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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읽는 시간 :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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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2탄
스님과 길고양이의 진땀 나는 ‘여름 이야기!’


베스트셀러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의 속편이다. 산중에 사는 스님과 야생 고양이의 만남을 담은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가 주목을 받은 것은, 인간 대 반려동물의 관계를 일방적인 돌봄이 아니라 ‘독(獨)대 독(獨)’, 즉 존재와 존재의 대등한 만남으로 보는 스님의 특별한 시각 때문이었다. 전작이 겨울 이야기라면 이 책 [고양이를 읽는 시간]은 이후의 여름 이야기이다. 고양이를 돌보는 일을 스님은 ‘읽는다’라고 표현하는데, 독서와 다작으로 잘 알려진 스님은 ‘읽는’ 행위야말로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는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세상의 수많은 오해와 그로 인한 불행들은 ‘읽기’에 서툴기 때문인지 모른다. 어느 날 문득 다가온 ‘고양이’를 정성으로 읽으며 깊어진 스님의 사유는, 우리에게 내 안의 나 그리고 타인, 자연과 세상의 이치를 바르게 읽는 법을 조용히 안내한다.

“나는 냥이를 볼 때마다 ‘읽는다’는 마음으로 대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잘 읽으려면 어떤 선입견도 두지 말고 마주하는 사물을 빈 마음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밖으로 외물(外物)을 대하는 내 마음이 고요하면 사물은 거울처럼 스스로 본질을 드러낸다. 그래서 읽는 것이 가능해진다. 읽히면 아는 것은 찰나 간이다. 그래서 깨달음은 직관적으로 심연에 닿는다.”
( '저자의 말' 중에서)

출판사 서평

읽으면 익는다

송광사 탑전에 머물고 있는 저자 보경 스님과 야생 고양이의 만남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2년간 서울 북촌에 자리한 법련사에서 주지로 일하다 송광사로 내려간 스님. 어느 날 밤, 스님의 처소 앞에 야생 고양이가 불쑥 나타났다. 스님은 배고픈 고양이에게 토스트 한 쪽과 우유를 대접했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굶주리면 안 되니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 인연으로 고양이와 스님은 서로에게 동거인이 되었다. 갑작스럽게 식구를 맞이한 스님은 ‘가족’이라는 낯설고 색다른 경험을 통해 사람들 사이에서는 알기 어려운 것들을 차츰 깨닫게 되었다. 이른바 ‘고양이가 스님에게 가르쳐 준 것들’이다. 그 이야기를 묶어 낸 책이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이다. 이 책 [고양이를 읽는 시간]은 그 뒤를 잇는 속편으로 한층 깊어진 저자의 사유를 만날 수 있다.

저자 보경 스님에게 ‘읽는 것’은 익숙한 행위이다. 평생 만 권 독서의 꿈을 세우고 독서와 쓰기를 수행의 한 방편으로 삼은 만큼, 어느 날 다가온 낯선 존재마저 읽기의 대상으로 바라보았다. ‘고양이의 마음이 이건가?’ 하고 읽는 내내, 그간의 독서와 과거의 소소한 경험, 잊고 있었던 작은 이야기들이 소환되었다. 읽으니까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리고, 잊고 있던 것들이 되살아난 것이다.

이야기들은 마치 퍼즐이 맞춰지듯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갑자기 일상에 끼어든 고양이 덕분에 그만큼 성가시고 귀찮은 일도 늘었지만, 성가신 그 자체가 기쁨이라는 것. 먹이 챙기랴, 물 주랴, 털 빗겨주랴, 하루에 할 일이 늘어난 듯 보이지만 고양이의 패턴에 맞추다 보니 오히려 생활은 단출하고 간단해졌다는 것. (저자는 오히려 단순해진 만큼 시간이 늘었다고 한다.) 기다리면 마침내 다가오는 고양이를 통해 인간 관계에 대한 조바심을 내려놓게 된 것 등. 누구나 보고 느낄 수 있지만, 마음을 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삶의 지혜들. 가히 ‘고양이 경전’이라 할 만한 책이다.

평생 사람하고만 산다면
너무 재미없지 않을까


1권에서 토스트 한쪽과 우유로 시작된 보경 스님과 고양이의 관계는 눈빛으로 대화가 가능할 만큼 무르익었다. 이를테면 안경을 찾을 때, 멀찌감치 앉아 있던 냥이가 ‘야옹’ 하고 답하듯 울면 스님은 냥이의 말을 ‘저쪽에 있잖아!’로 알아듣는 식이다. 이상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고양이를 기르다 보면 신비 체험 한두 가지 쯤은 누구에게나 있다. 책 곳곳에서 발견하는 동화 같은 신비한 이야기는 또 다른 읽는 재미이다.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듣기 싫다며 쫓아내려는 사람들을 향해 ‘며칠만 기다려줘요’라고 무언의 소리를 전하는 고양이, 몰래 새끼를 낳고 옮겨 다니며 돌보는 어미 고양이, 스님보다는 친구 고양이와 노는 게 더 즐거운 냥이(집사 스님은 ‘쳇, 고양이도 고양이와 있는 게 좋겠지’ 하며 서운함을 토로한다), 상처를 치료해준 스님의 꿈속에 나타나 고마움을 전하는 수고양이…. 사람이나 동물이나 살아가는 일은 참으로 신비하고 눈물겨운 일이다.

우리는 인간의 언어를 쓰지 않고도 고양이 혹은 개와 지내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반려동물과의 의사 소통은 언어가 아닌 ‘교감과 합일’이라는 고차원의 세계로 이뤄짐을 보여주는 예이다. 저자는 고양이에게 마음을 주면서 무의식적 연결이 강화된다는 것을 깨닫고, 이 의식의 세계를 확장시켜 바깥의 다른 존재, 동물과 식물, 나아가 집에서 쓰는 일상의 집기들까지 연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얼마나 공경과 진심을 보내느냐에 따라 그들도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 긍정의 에너지는 결국 나를 지키는 힘이 된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단 하나의 이유


드넓은 우주에 인간만 살고 있다면 낭비라는 말이 있다. 지구 위 수많은 생명체 가운데 오로지 인간하고만 소통하고 살아간다면, 생(生)의 특별한 기쁨들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 많은 생명체 가운데 고양이와 개가 인간과 더불어 살게 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람이 결코 메울 수 없는 틈을 채워준다. 특히 고양이를 안다는 것은 삶에 소중한 무언가가 추가된다는 뜻이다. 생물학적인 차이, 언어의 벽이 가로막혀 있지만 똑똑, 마음을 두드려 잘 읽어낸다면 팍팍하고 외로운 일상을 함께 견디며 살아가는 데서 오는 공감이 가슴을 적실 것이다.

송광사 조계산 고양이들에게 ‘스님 집사’가 잘 한다는 소문이 났는지, 저자는 많을 때는 18마리 고양이까지 돌보기도 했다. 계절이 변화하듯, 고양이들의 시간을 스님은 차분히 지켜보았다. 암고양이들이 새끼를 낳고, 어느 녀석은 엄마 젖을 채 물어보지 못한 채 죽고, 어느 날 갑자기 살던 터에서 사라지는가 하면, 영역을 지키느라 치열하게 싸우는 고양이들. 우리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고양이의 삶을 통해 스님은 ‘누구나 존재의 이유가 있다, 그리고 각자 존재하는 방식이 있다’는 생의 진실을 절절하게 마주한다. 그 진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결국 우리는 같은 생명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단 하나의 이유는 다른 존재를 사랑하기 위해서라는 것. 스님의 단언이다.

스님 집사가 ‘고양이 경전’을 통해 터득한
이럴 때 고양이 처방전 10


1 새끼 고양이는 어미 고양이의 방식을 따른다 : 세상을 너무 두려워하지 마렴. 그 길은 내 앞에 수없이 많은 이들이 이미 갔던 길이니까.

2 고양이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온다 : 관계를 맺는 첫 번째 조건은 상대가 원하지 않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3 고양이는 어딘가를 보고 있는 듯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 가끔은 생각이 내 몸 을 통과하게 놔두렴. 우린 생각보다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

4 아무리 궁금해도 고양이 마음은 다 알 수 없다 : 나도 내 마음을 모르는데 어떻게 상대를 다 안다고 자신하는 거지

5 고양이는 겨울에도, 여름에도 햇볕 아래서 ‘식빵’을 굽는다 : 다른 사람의 말이나, 시선 따위에 마음을 빼앗기지 마렴. 중요한 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야.

6 고양이의 하품도 역사가 될 수 있을까 : 수만 년 전 누군가의 낙서로 인류의 시원을 가늠해보잖아. 내 삶도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매 순간 소중해지지.

7 고양이는 물방울. 복잡한 물건 사이를 걸림없이 지나다닌다 : 무슨 일이든 하나씩 차례차례, 단 마음이 앞서 나가지 않도록 하렴.

8 고양이는 있는 그대로 완벽한 존재이다 : 사실 고양이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고양이를 사랑스럽게 보는 내 눈과 마음 때문이야.

9 고양이는 다 다르다. 세상에 같은 고양이는 없다 : 사람도 마찬가지야. 저이는 왜 저래? 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면 돼.

10 반려동물을 두면 자꾸 신경 쓰이게 돼서 불편해! : 바보야, 그게 사랑이야. 사랑은 행복한 만큼 성가시다고.

목차

여는 글

첫 번째 이야기 : 기다림

푸른 무화과는 빨간 무화과를 보며 익어간다
고양이는 고양이의 방식대로
평생 사람하고만 산다면 재미없지 않을까
신발이 발에 맞으면 신발도 잊고 발도 잊는다
내리막에서는 달리지 마라
4페이지를 보기 전에 5페이지를 넘어가지 마라
이집트를 낳은 나일강처럼
옥수수밭이 집에서 멀면 새들이 다 먹어치운다
내가 읽는 이유

고양이는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지 : 쉿! 고양이는 다 알고 있다고

두 번째 이야기 : 간소함

나로부터 시작하는 즐거움
불일암 간장국수
공평하면 우정이 생긴다
천 송이 장미와 한 송이 장미의 값
아름다운 사람은 아름다운 가을을 가지고 있다
손 없이 보배 산에 들어가기
행복, 빈방에 모이는 햇살 같은 것
냥이도 고양이와 있는 게 좋겠지
새 책을 적게 읽고 이미 읽은 책을 다시 읽어라
꽃그늘 아래선 생판 남인 사람 아무도 없네

고양이는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지 : 고양이 눈 시계

세 번째 이야기 : 완벽함

3대 의사, 자연・시간・인내
할 수 없는 일인가? 하기 싫은 일인가?
냥이, 우리 어떻게 헤어지지?
당신이 행복과 행복의 원인이기를
당신은 지금 이 생을 다시 살아도 좋습니까
고양이는 물방울이다
벌써부터 그리워지는 소리
고양이가 울지 않은 날
시간이 데려가지 않는 것이 뭐가 있겠니

닫는 글

본문중에서

냥이에 대한 책임감은 뜻밖에도 내 삶에 대한 충실한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굳이 누구와 대화를 하거나 라디오를 듣듯이 시간을 흘려보낼 마땅한 것이 하나도 없이 조그만 뇌로 하루 24시간을 가늠하며 살아가는 냥이의 시간은 눈물겹다. 하물며 사람인 내가 빈 마당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튕겨 오르는 한낮의 햇살처럼 기쁘게 살지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 p.18)

새끼고양이 가족에게 뭐가 더 필요하랴. 뭐든 먹고 기운차려서 건강하게 살아가길 빌었다. 이곳은 불살생의 도량이니 사람을 너무 무서워하지 않으면 좋으련만. 고양이는 고양이의 방식대로 살아가면 된다. 어미 고양이 너는 모르겠지만 네가 지금 너의 새끼들에게 하는 방식으로 너의 어미도 그렇게 했고, 너의 새끼들도 너의 방식을 따라 행동하고 익어갈 것이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기를.
(/ p.34)

야지의 고양이건 이미 인간세계로 편입된 고양이건 그들의 머릿속은 인간과의 거리를 재며 다가오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렇다면 이런저런 편견으로 고양이를 미워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용기를 가상하게 봐야 한다. 고양이가 없는 세상은 인간사회의 이야깃거리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손해는 인간에게 더 많지 않을까? 아니, 평생 사람하고만 산다면 놓치는 것도 많지 않을까?
(/ p.39)

어릴 적 시골에서 불을 지필 때도 그랬고 절에서 아궁이에 장작 넣을 때도 항상 듣는 말이 잘 타고 있는 장작을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괜한 궁금증이 자신에게서 멈추면 좋은데, 한가해지면 시선은 남을 향한다. 갓 출가한 스님들이 배우는 《초발심자경문》에 ‘억지로 남의 일을 알려 하지 말라’고 하는 말이 있다. 여럿이 함께 살아가는 대중생활에서는 가볍게 넘길 말이 아니다. 나는 왜 시비가 많을까, 하는 사람은 무의식중에 남의 일에 간섭하고 자극하는 행동이 많기 때문이다.
(/ p.51)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던가. 그런 면에서 냥이는 가장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냥이의 아무것도 하지 않음은 인간이 쉽게 따라할 수 있
는 게 아니다. 움직이면 더우니까 극도로 활동을 자제하면서 자신의 체온을 덥히는 행동을 참아내는 냥이만의 내공이다.
(/ p.65)

냥이와 내가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같이 잘 지낼 수 있는 비결은 냥이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내가 냥이와 살아가는 첫째 원칙이 냥이가 오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나는 아직 고양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냥이가 원하지 않는 일을 재촉하지 않는다. 대신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냥이의 마음을 알아내기가 보다 수월해진다.
(/ p.84)

지금 나에게는 냥이가 유일한 식구라면 식구이지만 먹는 것을 함께 할 수는 없다. 내가 냥이의 사료를 먹을 수도 없고 냥이가 김치나 김을 먹을 수 없으니 우리는 한 지붕 밑에 살지만 엄밀하게 한 식구는 되지 못한다. 냥이도 가끔 문 밖에서 혼자 공양하는 나를 바라보기도 하지만, 나 또한 적어도 하루 한 번이라도 냥이가 꺼끌꺼끌한 물기 없는 알갱이 사료를 먹는 시간이면 되도록 옆에 쪼그리고 앉아 지켜봐주려고 한다. 많이 먹어, 천천히! 하면서.
(/ p.124)

순식간에 여기저기서 불빛이 돋아났다. 고양이 눈에 반사된 불빛이었다. 고양이의 얼굴을 가늠하면 대략 두 눈의 간격을 짐작할 수 있는데 한 마리는 불이 하나만 들어왔다. 직감적으로 눈병 난 고양이임을 알 수 있었다. 간혹 한쪽 전조등이 꺼진 채 움직이는 자동차를 볼 때의 바보스런 느낌과는 다른, 정상적으로 불이 들어온 쪽이 오히려 잘못된 듯한 서글픈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한 개의 빛은 이내 돌 틈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랬구나. 너 정말 눈이 멀고 말았구나.’
(/ p.146)

뙤약볕 아래서 ‘식빵을 굽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한마디하게 된다. “냥이, 익다 못해 타겠어!” 일단 냥이를 보고 나면 흐뭇하고, 비로소 다음 일을 한다. 땀에 젖은 옷을 세탁하고 아무리 더워도 차를 뜨겁게 우려내 한 사발 마신다. 뜨거운 차를 마시면 갈증이 가시기도 하지만 몸이 편안해진다. 여름에 뜨거운 음식을 잘 먹으면 겨울에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더울수록 몸을 따뜻하게! 냥이가 햇볕 아래서 식빵을 굽는 것도 같은 이유일지 모르겠다.
(/ p.177)

몇몇 고양이들과 한 산중에서 마주치며 살아가는 나는 ‘관찰자’로서 가능하면 그들의 삶에 개입하지 않고 지켜보는 자세로 지낸다. ‘바라봄’, 그리고 ‘최소한의 돌봄’이 내가 세운 원칙이다. 어찌 이곳 야지의 고양이뿐이겠는가. 먹을 것을 찾아 마당까지 내려오는 한겨울의 멧돼지와 고라니 무리, 빈 하늘을 빙글빙글 도는 까마귀들, 빈 사료 그릇에 바글바글 모여 있는 개미떼, 비바람에 이파리가 뜯긴 뜰의 화초들…. 그 모든 곳에 내 마음이 가닿아 있기를, 그러다 어느 순간 적절한 개입이 필요한 순간에 내가 용기를 낼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 p.215)

완벽함은 넘치지 않음, 혹은 부족함이 없는 심리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이나 사물이 어떻게 완벽함을 주겠는가. 그 외물의 온전함은 밖으로부터 전이되는 것이 아니라 감각의 주체인 내가 느끼는 것이다.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충만한 행복이 외물을 아름답고 완벽하게 보이게 한다. 냥이의 완벽함은 냥이가 구족하고 있다기보다 냥이를 사랑스럽게 보는 내 마음에 부족함이 없다는 의미다. 콩깎지가 씌였지!
(/ p.238)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당연히 냥이의 소리다. 특히 내가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나 밤 깊은 시간, 냥이가 내 방으로 이어지는 통로에 들어서면서부터 내는 소리이다. ‘야옹’ 분명한 소리가 아닌 그냥 ‘아앙’ 하는 정도의 엷은 웅얼거림이다. ‘어디 있냐’고, ‘나 지금 가는데…’로 들리는 맑고 투명한 소리. ‘한없이 투명한 블루’의 울림이다. 그 소리가 들리면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냥이가 오는 쪽을 바라본다. 냥이가 없는 먼 훗날, 가장 그립고 생각나는 것이 냥이가 나를 찾는 그 소리가 아닐지.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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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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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수 0권

송광사에서 현호 스님을 은사로 출가, 선방에서 10년을 살았다. 조계종단의 이런저런 소임도 충분히 살았고, 서울 법련사에서 12년간 주지로 일했다. 동국대대학원에서 〈수선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강의를 하면서 ‘베스트 렉쳐 어워드Best Lecturer Awards’ 상을 받기도 했다. 일생 만 권 독서의 꿈, 불교의 인문학적 해석을 평생의 일로 삼고 정진해가고 있다. 현재는 보조사상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송광사 탑전에서 수행과 독서,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사는 즐거움》 《이야기숲을 거닐다》 《행복한 기원》 등의 에세이와 《기도하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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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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