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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뉘엿뉘엿 어두워질 무렵 70대를 살아가던 저자는 시를 쓰고 사진을 찍었다. 시인이 되고자 했던 열망도, 사진작가가 되고자 하는 꿈도 없었다. 그냥 세상에 인사를 건네고싶었다. 어느날은 향긋한 바람으로, 어느날은 힘차게 날아오르는 새가 되어 그렇게 세상에 말 걸기를 시작했다. 저자의 시간만큼이나 무수한 세월이 흘렀고 한글 맞춤법은 어느새 변해있었다. 디귿인지, 디긋인지, 입니다인지 습니다인지 하루에도 몇 번씩 딸에게 전화를 걸어 단어를 교정하고 그렇게 한편한편 시의 모양새를 갖추었다. 시에도 이야기가 있어서 날개를 달아주면 주인을 찾아갔다. 때로는 친구에게, 때로는 떠나간 사람들에게. 그렇게 10여년 세상과 조우했던 시와 사진이 한권의 책으로 묶였다. 책 제목 ‘봄동산’ 그늘 아래 저자의 숱한 이야기가 꽃을 피우고 있다.

시를 쓰시고 사진을 찍으시니 좋은 점이 많다. 우선 세상 모든 사물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때로는 부채가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나비, 제비꽃, 공중전화카드가 귀한 사색의 대상이 된다. 원래도 감성이 풍부하셨지만 시를 쓰시고 사진을 찍으시며 나날이 더 멋져지신다. 그렇게 시와 사진에 푹 빠져계시니 연세가 드는 것도, 혼자 사는 외로움도 별로 못느끼시는 것 같다. 그 사이 몇 번이나 쓰러지시고 병원에 입원도 여러 차례 하셨지만 병원 옥상에서도 퇴원길에도 손에는 어김없이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작가의 말

제1장 둥지를 찾아서
봄의 향기
큰 까치수염 꽃
폭풍
둥지를 찾아서
동백꽃 한 송이
바다는 그대의 터전
수련과 잉꼬새
차창을 후드득 때린다
5월 22일 새벽 5시 15분
지치면 영원한 자연으로
폴 날아가 버렸네
학교 다니던 길
욕심을 버려라
부산 자갈치 삶의
현장에서
그리워서 찾아왔네
공평한 슬기
직박구리 사랑
봄동산 살고싶어

제2장 빛이 있음에
물감을 뿌려 놓은 듯
고개 숙인 모란꽃
잠 못 이루는 밤
봄을 만났습니다
비행기에서
오후의 호수
빛이 있음에
늙은이는
지리산
우리 어머니
석양의 조화인가
꿈속에서 만났습니다
당신은 천사입니다
쓸쓸한 밤
별 찾아 구만리
밤새 잠 못 이루고
가는 세월 누가 막으리

제3장 몽마르트르 언덕
그림자
유성이 떨어지던 밤
인생
몽마르트르 언덕
31층 아파트에서
목련화여
귀한 손님
사랑의 꽃을 피웠습니다
빛 바랜 사진
텅 빈 가슴속에
이별은 그리움
가을이 오는 소리
눈물을 어이 하리까
일몰을 동백섬에서
사랑하는 우리 집
향기
막은 내리다
생명

제4장 수련의 그림자 놀이
향기를 찾아
달맞이꽃
그리움
수련의 그림자놀이
가을의 황혼
저를 사랑해 주세요
왠일인지 알 수 없다
초겨울바다
너는 변덕쟁이
그대 내 곁을 떠나던 밤
아버지의 눈물
아침 6시 전화
괜찮으시냐고
공항에서 딸과
이별하고
잊혀진 사람
라면 잘 먹는 프랑스 사람
그때 그 향기를
당신은 아시나요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