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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배리 린든의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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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파멸을 향해 가는 남자의 여행이 그렇게 편하고 유쾌할 수 있다니!”

한 결점투성이 인간이 보여주는 온갖 허위의식과 속물근성…
천박한 세태를 경계한 풍자의 대가 새커리의 대표작!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대표적인 작가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의 『신사 배리 린든의 회고록』이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161번으로 출간되었다. 빅토리아 시대는 영국 문학사에서 ‘소설의 시대’라 규정할 수 있을 정도로 소설의 황금기를 이룬 때였다. 시민계급의 성장으로 대중 교육이 보급되고, 인쇄 기술이 발전했으며, 정기간행물이 번창하면서 귀족의 후원금이 아닌 대중의 책 구입에 의한 인세 수익으로 살아가는 전업 작가들이 등장했다. 동시에 서사시나 로맨스에 머물렀던 전 시대의 문학 경향이, 잡지 연재가 주를 이루는 이 시기의 특성상 대중의 요구나 바람에 맞춘 소재와 내용들로 변화를 맞이하기도 했다. 이러한 빅토리아 시대 중기인 1830~4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가로 찰스 디킨스와 윌리엄 새커리가 꼽힌다. 이 두 작가의 작품은 대척점에 서 있는데, 주인공을 하층민으로 한 디킨스의 소설은 온갖 고난을 이겨낸 주인공이 행복한 결말에 이르면서 서민들의 아픔을 달래주었던 반면, 새커리의 작품에서는 주로 허영과 위선에 물든 중산층의 주인공이 출세를 지향하다가 파국을 맞이한다. 관습적 도덕률에 익숙한 서민 독서 대중은 디킨스의 이야기에 열광하며 그를 대문호의 지위에 올려놓았지만, 과장된 묘사와 상투적 플롯을 배제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새커리의 작품은 영국 근현대 소설사에 한 획을 그었음에도 다소 홀대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새커리의 작품에는 인간 본성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통렬한 역사의식이 담겨 있어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묵직한 울림을 전해준다.

새커리는 18세기 소설 창작 기법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작가이다. 도덕성이 문학의 큰 미학이었던 19세기 영국 문단의 풍토에서 그는 관습적이고 이상적인 세계를 그려내는 대신, 세계와 인물을 사실적으로 창조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의 이런 문학관은 종종 역사소설의 형식으로 구현되었다. 실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개연성 있는 인물 유형을 생생하게 살려낸 것이다. 새커리는 결점으로 가득한 평범한 인간이 인류의 역사라는 노도에 때로는 휩쓸리기도 하고 때로는 맞서기도 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그렸고, 이러한 사실적 이야기는 시공을 초월하여 독자의 공감과 반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지금, 여기에 여전히 유효한 19세기 새커리의 이야기

『신사 배리 린든의 회고록』의 주인공은 아일랜드의 몰락한 젠트리 집안의 아들 레드먼드 배리이다. 첫사랑의 상대를 잉글랜드인 장교에게 빼앗기고 그와 결투를 벌이던 중 장교에게 상해를 입혀 도주를 해야 했던 레드먼드 배리는, 설상가상으로 사기꾼 부부에게 가진 돈을 모두 빼앗기고 군에 입대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군에서 벗어난 뒤에는 도박과 사기에서 재능을 발휘하며 유럽 전역의 사교계를 누비고, 그렇게 상류사회에 진출한 레드먼드는 부유한 린든 백작 부인을 만나 결혼을 하면서 이름까지 린든으로 바꾸고는 허영으로 가득 찬 생활을 누린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귀족 작위를 받기 위해 뇌물을 뿌리고 성을 장식하느라 부인의 재산을 낭비하면서도, 부인을 대하는 태도는 가혹하기 이를 데 없는 그의 삶은 조금씩 삐걱대기 시작하다가 점점 돌이킬 수 없는 파멸로 치닫는다.

새커리의 작품 가운데 최초의 본격 역사소설로 꼽히는 이 작품은 그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중산계층의 속물근성과 허위의식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특히 주인공을 7년전쟁이라는 역사의 현장으로 데리고 나오는 과정에서 당시 유행하던 악한소설과 뉴게이트 소설의 요소를 활용했는데, ‘악한소설’은 말 그대로 악당을 주인공으로 해서 일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는 소설이며, 흉악범 형무소로 악명을 떨쳤던 런던의 ‘뉴게이트 감옥’에서 이름을 따온 ‘뉴게이트 소설’은 범죄자의 삶을 그리는 소설을 말한다. 새커리는 이 두 양식을 자신의 작품에 녹여내어 중하층민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냄과 동시에 새로운 도덕관을 제시하고자 했다.

『신사 배리 린든의 회고록』은 ‘악한소설’의 특징을 극대화하기 위해 ‘회고록’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객관적 설명이나 지표 없이, 오로지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화자의 이야기만 믿고 따라가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 이 작품의 묘미가 있는데, 독자는 허위의식과 자기 합리화로 점철된 화자의 말이야말로 가장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주인공의 말에 의심을 품기도 하고 실소를 터뜨리면서 주인공의 삶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으로 새커리는 풍자의 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한편 새커리는 이 작품에서 7년전쟁을 비롯한 18세기의 여러 역사적 사건은 물론 아일랜드와 잉글랜드의 미묘한 관계까지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주인공의 입을 빌려 이야기한 7년전쟁은 전쟁 영웅을 중심으로 역사적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 속에 휘말린 개인의 삶이 그 속에서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으며, 자신은 잉글랜드 제국주의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부유한 잉글랜드인임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 청년을 출세기의 주인공으로 설정함으로써 두 민족 사이의 차별과 갈등이 기인한 부조리한 체제를 드러낸다. 이것은 천하의 악당인 배리 린든을 때로 측은하게 바라보게 하게도 만든다.

이 작품이 발표된 뒤로 두 세기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부와 권력의 세습’이라는 측면은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여전히 존재하는 듯 보인다. 출세와 성공만을 삶의 지표로 삼는 세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 군상도 여전하다. 속물근성과 출세주의에 젖은 배리 린든의 얼굴에서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게 되는 건 서글픈 현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쩌면 이 작품을 지금, 여기, 우리가 읽어야 할 이유인지도 모른다.

목차

제1장 연애 감정에 좌우되어온 나의 가문과 가족
제2장 용맹스러운 남자임을 나 스스로 입증하다
제3장 상류사회에 첫발을 잘못 내딛다
제4장 배리, 전쟁터의 무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다
제5장 배리, 전쟁터의 무공에서 최대한 멀리 도망치려고 애쓰다
제6장 ‘납치 마차’—군대 에피소드
제7장 배리, 수비대에서 생활하면서 그곳에서 여러 친구를 만나다
제8장 배리, 군인이라는 직업에 작별을 고하다
제9장 어느 정도 나의 이름과 혈통에 걸맞은 겉모습을 되찾다
제10장 계속되는 행운
제11장 행운, 배리에게 등을 돌리다
제12장 X 공국 왕세자비의 비극적 사연
제13장 상류층 인사로서 나의 경력을 이어가다
제14장 아일랜드로 돌아와 나의 화려한 모습과 관대한 성품을
왕국 전체에 과시하다
제15장 나의 여인 레이디 린든에게 구애를 하다
제16장 귀족답게 내 가족을 부양하고 (겉보기에는) 꽤 높은
행운의 고지에 오르다
제17장 잉글랜드 사교계의 장신구 노릇을 하다
제18장 나의 행운이 약해지기 시작하다
제19장 결말

미주
옮긴이 해설·윌리엄 새커리가 그려낸 18세기 버전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
작가 연보
기획의 말

본문중에서

나는 나의 미래에 전혀 의심을 품지 않았다. 나처럼 인성, 자질, 용기를 타고난 사람이라면 어디에서나 출세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 주머니에는 20기니의 금화가 있었고, (내 계산이 틀리기는 했지만) 그 돈은 계산상 적어도 넉 달은 버틸 수 있는 금액이었는데, 넉 달이면 재산을 벌어들이는 데 필요한 뭔가를 이뤄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말을 타고 길을 가면서 혼자 콧노래를 부르거나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었다. 길을 따라가면서 만는 아가씨들은 모두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멋진 신사분을 보내주시다니, 주님께서 저를 버리지 않으셨군요!”
(/ p.92)

우리는 프리드리히 2세를 ‘프리드리히 대왕’이라고 부름으로써 그에게, 그리고 그의 철학과 자유분방함과 천재적인 용병술에 존경심을 표하지만, 그의 군대에서 사병으로 복무했던 나는, 다시 말해 역사의 위대한 한 장면을 장식한 그 풍경 뒤편에 서 있던 나는, 그 장면을 보면 오직 공포만을 느낄 뿐이다. 범죄, 빈곤, 굴종 등이 합쳐져서 영광을 빚어내는 항목들이 인간의 삶 속에 어디 한두 가지던가!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민덴 전투가 끝나고 3주 정도가 지난 어느 날을, 우리 몇 명이 몰려 들어갔던 어떤 농가를, 바들바들 떨면서 우리에게 포도주까지 대접하던 농부의 아낙과 딸들을, 우리가 모조리 마셔버린 그 술을, 그리고 얼마 안 가 화염 속에 휩싸인 그 집을, 그리고 나중에 처자식과 집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와 그 상것이 느꼈을 비통함을!
(/ p.131)

대중은 이런 이야기에 교훈이 반드시 담겨 있어야 한다고 앞으로도 계속 주장할 테니, 이 자리를 빌려 신사 배리 린든의 이야기에서도 도덕적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정중하게 밝혀드리는 바이다. 그 교훈은 세속적 성공이 미덕의 중요성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 ‘피핀 왕은 착한 소년이라서 금 마차를 타게 되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미덕은 보상되기 마련이라는 환상을 심어주면, 우리는 미덕과 금 마차에 똑같이 엄청나게 비싼 액면가를 매기게 된다. 참으로 터무니없고 비도덕적인 결론이다. 결국 금 마차를 굉장히 가치 있는 보상의 자리에 올려놓음으로써, 우리는 금 마차를 지나치게 존중하게 되고 매일 무의식중에 금 마차를 향해 수천 가지 방식으로 경의를 표하게 되는 것이다.
(/ p.498)

저자소개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William Makepeace Thackeray)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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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년 인도의 콜카타에서 동인도회사 관리자였던 아버지 리치먼드 새커리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1815년 아버지가 죽자 영국으로 보내져 차터하우스와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교육을 받았다. 학위를 받지 못하고 대학을 중퇴한 후 1833년에는 전문 화가가 될 결심으로 파리에 정착해 한동안 그곳에 살기도 했다. 그의 미술적 재능은 이후 그가 자신의 글들에 덧붙인 삽화에서 엿볼 수 있다. 1836년 파리에서 만난 아일랜드 출신의 이저벨라 쇼와 결혼한 후 1837년 런던으로 돌아와 직업 기자로 활동했다. 새커리의 아내는 셋째 딸을 출산한 1840년부터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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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학교에서 사학, 국어국문학을,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원작의 감동과 원문의 결을 잘 살린 책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애쓰고 있다. 역서로는 [두 도시 이야기](더클래식, 공역), [엔젤폴], [캐롤라이나의 사생아], [애시], [나의 백 년], [세상에 하나뿐인 소년], 『침묵의 힘』, 『유럽의 그림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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