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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 클래식 :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준 단 한 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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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성현
  • 출판사 : 생각의힘
  • 발행 : 2020년 09월 11일
  • 쪽수 : 308
  • ISBN : 979119095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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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클래식 거장들은 삶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종교적인 곡을 썼다!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을 노래한 클래식을 만나다

그리스ㆍ로마 신화와 함께 서양 예술사에서 양대 축으로 꼽히는 성경. 클래식 음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수많은 작곡가가 성경에서 영감을 얻어 명곡을 탄생시킨 것이다. 하지만 수난절이라든가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시즌이 아니고는 종교음악은 쉽게 접하기가 어렵고, 클래식 음반점에 가도 종교음악은 제일 끝자리에 놓여 있을 정도로 대중의 관심에서는 살짝 빗겨나 있다. 아무래도 일상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만큼, 종교음악을 ‘최애곡’으로 꼽는 클래식 애호가도 그리 많지는 않다. 다소 생소한 형식 또한 종교음악의 ‘접근성’을 떨어뜨리는지도 모른다. 지은이는 책의 첫머리에서 어린 시절 처음으로 하이든의 〈천지창조〉를 듣고 어리둥절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오페라 등의 표제곡처럼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음악의 경우는 세속음악과 달리 ‘기승전결’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었다.
이 책『바이블 클래식』은 이런 괴리나 간극을 좁혀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을 바탕으로 한 클래식 종교음악을 선별해 소개한다. 저자는 일간지에서 오랫동안 클래식 전문 기자로 활약했고 그 사이에 클래식 관련 서적을 여러 권 출간했다. 또 지금도 유튜브와 강연을 통해 클래식을 친근하게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친절하고 흥미로운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이 곡들을 창작한 작곡가들의 심정까지 이해하게 된다. 그뿐 아니라 어느덧 종교음악이 친밀하게 느껴지는 것은 물론, 비단 신앙심을 가진 청자가 아니더라도 다층적인 감상이 가능해지게 된다.

출판사 서평

넓고 깊은 종교음악의 세계

책은 1부 구약성서, 2부 신약성서로 나누어 각각 14 작품, 6 작품의 성경에서 출발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한다. 성경의 모든 책을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에서 영감을 얻은 클래식 작품을 망라했다. 종교음악을 가까이 접해보고 또 이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지은이는 의외로 종교음악의 폭이 무척 넓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시대와 장르를 막론하고 종교와 관련 있는 음악이 고구마 줄기처럼 쏟아져 나온 것이다. 덕분에 수많은 종교음악 중에서 무엇을 소개할지를 두고 지은이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일례로 헨델은 그 유명한 합창곡 “할렐루야”가 나오는 〈메시아〉는 물론이고 〈사울〉,〈솔로몬〉,〈여호수아〉까지 수많은 종교 곡을 내놓았다(이 책에는 헨델의 종교음악에 네 작품 소개되었다). 또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흐, 비발디, 멘델스존 등은 물론, 불신과 회의의 시대라는 20세기에 활약한 쇤베르크와 스트라빈스키, 메시앙과 번스타인 같은 작곡가들이 작곡한 종교음악도 소개돼 있다.
오페라와 교향곡 같은 세속음악이더라도 성경에서 출발한 음악은 책 속에 포함됐다. 작곡가들이 종교음악이라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세속음악의 형식으로 성경 이야기를 풀어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성경이 유럽의 문화 전반을 떠받치는 두 기둥 중 한 축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생상스의 〈삼손과 델릴라〉, 베르디의 〈나부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등 성경에서 모티브를 얻은 오페라와 번스타인의 〈예레미야 교향곡〉, 스트라빈스키의 〈시편 교향곡〉이 그런 예다. 외피는 교향곡이나 오페라 같은 세속음악이어도 본질적으로 지극히 종교적인 작품들이다.

삶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작곡가들은 종교적인 곡을 썼다!

지은이는 종교음악을 소개하면서 음악의 바탕이 된 성경 이야기는 물론, 작곡 당시 작곡가가 처한 현실적 상황과 음악 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놓는다. 특히 정치적 신념과 종교적 믿음이 충돌할 때, 경제적 궁핍과 예술적 자각 사이에서 방황할 때, 작곡가들이 삶의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할 때마다 종교적인 곡을 썼다는 사실에 눈길이 간다. 일례로 쇤베르크가 출애굽기 속 모세를 주인공으로 삼은 오페라 〈모세와 아론〉을 작곡한 것은 나치의 반(反)유대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암울한 시기의 일이다. 유대인인 쇤베르크는 일찍이 개신교로 개종했고 제1차 세계대전 때 자원하여 참전하는 등 스스로 오스트리아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반유대주의를 직접 경험한 후 마음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시오니즘에 경도된 쇤베르크는 이집트에서 노예 상태로 있던 유대인을 이끌고 가나안으로 향했던 모세 이야기를 작품으로 옮기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작품 〈모세와 아론〉은 완성되지 못하고 말았다.
말러처럼 ‘지휘하는 작곡가’가 되겠다는 야심을 품었던 번스타인이 처음으로 작곡한 교향곡 또한 성경 예레미야 애가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예루살렘 멸망에 고통스러워하는 히브리 민족의 비극을 노래했기에 이 교향곡은 유대인이라는 번스타인의 정체성이 녹아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메시앙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포로로 괴를리츠 수용소에 포로로 잡혀 있던 동안 요한계시록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시간과 종말을 위한 4중주〉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작품은 1941년 1월 15일에 함께 수감되어 있던 세 명의 연주자와 메시앙 자신의 피아노 연주로 괴를리츠 수용소에서 초연됐다. 이처럼 작곡가들은 그야말로 ‘종교에 귀의(歸依)’하여, 즉 종교에 돌아가 기댐으로써 힘든 시절을 겪어 낼 힘을 얻는 동시에 수많은 사람에게 종교적 영감을 전해 준 작품까지 내놓았던 것이다.

각 글의 말미에는 수많은 레코딩 중에서 지은이가 엄선한 음반과 영상이 소개되어 있다. 글을 읽은 후에 추천된 음반이나 영상을 찾아보면 종교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아질 것이다. 해당 종교음악과 관련된 지휘자 혹은 연주자의 일화 또한 흥미를 더한다. 음반뿐만이 아니라 영상까지 다루고 있는데 특히 독특한 연출을 보여주는 프로덕션을 소개해 흥미를 더한다.

목차

들어가며

I. 구약성서
1. 창조의 경이로움과 낙원의 아름다움-창세기와 하이든의 〈천지창조〉
2. 불신의 시대에 던진 믿음이라는 화두-출애굽기와 쇤베르크의 〈모세와 아론〉
3. 독일의 ‘용병 음악인’에서 영국의 ‘국민 음악가’로-여호수아서와 헨델의 〈여호수아〉
4. 성경에서 찾아낸 세속적 러브스토리-사사기와 생상스의 〈삼손과 델릴라〉
5. 살아 있는 권력과 후계자의 갈등-사무엘상과 헨델의 〈사울〉
6. 위대하거나 인간적이거나-사무엘하와 오네게르의 〈다윗 왕〉
7. 정치적 아부가 예술이 되는 순간-열왕기상과 헨델의 〈솔로몬〉
8. 진정한 예술의 신을 섬기며-열왕기하와 멘델스존의 〈엘리야〉
9. 승리의 노래-유디트서와 비발디의 〈유디트의 승리〉
10. 기도와 노래의 교향곡-시편과 스트라빈스키의 〈시편 교향곡〉
11. 배고픈 자를 먹이고 헐벗은 자를 입혔던 음악-이사야서와 헨델의 〈메시아〉
12. 금빛 날개를 타고 온 성공-예레미야서와 베르디의 〈나부코〉
13. 나라 잃은 민족의 애가-예레미야 애가와 번스타인의 〈예레미야 교향곡〉
14. 완벽주의가 빚어낸 최고의 합창 음악-다니엘서와 월턴의 〈벨사살의 향연〉

II. 신약성서
1. 서양 종교음악의 정점-마태복음과 바흐의 〈마태 수난곡〉
2. 영광과 수난, 그 충돌과 공존-요한복음과 바흐의 〈요한 수난곡〉
3. 가장 종교적이지 않은 성경 이야기-마가복음과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4. 음악이 된 마지막 말씀-누가·요한복음과 하이든의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
5. 박해자에서 전도자로, 회심의 노래-사도행전과 멘델스존의 〈성 바울〉
6. 시간의 끝에서 흐르는 구원의 선율-요한계시록과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

참고문헌

본문중에서

1808년 3월 작곡가의 76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빈 대학교에서 열린 음악회에서도 〈천지창조〉가 울려 퍼졌다. 당시 지휘는 살리에리가 맡았다. 하이든은 평생 봉직했던 에스테르하지 가문이 마련해준 마차를 타고 공연장에 도착했다. 팡파르에 맞춰 그가 연주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관객들은 “하이든 만세”를 외쳤다. “빛이 있으라”라는 합창에서 청중의 갈채가 쏟아지자 하이든은 하늘을 가리켰다. 작품의 영감은 창조주가 주신 것이라는 의미였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하이든은 1부가 끝난 뒤 부축을 받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 이때 제자 베토벤이 찾아와 스승의 손에 입을 맞췄다. 극장을 나가기 전에 하이든은 청중에 대한 답례로 고개를 돌려 천천히 객석을 바라보았다. 이 공연은 하이든이 참석한 마지막 공식 행사였다.
_창세기와 하이든의 〈천지창조〉, 23쪽

〈모세와 아론〉에는 현대음악의 ‘예언자’ 쇤베르크가 대중과의 관계에서 겪었을 법한 고뇌가 담겨 있다. 쇤베르크는 일찌감치 조성의 법칙을 버리고 무조(無調) 음악과 12음 기법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그때마다 평단이나 대중의 적대감에 시달렸다. “보이지도 않고 상상할 수도 없는 유일신”에 대한 믿음을 설파해야 했던 모세와 실험적이고 난해한 음악을 쓰고자 했던 쇤베르크의 처지가 겹쳐 보이는 대목이다.
_출애굽기와 쇤베르크의 〈모세와 아론〉, 37쪽

절망에 빠진 엘리야가 신을 향해서 고통을 호소할 때, 첼로의 낮은 저음이 따뜻하게 다가와서 위로한다. “고귀한 단순함을 지닌 이 대목은 멘델스존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들과 오라토리오 전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장면 가운데 하나”라는 19세기 독일 음악학자 오토 얀의 평가에 동감하게 되는 대목이다. 이 오라토리오를 통해서 멘델스존은 자신이 원숙한 경지에 도달한 예술가이자 독일 고전음악의 계승자라는 사실을 모두 입증했다.
_열왕기하와 멘델스존의 〈엘리야〉, 123쪽

스트라빈스키는 〈시편 교향곡〉의 1악장에는 시편 38장, 2악장에는 39장, 그리고 3악장에는 150장 전체를 사용했다. 작품 표지에는 “신의 영광을 위해 작곡한 이 교향곡을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헌정한다”라는 문구를 써 넣었다. 작곡가는 애초에 19세기 교향곡 전통에 대해 별다른 애착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곡에 대해서는 “시편을 가사로 한 교향곡이 아니다. 반대로 교향곡으로 만든 시편 노래”라고 말했다. (…) 프랑스의 여성 지휘자이자 오르간 연주자, 음악 교육자였던 나디아 불랑제는 이렇게 말했다. “이 작품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헌정된 곡이라고 그가 말을 돌리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신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쓴 곡이다. 〈시편 교향곡〉 같은 작품을 일개 관현악단을 위해 작곡하지는 않는다.”
_시편과 스트라빈스키의 〈시편 교향곡〉, 150쪽

헨델은 매년 이 보육원에서 〈메시아〉를 자선 공연으로 연주했다. 객석은 만원을 이뤄서 매번 600파운드 이상을 모금했다고 한다. 〈메시아〉는 자선 공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던 셈이다. 〈메시아〉는 헨델 생전에만 36차례 공연됐다. 영국 음악사가 찰스 버니는 “〈메시아〉는 이 나라와 세계에서 그 어떤 음악 작품보다 더 배고픈 자를 먹이고, 헐벗은 자를 입혔으며, 고아를 돌보고, 오라토리오 매니저들을 계속해서 부유하게 해주었다”라고 재치 있게 표현했다. 헨델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메시아〉의 악보를 이 보육원에 기부하도록 유언장을 고쳐 썼다.
_이사야서와 헨델의 〈메시아〉, 166쪽

연이은 오페라의 실패에 낙담했던 베르디는 〈나부코〉의 대본을 건네받고서도 처음엔 시큰둥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히브리인 포로들이 바빌론의 유프라테스 강가에서 고향 하늘을 바라보며 부르는 “가라 꿈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Va, pensiero, sull’ali dorate)”라는 구절이 그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꿈이여, 황금빛 날개를 타고 언덕 위로 날아가라. 훈훈하고 다정하던 바람과 향기롭던 나의 고향, 요단강의 푸른 언덕과 시온 성이 우리를 반겨주네. 오, 빼앗긴 위대한 내 조국, 가슴속에 사무치네.” 오늘날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으로 불리는 그 곡이다.
_예레미야서와 베르디의 〈나부코〉, 175쪽

이렇듯 뿔뿔이 흩어져 개인화되고 파편화한 현대에도 여전히 수난곡을 듣는 행위는 음악적인 동시에 종교적인 체험이 된다. 수난곡이 울려 퍼지는 두세 시간만큼은 내 곁에 앉아 있는 이름 모를 누군가와 내가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 무척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설령 종교가 없거나 다르다고 해도 말이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우리는 남이 아니며, 적이 아니다. 설령 이 시간이 지나가면 다시 불신과 적의의 발톱을 드러내고 서로 으르렁거릴지라도 말이다. 바흐의 종교곡을 연주하는 음악회에 참석하면 마음속으로 이런 상상을 하면서 듣는다. 그래서 더욱 바흐를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_요한복음과 바흐의 〈요한 수난곡〉, 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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