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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기억들 : 철학자 김진영의 난세 일기[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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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진영
  • 출판사 : 한겨레출판
  • 발행 : 2020년 09월 24일
  • 쪽수 : 27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60404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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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빛과 그늘은 어디에나 있다.
세상 안에도 있고 자기의 삶 안에도 있다.


촘촘한가 아닌가의 문제겠지만 삶은 생각으로 이루어진다. 그 생각이라 하는 것은 적어도 감수성이라는 무늬를 가진다. 내가 잘못 읽은 것인지는 몰라도 철학자 김진영의 내면에는 등대가 하나 있는데 철학자는 그 불빛으로 서정을 비춘다. 인간다움을 그리워하는 그 안간힘으로 진리를 비춘다. 이 책은 그 막막한 사막의 세계 앞에 수로를 터지게 한다. (…) 이 책을 다 읽었다면 이 책을 여느 책처럼 덮어선 안 된다. 그것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첫째가는 요소가 미덕을 지키는 것’이라는 진실을 덮어놓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기 때문이다. _이병률(시인)

출판사 서평

“우리에게는 저들이 희망이고,
저들에게는 우리가 희망인 거지”
-
인간다움을 그리워하는 한 철학자의 안간힘
[아침의 피아노], [이별의 푸가]에 이은 김진영 선생의 세 번째 산문집


호주머니에서 죽음을 꺼내면서도 삶을 말하고, 아픈 이별을 떠나보내면서도 사랑을 껴안았던 철학자 故 김진영 선생의 세 번째 산문집 [낯선 기억들]이 출간되었다. 시끄러운 세상을 바라보며 써 내려간 용기 가득한 문장들은 ‘삶’이라는 한 대의 피아노를 ‘생’과 ‘죽음’으로 나누어 연주하는 어느 아침의 연탄곡 연주자들처럼 우리의 무감한 생활 사이로 희망이란 이름의 장엄한 울림을 전한다.

[낯선 기억들]은 크게 두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한 장은 ‘낯선 기억들’이란 이름으로 〈한겨레〉에 연재했던 칼럼 글이고, 다른 한 장은 매거진 〈나·들〉에 실었던 ‘데드 레터스 혹은 두 목소리’라는 세월호 관련 글이다. 두 개의 장 사이사이로는 선생이 생전 노트에 자필로 꾹꾹 눌러 적었던 여러 편의 글이 더해졌다. ‘난세 일기’라는 말에서 자칫 어렵고 딱딱하다는 인상을 받기 쉽지만, [낯선 기억들] 속 선생의 글은 여전히 곧고 아름답다. 이병률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서정을 비추는 등대의 불빛’ 같고 ‘우리를 붙드는 삶 속의 어떤 울림’ 같은 문장들이 읽는 내내 가슴을 뭉근하게 데운다.

‘낯선 기억들’ 장에서 선생은 어느 검사의 죽음, 사라지는 노숙자들, 백남기 농민, 촛불이 모인 광장처럼 거칠고 불편하고 힘없고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데드 레터스 혹은 두 목소리’에서는 살아 있는 엄마가 죽은 아이에게, 죽은 아이가 살아 있는 엄마에게 보내는 두 장의 편지를 대신 배달한다. 그리고 그 모든 글의 끝에서 우리는 ‘사람이 끝이면 모두가 끝이다’라고 외치는 선생을 만난다. 산 자의 모습으로 죽은 자의 모습으로 인간다움이란 마침표를 붙들고 서 있는 선생을 만난다.

[아침의 피아노]가 죽음 앞에서 바라본 삶의 아름다움과 사랑의 마음을 담은 책이고, [이별의 푸가]가 이별의 아픔과 부재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라면, [낯선 기억들]은 난세를 지나왔고 여전히 그 사이의 어딘가를 살아가는 중인 ‘나’, 개인으로서의 ‘나’가 아닌 수많은 ‘나’, 즉 ‘우리’에 대한 책이다.

우리가 다 살지 못한 시간들을 다시 찾는 건, 빼앗겨버린 생의 권리를 다시 찾는 건, 여기 우리들만의 힘이 아니라 저 세상의 사람들이 우리를 도와줄 때만 가능한 거라고. 그런데 그건 저 세상도 마찬가지지. 저 세상도 정의로운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이 되려면 혼자 힘만으로는 안 돼. 우리가 도와줄 때만 저 세상도 사람의 세상,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어.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저들이 희망이고, 저들에게는 우리가 희망인 거지. _본문 중에서

“우리에게는 저들이 희망이고, 저들에게는 우리가 희망인 거지”라는 마지막 문장처럼 희망은 ‘너’나 ‘나’ 혼자만의 의지로는 불가능하다. 희망은 우리라는 한 쌍의 발걸음으로만 움직이고, 희망은 아침과 저녁 사이로만 흐르며, 희망은 사랑과 이별의 아픔 밑에서만 빛난다. 힘들지 않다면 그것은 희망이 아닌 기쁨이고, 힘들기만 하다면 그것은 희망이 아닌 고통이다.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희망이 아닌 비밀일 테지만, 비밀을 들여다보려는 애씀 앞에서야 희망은 완두콩 씨앗처럼 두 개의 싹을 겨우 틔워 올린다.

메마른 눈으로, 냉정하고 차가운 눈으로, 저들을, 저들이 부당하게 만들어가는 세상을 노려볼 거야. _본문 중에서

[낯선 기억들]에 적힌 많은 사람과 일들의 한복판에 서서 선생은 그 비밀의 마른 틈 사이로 물을 내려보낸다. 희망은 기약 없는 내일이 아니고 그저 달팽이걸음으로 묵묵히 살아내는 오늘이기에. 선생이 말하는 희망의 문장들은 그곳에서 자라나 우리에게로 와 닿는다.

그런데 아직도 세상은 모르는 것 같아, 우리만이, 이미 죽은 사람들이라고 저들이 까맣게 망각해버린 우리들만이 자기들의 희망이라는 걸. _본문 중에서

어쩌면 선생은 [낯선 기억들]을 통해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사랑이 있는 한 사람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고. 살았거나 혹은 죽었더라도 우리가 옹근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할 수 있다면, 서정을 비추는 등대의 불빛처럼 이 난세를 살아갈 수 있다고.

추천사

촘촘한가 아닌가의 문제겠지만 삶은 생각으로 이루어진다. 그 생각이라 하는 것은 적어도 감수성이라는 무늬를 가진다. 내가 잘못 읽은 것인지는 몰라도 철학자 김진영의 내면에는 등대가 하나 있는데 철학자는 그 불빛으로 서정을 비춘다. 인간다움을 그리워하는 그 안간힘으로 진리를 비춘다. 이 책은 그 막막한 사막의 세계 앞에 수로를 터지게 한다.

예쁘게 사는 것, 맛있게 사는 것이 행복일진대 예쁜 것도 어렵고 맛있는 것도 어렵다. 인생이라 그렇다. 희망은 현실과 절대로 한 그릇에 담길 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끝이면 모두가 끝이다’라고 외치는 한 철학자의 이 단단한 외침!

인간적인 삶을 견인하는 자격은 이 책 안에서 이 질문으로 요약된다. 사랑을 정지할 것인가, 사랑을 지속할 것인가. 우리를 붙드는 건 삶 속의 어떤 울림일 것이고, 우리가 멈춰 서는 것은 회한 앞일 것인데…… 멈출지, 지속할지를 묻는 물음은 ‘여전히 이 생을 살아보겠는가’의 질문으로 대체된다.

이 책을 다 읽었다면 이 책을 여느 책처럼 덮어선 안 된다. 그것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첫째가는 요소가 미덕을 지키는 것’이라는 진실을 덮어놓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병률 / 시인

목차

낯선 기억들
1. 조용히 술 마시는 방
2. 어떤 기품의 얼굴
3. 자이스의 베일
4. 사라지는 사람들
5. 외치는 침묵
6. 발터 베냐민의 군주론
7. 사체를 바라보는 법
8. 광화문의 밤 또는 풍경의 정치학
9. 헌혈의 시간
10. 멜랑콜리와 파토스
11. 예민하게 두리번거리기
12. 복제인간
13. 강요된 성형수술
14. 어느 후배의 투병
15. 세월호와 사자 꿈
16. 무지개 김밥
17.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18. 카프카의 희망
19. 할아버지의 큰 숨
20. 조동진의 비타협적 가슴
21. 댈러웨이 부인의 꽃
22. 미소지니와 이디오신크라지아
23. 롤랑 바르트의 하품
24. 인문학의 본질
25. 가을 하늘은 왜 텅 비었나
26. 마광수의 눈빛
27. 두 개의 바벨탑: 종교와 자본주의
28. 꿈들의 사전
29. 예술을 추억하면서
30. 대통령의 가난
31. 《위대한 개츠비》의 위대함
32. 찬란함을 기억하는 법
33. 프루스트와 천상병
34. 연탄곡이 흐르는 아침
35. 부드러운 악
36. 날씨에 대하여
37. 머나먼 코리아
38. 무덤에의 명령 앞에서
39. 오해를 통과한 진실
40. 인문학의 몰락
41. 애도와 정치
42. 자유와 혐오 사이
43. 나비 잡기의 추억
44. 멀고도 가까운 거리
45. 마지막 강의
46. 이 시대의 징후
47. 묻는 일을 그만둘 수 있다면
48. 춤추는 곰
49. 캄캄한 비밀

데드 레터스 혹은 두 목소리
1. 들어가면서
2. 산 자가 보내는 편지
3. 죽은 자가 보내온 편지
4. 편지에 대하여
5. 나가면서

본문중에서

또 하나의 조용히 술 마시는 방이 있다. 그건 외로운 사람, 버려진 사람, 갈 곳 없는 사람들의 방이다. 그 방은 진공 속처럼 조용하다. 그 방에는 오로지 혼자만이 있기 때문이다. 그 방에는 한 잔의 술이 있다. 그 술은 혼자 마시는 외로움의 술이다. 그리고 그 방은 어쩌면 마침내 떠나야만 하는 방이다. 거기서는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혼자만의 방에서 외로움을 마시다가 방을 떠난 사람들 중에는 시인 파울 첼란도 있다. 아우슈비츠라는 잔혹한 권력 기계의 세상에서 홀로 방을 지키던 그는 외로운 술 같은 몇 줄의 시를 남기고 자기의 조용한 방을 떠났다.
(/ pp.13~14)

빛과 그늘은 어디에나 있다. 세상 안에도 있고 자기의 삶 안에도 있다. 그늘보다는 빛을 사랑하고 밝은 곳을 찾아가는 것이 세상과 사람 사는 일의 당연한 순리다. 하지만 때로 세상의 그늘진 곳들을 눈여겨보는 일이 필요하다. 지금은 망각해버린 찬란한 세상에의 꿈을 거기에서 다시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병든 몸처럼 삶이 처한 그늘진 곳을 새삼 돌아보는 일도 중요하다. 다름 아닌 거기가 그동안 살아보지 못한 다른 삶이 날개를 푸덕이는 둥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pp.176~177)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이 왜 내게는 캄캄한 비밀로만 보일까. 아무 이유가 없이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가 캄캄한 비밀이다. 돌멩이가 그렇듯이.
(/ p.242)

우리가 다 살지 못한 시간들을 다시 찾는 건, 빼앗겨버린 생의 권리를 다시 찾는 건, 여기 우리들만의 힘이 아니라 저 세상의 사람들이 우리를 도와줄 때만 가능한 거라고. 그런데 그건 저 세상도 마찬가지지. 저 세상도 정의로운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이 되려면 혼자 힘만으로는 안 돼. 우리가 도와줄 때만 저 세상도 사람의 세상,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어.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저들이 희망이고, 저들에게는 우리가 희망인 거지.
(/ p.271)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2~2018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과 그중에서도 아도르노와 베냐민의 철학과 미학을 전공으로 공부했으며 그 교양의 바탕 위에서 롤랑 바르트를 비롯한 프랑스 후기 구조주의를 함께 공부했다. 특히 소설과 사진, 음악 등 여러 영역의 미적 현상들을 다양한 이론의 도움을 빌려 읽으면서 자본주의 문화와 삶이 갇혀 있는 신화성을 드러내고 해체하는 일에 오랜 지적 관심을 두었다. 시민적 비판정신의 부재가 이 시대의 모든 부당한 권력들을 횡행케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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