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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거짓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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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20년 9월 1일 전 세계 27개국 동시 출간★

거짓으로 위장된 어른들의 세계를 엿본
사춘기 소녀의 방황과 방랑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을 향한 뒤틀린 욕망


[어른들의 거짓된 삶]은 ‘나폴리 4부작’의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최신작으로 거짓으로 점철된 어른들의 세계를 다룬 매혹적이고 도발적인 성장소설이다. 13세 소녀 조반나는 식탁 밑으로 아버지와 친형제같이 지내는 마리아노 아저씨와 어머니의 다리가 뒤엉켜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 이를 계기로 어른들의 위선적인 삶에 눈뜬다. 거짓으로 위장된 어른들의 세계를 엿본 사춘기 소녀의 방황과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을 향한 뒤틀린 욕망, 첫 경험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이 성적인 욕구로 얼룩지는 과정을 그린 강렬한 작품이다. 페란테는 길들여지지 않은 욕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잔혹한 사춘기 시절을 기막히고도 아름답게 담아냈다.

한줄 소개
거짓으로 위장된 어른들의 세계를 엿본 사춘기 소녀의 방황과 방랑,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을 향한 뒤틀린 욕망.

출판사 서평

전 세계 27개국 동시 출간!
현대 문학 역사상 유례없는 경이로운 사건이 펼쳐지다

엘레나 페란테가 돌아왔다! ‘나폴리 4부작’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를 출간한 지 5년 만이다. [어른들의 거짓된 삶]은 전 세계 35개국에서 출간 계약을 했고 2020년 9월 1일 27개국에서 동시 출간한다. 정체를 숨긴 얼굴 없는 작가의 작품을 전 세계 독자들이 5년 동안 손꼽아 기다리고 여러 국가가 동시 출간하는 일은 유례없는 사건이다. 식을 줄 모르는 페란테 열병의 열기가 다시 한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2019년 이탈리아에서 [어른들의 거짓된 삶] 온라인 예약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고, 11월 6일 자정이 되자 초판본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서점에 몰려오며 장사진을 이뤘다. [어른들의 거짓된 삶]은 이탈리아에서 출간된 지 4개월 만에 30만 부가 판매되었다. 미국에서는 9월 1일 동시 출간을 앞두고 [뉴욕타임스] 매거진 주말판을 ‘엘레나 페란테 특집호’로 장식했다. 지면에서 페란테를 소개하고 사진 콜라주 작업으로 유명한 일본 아티스트 코이케 켄스케(Kensuke Koike)의 작품과 함께 [어른들의 거짓된 삶] 본문 일부를 공개하자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쇄도했다. 해외 문단에서 미래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거론되는 페란테의 소설은 기다릴 가치가 충분하다. 페란테는 신작[어른들의 거짓된 삶]으로 ‘믿고 보는 페란테 소설’이라는 공식을 다시 한번 입증하며 현대 문학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페란테가 그려낸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을 철저하게 빗겨나간 인물들이 전 세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엘레나 페란테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하나의 문학적 사건이 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프랑스_엘르 매거진

“사춘기 소녀, 나폴리, 삭막한 사회… 페란테의 공식이 다시 한번 통했다.”
미국_커커스 리뷰

전 세계 동시 출간을 앞두고 여러 나라가 함께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각국의 번역가들이 자신의 모국어로 [어른들의 거짓된 삶] 일부를 낭독해 영상으로 제작하기도 했고, 서면으로만 인터뷰하는 엘레나 페란테에게 전 세계 번역가와 서점인들이 핵심 질문을 한 후 답변을 받기도 했다. 현재 ‘나폴리 4부작’을 원작으로 한 HBO 드라마 <나의 눈부신 친구>가 큰 인기를 끌며 성공적으로 방영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난 5월 넷플릭스에서 [어른들의 거짓된 삶]을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할 예정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각국의 언론들은 페란테 소설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이제 페란테는 문학을 뛰어넘어 일종의 문화 현상이 되었다.

잔혹한 사춘기를 다룬
가장 엘레나 페란테다운 소설

[어른들의 거짓된 삶]은 화자가 어린 시절에 겪었던 충격적인 이야기를 폭로하며 시작한다. 나폴리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13세 소녀 조반나는 어느 날 부모님의 대화를 엿듣다가 자신이 아버지의 여동생이자 추함과 사악함의 대명사인 빅토리아 고모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조반나는 자신이 못생기고 말랐다는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하루 종일 거울을 들여다보고 친구들에게 외모를 평가해달라고 한다. 조반나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사진 앨범을 뒤져 고모의 흔적을 찾지만 끝내 실패하고 만다. 조반나는 부모님이 꺼리는 고모를 찾아가 자신이 정말로 고모를 닮았는지 확인한다. 조반나는 아름답지만 “뭔가 거슬리는 면이 있어서 차라리 단순하게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할 것” 같은 고모의 거친 모습에 매력을 느낀다.
조반나는 겉모습 뒤에 가려진 진짜 모습을 보아야 한다며 부모님을 잘 관찰하라는 고모의 충고를 따라 점차 부모님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와 친형제처럼 지내는 마리아노 아저씨가 다리로 어머니의 발목을 식탁 아래서 감싸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큰 충격에 빠진다. 조반나는 자신이 완전하다고 생각했던 세계에 균열을 느끼며 위선으로 가득한 어른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어른들의 거짓된 삶]은 일반적인 성장소설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구조로 짜여 있다. 조반나가 또 다른 세계를 마주하게 된 계기는 그녀가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신뢰했던 아버지의 충격적인 발언 때문이다. 아버지 안드레아와 어머니 넬라의 갈등으로 조반나의 가족은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고 조반나는 점차 가족의 비극을 인식하면서 불안과 공포, 환멸을 경험한다. 가족의 붕괴와 아버지의 빈자리를 통해 조반나가 느끼는 감정은 단순히 부모님을 향한 원망이 아니다. 처음에는 마리아노 아저씨와 어머니 사이를 의심하면서 어머니에게도 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폴리 윗동네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가버린 아버지를 향한 비난으로 이어지다 결국에는 아버지에게 비참할 정도로 매달리는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겪는다.
조반나가 어른들의 허영과 위선을 파헤치며 더욱더 이중적인 행동을 하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반항심으로 가득한 사춘기 소녀 조반나는 부모님을 관찰하던 도중 아버지가 나폴리 ‘윗동네’에 살면서 ‘아랫동네’에 속하는 자신의 근본을 지우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조반나는 아버지가 그어놓은 경계에서 인위적인 면을 발견하고 아버지가 구축한 질서를 붕괴해 위아래를 뒤섞어놓는다. 그 과정에서 조반나는 아름다움과 추함, 새로움과 낡음, 섬세함과 투박함이 뒤섞인 혼합의 장이 된다. 조반나는 그런 식으로 신지식인인 아버지의 위선을 보란 듯이 조롱한다.
이처럼 페란테는 상실을 통해 한발 더 성장하고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입체적인 인물을 보여준다. 인물의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모습이 아니라 여러 사건을 거쳐 성장하는 인물의 치밀한 심리 묘사를 통해 일반적인 성장소설 속 인물에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조반나가 악으로 대변되는 고모를 만나 그녀의 삶을 자신의 삶 속으로 끌어들이는 모습 또한 매력적인 요소다. 우리는 페란테가 폭력적인 체험을 온몸으로 흡수하고 악을 받아들이는 독특한 인물을 형성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페란테는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천재 소녀 릴라와 그런 릴라를 이기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레누를 넘어서 조반나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했다. 페란테는 조반나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세상에서 가장 잔혹하고 강렬한 사춘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폴리라는 도시의 여러 모습을 그린 한 폭의 벽화 같기도 한 이 소설은 불안으로 점철되어 있는 우리 시대를 대변하는 주제들과 일그러진 여성의 모습을 통해 여성 서사의 새로운 중심이 되고 있다. 아름다운 도시 나폴리를 배경으로 악에 받친 인물들이 소리를 지르며 잔혹한 방법으로 성장하는 [어른들의 거짓된 삶]은 페란테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페란테다운 이야기다.

첫사랑과 첫 경험을 향한 위험한 욕망
“저는 제가 못생기고 못된 것 같아요. 그런데도 사랑받고 싶어요.”

어른들의 세계를 경험한 조반나가 사춘기를 겪는 과정은 기이하다 못해 충격적이다. 아버지의 말에 상처를 받고 빅토리아 고모를 찾아간 조반나는 고모가 들려준 엔초와의 사랑 이야기에 매혹된다. 엔초는 아내 마르게리타와 토니노, 코라도, 줄리아나라는 삼 남매가 있는 유부남이었지만 빅토리아와 불륜 관계를 맺는다. 고모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는 조반나가 뱃속에서 뜨거운 열기를 느끼고 환상에 빠질 만큼 강렬하다.

“나랑 엔초는 다 합해서 섹스를 열한 번 했어. 엔초가 자기 아내한테 돌아간 후로 나는 그 누구와도 섹스를 하지 않았어. 엔초는 내 몸 구석구석을 애무하고 혀로 핥아줬어. 나도 그이의 몸을 만졌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빨고 핥고 쓰다듬었지. 그는 자기 물건을 내 몸 깊숙이 밀어넣고는 두 손으로 내 엉덩이를 받쳤어. 한 손으로는 이쪽을, 다른 한 손은 저쪽을 잡고. 그런 다음 내 안으로 강하게 돌진해왔지. 그 힘이 너무 세서 비명이 절로 나왔어. 평생 살면서 그런 섹스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다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나처럼 정열적인 사랑을 열한 번까지는 아니더라도 단 한 번이라도 해보지 못한다면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거야.”
(/ p.104)

위협적이면서도 포근한 매력을 지닌 고모에게 매료된 조반나는 이제 더 이상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음을 느끼고 몸과 마음의 변화를 감지한다. 처음에는 고모를 다시 만나기 위해, 그다음에는 과장된 이야기를 꾸며냄으로써 쾌감을 맛보기 위해 일삼던 거짓말은 점차 삶의 일부분이 된다. 그러나 거짓말의 짜릿함도 잠시일 뿐 가정의 위기를 맞이한 조반나는 암울한 시기에 접어들게 된다.
아버지가 집을 떠난 후 우울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코라도가 집으로 찾아온다. 코라도는 농담을 하면서 조반나의 기분을 풀어주다가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며 은밀한 행위를 요구한다.

“입에 넣어줘.”
못할 것도 없었다. 그 순간 웃기 위해서라면 나는 그가 뭘 요구하든 들어줬을 것이다. 하지만 코라도의 바지에서 나는 역한 지린내 때문에 비위가 상했고 때마침 코라도도 그만하자면서 내 손을 밀쳐냈다. 그는 인상적인 신음을 길게 뱉어내며 물건을 팬티 속에 집어넣었다. 그는 아주 잠깐 눈을 감고 쓰러지듯 소파에 등을 기대고 있다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지퍼를 올리고 일어나 시계를 보며 말했다.
“그만 가봐야겠다. 하지만 오늘 너무 재밌었어. 꼭 다시 만나자.”
(/ p.204)

코라도와의 짧은 신체 접촉은 짜릿하다기보다 구역질나는 경험에 가까웠다. 고모의 사랑 이야기와 자신의 실제 경험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낀 조반나는 점점 더 혼란을 느낀다. 그러던 중 조반나는 고모의 소개로 성당에서 로베르토를 알게 되는데 그를 보는 순간 격렬한 고통과 함께 자신의 삶 전체가 바뀔 거라는 사실을 직감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미 약혼녀 줄리아나가 있었다. 조반나는 로베르토를 다시 만나기 위해 줄리아나와 가까워지려 노력하다 두 사람이 무사히 결혼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아름다운 줄리아나와 지적인 대학 강사 로베르토가 나폴리를 떠나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려 했지만 조반나는 두 사람의 애정행각을 목격하고 걷잡을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그녀는 줄리아나와 함께 로베르토를 만나러 밀라노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팔찌를 핑계로 다시 밀라노로 돌아간다.

내가 여행길에 나선 건 팔찌를 찾아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줄리아나를 돕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나는 그녀를 배신하기 위해 떠난 것이다.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를 빼앗기 위해 떠난 것이다.
(/ pp.441~442)

조반나는 가질 수 없는 첫사랑에 대한 욕망을 다른 사람으로 대체해 관계를 맺는다. 이 장면은 ‘나폴리 4부작’에서 릴라의 결혼식 날 레누가 자신보다 릴라가 앞서나갈 거라는 고통에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성관계를 맺는 장면과 겹쳐지며 페란테 작품에 녹아 있는 여성의 욕망을 생각하게 한다.
조반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경험하며 점차 어른으로 성장해간다. 마음 한편에 줄리아나를 향한 배신과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욕망을 품고 나폴리를 떠나 베니스로 향한다. 성적 금기로부터의 해방과 부모님에게서 벗어나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는 페란테의 성장소설은 어떤 이에게는 너무나 가혹했던 자신의 사춘기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또 다른 이에게는 새로운 세계의 짜릿한 충격을 되새기게 할 것이다.

강렬하고 매혹적인 페란테 소설
“사랑스럽지 않아도 상관없어. 아무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아도 돼.”

[어른들의 거짓된 삶]에는 페란테만의 독특한 요소가 등장한다. 이 장치들은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한다. 조반나는 부모님의 친구 마리아노 아저씨와 코스탄차 아줌마의 두 딸 안젤라, 이다와 자매처럼 자란다. 조반나는 동갑인 안젤라와 더 친하게 지내면서 자신들만의 은밀한 놀이로 친밀감을 형성한다.

내가 그런 행위를 알게 된 건 안젤라와의 즐거웠던 기억이 있어서였다. 언젠가 우리는 텔레비전을 틀어놓은 채 우리 집 소파에서 다리를 교차시키고 마주 누웠었다. 누가 먼저 그러자고 한 것도 아닌데 조용히 인형을 서로의 사타구니 부분에 갖다 대고 인형을 꾹 누르고 비비면서 수치심도 없이 몸을 비틀었다. 우리 틈에 낀 인형은 생기 넘치고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그때와는 달리 지금의 쾌락은 즐거운 놀이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행위가 끝나면 땀에 흠뻑 젖은 나 자신이 한층 더 못나게 느껴졌고 그 후 며칠 동안 다시 내 얼굴에 대한 집착에 사로잡혀 거울 앞에서 얼굴을 뜯어보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 pp.36~37)

조반나는 남성이 아닌 여성과 먼저 성적인 경험을 한다. 소설 속에서 여성들에게 성적 체험은 남성이 부여해야만 습득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페란테는 성적 욕구가 여성 안에 이미 내재해 있고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을 여성들 간의 신체 접촉으로 강렬하게 묘사한다. 이러한 동성애적 코드는 조반나의 성애가 여성에서 남성으로 옮겨가면서 안젤라와 이다에게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조반나가 더 이상 키스해주지 않자 안젤라는 안절부절못하다가 잘못된 상대와 관계를 맺으며 조반나와는 다른 방법으로 뒤틀린 욕망을 풀어낸다.
안젤라의 동생인 이다의 성장 과정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이다는 밤중에 조반나와 안젤라가 한 침대에서 서로의 몸을 쓰다듬으며 키스하는 광경을 우연히 지켜보게 된다. 이다는 둘을 염탐하기 위해 일부러 먼저 잠든 척했고 정적과 외로움 속에서 혼자 둘의 속삭임과 키스하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이다는 아무도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 두 사람이 잠들면 혼자 조용히 울었다. 이다는 자신의 억눌린 감정을 글로 표현하며 성장한다. 나중에 조반나와 함께 나폴리를 떠나는 사람은 조반나와 키스를 나눴던 안젤라가 아닌 이다다. 페란테는 남녀 간, 동성 간의 그 어떤 육체관계도 아름답게 묘사하지 않고 억누르지 못한 욕구의 분출로 표현하며 우리를 끌어당긴다.
페란테는 [잃어버린 사랑]과 [나의 눈부신 친구]에서 인형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등장인물의 복잡한 심리와 인물 간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어른들의 거짓된 삶]에서도 상징적인 매개체로 팔찌라는 매력적인 장치를 활용한다. 소설의 초반부에서 팔찌는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할 만큼 화려하고 아름다운 액세서리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악의 근원으로 대변되며 인물들의 관계를 관통하는 중심 요소로 자리 잡는다. 조반나는 빅토리아 고모와의 첫 만남에서 자신이 선물한 팔찌의 행방을 묻는 고모의 말에 팔찌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이를 추적한다. 팔찌에 얽힌 비밀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어른들의 추악한 행태도 함께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그에 따른 조반나의 행동도 더욱 사악해진다. 팔찌 이야기의 진실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시작한다.
팔찌의 원래 주인은 엔초의 장모였다. 엔초는 병들어 죽어가는 장모에게서 팔찌를 훔쳐 새 장모인 빅토리아의 어머니에게 선물했다. 빅토리아는 팔찌를 조반나에게 물려주기 위해 안드레아에게 건넸고, 안드레아는 조반나가 아니라 코스탄차에게 팔찌를 선물했다. 팔찌의 진짜 주인이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코스탄차는 팔찌를 조반나에게 돌려준다. 이렇게 조반나의 손에 들어온 팔찌는 “불행한 운명의 선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소설의 후반부에서 무참히 버려진다.
페란테는 ‘나쁜 사랑 3부작’과 ‘나폴리 4부작’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나폴리를 떠나지 못하는 유령처럼 여전히 나폴리에서 성장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김지우 번역가는 “엘레나 페란테는 뛰어난 서술력과 동시대적인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소재를 다양하게 변주하는 작가”라며 나폴리를 또 하나의 “독립적이고 복잡한 등장인물”로 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페란테에게 나폴리는 모든 혼란과 격정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공간이자 인물들이 자신의 자아를 형성하기 위해 떠나지만 결국에는 다시 회귀할 수밖에 없는 강한 힘을 지닌 상징적인 “어머니의 자궁 같은 공간”이다.
이제 나폴리와 페란테를 떼어놓고 말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페란테 소설에서 나폴리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배경에서 성장한 인물이 지닌 힘은 폭발적이다. 페란테 소설의 압도적인 힘은 바로 나폴리라는 공간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

페란테의 소설 속에 살아 숨 쉬는 강인한 여성들
“우리는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어른이 되기로 약속했다.”

한층 더 강력해진 페란테의 소설에는 여전히 강인한 여성들이 살아 숨 쉰다. 거친 매력으로 조반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빅토리아 고모는 첫 등장부터 독자들을 빠져들게 한다. 그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대화 속에서 마녀 같은 형상으로 묘사되며 존재 자체로 사건을 끌고 나간다. 조반나는 사진 앨범을 뒤져 고모의 얼굴을 확인하려 하지만 사진 속 그녀의 모습은 새까맣게 덧칠한 사인펜 자국으로 무참히 지워져 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가정부 일을 전전하는 빅토리아 고모는 상류층 사람들의 가식적인 면모를 비판하고 고위 자제에게 가위를 들이대면서 거침없는 행동을 일삼는다. 하지만 조반나가 점차 성장하면서 난폭하고 거친 매력을 발산하던 빅토리아 고모는 사랑을 갈구하는 연약한 여인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조반나의 어머니 넬라는 낮에는 고등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밤에는 싸구려 연애 소설 초고를 거의 다시 쓰다시피 교정한다. 조반나를 낳고 우울증을 앓으면서 그녀는 형편없는 교사가 됐고 원고도 건성으로 수정했다. 조반나가 커가면서 점차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것도 잠시, 남편에게 버림받고 날이 갈수록 영양실조 환자처럼 말라간다. 넬라는 전남편 안드레아의 물건을 고집스레 끝까지 내어주지 않고 아직도 소중하게 간직하며 빈껍데기일 뿐인 전남편의 방문과 그의 전화를 반긴다. 넬라는 남편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일상이 강요하는 수많은 숙제를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해내는 여인이다.
엔초와 마르게리타의 딸이자 로베르토의 약혼녀인 줄리아나는 아름다운 여성이다. 그러나 그녀는 늘 로베르토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길까봐 두려워한다. 그녀가 로베르토와 결혼을 결심한 이유는 자신을 위협하는 나폴리와 섬약한 어머니와 빅토리아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줄리아나에게 로베르토는 구원 그 자체다. 그녀는 자신의 변변찮은 학력에 비해 로베르토가 너무나 뛰어난 사람이라며 그와 결혼하기 위해 모든 노력과 열정을 쏟아붓는다. 결국에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심각한 탈모를 앓고 만다.
페란테의 여성들은 여전히 불안하고 일그러진 모습으로 소설 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자신을 불완전한 존재로 성장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은 자신 앞에 불가피하게 놓인 것들을 피하지 않고 기꺼이 맞서 자신의 삶에 종속시키는 강인한 여성들이다. 페란테는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는 여성들을 통해 새로운 여성성을 정립하며 페미니즘 소설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어른이 되기로 결심”한 페란테의 여성들은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우리를 사로잡을 것이다.

목차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어른들의 위선에 눈뜬 사춘기 소녀의 잔혹한 성장기⦁옮긴이의 말

본문중에서

나는 그 생각에 빠져들었다. 뙤약볕과 무더위와 비바람과 추위와 수많은 위험을 이겨내고 추하고 잔혹한 내 미래의 자아를 만나러 가야겠다. 나는 해내고야 말 것이다.
(/ p.50)

우리는 평소에 함께 잘 때처럼 서로를 꼭 껴안았다. 나는 안젤라의 목에, 안젤라는 내 엉덩이에 팔을 두른 채 둘이서 최대한 몸을 붙이고 한동안 그렇게 누워 있었다. 안젤라의 익숙한 체취가 조금씩 느껴졌다. 달콤하고 진했다. 그 애의 체취를 맡고 있다 보면 내 몸이 따스해졌다.
(/ p.138)

나는 이제 순수한 아이가 아니었다. 생각 이면에 또 다른 생각이 있었다. 나의 유년 시절은 끝났다. 아무리 애를 써도 순수함은 사라져갔고 내 눈에 맺힌 눈물은 나의 무죄의 증거와는 거리가 멀었다.
(/ p.168)

집으로 돌아가 혼자 내 방 장롱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 보면서 그 어떠한 기적도 내 얼굴에서 빅토리아 고모의 얼굴이 나오는 것을 막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나는 이제 부모님을 염탐하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고모를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p.171)

어른들의 세상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분별력 있는 그들의 머릿속과 지식으로 가득한 그들의 몸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무엇이 그들을 파충류보다도 못한 믿을 수 없는 동물로 만들어버린 걸까.
(/ p.185)

거짓말, 거짓말. 어른들은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자기들은 끊임없이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 p.218)

“저는 제가 못생기고 못된 것 같아요. 그런데도 사랑받고 싶어요.”
(/ p.274)

“넌 철부지야, 잔니나. 말만 그럴듯하게 하지 제대로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구나. 사랑이란 뒷간 문에 달린 유리처럼 탁한 거란다.”
(/ p.281)

‘사랑스럽지 않아도 상관없어. 아무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아도 돼. 내가 어떤 심정으로 사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 p.290)

부모님의 그늘은 내게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 성가신 통증 같았다. 잘라내고 싶은 불편한 신체 부위 같았다.
(/ p.353)

위대한 남성 사상가들이 쉬는 동안 가지고 노는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애완동물보다는 더 나은 존재이고 싶었다. 나는 괴롭지만 그런 일은, 다른 건 몰라도 그런 일만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 p.447)

저자소개

엘레나 페란테(Elena Ferrante)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이탈리아 나폴리
출간도서 13종
판매수 3,128권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출생한 작가로, 나폴리를 떠나 고전 문학을 전공하고 오랜 세월을 외국에서 보냈다는 사실 외에 알려진 바가 없다. '엘레나 페란테'라는 이름조차도 필명이다. 작품만이 작가를 보여준다고 주장하는 페란테는 어떤 미디어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서면으로만 인터뷰를 허락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여전히 작가의 정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소문이 떠돌지만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다. 1992년 첫 작품 [성가신 사랑]을 출간해 이탈리아 평단을 놀라게 한 페란테는 2002년 [홀로서기]를 출간한다.
에세이집 [프란투말리아](2003)와 소설 [어둠의 딸](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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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이탈리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유럽연합지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현재 이탈리아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주요 번역 작품으로는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베르디의 오페라 [맥베스],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 모레티의 영화 [비앙카], 안토니오니의 영화 [일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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