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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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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마음을 울리는 영화음악의 대가 히사이시 조가
악보에 음표를 새겨나가듯 문자로 쓴 음악

‘젊은 거장’,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감수와 추천
“히사이시 조는 베토벤과 가장 닮은 이 시대의 음악가다!”


히사이시 조는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오랜 세월 사랑받는 영화에 음악을 입힌 영화음악가이자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다. 2004년부터는 뉴재팬필하모닉 월드드림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부임해 다양한 스타일의 콘서트를 선보일 뿐만 아니라 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그가 2014년 1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약 2년간 《클래식 프리미엄》지에 연재한 글을 엮은 것이다. 클래식 음악을 중심으로 작곡과 지휘 활동을 하는 음악가의 일상과 발상의 근원, 사색의 원점 등 거장의 철학과 제언이 강약을 조절하며 포진해 있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을 좋아하는 독자, 음악가의 일과 삶이 궁금한 독자 그리고 클래식 음악 지식을 쌓고자 하는 독자에게 권하는 흥미롭고 유익한 음악 에세이다.

“동시대인들을 울고 웃게 하는 작품을 쓰는 히사이시 조는, 실은 자신의 곡을 레퍼런스 수준으로 연주할 수 있는 준수한 피아노 실력을 갖춘 데다 수많은 오케스트라를 객원 지휘하는 입체적인 음악가다. 자신이 이미 시대의 베토벤인데, 그는 왜 굳이 아직도 베토벤의 교향곡을 지휘하고 싶어 할까. 나와 비슷한 의문을 가진 모든 이에게 이 책이 아주 시원한 답을 줄 것이다.” _손열음

출판사 서평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혼의 단짝 히사이시 조,
클래식 음악을 지휘하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소울메이트 삽화가 안자이 미즈마루가 있다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게도 그런 영혼의 단짝이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끄는 스튜디오 지브리와 영화음악으로 인연을 맺어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오랜 세월 사랑받는 영화에 음악을 입힌 히사이시 조가 바로 그 단짝이다. 히사이시 조는 서른셋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로 좋은 평가를 받아 그로부터 30년간 스튜디오 지브리의 영화음악에 꾸준히 참여했다. 이제는 그를 빼놓고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절절한 영화음악을 무수히 남겼다.
영화의 잔상으로 오래 기억되는 멜로디를 써온 히사이시 조는 흔히 알려진 영화음악 이상으로 활동 반경이 넓다. 2004년에 뉴재팬필하모닉 월드드림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부임해 클래식 음악을 지휘하기 시작했고, 2014년부터는 클래식 음악 활동을 하며 느낀 점을 《클래식 프리미엄》지에 연재했다. 그 2년간 연재한 글을 엮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인간 히사이시 조의 음악적 일상에 거장 음악가의 철학을 버무린 에세이다.

“다시 태어난다 해도 나는 작곡가가 되고 싶다.”
음악가로서의 철학과 사색이 담긴 에세이


“인간은 언어로 생각한다. 작곡도 구성을 비롯한 절반은 언어를 통해 이루어진다. 언어로 바꾸면 모호하고 막연했던 생각들이 명확해진다.” _본문 중에서

오케스트라나 연주자가 좀 더 훌륭하게 연주할 수 있도록 하려면 본인의 생각을 상대에게 명확하게 전달하고 지시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은 독자 누구라도 크게 공감할 것이다. 이 책은 아름다운 음악을 창조하는 음악가가 작곡과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훈련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당시에 착수한 콘서트나 연습을 하면서 생겼던 일화나 소회, 평소에 지속해오던 생각을 연일 철야를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는 틈틈이 기록했다. 작곡가로서 지휘하는 경험과 자세를 엿볼 수 있고, 임기응변을 발휘한 전개와 구성도 돋보인다. 곳곳에 포진한 여담도 하나의 재미인데, 그런 면에서는 일기인가 싶다가도 클래식 음악이나 영화, 책 등 풍부한 화젯거리를 놓고 열띠게 논한다거나 음악의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대목은 대중을 위해 쉽게 풀어쓴 교양서 내지는 클래식 입문서 같기도 하다. 다양한 화제를 넘나들며 흘러가는 전개에서 당시 그의 고민과 관심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즉흥적이고 감각적이며 예술론으로도 충분히 인정받을 만한 책이다.

클래식에서 현대음악까지
시대를 관통하는 거장의 예술론


아침엔 아무것도 없었지만 잠들 무렵엔 미완성이라 해도 다른 이에게 들려줄 곡을 만들어내는 것. 이렇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곡이야말로 자신의 천직이라 소개한다. 뉴재팬필하모닉을 맡아 클래식을 지휘할 일이 많아진 그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즐겨 들어온 클래식 명곡을 작곡가 시점에서 새롭게 해석해 더 쉽게 전하기를 소망한다.
지금 이 시대에 만들어지는 현대음악은 청중에게 더 가까이 가야 할 의무가 있다. 과거에서 현대로 이어져온 클래식이 유물이 되지 않기 위해, 현대음악과 더불어 미래를 전망하는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는 자신과 같은 음악가들이 움직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평범한 프로그램에 고전과 현대음악을 공존시켜 관객과의 거리감을 좁히려 노력한다.
본문에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풀어냈다. ‘지휘하다’, ‘전하다’, ‘깨닫다’, ‘생각하다’, ‘창작하다’라는 다섯 가지 활동을 각 장으로 구성했다. 1장 ‘지휘하다’에는 작곡가였던 자신이 클래식을 지휘하기까지, 지휘자다운 생활 등 지휘봉을 휘두르며 했던 생각들을 썼다. 2장 ‘전하다’에는 청중에게 어떻게 음악을 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찰을, 3장 ‘깨닫다’에는 음악과 시각과 청각을 연관 지어 음악을 보다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는 주요 축을 설명해놓았다. 4장 ‘생각하다’에는 음악과 유대인의 표현, 영화 〈졸업〉 배경음악의 이모저모, 음악의 시작과 하모니, 음악의 상업화와 대량생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정리했다. 마지막 ‘창작하다’에는 ‘지금이라는 시대 속에서 작곡한다는 것’을 주제로 음악평론가 고누마 준이치와 나눈 대담을 수록했다.

히사이시 조가 장르를 뛰어넘어 청중에게 호소하는 음악을 만드는 비결은 하루하루 세심하게 고민하고 사색하는 정신력에 있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을 제법 많이 들었다고 자부하는 독자도 그가 이렇게까지 깊은 식견을 갖추었는지 이 책을 통해 새삼 알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음악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향하는지, 그 의문에 해답을 주는 책이다.

추천사

히사이시 조야말로 그가 동경해 마지않는 베토벤과 가장 닮은 이 시대의 음악가가 아닐까? 동시대인들을 울고 웃게 하는 작품을 쓰는 그는, 실은 자신의 곡을 레퍼런스 수준으로 연주할 수 있는 준수한 피아노 실력을 갖춘 데다 수많은 오케스트라를 객원 지휘하는 입체적인 음악가다. 17세기엔 대부분의 음악가가 훌륭한 악기 연주자이자 괜찮은 지휘자이며 뛰어난 작곡가였지만, 지금은 그런 사람이 아예 없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20세기를 주름잡았던 레너드 번스타인이 이런 ‘다빈치형’ 음악가의 마지막 모델 정도가 아니었을까.
자신이 이미 시대의 베토벤인데, 그는 왜 굳이 아직도 베토벤의 교향곡을 지휘하고 싶어 할까. 나와 비슷한 의문을 가진 모든 이에게 이 책이 아주 시원한 답을 줄 것이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미처 알 수 없는 미지의 시점들을 하나씩 메꿔가는 거장에 대한 존경심과 시공간을 초월하는 음악의 가치가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 이 책을 추천한다.
- 손열음 / 피아니스트

목차

1장 지휘하다
교향곡 제9번을 지휘하며 생각한 것
클래식 음악을 지휘하기까지
지휘자에 관한 이모저모
내가 지휘를 하는 이유
작곡가와 지휘자의 관계
작곡가 겸 지휘자와 전문 지휘자의 차이
작곡가 겸 지휘자의 유리한 점
이 시대에 작곡가 겸 지휘자가 지휘봉을 잡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히로시마 희생자에게 바치는 애가〉를 지휘하다
음악이 음악이 되는 순간
클래식은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발견이 있다
‘신이 내렸다’
두다멜의 연주회를 듣고
이탈리아에서 자작곡으로 콘서트를 열다
지휘자 같은 나날

2장 전하다
음악을 전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음악의 원점을 생각하다
전통이냐 인공이냐 하는 문제
전달 방법으로서의 악보
연주의 자유도―재즈와 클래식의 차이
발상기호의 사용법
악보의 불완전함에 관해
오케스트라에 무엇을 어떻게 전할 것인가
악장이란 어떤 사람인가?

3장 깨닫다
음악과 시각과 청각의 문제
시각과 청각의 시차는 왜 일어날까?
음악은 시간축과 공간축 위에 세워진 건축물인가
그림에 그려진 시간과 음악에서의 공간 표현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은가?
음악을 구성하는 3요소를 좌표축으로 생각하면

4장 생각하다
이스라엘필하모닉 연주를 들으며 생각한 것
‘유대인’과 예술 표현에 관한 고찰
음악 속의 ‘유대인스러운 부분’에 대해
말러 작품 속의 ‘영원한 우정’
영화 〈졸업〉을 둘러싼 이런저런 이야기
음악의 진화―배음의 발견
음악의 시작―고대 그리스부터 그레고리오 성가로
악보의 발달―다성음악의 시대
화성음악을 위한 혁명적 방법론―평균율
화음이 음악에 미친 영향
가장 단순한 음악의 형식
소나타 형식의 제1주제와 제2주제
낭만파 음악과 문학의 관계
쇤베르크의 천재성과 그것이 지향한 것
12음음악이란?
‘상업화된 대량생산’ 음악의 대두와 미래
음악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세계는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5장 창작하다
곡은 언제 완성되는가?
‘지금이라는 시대 속에서 작곡한다는 것’―고누마 준이치×히사이시 조 특별 대담

에필로그

본문중에서

나는 작곡가다.
마치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연상케 하는 허세 가득한 표현이긴 하지만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진심으로 작곡이 내 천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침에는 아무것도 없다가도 비록 미완성일지언정 밤이 되면 새로운 곡이 세상에 탄생한다. 어쩌면 온 일본, 나아가 전 세계 사람들이 들어줄지도 모를 곡이 말이다. 물론 그런 일은 드물긴 하지만.
이렇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곡이 정말 좋다. 다시 태어난다 해도 나는 작곡가가 되고 싶다.
(/ p..5, 프롤로그 중에서)

작곡이 ‘목숨’과도 같지만 가끔은 지휘를 하거나 피아노를 친다. 특히 최근에는 클래식 지휘를 할 기회가 늘었다. 이것이 다시금 클래식과 마주하는 계기가 되었다. 해부학자인 요로 다케시 선생은 “명곡이란 무엇입니까?”라는 내 질문에 “사람들이 오래 듣는 음악”이라고 대답하셨다. 동감이다. 오랜 세월 살아남아 지금도 사람들이 즐겨 듣는 클래식 명곡은 하나같이 깊이가 있다. 스코어에 그려진 음표와 연주기호 하나하나를 읽어가는 과정에서 나는 인간의 지혜와 존엄을 절절히 느낀다. 그것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 그냥 전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곡가의 시점으로 음악사를 새로이 해석해서 가능한 한 쉽게 전하고 싶다. 그것이 이 책의 목적 중 하나다. 그리고 ‘현대의 음악이 지니는 중요성이랄까, 필요성을 호소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 p..6, 프롤로그 중에서)

문화는 심심풀이가 아니다. 문화란 듣는 사람에게 아첨을 떠는 것이 아니다. 듣는 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어느 정도의 노력과 인내를 요구한다. 지식을 위해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닌 순수한 청중이라면 재미있거나 혹은 새로운 체험을 통해 재미있다고 생각된다면 그것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리라 믿는다.
그 체험이 음악적 하루하루를 일군다.
(/ p..47, 1장 지휘하다 중에서0

다른 예술에서도 스포츠에서도 신념이 너무 강하거나 너무 기합을 넣으면 힘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다. 지휘로 말하자면 팔에 힘이 들어가면 아무리 열심히 흔들어봤자 스피드는 나오지 않고 다른 근력을 끌어들이는 바람에 축이 흔들리거나 머리를 앞뒤로 크게 젓게 된다. 지휘자 스스로 열심히 한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연주자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골프로 말하자면 헤드업이다. 힘을 빼는 것. 어쩌면 모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힘든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결국은 자신이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은지 명확한 비전을 지니는 것이다!
(/ pp..77~78, 1장 지휘하다 중에서)

연주자의 자유도는 사실 클래식에서도 중요하다. 기본적으로는 작곡가가 쓴 음표를 연주하는 것이지만 쓰인 대로만 소리 내면 즉물적이고 재미가 없다. 그 곡을 어떻게 청중에게 전달할 것인가 고민하는 시점에서 해석이 생겨난다.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자유도가 클래식의 백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무척 어려운 현대음악 등의 경우는 충분하지 않은 리허설도 원인이 되어 소리를 정확히 내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해석까지는 좀처럼 가닿지 못한다. 이 경우에는 연주자의 자유도가 극단적으로 줄어든다. 반대로 한 시간을 넘기는 교향곡에서도 연주 빈도가 잦은 경우는 연주자에게 여유가 생겨서 해석의 반추가 넓어진다. 일본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이 그 예에 해당한다. 물론 지휘자의 의향도 상당히 중요하지만, 직접 소리를 내는 것은 연주자이므로 이 자유도는 음악을 풍요롭게 만든다.
(/ p..110, 2장 전하다 중에서)

지난번 콘서트 후 약 두 달 반, 매일 집과 작업실을 오가는 나날은 지극히 평범하고 건조하고 단순했다. 며칠이나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진창을 기어 다니는 것만 같은 괴로운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확실히 곡은 완성되어 있었다. 매일 조금씩 같은 일을 하는 것, 또는 정기적인 사이클을 반복해 같은 일을 지속하는 것. 연주든 작곡이든 문장을 쓰는 것이든 지속하는 것, 그것이 최고다. 이것이야말로 미니멀 라이프다. \
(/ pp..211~212, 4장 생각하다 중에서)

어느 시대건 ‘시대의 어법’이 있었다. 바로크, 고전파, 낭만파, 12음음악, 세리, 톤 클러스터, 미니멀 음악 등 각 시대에는 저마다 작곡 어법이 있었다. 물론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 무시하는 사람 등 의견은 다양했지만, 적어도 시대를 이끄는 어법이 존재했다. 그런데 지금, 21세기에는 그것이 없다. 수많은 작곡가가 자신의 껍질 속에 틀어박혀서 자기만의 독자적인 작풍이라고 착각하는 것에 집착하고 있다. 그것도 온리 원이다. 그리고 청중이 부재하는 음악(듣는 이를 생각하지 않는다)이 청중이 부재하는 장소(언제나 그러한 것을 즐기는 같은 무리가 있다고 한다)에서 엄숙하게 연주된다. 하지만 생각해보기 바란다. 모차르트건 베토벤이건 작곡은 더욱 일상적인 행위였을 터. 삶의 양식 그 자체였다. 그것이 작곡과 사회가 이어지는 유일한 통로다. 그러므로 모차르트 오보에 협주곡을 다른 악기의 협주곡으로 즉각 고치기도 한다. 시대가 다르다고 말하면 할 말이 없지만,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듣는 사람이 없으면 작곡은 의미가 없다. 듣는 사람은 한 명이든 두 명이든 상관없다. 누군가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작곡가는 작곡이라는 행위는 단독으로는 성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p..243, 4장 생각하다 중에서)

작곡에 끝이란 없다. 기회만 있다면 몇 번이라도 손을 대고 싶어진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손을 대고 싶어지는 스코어나 악보가 작곡에 꼭 필요할까?
물론 작곡이라는 행위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전부다. 어떤 장르여도 상관없지만 완벽한 콘셉트와 작품으로 만든다는 강한 의지가 없다면 곡을 쓸 수 없다. 이따금 아이디어가 반짝 솟아 신이 내렸구나 싶을 정도로 운 좋게 곡이 완성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1년에 한 번, 아니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드문 일이고 인생의 대부분은 후회와 좌절로 보낸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처음부터 전체가 보이는 콘셉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지도도 없고 계획도 없이 여행을 하는 듯한 불안한 심정으로 작품과 마주하는 일이 많지만, 그 과정에서 직감이 핵심 같은 것을 쥐기만을 그저 기다린다.
(/ p..259, 5장 창작하다 중에서)

음대생일 때는 클래식 음악을 부정하고 이른바 전위음악만을 했어요. 그게 당시 시대의 분위기이기도 했죠. 기성 개념이라든가 기성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 그 대상에 클래식 음악도 포함되었던 거죠. 클래식 음악을 지휘하기도 하고 작곡도 하는 지금은 오히려 클래식에 강한 연대를 느낍니다. 지금은 우리가 그 연장선에 있다는 의식으로 작품을 씁니다. 작가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시대의 흐름이나 분위기, 시대의 어법과 함께하죠. 지금은 혼돈의 시대입니다. 21세기가 과연 어떤 시대인지, 그것을 찾는 힌트는 과거의 흐름을 거슬러가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단순히 과거를 보고 쓰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지금 있는 자신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저는 그 흐름 속에서 지금 존재하는 한 사람이고 싶고, 그곳에서 쓸 수 있는 음악을 제대로 써나가고 싶습니다.
(/ pp..281~282, 5장 창작하다 중에서)

무엇보다도 견디기 힘든 것은 내 존재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지향하는 방향이 보이면, 세상이 돌변한다.
마치 사냥개처럼 그 소리(사냥감)를 끝까지 쫓는다. 며칠 밤을 새운 끝에 형태가 된 기쁨은 복권 당첨보다도 기쁘고(사본 적은 없지만), 진심으로 감동적인 일이란 이런 거구나 하고 실감한다. 나는 이런 순간을 위해 사는구나 하고 확신할 때도 있다.
(/ p..285,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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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히사이시 조(久石讓)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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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일본 나가노현 출생. 중국과 대만 등 아시아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영화음악가이자 피아니스트다. 〈이웃집 토토로〉(1988),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음악 대부분을 작곡했고, 〈소나티네〉(1993)와 〈하나비〉(1997) 등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음악으로도 유명하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2005), 드라마 〈태왕사신기〉(2007)의 음악을 맡아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음악상을 여덟 번이나 수상했고, 제3회 아시안필름어워즈 작곡상(2009)과 제4회 대한민국영화대상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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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기획·번역자. 고려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일전공 번역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소설《너의 이름은.》을 비롯하여 《일본의 내일》, 《책이나 읽을걸》, 《싫지만 싫지만은 않은》, 《고양이를 찍다》, 《공부의 철학》, 《목소리와 몸의 교양》, 《지층의 과학》, 이와나미 인문서 시리즈《다윈의 생애》, 《악이란 무엇인가》, 《포스트 자본주의》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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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열음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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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독일 하노버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강렬한 타건, 화려한 테크닉, 충만한 감성을 담은 연주로 순식간에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피아니스트다. 국제 콩쿠르에서 꾸준히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고 해외 유수의 지휘자,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며 무대를 넓혀가는 한편 무대 밖에서도 다양한 창구로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
2015년에 음악적 경험을 담은 에세이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를 출간했으며, 2018년부터는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예술감독으로 취임해 해마다 성공적인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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