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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가수는 노래를 아주 잘 부르는 사람만을 의미하는 세상이 됐다. 그래서 음치는 절대 가수가 될 수 없다는. 아니, 꿈도 꾸지 말라는.

여기 한 가수가 있다. 그런데 주변에 아무도 없이 홀로 부른다. 아니 노래 부르는데 방해만 된다며 차라리 방청객이 없는 게 낫다고 한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남들에게 알리고, 또 자랑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자기 얼굴을 세상에 알리려 하는 배우가 그렇고, 탤런트가 그렇고, 정치인, 문화인, 운동선수가 그렇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 혹은 실력, 재능을 남들에게 자랑, 혹은 뽐내려는 이. 그런 이를 또 우리는 유명인이라고 한다.

여기 한 작가가 있다. 글 쓰는 걸 좋아하는. 그래서 자기 얘기를 이렇게 저렇게 쓰며 혼자 키키덕거리기도 한다. 그래서 심오한 철학? 사상? 시대정신? 그런 거 없다. 그래서 학생들이 열심히 읽어봐야 시험에도 나오지 않는 글들투성이다. 젊은 직장인이 읽는다 해도 승진에 전혀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는. 주부 또한 아무리 정독해 읽어 봐야 자식 교육에 하나도 도움이 될 것 같지가 않다. 그런데 그런 글을 굳이 써 출판까지?

아주 유명한 음식점이란다. 그래서인지 벽이며 마루며 식탁, 의자가 다 수십 년 전 그대로다. 그리고 3대째 이어져 왔다는 며느리도 모른다는 독특한 비법. 그래서인지 번호표까지 받고 줄을 서야 한단다. 당연히 TV, 언론에 방영된 것은 물론이요, 벽을 도배하다시피 한 유명인의 멋들어진 사인, 그리고 당대 최고의 미식가, 유명짜한 음식 평가단이 내린 이러저런 맛에 대한 평가들까지.

집에서 만든 음식이란다. 그것도 전문 요리사 자격증도 없는 남자가 그냥 대충 이렇게 저렇게 만든. 물론 비법은 당연히 없다. 이렇다 할 양념도 없고. 그럼에도 본인 스스로 맛을 보고 본인이 맛있다고 한다?

인생 어느 정도 살다 보면 알게 되는 진리가 있다. 바로, 집밥이 최고라는 것.

이 책 ‘나는 내 글이 재밌다’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가위 : 나이가 듦에 따라 알게 된 이러저런 쓸데없는 진리?
바위 : 그때는 심각했지만 지금은 한낱 웃음거리가 된 그때 그 시절의 학교 이야기…….
보 : 영웅이 판을 치는 이 시대에 얼굴만 잠깐 드민 엑스트라의 알도 못할 독백!

저자는 1인출판사 ‘수레 위에 앉은 소’의 사장이다. 그래서 글도 직접 쓰고, 제목도 직접 정해 자기가 직접 손으로 쓴다. 아울러 책 표지 또한 직접 디자인한다. 나중에 책 주문받아 우체국에서 부치는 것까지 직접 하고. 그래서 북 치고 장고 치고 노래까지 직접 부르는 것은 물론이요, 그 노래의 작곡에 작사까지 한다. 그래서 이렇게 출판을 한 뒤 ‘책 소개’, ‘출판사 서평’까지 직접 쓴다. 그렇다고 주변에 평을 부탁할 정도의 친분 있는 유명인사도 없다. 그만큼 별 볼 일 없는 작가요, 그만큼 주변머리 없는 인간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세상에 알려진다는 것, 그래서 밖에 나가면 누구나 다 알아본다는 것, 그거 생각만큼 좋은 일 아니다. 아니 그것처럼 성가시고 불편한 일이 또 없다. 선생 20년 해 봐 잘 안다. 알도 모를 제자 중 한 명이 어디선가 몰래 보고 있다는 것, 그거 결코 유쾌한 경험 아니다. 그래서인가. 표범은 화려한 무늬,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거기에 날렵한 몸매에 엄청난 힘까지 지녔지만 숨어 산다는 것 아닌가. 하긴, 길을 가도 쳐다보기는커녕 관심조차 기울이는 이가 단 한 명 없다면 그것처럼 편한 게 또 없다. 그래서 오가는 차가 단 한 대 없으면 빨간불이라도 슬쩍 건너갈 수 있는 거요, 그래도 그 모습을 누가 스마트폰으로 찍어 SNS를 달굴 일 또한 없을 것 아닌가. 그리고 예쁜 여자가 지나가면 슬쩍 쳐다볼 수도 있고, 길바닥에 생쥐가 죽어 널브러져 있으면 침이라도 ‘?!’

이 책 ‘나는 내 글이 재밌다’는 알려지지 않은, 아니 전혀 알 리가 없는 한 작가, 그것도 결혼도 안 한, 아니 이제는 못한 중년(엄밀히 말하면 노년)의 남자가 혼자 이런저런 일로 성도 발끈 냈다, 침도 ‘?!’ 뱉었다, 그러면서 또 룰루랄라 노래까지 부르며 배시시 웃는 이야기들이다.

가위 _ 7
1 _ 9
2 _ 21
3 _ 40
4 _ 44
5 _ 53
6 _ 57
7 _ 61
8 _ 64
9 _ 71
10 _ 77
휴식시간 _ 82

바위 _ 95
1 _ 97
2 _ 102
3 _ 106
4 _ 114
5 _ 119
6 _ 124
7 _ 130
8 _ 136
9 _ 144
10 _ 153
11 _ 157
12 _ 162
13 _ 166
14 _ 172
휴식시간 _ 178

보 _ 193
1 _ 195
2 _ 199
3 _ 206
4 _ 211
5 _ 215
6 _ 221
7 _ 225
8 _ 229
9 _ 233
10 _ 239
11 _ 243
휴식시간 _ 247

일곱째, 진실?

아는 이를 만났다. 그런데 웬일인지 얼굴에 미소를 띤다. 여자를 소개해 주겠다나? 별 허튼 소리를 다 한다고는 했지만 귀는 솔깃했다?

“참한데다 얼굴도 그 정도면 미인이고…….”

그런데 끄트머리쯤 가서 덧붙이는 말이, 딸이 하나 있다?

그동안 참, 여자 많이 만났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건 빼고라도 소개, 혹은 선을 통해 만난 여자만 해도 어림짐작 백 명은 족히 넘을 터. 한창 나이 때는 정말 이곳저곳에서 소개 많이 해줬다. 학교 선생이라는 버젓한 직장 있겠다, 결근 한 번 하지 않은 근면 성실한 총각이란 것 다 알겠다, 그리고 아이들로부터 아이돌 부럽지 않은 인기마저 누렸으니 나부텀이라도 주변에 시집 못 간 처자가 있으면 당장 소개해 줄 판. 그런데 동료 교사만 해도 백 명이 넘는다. 제자만 해도 해마다 수백 명이 넘고. 거기에다 이쪽저쪽 학부모까지 가세를 하면 그야말로 주말엔 다른 약속을 잡지도 못할 정도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명만 소개를 받는다 해도 한 달이면 네 명의 처자와 마주 앉는 셈이다. 그래서 일 년이면 사십 명. 그런데 지금 나이 오십을 넘어 육십을 향해 가는 마당인데도 아직 ‘혼인서약서’란 것을 써본 적이 없으니 오히려 백 명이 적을 터. 그런데 이젠 애 딸린 여자까지?

수십 년도 더 전의 일이다. 그러니까 나는 금값을 넘어 다이아몬드 값일 때, 누나는 혼기를 좀 놓친 상태였다. 그래서 엄마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던 어느 날. 간만에 누나에게 선이 하나 들어왔다. 중매쟁이는 동네에 사는 한 할머니. 남자가 직장도 좋은데다 4년제 대학까지 나온 괜찮은 사람이라는 거다. 그래서 이번엔 어떻게 될 것 같아 엄마는 물론, 옆에 있던 나도 귀가 솔깃해졌다. 그런데 주책없는 이 할머니가 맨 나중에 꺼내는 말이 딸이 하나 있다? 듣고 있던 내가 다 화가 났다. 그래도 누나는 나름 ‘이대 나온 여자’다. 직장도 여자로서는 괜찮은 학교 선생이고. 그런데 아무리 혼기를 놓쳤다기로서니(지금 기준으로 보면 혼기를 놓친 것도 아니다) 뭐가 아쉬워 애 딸린 홀아비와 선을 보겠는가. 중매쟁이가 가고 난 뒤 엄마에게 행여 누나에겐 절대 말도 꺼내지 말라고 했다.
그날 저녁. 엄마가 아마 낮에 있었던 일을 누나에게 슬쩍 건네셨나 보다. 누나가 방문을 ‘쾅’ 닫고 자기 방에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모르긴 몰라도 노처녀가 훌쩍이고 있을 터.
그 뒤. 누나는 명문대학을 나온 잘생긴 매형을 만나 지금 재미나게 잘 살고 있다. 그런데 그 옛날 걱정 하나 안 하던, 아니 장가만큼은 알아서 잘 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남동생이 오히려 아직까지 장가를 못 가 누나 속을 태우고 있다? 그런데 그 늙은 동생한테 간만에 선이 하나 들어왔는데 애가 딸린 여자다? 세월이 유수라더니 이건 세상이 완전 역류된 느낌이다. 그래서 그 옛날 누나의 심정도 이렇겠거니 싶어 오랜만에 누나에게 전화를 했다.

“어이구, 웬일이슈? 이렇게 전화를 다 주시고?”
“어, 그냥 문득 누나 생각이 나서.”
“어이구, 이거 감동할 일이네. 우리 동상이 누나를 다 생각해 주고?”

이러저런 얘기 끝에 애 딸린 여자를 소개시켜 준다는 사람이 있어, 문득 그 옛날 누나 생각이 나서 이렇게 전화를 했다고 했다. 그랬더니 누나가 놀라는 투다.

“어? 나 그런 적 없는데? 그런 선 받아본 적 없어. 우리 동상이 뭔가 잘못 알고 있나 보네?”

나이가 들다 보면, 뭐가 진실이고 뭐가 기억이고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를 때가 있다. 누나가 나보다 두 살 더 많다. 그러니 누나의 기억력이 나의 기억력보다 두 살 더 희미할 터. 그래서 어쩌면 내가 아닌 누나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특히나 사람은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을 기억한다는, 그걸 뭐라 그러더라 그런 용어가 있는데, 하여간 실제로 누나에게 그런 선이 들어왔는데 누나가 그 기억을 지워버렸을 수도 있다. 아니 그게 맞는 얘기일 거다. 왜? 아무리 나이가 들었다 해도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