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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보석 : 201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파트릭 모디아노[양장]

원제 : La Petite Bij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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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1950~60년대의 파리, 성년의 문턱에 선 나이의 여자 테레즈는 지하철역 통로에서 열두 해 전에 모로코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엄마와 똑같이 생긴 여인을 본다. 빛바랜 노란 망토를 입은 그 여인을 테레즈는 뭘 어쩌겠다는 생각도 없이 무작정 쫓아간다. '불사조'라는 별명이 붙은 여인이 사는 곳은 파리 교외의 벽돌건물. 그날부터 테레즈는 엄마와 똑같이 생긴 그녀가 사는 곳을 방문하고, 어린 시절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누군지 모를 아빠와 카바레에서 춤을 추는 전직 발레리나 사이에서 태어난 테레즈는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독일 강점기 시절 '보슈'(독일인들을 경멸하여 부르는 프랑스말)라 불렸던 엄마, 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들어가 살았던 거대한 아파트, ‘나’의 유일한 친구였지만 엄마가 불로뉴 숲에 버려두고 온 개...... 파편처럼 남아 있던 과거는 현재를 위협해 들어오고, 테레즈는 그 두려움의 실체와 맞서기 위해 기억을 그러모은다.

    의지할 곳 없이 삶의 무게를 버텨야 하는 이 고아 소녀는 생계를 위해 아이를 돌보기로 한다. 그러나 그녀가 돌보게 된 아이는 부모에게서조차 이름 대신 ‘아이’라는 보통명사로 불리는 가여운 소녀. 소녀를 보며 테레즈는 ‘작은 보석’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며 엄마의 장신구 취급을 당하던 자신을 떠올린다. 그리고 자신을 딸처럼 돌봐주는 약사 여인의 초대를 받아 시골로 가기 전, 함께 떠나기 위해 아이를 데리러 간다. 그러나 그 사이 가족들은 어디론가 모두 떠나고, 남은 것은 소녀의 부모에게 부쳤으나 봉인된 채로 남아 있는 테레즈의 편지뿐이다. 그 편지를 보며 테레즈는 모로코의 엄마에게 보냈으나 도착하지 못한 채 어딘가에서 유실되었을 자신의 편지들을 떠올린다.

    빛바랜 노란 외투를 입고 파리 외곽을 떠도는 엄마와,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이루어놓은 것 없이 막막한 삶 한복판에 서 있는 자신의 처지와, 무관심한 부모에 의해 학대당하는 아이를 생각한 테레즈의 슬픔은 폭발한다. 그러고는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한다. 사랑받지 못했던 유년 시절에 대한 분노와 절망, 고통과 상처와 결별하기 위해, ‘다리를 끊어버려야 할 시기’가 왔기에. 그러나 그녀는 죽지 않고 병원에서 깨어난다. 새로운 한 시기를 열기 위해 과거의 맨 밑바닥까지 내려간 테레즈의 앞에는 이제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다.

    유년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는 한 소녀의 성장기

    1968년 [에투알 광장]으로 등단한 이래 파트릭 모디아노가 두 해에 한 번씩 꼬박꼬박 신작을 발표해온 지도 어느덧 마흔 해가 다 되어간다. 한 사람의 작가이기를 넘어 하나의 '세계'이자 '현상'으로 자리잡기까지, 모디아노는 오직 하나의 주제 즉 "바스라진 과거, 지워져버린 생의 흔적을 찾아 수수께끼 같은 삶의 고갱이로 침잠해 들어가는 인간"을 그리는 데 세월을 바쳐왔다. 이렇게 하나의 주제를 일관된 스타일로 그려와서인지, 그를 두고 "거대한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기 위해 집필하는 작가"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2001년작 [작은 보석]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기억의 저편으로 떠나는 한 소녀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그 동안 모디아노가 천착해온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전작 [신원 미상 여자]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여성화자의 입을 빌려 말하기'는 이 소설에서도 계속된다. 갓 사춘기를 지나 성년의 문턱에 다다른 젊은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 역시 같다. 그러나 사랑스러운 제목과는 달리 [작은 보석]은 잊은 줄 알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에 위협당하며 점점 무너져 내리는 현재를 그린 악몽 같은 소설이다('작은 보석'은 프랑스어로 '우리 아가'라는 뜻도 된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모든 것을 설명하는 열쇠"(‘라 크루아’와의 인터뷰에서)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은 성년이 되기 위해 소녀가 하나의 문을 닫은 후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성장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모디아노는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 없는 인간 존재의 현실을 구체적 시간과 공간으로 직조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발휘한다. 일요일 저녁의 인적 드문 뒷골목, 아이들이 없는 황량한 놀이공원, 어둡고 스산한 기차역 주변...... [작은 보석]의 테레즈는 피폐해진 전후의 파리를 몽유병자처럼 떠돈다. 불로뉴 숲에 버려진 길 잃은 강아지 같은 소녀의 이야기는 슬프다 못해 비통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작가는 한마디 과장도 신파도 없이, 나직하고 억제된 목소리로, 불필요한 수사를 제거한 단단한 금강석 같은 문장으로 서술한다.

    끊임없이 변주되는 한 곡의 노래 같은 그의 소설들을 그럼에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 왜 모디아노는 한 곡의 노래를 끊임없이 변주하여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것일까. "내가 쓰고 있는 책들은 결국 어느 날인가 쓰게 될 한 권의 ‘진실한 책’에 가닿기 위한 것입니다." (‘리베라시옹’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하나의 진실을 위해 구도하듯 글을 쓰는 작가의 여정은 상처에 상처를 거듭하면서도 끈질기게 이어지는 삶이라는 것과 닮아 있다. 그 집요함과 한결같음 때문에라도 이 작가의 행보는 주목할 만한 것이다.

    살아내기 위하여, 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

    수수께끼 같은 삶의 고갱이로 침참해 들어가는 한 젊은 영혼의 표류기

    언제나 ‘나’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모디아노의 소설은 종종 작품에 드러나는 자전적 요소로 주목받기도 한다. 20여년 전 [썩 괜찮은 녀석들 De si brave garcon]에 스쳐 지나가듯 등장한 한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쓴 [작은 보석] 역시 그렇다. 1950년대 파리 근교에 살았던 모디아노의 집에서 허드렛일을 거들던 한 소녀를 모티프로 작가가 탄생시킨 인물이다. 몸집에 비해 지나치게 작은 옷을 입고 있는 가난한 소녀의 주위를 떠돌던 기이한 아우라는 세월이 흐른 뒤에도 작가의 뇌리에서 잊히지 않아 이렇게 [작은 보석]이라는 작품이 탄생하게 되었다.

    세계2차대전 종전 후, 모든 가치가 상실된 시절에 태어나고 성장한 작가의 문학적 양분이 된 것은 ‘고아의식’이었다. 그의 소설의 주인공들은 아무 곳에도 뿌리내리지 않고 일정한 직업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근원이 어디인지를 찾아 헤맨다. 스스로를 고아로 규정지은 인물들이 근원을 궁금해한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그러나 모디아노는 과거와 화해하기 위해서 근원을 찾아 나서지 않았다. 모디아노에게 자신의 근원,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한다는 것은, 여행자의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이미 시효가 소멸된 신분증"처럼 덧없을지라도, 위태위태한 현재를 지탱해줄 유일한 버팀목이다.

    [작은 보석]의 테레즈 역시 같은 이유로 ‘몇몇 보잘 것 없는 추억을 긁어모아 마지막으로 유년기의 흔적들을 되찾고’ 싶어한다. 그런 점에서 테레즈는 1972년작 [외곽도로]의 주인공 ‘나’를 연상시킨다. ‘잃어버린 아이’로서 아버지를 찾아 헤매고, 그 초라한 모습에 실망하지만 끝내 혈육의 끈을 놓지 않는 ‘나’는 테레즈의 남자 쌍생아와도 같은 인물이다. 그러나 [외곽도로]의 ‘나’가 아버지와의 유대관계를 확고히 하기로 결심하는 데 반해, 테레즈는 결국 엄마와의 만남을 거부하고 홀로서기를 택한다(그녀는 엄마의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누를까 고민하다 뒤돌아 계단을 내려온다). 자살을 기도한 그녀가 깨어나는 병실이 신생아실이라는 점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혼수 상태에서 깨어난 테레즈는 말한다. "그날부터 내게도 삶이 시작된다는 신호가 그러고도 오랫동안 귓가에 쟁쟁했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모른 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안개 같은 현실에 직면한 주인공들을 그린 전작들과는 달리, 모다이노는 [작은 보석]에서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 아마 그래서 이 소설을 ‘슬픔과 화해의 소설’('라 크루아')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목차

    작은 보석

    옮긴이의 말
    - 버림받은 두 '작은 보석' 의 이중주

    본문중에서

    내 앞에 모든 지평이 열렸다. 이미 시효가 소멸된 신분증을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는 여행자처럼, 몇몇 보잘것없는 추억을 긁어모아 마지막으로 내 유년기의 흔적들을 되찾고 싶었다.
    살아가는 내내 곁에 머물면서, 당신이 무슨 짓을 해도 실망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는 찬란하던 시절에 당신을 알게 되었지만, 훗날 당신이 곤궁에 처하게 되어도 여전히 찬탄의 눈길로 따르며 신뢰하는 유일한 사람. 그는 당신에 대해, 흔히 말하듯 ‘우직한 광부’처럼 맹목적인 신뢰를 품고 있다. 당신과 다를 바 없는 부랑아. 충직하고 선량한 개. 영원한 천덕꾸러기.
    (/ p.16)

    역 주변에 살면, 그것으로 인해 삶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그저 잠시 머물다 떠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확정적인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어느 날 불현듯 사람들은 기차에 올라탄다. 그곳은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곳이다.
    (/ pp.79~80)

    저자소개

    파트릭 모디아노 (Patrick Modiano)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45~
    출생지 프랑스 불로뉴
    출간도서 19종
    판매수 11,202권

    201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 바스러지는 과거, 잃어버린 삶의 흔적으로 대표되는 생의 근원적 모호함을 신비로운 언어로 탐색해온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1945년 불로뉴 비양쿠르에서 태어났다. 열여덟 살 때부터 글쓰기를 시작해 1968년 소설 [에투알 광장]으로 로제 니미에 상, 페네옹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외곽 순환도로]로 1972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슬픈 빌라]로 1976년 리브레리상을, 1978년에는 [어두운 상점들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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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3대학 통번역대학원(E.S.I.T.)에서 번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번역출판기획네트워크 ‘사이에’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번역 논쟁』, 역서로는 『지하철 소녀 쟈지』(레몽 크노), 『단추전쟁』(루이 페르고), 『문법은 아름다운 노래』(에릭 오르세나), 『삐에르와 장』(모파상),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식탁의 길』(마일리스 드 케랑갈), 『성 히에로니무스의 가호 아래』(발레리 라르보), 『에콜로지카』(앙드레 고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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