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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르샤흐 : 잉크 얼룩으로 사람의 마음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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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헤르만 로르샤흐와 그가 만든 유명한 잉크 얼룩 심리검사에 얽힌 매혹적인 이야기!

10장의 잉크 얼룩 카드로 구성된 로르샤흐 검사는 현대 정신의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중요한 심리검사 도구 중 하나이다. 단순히 정신병원뿐만 아니라 군대, 학교, 재판정, 기업 등 수많은 곳에서 사람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는 일에 활용되어왔다. 더 나아가 로르샤흐 검사는 광고와 영화, 언론, 패션, 대중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앤디 워홀에서 가수 제이지에 이르기까지 예술계에도 깊은 영감을 주었다.

최초의 헤르만 로르샤흐 평전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로르샤흐의 일생과 더불어 로르샤흐 검사의 탄생과 발전 과정, 지각의 힘에 대한 탐구, 검사를 둘러싼 논쟁, 심리 분석의 역사 등 20세기 정신의학계에서 벌어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간 심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출판사 서평

★《뉴욕 포스트》 올해의 책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올해의 책
★《타임스》 올해의 인문 도서
★《아이리시 인디펜던트》 올해의 책

“정말로 매혹적인 책이다!” - 《뉴욕 타임스》

누구나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보았을 신비로운 잉크 얼룩


봉준호 감독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추천한 넷플릭스 드라마 <마인드 헌터>의 포스터를 보면,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을 이룬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함께 그 주위로 마치 안개처럼 잉크 얼룩이 번져나간 강렬한 이미지를 볼 수 있다. 바로 로르샤흐 심리검사의 잉크 얼룩을 차용한 디자인의 한 예다. 이 드라마가 병적 심리의 극단적 형태인 사이코패스를 상대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는 점을 생각하면, 심리를 다룬 드라마 포스터의 전면에 드러난 로르샤흐 검사 잉크 얼룩의 상징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로르샤흐 검사는 현대 정신의학계의 임상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어온 심리검사 도구 중 하나이다. 그리고 그것이 유명한 심리검사 도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조차도 그와 유사한 잉크 얼룩무늬를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보았을 만큼 우리에게 익숙하기도 하다. <마인드 헌터>의 포스터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로르샤흐라는 이름이나 심리검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더라도 잉크 얼룩무늬를 보여주면 대부분 ‘아하!’ 하며 아는 척을 할 정도로 로르샤흐 검사는 예술과 대중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로르샤흐 검사는 100년의 역사를 지닌 심리검사 도구이다. 로르샤흐의 잉크 얼룩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원본 그대로 쓰인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자신만의 잉크 얼룩을 만들어보겠다고 나섰지만, 그 어떤 것도 로르샤흐의 잉크 얼룩보다 나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로르샤흐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로르샤흐가 만든 10개의 잉크 얼룩은 단지 정신의학의 임상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부터 군대, 재판정, 학교, 예술, 영화, 광고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옆에서 현대 역사의 대부분을 함께하거나 때로는 앞서 나갔다.

최초의 헤르만 로르샤흐 전기, 그리고 로르샤흐 검사의 역사서

로르샤흐 검사는 매우 중요한 심리검사일 뿐 아니라 시각예술과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런 심리검사를 만들어낸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궁금할 법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동안 헤르만 로르샤흐라는 인물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로르샤흐 검사를 연구한 사례가 수만 건인데도, 로르샤흐의 삶을 세밀하게 다룬 전기는 한 권도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여기 로르샤흐의 생애와 그의 유명한 잉크 얼룩 검사에 얽힌 매혹적인 이야기를 담은 첫 책과 만나게 되었다.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이 로르샤흐 전기에서 저자인 데이미언 설스는 로르샤흐의 일기와 메모, 가족·친구·동료들과 나누었던 편지, 한 독일계 미국인 연구자가 로르샤흐의 가족·친구·동료들을 인터뷰하고 남긴 기록물 등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자료들을 모두 모으고 정리하여, 로르샤흐의 생애, 잉크 얼룩 검사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 발표 이후의 반응과 논란, 로르샤흐 사후 검사의 발전 과정과 학계에서의 논쟁, 현대 정신의학계에서의 로르샤흐 검사의 위상 등에 관하여 이제까지 우리들이 알지 못했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한 권으로 엮은 세 권의 책이라 할 수 있다. 한 권은 헤르만 로르샤흐의 전기이고, 또 한 권은 그의 이름을 딴 로르샤흐 검사를 생생하고 꼼꼼하게 연구한 역사서, 그리고 마지막 한 권은 지각의 심리를 매혹적으로 탐구한 심리학서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로르샤흐와 그의 유명한 심리검사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의미심장한 사실을 드러내는 ‘본다는 것’의 힘에 관하여 깊이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정신과 의사이자 뛰어난 시각적 감성을 지닌 예술가였던 로르샤흐

1917년, 젊은 정신과 의사 헤르만 로르샤흐는 스위스의 한 정신 질환 보호시설에서 홀로 연구한 끝에 인간의 마음을 파헤칠 실험을 고안했다. 바로 잉크 얼룩 그림 10개였다. 로르샤흐가 이 실험을 고안하던 20세기 초는 근대 심리학이 태동하고 정신의학이 여러 새로운 길을 개척하던 시기였다. 프로이트와 융을 포함한 심리학계의 사상가들이 저마다의 이론을 놓고 진영으로 나뉘어 불화하는 동안 로르샤흐는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이 책은 로르샤흐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그가 획기적인 발견을 이루기까지의 짧지만 열정 넘치는 삶을 세밀하고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화가의 아들로 태어나 남다른 그림 실력을 지녔던 로르샤흐는 뛰어난 시각적 감성을 지닌 예술가였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그는 지각 경험에 관심이 많았다. 로르샤흐는 러시아 문화에 매료되었으며, 정신과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도 직업적인 야망 때문이라기보다 영혼을 치유하고 싶은 톨스토이주의자의 강렬한 마음 때문이었다. 그는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인간의 영혼은 세상에서 더없이 흥미로운 존재이고,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은 그런 영혼을, 아픈 영혼을 치유하는 거야.”

정신과 의사가 된 로르샤흐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나 융의 심리유형 등 당대 정신의학계의 새로운 이론과 씨름하면서도, 동시에 미래파나 추상예술 같은 새로운 예술 사조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또한 스위스 종파를 연구하며 인류학적 측면에서 지각에 대해 연구했다. 이처럼 시각적 이미지와 지각, 그리고 심리와의 관계를 깊이 연구하던 로르샤흐는 영혼을 들여다보는 창을 만들어낸다.

사람마다 다른 것을 본다

애초에 로르샤흐는 잉크 얼룩을 ‘심리검사’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떠한 평가나 제약도 없이 사람들이 보는 방식을 살펴보는 조사, 즉 ‘실험’이라고 일컬었다. 사실 로르샤흐 이전에도 잉크 얼룩을 실험에 활용한 연구자들은 있었다. 하지만 이전의 연구자들이 잉크 얼룩을 단지 사람의 상상력을 측정하는 도구로서 활용한 데 반해, 로르샤흐는 지각의 본질을 연구할 목적으로 잉크 얼룩을 활용했다. 그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보느냐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보느냐에 관심을 기울였다. 프로이트와 달리, 시각 예술가이기도 했던 로르샤흐는 우리가 누구냐는 우리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우리가 무엇을 보느냐에 달렸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는 오로지 직관과 미술적 재능, 시행착오, 대칭의 힘에 대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체계적이면서도 유연한 그림 한 벌을 만들어냈다.

로르샤흐가 만든 10개의 잉크 얼룩에는 분명히 우리를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다. 사람들은 로르샤흐의 잉크 얼룩에서 저마다 독특한 무언가를 보며, 그것은 그 사람에 대한 의미심장한 사실을 드러낸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대안으로 쓸 잉크 얼룩들을 만들어봤지만 실패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로르샤흐의 잉크 얼룩에는 대체 불가능한 특별함이 있다. 정신과 의사이자 뛰어난 시각적 감성을 지닌 예술가로서 시각 경험과 심리의 관계를 밝히는 데 열정을 바쳤던 로르샤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20세기를 이해할 열쇠, 로르샤흐 검사

로르샤흐가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난 뒤, 로르샤흐 검사는 정신의학계에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많은 연구의 대상이 되고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갔다. 2차 대전 때 미국 군대에서 활용되기도 했고,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증거로 쓰이기도 했다. 광고의 주요 소재가 되었고, 할리우드와 언론에 빈번히 등장한 데다, 앤드 워홀부터 제이지까지 여러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다. 또 일반인에서부터 피고인, 구직자, 양육권 다툼을 벌이는 부모, 정신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수행되어왔다. “책장을 덮을 즈음이면, 로르샤흐와 로르샤흐 검사가 20세기 전체를 이해할 열쇠처럼 느껴진다”는 작가 엘리프 바투만의 추천사처럼, 로르샤흐 검사는 현대사의 곳곳에서 우리와 함께했다.

로르샤흐 검사는 정신의학계에서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었으며, 논쟁의 크기만큼 부침을 겪어왔다. 로르샤흐 검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가장 많이 활용된 심리검사 중 하나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용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다른 심리검사에 비해 시행과 해석에 더 많은 시간과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탓이기도 하고, 잘못된 검사 해석으로 신뢰성이 공격을 받은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모든 논란에도 불구하고 로르샤흐 검사는 오늘날에도 계속 쓰이고 있으며, 엑스너의 <로르샤흐 종합체계>나 마이어의 <로르샤흐 수행 평가 체계]처럼 새로운 해석 체계가 연구자들에 의해 계속 연구 개발되고 있다.

오랫동안 로르샤흐 검사는 영혼을 투시하는 X선 같은 것으로 과장되어왔다. 하지만 그것은 옳지 않은 견해다. 로르샤흐는 그런 의도로 잉크 얼룩 검사를 만들지 않았다. 로르샤흐 검사는 우리가 저마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독특하게 보여주는 창일 뿐이다. 저자 데이미언 설스는 “과거에 로르샤흐 검사를 놓고 벌어진 막다른 논쟁을 뒤로하고 나아가려면, 또 검사가 우리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을 드러내도록 최대한 활용하려면, 검사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에 대해 솔직해져야 한다. 진실로 우리는 헤르만 로르샤흐의 폭넓은 인문주의적 통찰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단순한 로르샤흐 전기를 넘어서 진실로 헤르만 로르샤흐의 폭넓은 인문주의적 통찰로 되돌아가고 싶은 이들을 위한 책이다.

추천사

“인간 심리의 탐구자 헤르만 로르샤흐의 생애와, 정신의학과 대중문화에 깊은 영향을 준 그의 유명한 잉크 얼룩 심리검사의 연대기를 완벽하게 담아냈다. 정말로 매혹적인 책이다!”
- "뉴욕 타임스"

“너무나도 귀중한 책이다.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로르샤흐의 짧은 생애와 그가 만든 심리검사의 역사를 사려 깊게 고찰하고 있다.”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책장을 덮을 즈음이면, 로르샤흐와 로르샤흐 검사가 20세기 전체를 이해할 열쇠처럼 느껴진다.”
- 엘리프 바투만 / [The Possessed]의 저자

“다양하고 새로운 자료 조사를 통해 예술가이자 임상의학자였던 로르샤흐의 매력 넘치는 생애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한마디로 멋진 초상이다.”
- 피터 갤리슨 / 하버드 대학교 조지프 펠레그리노 석좌 교수

“한 사람과 그가 만든 수수께끼 같은 검사가 어떻게 우리의 집단 상상력을 빚어내는지를 알려주는 훌륭한 책이다. 로르샤흐 검사는 대단한 주제이고, 이 책은 그런 주제를 다룰 자격이 충분한 책이다.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매혹적이고, 한 장 한 장이 새로운 사실로 가득하다.”
- 데이비드 그랜 / [잃어버린 도시 Z]의 저자

“이 책은 분명 헤르만 로르샤흐의 삶과 시대, 그리고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잉크 얼룩 검사의 역사 모두에서 본보기가 되는 참고 문헌이 될 것이다.”
- 디어드리 베어 / [융-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의 저자

“헤르만 로르샤흐의 초상을 능숙하고 놀랍고 빛나게 보여주는 책이자, 잉크 얼룩 실험이라는 믿기지 않는 검사를 만든 로르샤흐가 심리학의 전당에 들어서야 마땅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설득력 있는 책이다.”
- 조슈아 울프 솅크 / [링컨의 우울증]의 저자

목차

작가의 말
이야기를 시작하며 – 진실을 알려주는 찻잎 점

01 모든 것이 움직임이 되고 생명이 되다
02 ‘얼룩이’ 로르샤흐
03 사람을 읽고 싶다
04 비범한 발견들과 두 세계의 싸움 사이에서
05 자기만의 길을 찾아
06 작은 잉크 얼룩에서 본 온갖 모양
07 뇌가 얇게 잘리는 느낌을 느끼다
08 가장 어둡고 가장 정교한 망상
09 다시 잉크 얼룩으로
10 아주 단순한 실험
11 곳곳에서 관심과 반감을 불러일으키다
12 자기 눈에 보이는 것이 곧 자신의 심리
13 더 나은 미래로 넘어가려는 찰나
14 잉크 얼룩, 미국에 발 디디다
15 성품에서 성격으로
16 검사의 여왕
17 심리학자의 청진기
18 나치를 검사하다
19 위기를 맞다
20 체계를 잡다
21 사람마다 다른 것을 본다
22 맞느냐 틀리느냐를 넘어서서
23 앞날을 생각해보며
24 로르샤흐 검사는 로르샤흐 검사 같은 무엇이 아니다

부록
고마운 이들에게
주석
그림 자료의 출처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흔히 프로이트와 융 둘 사이의 끌림, 반감, 이기심으로 비친 관계는 사실 삼각관계였다. 블로일러를 대신하고 싶었던 융은 프로이트에게 열심히 자신을 알렸다. 블로일러가 덜 믿음직해지자 프로이트는 융이 몹시 필요했다. 블로일러의 권위에 반감을 가졌던 융은 장차 프로이트와도 권력 다툼을 벌인다.
( '4장 비범한 발견들과 두 세계의 싸움 사이에서' 중에서/ p.94)

로르샤흐는 피셔가 말한 감정이입이 일어나도록 작동하는 심리 경로를 밝히는 연구에 착수했고, 1912년 학위 논문을 마무리했다. 「‘반사 환각’과 관련 현상 연구」라는 제목만 들으면 머릿속이 멍해지겠지만, 주제는 우리가 보는 것과 느끼는 것의 관련성에 대한 것이었다.
( '7장 뇌가 얇게 잘리는 느낌을 느끼다' 중에서/ p.162)

로르샤흐는 미래파가 미친 것처럼 보인다거나 논리에 어긋나 보이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어떤 움직임이든, 어떤 행동이든 ‘미쳤다’고 무시해도 되는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절대 말이 안 되는 일 따위는 이제 없다. 심지어 조발성 치매 환자의 가장 어둡고 가장 정교한 망상일지라도, 거기에는 숨겨진 의미가 있다”고도 밝혔다.
( '8장 가장 어둡고 가장 정교한 망상' 중에서/ p.179)

로르샤흐는 줄기차게 상상보다 지각을 더 강조했다. 따라서 그가 사람들에게 물은 것은 무엇을 찾아냈는가, 상상했는가, 볼 수 있었는가가 아니었다. 그 대신 무엇을 보았는가를 물었다.
( '10장 아주 단순한 실험' 중에서/ p.218)

로르샤흐는 1921년 6월 뢰머에게 알렸듯이 “검사에서 안타깝게도 매우 자주 맞닥뜨리는 딜레마”, 즉 결과를 검사자 임의대로 해석하도록 놔두느냐 아니면 다소 불완전하더라도 공식을 따르도록 하느냐 하는 문제 앞에서 과학에 근거한 객관성의 손을 들어줬다. “내 모든 연구가 증명하듯, 누가 봐도 상황이 명확하지 않을 때는 불완전한 체계화가 제멋대로인 해석보다 낫다네.”
( '12장 자기 눈에 보이는 것이 곧 자신의 심리' 중에서/ p.293)

두 사람 모두 로르샤흐 검사를 믿기 어려울 만큼 강력한 도구로 본 것은 똑같았다. 클로퍼는 잉크 얼룩 검사의 역사에서 거듭 되풀이되는 은유를 이용해 “검사는 어떤 행동의 단면을 드러낸다기보다, X선 사진이 그렇듯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기저의 구조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벡 역시 유사하게 검사를 “영혼을 보여주는 형광 투시경”, “사람을 샅샅이 꿰뚫어볼 잠재력이 있는 극도로 섬세하고 객관적인 도구”라고 묘사했다.
( '14장 잉크 얼룩, 미국에 발 디디다' 중에서/ p.314)

로르샤흐가 환자를 진단하는 데서 시작해 성격을 알아내는 것으로 활용 범위를 넓혔듯, 인류학자들은 이제 잉크 얼룩 검사를 정신과 의사의 진료실에서 빼내어 세계 곳곳으로 가져가 인간의 온갖 차이를 조사했다.
( '15장 성품에서 성격으로' 중에서/ p.340)

1950~1960년대에 세계의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가 실제로 수행한 검사 가운데 가장 널리 쓰인 것은 로르샤흐 검사였다. 미국의 병원, 진료소, 아동상담소에서만도 1년에 100만 건이 넘는 잉크 얼룩 검사가 이루어졌고, 심리학자 아서 젠슨이 말했듯 “내과 의사 하면 청진기를 떠올리듯이 임상심리학자 하면 로르샤흐 검사를 떠올렸다”.
( '17장 심리학자의 청진기' 중에서/ p.382)

뉘른베르크 로르샤흐 검사는 켈리와 해로어가 주장한 대로 ‘나치의 성격’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사람들 사이에 좁혀지지 않는 차이가 있기를, ‘우리’와 나치 사이에 깊은 도덕의 골이 있기를 바랐던 사례에서, 로르샤흐 검사는 정반대의 결론에 이른 듯 보였다.
( '18장 나치를 검사하다' 중에서/ p.426)

문화 전반에서 권위가 흔들린 까닭에, 권위자들로서는 어쨌든 권위를 그만 내세우는 것이 더 마음이 편했다. 의견은 다양하게 갈렸으며, 무언가를 ‘로르샤흐 검사 같은 것’이라고 부른다면 누구 편을 들 필요도, 누구와 멀어질 위험을 무릅쓸 필요도 없다는 뜻이었다.
( '19장 위기를 맞다' 중에서/ p.445)

R-PAS 방식의 틀로 보면, 로르샤흐 검사는 알쏭달쏭하다는 점에서 도전적인 수행 과제로 기능한다. 잉크 얼룩과 이를 해석하는 과제는 낯설고 혼란스러우며, 사람들로 하여금 흔히 쓰던 자기표현 전략이나 ‘인상 관리’를 내려놓도록 만든다. 한편 협력 치료의 틀에서 보면, 잉크 얼룩에서 보이는 것이 알쏭달쏭하지 않기 때문에 로르샤흐 검사는 기능을 한다.
( '22장 맞느냐 틀리느냐를 넘어서서' 중에서/ p.507)

당시의 원리로 보면, 로르샤흐 검사는 한 가지 기본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보는 것은 눈뿐 아니라 마음도 관여하는 행위이고, 시각겉질이나 두뇌의 다른 독립 영역뿐 아니라 한 사람의 모든 부분이 작동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 '23장 앞날을 생각해보며' 중에서/ p.533)

로르샤흐 검사는 마술이 아니다. 바샤를 보고 아이가 거짓말을 하거나 속임수를 쓴다고 확신한 사람들은 로르샤흐 검사 결과나 다른 무엇을 보더라도 결코 마음을 바꾸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바샤가 잉크 얼룩에서 본 것은 바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 덕분에 법정에 있던 사람들은 바샤를 깊고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다른 증언에서는 불가능한 방식이었다.
( '24장 앞로르샤흐 검사는 로르샤흐 검사 같은 무엇이 아니다' 중에서/ p.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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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데이미언 설스(Damion Searls)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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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작가이자 번역가이다. 뉴욕에서 자랐으며, 하버드 대학교와 UC 버클리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유럽을 대표하는 작가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마르셀 프루스트, 로베르트 발저, 욘 포세 등과 엘프리데 옐리네크를 비롯한 노벨상 수상 작가들의 주요 문학 작품을 다수 번역했고, 《하퍼스》, 《n+1》, 《파리 리뷰》에도 글을 기고했다. 미국 예술기금(2006, 2017), 구겐하임 펠로우십(2012), 레온 레비 바이오그래피 펠로우십(2013), 컬먼 센터 펠로우십(2014), 그리고 헬렌앤커트울프 번역가상(2019)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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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세상이 궁금한 번역 노동자로, 글밥아카데미 수료 뒤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차이나 유스 컬처》,《당신의 잠든 부를 깨워라》,《통계학을 떠받치는 일곱 기둥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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