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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꺼풀 : 윤성희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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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멈춘 시간을 깨우는 다정한 귓속말
머리맡에서 나를 붙잡아 주는 소중한 목소리들

김승옥문학상, 현대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수상 작가
윤성희 신작 소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유머와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 내며 평단과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소설가 윤성희의 신작 소설 『눈꺼풀』이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열여섯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의식을 잃은 주인공 열일곱 살 ‘나’의 이야기이다. 병간호를 하러 온 가족들이 머리맡에서 들려주는 사랑스러운 수다를 통해 잊고 있던 기억과 일상의 소중한 가치들을 일깨운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해 근사한 이야기로 엮어 내는 윤성희 작가의 솜씨가 십분 발휘된 작품으로, 책을 다 읽고 나면 살아 있다는 것이 곧 기적이라는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남수의 서정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색채의 그림이 소설과 어우러지며 윤성희 작가의 상상력에 빛나는 감성을 더한다.

출판사 서평

홀로 외로운 싸움을 펼치는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이야기는 아빠가 엄마를 처음 만났던 날에서 시작한다. 그때 아빠는 서른여덟 살로 젊은 시절을 한 고비 넘긴 나이의 독신이었고, 엄마는 홀로 여섯 살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처지였다. 형편이 어려워 친척에게 딸을 맡기고 오는 길이던 엄마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아빠의 옆자리에 앉는다. 만약 엄마와 아빠가 그날 기차의 같은 호실에 타지 않았다면, 사고로 정차한 기차에서 내려 함께 식당까지 걷지 않았다면,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면, 그래서 ‘나’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사고를 당할 일도 없었을까?
‘나’는 병원 응급실에 실려 와 누워 있다. 살아 있다는 의식은 있지만 눈을 뜰 수는 없고 소리를 들을 수는 있지만 말을 할 수는 없는 상태이다. 사고 이후 일상의 시간은 멈춰 버렸고, 들려오는 소리를 통해 주변의 풍경과 자신을 돌보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모습을 상상할 뿐이다.
오전과 오후 교대로 병간호를 하러 오는 엄마와 아빠는 그날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들려준다. 오래전 조카가 태어났을 때 아빠가 느낀 감정, 누나를 홀로 키운 엄마의 아픔, 알지 못했던 부모님의 상처들. 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엄마와 아빠에게서 풍기는 정 깊은 멸치국수 냄새처럼 마법 같은 고백들이 오감을 일깨운다. 병상에 누워 있는 시간이 낮과 밤을 채워 주는 생명의 순환처럼 흐른다.

“세상에 시시한 건 없어.”

‘나’의 기억은 사고를 당하던 그날로 회귀해 간다. 친한 친구에게 바람을 맞고 속상한 마음을 가누며 외로이 자전거를 끌던 며칠 전으로. 평소에 친구와 가고는 했던 동네가 아니라 낯선 길로 빠졌었다. 버스 정류장이었고 옆에는 한 꼬마 아이가 앉아 있었다. 건너편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버스가 차선을 넘는 것을 마지막으로 기억이 지워졌다.
‘나’가 궁금해하는 건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지가 아니라, 옆에 앉아 있던 꼬마 아이는 무사한지이다. 벌어진 일에 절망하거나 좌절하기보다는 타인의 불행을 먼저 걱정하는 ‘나’의 목소리가 소설 전반에 애틋하게 녹아 있다.
그렇다고 본인의 고통에 솔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는 언젠가 엄마에게 “시시해, 시시하다고”(47면)라며 투정을 부렸을 때가 떠오른다. 엄마는 “세상에 시시한 건 없”다고(같은 면) 말하는데, 그때 생각이 나자 감정이 격해지고 눈물이 흐른다. 멈춰 버린 삶을 향해 내보내는 간절한 신호, ‘나’에게 희망은 찾아올까?

“어릴 때 엄마한테 혼나면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그 놀이를 자주 했다. 열여섯 살인 나. 열다섯 살인 나. 열네 살인 나……. 그렇게 나이를 한 살씩 줄이다 보니 어느새 갓난아이인 내가 보였다. (…) 지금 죽는다면 나는 평생 시시하게 살다 죽는 거겠지. 세상엔 시시한 게 많지만 그중 가장 시시한 건 나였다.”
(48-49면)

“숨을 멈추고 온 힘을 다해”
윤성희의 또 다른 단편 미학


병상에 누워 깨지 못하는 주인공 ‘나’는 삶의 가능성을 무한히 품은 열일곱 살의 나이이다. 하지만 『눈꺼풀』에는 응당 배어 있을 법한 비극적 정조가 없다. 무턱대고 희망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주인공의 목소리를 통해 윤성희 작가가 묘사하는 것은 찜통에서 꺼낸 만두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 부서지면서 날리는 스티로폼 상자의 하얀 알갱이들, 간호사들마다 특색 있는 발소리, 맞잡은 따뜻한 손, 외톨이인 꼬마 아이의 뒷모습, 간질간질한 귓속말이다. 우리가 타인의 처지에, 고통에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은 누구나 이러한 인생의 한순간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저는 종종 이 아이의 일 년 후를 상상해 보곤 합니다. 벚꽃이 피는 날, 엄마의 소원대로 소풍을 가겠지요. 오랜만에 부모님은 가게를 쉴 것입니다. 김밥과 유부초밥과 과일이 들어 있는 도시락이 돗자리에 펼쳐집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벚꽃잎이 도시락 위로 떨어지겠지요. ”꽃도시락이네.“ 엄마가 웃으면서 말합니다.” ―‘작가의 말’에서

소중한 이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일만큼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도 없을 것이다. ‘눈꺼풀’ 하나 들어 올리는 힘을 보태기 위하여 기도하는 시간을 아는 이라면, 『눈꺼풀』을 읽고 더할 나위 없이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으리라.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시리즈 소개
소설과 만나는 첫 번째 길
책과 멀어진 이들을 위한 마중물 독서, 소설의 첫 만남

‘소설의 첫 만남’은 새로운 감성으로 단장한 얇고 아름다운 문고이다. 문학적으로 뛰어난 단편소설에 풍성한 일러스트를 더했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100면 이내의 짧은 분량, 매력적인 삽화를 통해 책 읽을 시간이 없고 독서가 낯설어진 이들도 동시대의 좋은 작품에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이끈다. 동화에서 읽기를 멈춘 청소년기 독자에게는 소설로 나아가는 징검다리가 되어 줄 것이다. 깊은 샘에서 펌프로 물을 퍼 올리려면 위에서 한 바가지의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는 문학과 점점 멀어진 이들이 다시 책과 가까워질 수 있게끔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우리의 독서 문화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목차

눈꺼풀
작가의 말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3~
출생지 경기도 수원
출간도서 31종
판매수 8,074권

1973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났다.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레고로 만든 집〉이 당선돼 등단했다. 소설집 《레고로 만든 집》 《거기, 당신?》 《감기》 《웃는 동안》 《베개를 베다》, 중편소설 《첫 문장》, 장편소설 《구경꾼들》 《상냥한 사람》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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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일러스트와 만화를 그립니다. 그린 책으로는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우리 모두는 살아 있는 게 기특한 사람』 등이 있습니다. 지금이어야 하는 이야기를 꾸준히 그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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