냥 내 성격의 일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2. 그 뒤에 일어난 일' 중에서/ p.82)

기분장애를 유발하는 신경생물학적 과정에 대한 이해가 아직 형편없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증상의 저변에 깔린 기능 이상을 정확히 겨냥한 치료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환자는 차도를 보이다가 다시 재발하거나 만성적으로 질병에 시달린다. 우리는 병을 관리할 수 있을 뿐이지 치유할 수는 없다.
( '2. 그 뒤에 일어난 일' 중에서/ p.89)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대리언 리더가 지적한 것이 어쩌면 내가 계속 공허감과 황폐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애도하는 사람은 죽은 사람 때문에 슬퍼하지만, 멜랑콜리아를 앓는 사람은 그들과 함께 죽는다.”2 애도하는 사람은 슬픔을 이겨 내려고 애쓰면서 어떻게든 표현할 말을 찾아 다른 사람들과 감정을 나눈다. 그렇게 해서 점차 슬픔을 과거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멜랑콜리아를 앓는 사람은 상실이라는 충격적인 경험 안에 계속 남아 있기 때문에 에밀리 디킨슨이 “납덩이같은 시간”이라고 표현한 시간이 미래까지 무한정 연장된다.
( '5. 죽으면 어디로 가나' 중에서/ p.175)

“당신의 병은 생물학적인 요인으로 생긴 것이므로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우울증 환자들은 이런 말을 무척 듣고 싶어 한다. 당뇨 환자에게 인슐린이 필요하듯이 우울증 환자에게도 항우울제가 필요하다는 말을 많은 환자들이 듣게 될 것이다. 나도 담당 정신과 의사에게서 이 당뇨병 비유를 처음 들었다. 의사는 내게 프로작을 한번 먹어 보라고 권하면서 이 비유를 꺼냈다. 당시 나는 몇 년 동안 가능하면 항우울제를 먹지 않으려고 애쓰던 중이었다. 상태가 심할 때만 약을 먹고 좀 좋아지면 약을 끊는 식으로 지속적인 약 복용을 꺼렸다.
( '7.프로작의 약속' 중에서/ p.265)

상황이 심각할 때는 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감시해 줄 사람을 옆에 둘 필요가 있다.
그 사람은 경험 많은 전문가이자 환자가 완전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사람이 파도치는 바다 속의 환자와 연결된 구명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반드시 담당 정신과 의사여야 한다. 배우자, 애인, 자매, 절친한 친구는 안 된다. 이 사람들에게 환자의 절망을 모두 보여 줘도 안 되고, 환자의 목숨이 그들의 손에 달렸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해서도 안 된다. 정신과 의사는 환자 본인보다도 훨씬 더 깊숙이 환자의 생존에 관여하는 사람이다.
( '7.프로작의 약속' 중에서/ pp.276~277)

아주 오랫동안 침묵 속에서 이 흉터를 견디던 나는 마침내 그때의 일을 말해도 좋다고 나 자신에게 허락했다. 이제야 알았지만, 나의 침묵은 단순히 정신적인 상처와 수치심 때문이 아니었다. 나 역시 우울장애 때문에 사람들이 겪는 일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싶어 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과 공범이었다. 내 이야기는 일종의 증언이다. 이미 엄청난 피해를 입은 뒤에야 병을 진단받은 내가, 우울증인 줄 모르고 치료를 받지 않은 채 지내며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과 결코 끝날 것 같지 않은 그 고통 속에서 도저히 하루를 더 살아 낼 수 없어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에게 이 증언을 바친다.
( '8. 감정은 반드시 변한다' 중에서/ pp.276~277)

우리 시대 최고의 작곡·작사가 중 한 명인 고('故) 레너드 코언은 거의 모든 사람이 살다 보면 스스로 망가진 것 같은 기분이 될 때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고장 난 사람들만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결점과 부족한 점에만 집착하기보다, 불완전한 부분을 인류 공통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인정하면 된다. 레너드 코언은 다음의 가사를 우리에게 선사했다. 그의 노래 〈축가〉의 코러스 부분이다.

아직 울릴 수 있는 종을 울리고
완벽한 봉헌물을 잊어라
세상에 흠집 없는 것은 없어
그 틈새로 빛이 들어오는 법

나는 그의 훌륭한 조언을 받아들여, 빛이 들어오게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고 내 남은 생애 속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 '8. 감정은 반드시 변한다' 중에서/ pp.306~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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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메리 크리건(Mary Cergan)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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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바너드대학의 영문학 강사이다. 학부를 미들베리대학에서 마치고, 컬럼비아대학에서 영문학 및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3년 스물일곱 살 때 첫 아이 애나가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나자 극심한 우울증이 찾아온다. 딸의 죽음 이후 사랑, 결혼 생활, 일 모든 것의 토대가 허물어졌고, 두 번의 자살 시도 끝에 ‘멜랑콜리아를 동반한 주요우울증 에피소드’ 진단을 받는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그때의 경험을 50대가 되어서야 돌이켜볼 용기가 생겨 이 책을 썼다. 메리 크리건은 재앙과 같은 사건의 조각을 맞춰 나가며 우울증의 고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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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로 근무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모스트 원티드 맨』, 『살인자들의 섬』, 『나보코프 문학 강의』, 『소설 11, 책 18』,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분노의 포도』, 『유발 하라리의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 『신은 위대하지 않다』, 『푸줏간 소년』, 『그들』 등 100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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