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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멸한 무당파. 운정은 홀로 살아남지만 무당산의 정기가 사라져 곤란에 처한다.
그리고 사라진 무당산의 정기를 찾고 무당의 유지를 잇고자 마교에 발을 들인다.

『천마신교 낙양지부』의 정보석 작가님이 같은 세계관의 다른 캐릭터로 이어 나가는 또 다른 이야기. 『천마신교 낙양지부』와는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본부가 된 낙양지부!
홀로 살아남은 무당의 제자, 운정.
사라진 무당산의 정기를 되찾기 위해
무당의 유지를 잇기 위해
그가 흑도의 중심, 마교에 발을 들인다!
이계와의 충돌로 혼란한 시대
격변하는 세상 속, 운정의 홀로서기가 시작된다!

序章
第一章
第二章
第三章
第四章
第五章

第二章

“제 이름은…….”
아이는 말을 흘리며 봉우리 아래로 자욱하게 낀 안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구름과도 같은 말을 맺었다.
“운무(雲霧)로 하겠습니다.”
우향낙선은 단호하게 말했다.
“네 항렬은 정(靜)이다.”
“그럼 운정(雲靜)으로 하죠, 뭐.”
“…….”
“왜요?”
“아니, 그리 쉽게 바꿀 줄은 몰랐다.”
“어쨌든 이제 제게 도명을 주셨으니, 제 사부가 되신 것 맞습니까?”
우향낙선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뭐, 그렇지.”
운정은 눈초리를 작게 뜨더니 말했다.
“그 표정은 뭡니까?”
“제자를 가진 것이 내키지는 않아서 말이다. 꼭 너라서 그런 건 아니니 마음 쓰지 마라.”
“…….”
“어떠냐, 이름을 가지니. 마음이 뒤숭숭하더냐?”
운정은 초조한 표정으로 자기 자신을 내려다보더니 대답했다.
“그냥 기분이 그렇습니다.”
“너는 큰 복을 받은 것이다. 누구보다도 신선의 반열에 들기 좋아.”
우향낙선의 말에 운정은 그를 조심스레 올려다보며 말했다.
“사람이 어떻게 신선이 됩니까?”
우향낙선은 운정을 물끄러미 보다가 눈을 감고는 천천히 설명했다.
“보통 사람은 육식과 수경신을 멀리하여야만 몸에 쌓인 탁기를 없애고 선인이 될 수 있다. 선기(仙氣)를 몸의 내력으로 온전히 사용할 수 있지. 애초에 도사란 세속의 찌든 몸의 탁기를 몰아내고 선기를 몸에 받아들여 점차 선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럼 전 이미 탁기가 몸에 없으니, 신선 아닙니까?”
“선인이 된 것이지 신선이 된 건 아니다.”
“예?”
“쉽게 말하면, 선공(仙功)을 익힐 최적의 육신과 정신을 가졌다는 말이지, 이미 선공을 완성했다는 말은 아니다. 마인이 마기를 온전히 수용할 수 있는 역혈지체를 이뤘다고 해서 갑자기 마공의 고수가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
“마인이고 역혈지체고 그게 무엇인지 모르니, 제겐 좋은 예가 될 수 없습니다.”
우향낙선은 다시금 천천히 설명했다.
“선공은 도사들이 신선이 되기 위해서 산의 정기를 몸에 그대로 받아들이는 토납법이다. 이것은 후에 세속에 전수되어 내공심법의 모태가 되었지. 하지만 인간은 육식과 잠으로 인해 임독양맥(任督兩脈)이 막히고 생사현관(生死玄關)이 닫혀 버려, 선기를 온전히 쓸 수 없다.”
“임독양맥과 생사현관이 무엇이기에 막히면 선기를 쓸 수 없는 겁니까?”
“임독양맥은 본래 하나의 경맥이지만, 중간에 탁기가 쌓여 막힘으로 임맥(任脈)과 독맥(督脈)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막힌 부위를 생사현관이라 하지. 이 두 경락은 생명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어 다른 경락과 구분되는데, 이 두 경락을 드나드는 기운을 선천지기, 그리고 나머지 경락에 드나드는 기운을 후천지기라 한다. 선기란 그런 구분조차 없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기운으로, 몸의 기운을 선천지기와 후천지기로 나누는 무림인들은 당연히 선기를 사용할 수 없느니라.”
“그럼 세속을 떠나 도사가 된 이들은 어떻게 선공을 익힙니까?”
“우선 임독양맥을 제외한 다른 경락으로 후천지기를 쌓아, 덩어리를 키운 뒤에 임독양맥으로 그 기운을 돌려 천천히 탁기를 뚫어 낸다. 이를 위해선 최소 일 갑자 이상의 내력이 필요하지. 그리고 임독양맥을 뚫다 보면 생사현관에 마주치게 되는데, 그것마저 뚫어 내면 선인의 몸을 가지게 되며, 후천지기와 선천지기의 차이가 사라지고 외우주와 내우주가 합일, 입신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입신을 노리는 내공심법을 신공(神功)이라 칭하느니라.”
“흠… 그렇다면 거기에 전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이군요.”
“넌 임독양맥과 생사현관이 오염되지 않아 선천지기와 후천지기의 구분이 없다. 따라서 날것의 선공을 익혀도 문제가 없어.”
“그런데 제가 신선이 아니라 선인이라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깨달음이 없지 않느냐? 신체적인 문제가 전혀 없기 때문에 정신적인 깨달음의 효과가 육체에 즉각 나타나니 누구보다도 빠르게 선공을 익힐 수 있을 것이지만, 아직 선공을 대성한 것은 아니지.”
“아, 선공을 익혀 신선이 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을 뿐이라는 것이군요.”
“그뿐만 아니다. 날 때부터 수경신을 하며 이름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네 공격(功格)와 과율이 적힐 수 없었다. 그래서 이름을 받은 오늘부터 공과(功過)를 철저하게 계산한다면, 정확한 공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공과는 왜 중요합니까? 선공 때문입니까?”
“무당파의 선공이기에 그렇다. 무당파의 가르침으로 신선이 되려 한다면 매일 공격이 과율보다 높아야 하며, 일정 수준의 공격에 이르러야 선공도 계속 진척이 있다.”
“그렇다면, 그냥 이름을 받지 말걸 그랬습니다.”
“이름이 없다면 악행도 인정받지 않지만 선행도 마찬가지. 따라서 이름이 있어야만 신선이 될 수 있다.”
“…….”
“네가 구배지례를 하면, 무당파의 선공을 가르치겠다. 네겐 내공심법이 필요 없다. 바로 선공을 익히면 될 것이고 또 이곳에선 선기를 쌓는 속도 또한 매우 빠를 것이다. 네 몸은 환골탈태니 뭐니 할 것도 없어. 선기가 쌓이면 자연스레 몸에 녹아들 것이니.”
“그럼 검공은요?”
“신선은 원래 검과 상관없다.”
“무당파의 신선은 검의 신선인, 검선(劍仙) 아닙니까?”
“나는 네 어미에게 신선의 반열에 이르게 하겠다 했지, 검을 휘두르게 하겠다 하지 않았다. 네가 검으로 신선이 되려거든 네 마음대로 해라. 나는 널 우선 신선의 반열에 들게 만들 뿐이다.”
“…….”
“왜? 싫으냐?”
운정은 고개를 몇 번이고 흔들었다.
“아닙니다. 어머니께서 제게 당부하신 것은 신선이 되라는 것이지, 꼭 검선이 되라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싫구나?”
“…….”
세간에 알려진 무당파의 도사는 검으로 바위를 쪼개는 검술의 고수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운정도 당연히 그렇게 될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우향낙선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운정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하지 말거라. 내외가 모두 중요하듯 좌우 또한 중요하다. 네게 도술과 검술을 모두 가르칠 것이니 네가 걱정하는 일은 없다.”
“그러면 왜 신선이 먼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겁니까?”
“네가 검에만 너무 집착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선이 먼저이지 검이 먼저가 되면 안 된다. 그렇다면 그저 강한 무림인에 지나지 않아. 너는 엄연히 신선이 되려는 선인이다. 검으로 선을 추구해야지 선으로 검을 추구해선 안 되느니라.”
“…….”
“앞으로 차차 이해할 터이니 너무 큰 걱정 말아라.”
운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천천히 그리고 정성을 다해 구배지례(九拜之禮)를 드렸다.
“사부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우향낙선의 표정이 더 이상 밝아질 수 없을 만큼 밝아졌다.
그는 손으로 바위를 툭툭 건드렸다. 그러자 바위의 작은 틈새가 생기더니 곧 그 틈새에서 물이 솟아올랐다. 운정이 두 눈을 부릅뜨고 그 광경을 보는데, 우향낙선은 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런 도술은 신선의 선술을 흉내 낸 것에 불과하다. 모름지기 신선이라면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선술을 펼칠 수 있지. 나는 이곳처럼 무당산의 정기가 가득한 곳에서도 이 정도의 도술밖에 하지 못한다.”
“그래도 놀랍습니다.”
우향낙선은 양손을 모아 그릇을 만들었다. 거기에 물을 담더니 운정에게 말했다.
“원시천존, 도덕천존, 영보천존 앞에서 너를 제자로 공표하겠다. 너도 나처럼 손으로 그릇을 만들어 물을 담아라.”
“네, 사부님.”
운정이 우향낙선의 말대로 하자, 우향낙선은 손을 높이 들고 말하기 시작했다.
“천지만물(天地萬物)의 시원(始原)이며 모든 인과(因果)의 극점(極點)이신 삼청(三淸)께 무당파 사십일대 제자 우향이 한 제자를 거두어 이에 고합니다. 운정아, 네가 직접 네 이름을 말씀드려라.”
운정은 허공에 말하는 사부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다가 이내 그의 말대로 했다.
“우향의 제자인 운정입니다.”
우향낙선은 손을 입으로 가져가 물을 마셨고, 운정도 똑같이 했다. 한 모금, 한 모금 정성 들여 마시는 우향낙선과 달리 한 번에 꿀꺽해 버린 운정은 결국 입맛을 다시며 사부가 물을 모두 마실 때까지 뻘쭘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우향낙선은 곧 눈을 뜨고 말했다.
“우선 배사지례는 간략하게 마쳤다. 시공의 제약이 없으신 삼청 어르신을 제외한 분들께는 언제고 무당파 사당궁(祠堂宮)에 따로 찾아가 나중에 따로 인사를 드려라. 삼천 분이 넘어가니, 적어도 삼 일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
우향낙선은 슬쩍 옷을 들어 자기 무릎을 보여 주었다. 거기엔 시꺼멓게 변색된 피부가 질긴 가죽처럼 갈라져 있었다.
“그날 생긴 것이지. 그때 이후로 잘 안 사라지더구나, 하하하”
사부는 웃었지만 제자는 웃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