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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구름출판사』에서 시인은 새로운 언어적 충격과 실존적 전율로써 자신만의 개성적인 미학적 파문을 만들어 낸다. 내면에 웅크린 채 수런거리고 있는 말들을 최대한 시의 파동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사유와 감각의 활력을 시의 바탕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미학적으로 완성도 높은 시 쓰기를 보여 준다. 한편 시인은 꿈과 상상력으로 구성되는, ‘시적 현실’이라고 믿는 수행적 시 쓰기를 지속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시인은 한때 존재했던 것들의 사라짐과 그 사라짐 이후의 시간을 노래함으로써 미학적 실체를 형상화한다. 결핍과 부재를 인내하는 힘에서 발원한 시인의 언어는 현실과 상상, 비애와 희망, 사랑과 이별, 언어와 비언어, 일상과 역사 등 대립 항으로 여겨지는 것들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통합의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이처럼 삶의 비극성으로부터 구원의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시인의 태도는 언어의 활력과 생의 아이러니를 통해 새로운 ‘시적 현실’을 창안해 내는 것이다. 해설을 쓴 유성호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김화순의 시는 “아늑한 소통보다는 혼돈의 세계에 대한 애착으로 삶의 율동을 심미화하”며 나아가 우리에게 “역설적 구원 가능성을 암시해” 준다.

김화순 시인의 시집 『구름출판사』가 시작시인선 0334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2004년 『시와 정신』 신인상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시집 『사랑은 바닥을 쳤다』 『시간의 푸른 독』, 저서 『김종삼 시 연구』 『현실 체험시의 이론과 가능성』 등을 출간하였다.
시집 『구름출판사』에서 시인은 새로운 언어적 충격과 실존적 전율로써 자신만의 개성적인 미학적 파문을 만들어 낸다. 내면에 웅크린 채 수런거리고 있는 말들을 최대한 시의 파동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사유와 감각의 활력을 시의 바탕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미학적으로 완성도 높은 시 쓰기를 보여 준다. 한편 시인은 꿈과 상상력으로 구성되는, ‘시적 현실’이라고 믿는 수행적 시 쓰기를 지속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시인은 한때 존재했던 것들의 사라짐과 그 사라짐 이후의 시간을 노래함으로써 미학적 실체를 형상화한다. 결핍과 부재를 인내하는 힘에서 발원한 시인의 언어는 현실과 상상, 비애와 희망, 사랑과 이별, 언어와 비언어, 일상과 역사 등 대립 항으로 여겨지는 것들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통합의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이처럼 삶의 비극성으로부터 구원의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시인의 태도는 언어의 활력과 생의 아이러니를 통해 새로운 ‘시적 현실’을 창안해 내는 것이다. 해설을 쓴 유성호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김화순의 시는 “아늑한 소통보다는 혼돈의 세계에 대한 애착으로 삶의 율동을 심미화하”며 나아가 우리에게 “역설적 구원 가능성을 암시해” 준다.
한편 김화순의 시는 현대인의 삶을 관찰하고 투시함으로써 그 욕망의 조감도를 훤칠하게 그려낸다. 현대인의 경험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면서도, 감각적 비의秘義를 추구하는 시적 방법론은 이성 중심의 인식론이 가지는 한계를 넘어선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또한 현대인의 욕망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그 심층에 우리가 잃어버린 근원적인 힘을 역상逆像의 ‘시적 현실’로 제시해 주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요컨대 이번 시집은 현실의 재구축보다는 새로운 차원의 ‘시적 현실’을 상상적 탈환 과정을 통해 선명하게 보여 준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김화순의 시는 한시적 열정이나 좌절을 넘어 일상과 역사의 구체적 기억을 형성하며, 대상을 향한 한없는 그리움의 정서를 통해 우리 스스로의 존재론적 기원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다.

시인의 말

여기는 살찐 거짓말의 세계
착시를 불러오는 구름의 치타델레
처음과 끝을 반사하는 그림자의 이야기
당신이 믿어주면 그리움에 값하는 순간이 되는……

공광규(시인)
나는 김화순의 아름다운 문장을 사랑한다.
“꽃 먹는 저녁”이라는 말, “수납된 마음의 별들”이라는 말을
구름출판사를 차려 “뜬구름 잡는 책을 편집”하는 그를

나는 김화순의 상상력을 사랑한다.
“물새가 긴 부리로 허기를 저울질해도/ 호수”가 “빙긋, 꽃을 피운다”는
“식탁 위 바나나 한 송이”에서 “노랗고 푸른 열대”를 보는 그를

나는 김화순의 절규를 사랑한다.
‘타인을 반사하는 가면은 쓰지 않을 거야!’라고 퍼붓는
‘사람의 관계는 생존형 보험이야!’라고 단정하는 그를

나는 김화순의 고독을 사랑한다.
고독을 ‘오래된 자신의 무기’로 무장하고
“의자 고행”자들이 사는 빌딩 사이에 칩거하는 자발적 외톨이를

나는 폭탄을 끌어안고 사는 김화순의 시를 사랑한다.
자폭 직전 격발 직전의 총구를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가열된 증기로 탱탱한 파열 직전의 격렬한 그의 시적 발화를

나는 김화순의 겸손과 자유를 사랑한다.
도심 공원에서 “담벼락 아래 몸 낮춘 민초들만/
예나 지금이나 짙푸르고 자유롭”게 사는 것을 볼 줄 아는 그를

시인의 말

제1부

물꽃 13
구름출판사 14
선릉 15
숲속 장례 16
길 17
바나나 18
담쟁이 20
아주 오래된 책 21
백로 부근 22
프러포즈 24
느티나무는 없다 25
바다의 여자 26
자월도 27
별을 쓰다 28
수작 29

제2부

우기에는 별이 없다 33
리플리 증후군 34
폭탄 36
호모 체어쿠스 38
자발적 외톨이 40
리셋 42
－라구요 44
블레드 캐슬 45
에쿠우스 46
발설지옥 47
잠시 48
미친 개나리 50
코이의 법칙 52
구름의 학습 54
박쥐 56

제3부

준비불꽃 59
양떼구름이 돌아오는 시간 60
페넬로페의 집 62
불가사리 64
터널 65
토르소 66
고양이요일 67
매트리스워커 68
당신의 냄새 70
꽃 먹는 저녁 71
단풍 72
느낌표 73
리메이크 동백아가씨 74
비문증 76

제4부

모닝콜 81
불량한 하루 82
파랑의 파란만장 84
원고지 86
아무튼 한국인 87
시간 여행자 88
나는 한 달에 한 번 금성에 간다 89
상자 90
Black out 92
두 개의 고독이 서로를 바라보는 것은 너무 비장하다 92
초식동물처럼 93
자작나무 숲의 안부 94
암호해독자 96
유리천장 건너기 98
살찐 거짓말 100

해설
유성호 ‘시적 현실’을 창안하는 실존적 자의식의 시 쓰기 102

구름출판사

목울대에 걸린 시간이 안개로 풀리는 날, 놓친 꿈과 못다 한 말은 구름이 되지요 나 혼자 중얼거린 말은 회색차일구름으로 떠돌고요 속울음 들킨 비늘구름은 밤비 되어 내리지요 나의 한숨은 누구의 발목을 적시는 비층구름 될까요

흩어지다 뭉치다 흐르다 흘러내리는 편애의 흔적들이, 제 안의 새털구름을 꺼내 든 물푸레나무가 푸릇푸릇 움트는 날입니다 당신이 떠나며 가슴 아래쪽에 걸어둔 말들 매지구름 되었나 봐요 머리 위를 맴돌다 서쪽으로 번지네요 저 두루마리구름은 누구의 가슴을 풀어낸 눈시울 붉은 편지일까요

나는 못다 한 말이 많은 편집증에 걸린 편집자 그래서 구름출판사 하나 차렸지요 매일 흘림체의 구름을 살피고, 접힌 구름 사이에 숨어있는 젖은 새들의 안부를 묻고, 흩어진 물방울을 채집하고 여기저기 떠도는 구름의 행간을 수소문해요 구름이 누설한 비릿한 말과 한쪽 귀가 접힌 시간을 번역하며 놀아요 뜬구름 잡는 책을 편집 중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