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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목들 : 곽은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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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곽은영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20년 07월 15일
  • 쪽수 : 8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54673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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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당신이 전해준 소식은 우리의 낭만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사건을 만드는 곳, ‘모리스 호텔’을 통과한 이야기들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해 『검은 고양이 흰 개』 『불한당들의 모험』을 펴낸 곽은영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을 선보인다. 42편의 시가 담긴 이번 시집은 ‘모리스 호텔’이라는 특별한 공간을 중심으로, 그곳을 다녀간 사람들, 통과한 시간과 계절들을 관조하듯 지켜보는 화자, 즉 모리스 호텔의 호스트인 ‘나’의 시선을 따라 이어진다.
    “운명의 항해키를 돌려 거침없이 험한 항로를 택한 것도 나의 손/ 매번 슬프기만 한 항로를 택한 것도 나의 손”(「불한당들의 모험 12」 『검은 고양이 흰 개』)임을 인지하고, “걸어가야 들려오는 이야기/ 쓰러지지 않기 위해 걸어가면/ 자박자박 발목을 적시며 저절로 써지는 이야기”(「불한당들의 모험 15」 『불한당들의 모험』)를 위하여 나아가던 그가, 이제는 “낡고 구식이지만 앞면만 화려한 시대보다 우아한” 모리스 호텔에 머무르며 “폭우와 폭설의 그늘 바람과 바람 찬란한 햇살이 만든 모리스의 냄새” 안에 있다.
    첫 시집과 두 번째 시집에서 ‘불한당들의 모험’ 연작을 마무리한 지 8년이 흘렀다. 그사이 곽은영 시인의 시 세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모조리 짐작할 수는 없겠으나, 시집을 열고 처음으로 마주하는 것이 흡사 관강가이드북에 실린 신비로운 호텔 소개글과 같은 것일 때, 우선 그곳이 궁금해 가보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모리스 호텔은 바람이 많이 불며 여름에 선선하고 겨울이 추운 석회암 지대에 있다
    석회암 지대는 빙하기에 살아남은 식물들의 피난처다
    몇 세기 전의 채석장도 있으며 송어 낚시에 적절한 계곡이 멋지다
    현재는 농업과 관광업이 주요 수입원이 된 평범한 시골 마을이다
    마을에서 한 시간 정도 차를 달리면 해안에 닿는다
    마을에 오려면 기차를 타거나 자동차를 직접 몰고 오면 된다
    초입에 모리스 호텔이 있다

    ‘평범한 시골 마을’이라고는 하나 ‘몇 세기 전의 채석장’과 ‘빙하기에 살아남은 식물들의 피난처’가 있기도 하다는 설명이, 곽은영 시인 특유의 동화적 상상력과 몽환적인 서사를 또 한번 만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총 31편의 ‘모리스 호텔’ 연작 사이사이 자리잡은 시는 「긴 겨울」 「봄」 「여름」 「늦여름」 「초가을」 「가을」 「늦가을」 「겨울」 「이른봄」 「짧은 봄」 「초여름」으로, 이 시집이 사계를 한 번 순환한 뒤 다시 봄과 여름을 맞이하는 동안 모리스 호텔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품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자연스레 계절감이 뒤따르고, 그 계절감에 따라 기억은 물론 맛과 냄새 같은 감각까지 새로이 환기되며 모리스 호텔을 풍성하게 채운다. “지질학적 시간 앞에서는 누구나 겸손해진다/ 지질학적 시간도 사소한 시간이 쌓여 이룩”(「초가을」)되는 것이다.
    호텔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드나드는 이와 오래고 내밀한 관계를 맺기는 어려우리라. 다만 머무르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뿐. 눈보라가 치는 풍경을 바라보며 필담으로 말을 거는 장기 투숙객도 있었고, 또 때로는 인부들이 머무르다 가기도 했다. “늦겨울 관목처럼 모리스 호텔은 돌연한 떠남에 의연했다”(「겨울 강」). 호텔 호스트의 일상을 채우는 건 투숙객보다는 마을 사람들이다. “우체부였던 할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 달걀 소년은 트럭을 모는 아버지가 되어 이틀에 한 번 신문 배달부는 매일 할머니 둘은 주말을 빼고 찾아”온다. 특히 시편 곳곳에 등장하는 ‘쌍둥이 할머니 둘’은 “손님 없는 호텔에 늘 찾아와 호텔이 지녀야 할 온기를 잃지 않게 해주었”고, 그러므로 둘 중 언니인 할머니가 다가오는 죽음을 앞두고 쏟아내는 기억과 그것을 나누는 동생의 이야기 모두를 화자는 부러 찾아가 귀기울여 듣는다. 듣는 것으로 함께하는 것이다.

    언니가 동생의 머리칼을 쓸어주며 말했다
    물풀 같아
    온전히 살아냈으니 장한 거야
    용감한 너로 인해 나는 자유로움과 자신감을 얻었지

    다가오는 고래를 따라가
    저 고래처럼 물 밖으로 숨을 내쉬면
    마지막 숨을 내쉬면 생이 완성될 거야
    그리고 다시 만나
    사랑해
    —「진혼—모리스 호텔 25」 부분

    소유정 평론가가 해설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이번 시집에서 “곽은영의 시는 사건의 연속이다. 쌍둥이 할머니, 우체부와 같이 더는 함께할 수 없는 이들, 함께할 수 없는 이들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나’의 개인적인 기억들까지. ‘돌연한 떠남에 의연’(「겨울 강—모리스 호텔 3」)해야 하는 것이 호텔의 숙명일지도 모르겠지만 떠난 이들이 남긴 이야기와 그로부터 환기되는 감정은 시간이 흘러도 흩어지지 않은 채로 겹겹이 쌓인다.”
    매서운 겨울바람을 뚫고 ‘바람구두’를 신은 이의 운명을 이행했던 곽은영 시의 화자가, 이렇듯 방황을 잠시 멈추고 키 작은 관목의 자세로 멈추어 가만히 듣고, 본 풍경의 기록들. 도착과 출발, 머무름과 떠남에서부터 계절의 오고 감, 삶이 시작되고 끝남에 이르기까지, 방랑길에서 얻은 기록과 어쩌면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를 일.
    그러면 이제 그는 이 땅에 붙박여 머무르면 될 일일까? 확답은 이르다. 그가 아주 머무르기만 할 것은 아닐지도 모르는 것이, 화자가 “매일 조금씩 풀밭 사이로 길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라는 단서는 달아두었으나, “나는 모종삽만큼 작아져 오래오래 걸을 것이다”(「외발 수레—모리스 호텔 20」)라는 화자의 소망을 얼핏 짐작하며 우리는 그의 또다른 모험, 그것이 이루어질 아름답고 신비로운 곽은영의 시 세계를 새로이 기대하며 기다릴 것이다.

    ■ 시인의 말

    나는 듣는다. 듣다보면 그에게서 이런저런 감정이 흘러나와 그의 얼굴을 적시고 그가 말을 멈추고 마침내 그가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눈부시게 몸을 맡기는 것을 보게 된다. 감정이 형체를 얻는 순간은 하나의 사건.

    2020년 7월
    곽은영

    목차

    시인의 말 005

    1부
    눈보라—모리스 호텔 1/ 관목—모리스 호텔 2/ 겨울 강—모리스 호텔 3/ 일과—모리스 호텔 4/ 긴 겨울/ 외출—모리스 호텔 5/ 검은 패—모리스 호텔 6/ 비와 멜론—모리스 호텔 7/ 봄/ 구움 과자—모리스 호텔 8/ 가정 간편식—모리스 호텔 9/ 여름/ 노틸로이드—모리스 호텔 10/ 여름곤충탐험대—모리스 호텔 11/ 몽상의 구역—모리스 호텔 12/ 늦여름

    2부
    비밀의 정원—모리스 호텔 13/ 물끄러미—모리스 호텔 14/ 마리—모리스 호텔 15/ 초가을/ 숙객—모리스 호텔 16/ 까만 미나—모리스 호텔 17/ 가을/ 복각—모리스 호텔 18/ 추도—모리스 호텔 19/ 외발 수레—모리스 호텔 20/ 늦가을

    3부
    성탄절—모리스 호텔 21/ 밤하늘 보호구역—모리스 호텔 22/ 밀크티잼—모리스 호텔 23/ 눈썰매—모리스 호텔 24/ 겨울/ 진혼—모리스 호텔 25/ 애도 여행—모리스 호텔 26/ 권투하는 뱀파이어—모리스 호텔 27/ 이른봄/ 짧은 봄/ 흰—모리스 호텔 28/ 여름 송가—모리스 호텔 29/ 응시—모리스 호텔 30/ 낭만 배달부—모리스 호텔 31/ 초여름

    해설| 모리스 호텔로부터 온 초대장
    | 소유정(문학평론가)

    본문중에서

    시간과 식물과 사람이 사이좋게 제 몫을 하면 정원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모든 정원은 아름답다

    길을 따라 꼬리풀과 울부시 흰바람꽃과 문빔이 피고 지고
    블루데이지 알리움 양귀비꽃이 바람의 결대로 넘실거리는 길을 따라
    나는 모종삽만큼 작아져 오래오래 걸을 것이다
    ( '외발 수레—모리스 호텔 20' 중에서)

    생각해보면 폭설도 반가웠다 여운이 남았기 때문이다
    ( '눈보라—모리스 호텔 1' 중에서)

    밤에는 벌써 춥다
    며칠이 지나도록 고양이의 밥그릇이 비워지지 않았다
    정든 동물이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을 때
    지나고 나면 애틋한 기억이 남는데
    왜 고통이 더 커 보일까
    나는 물끄러미
    밥그릇을 내려다보았다
    ( '물끄러미—모리스 호텔 14' 중에서)

    호텔에 버려진 것 중 가장 치우기 곤란한 것은 돌아갈 곳을 잃은 사람
    버려진 사람은 물러진 토마토처럼 꼼짝하지 않는다 그도 그랬다 마음만 먹는다면 모리스 호텔은 사람을 버리기에도 적당한 곳 잔인함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가 침대에서 일어난다면 일층으로 내려온다면 나는 새삼 계단의 낡은 소리를 기다렸다
    ( '검은 패—모리스 호텔 6' 중에서)

    우린 나란히 선 가로수처럼 함께 늙고 언니 엄마는 힘겹게 중얼거렸지 어머니 덜 아프게 나 자던 채로 데려가주시오 나도 조금씩 숨이 차 달그락달그락 난 준비가 되면 떠날 거야 울지 마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따개비처럼 물을 걸러 돌을 걸러 허물도 벗고 이젠 허전하지 않아 사랑해 언니 사랑해
    ( '진혼—모리스 호텔 25'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5
    출생지 전라남도 광주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검은 고양이 흰 개』 『불한당들의 모험』, 동화로 『고양이를 응원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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