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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수필 형식을 따르고 있는 김성진의 첫 수필집《그는 이매탈을 닮았다》에는 평범한 이야기지만 작가만의 사색이 일상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하지만 과장 없는 표현, 담백한 듯 유려한 문체, 감칠맛 나는 묘사가 가을 감나무 풍경과 어우러져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글을 쓰지 못한다면 사는 의미가 없다. 재주도 없는 것이 돈이나 밥보다 글이 좋으니 정상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것이 여러 장르를 좋아하니 욕심이 지나치다. 하나라도 제대로 하라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이도 좋고 그도 좋으니 영락없는 반풍수다.
순응하는 자세로 마음을 굳히니 아침부터 햇살이 따사롭다. 멀리 건너다보이는 푸른 산들이 새로운 사유를 부른다. 말과 글이 기능이나 기술이 아닌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나와 표현되는 날, 그날을 꿈꾼다.
-〈그날을 꿈꾸다〉 중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고난에 처하면 당장은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려고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장애나 가난은 삶을 포기할 이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에게도 나름의 욕망이 있고 바람도 있으며 만족도 있고 행복도 있다. 다만 그들이 꾸려 나가는 삶의 형태나 목적이 일반 사람들과는 조금 다를 뿐이다.
-〈그는 이매탈을 닮았다〉 중에서

대나무가 바람에 휘어지는 것은 자연에 대한 순응이다. 살아가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이다. 우리 역시도 자신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바람에 흔들리며 살고 있다. 흔들림이 없는 삶은 변화나 발전이 없다. 삶이 정지한 죽음이다. 흔들림은 살아 있음의 상징이며 자연스러움이다. 비록 바람에 몸은 흔들려도 뿌리는 흔들리지 않는 대나무 같은 삶을 살고 싶다. 세월이 흘러 대나무의 쓰임은 줄었지만, 언제나 뿌리 깊은 천 년의 꿈을 꾼다.
-〈대나무의 꿈〉 중에서

소재를 다루는 솜씨며 글을 끌고 가는 힘도 좋고 구성력 있는 작가의 수필에 독자들이 흠뻑 빠져보길 바란다.

책머리에 4

1부
대나무의 꿈 12
꿈 그리고 꿈 16
등산에서 배우는 것 21
마음 다스리기 26
비 오는 밤에 31
세상과의 인연 36
나도 자연인이고 싶다 41
시간의 가치 46
스마트 공해 51
선택에 대한 단상 55
양파의 자아 59
자살, 그 아이러니 64

2부
그는 이매탈을 닮았다 72
풀을 베다가 78
어떤 자신감 84
말 좀 하이소 88
바다의 왕자 마른 보이 93
세상의 소리들 98
위험의 확률 103
얼짱 107
작은 것에 대한 행복 112
대화의 달인 117
편집과 링크 123
코타키나발루의 붉은 입술을 보다 127

3부
추억의 메밀칼국수 134
밥 한번 먹읍시다 140
매화 145
홍시 151
황토색 꿈 157
좌불안석 162
낙지볶음 166
명절증후군 171
나비는 삼겹살을 좋아한다 177
염불보다 잿밥 181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185

4부
아버지의 등대 192
푸른 날을 기억하는 저 낙엽처럼 197
귀천(歸天) 201
귀향 205
동전 한 닢 210
어느 죽음 앞에서 214
바람, 떠나가다 220
바람, 유전하다 225
열병(熱病) 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