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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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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헥사곤과 아트스페이스3의 출판 프로젝트 다섯 번째 책, 임동승 작가의 전시 ‘TRANS’를 소개합니다. 임동승 작가의 작업은 독특한 연출과 전개를 바탕으로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수수께끼를 선사합니다.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나는 독특한 구도와 대상의 배치, 화폭에 연출된 장면과 관계의 묘사는 추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모호성을 강조합니다. 여기서 비롯되는 상상과 해석의 무한한 변수는 독자를 매력 넘치는 새로운 세계로 이끕니다.

〈아트스페이스3〉 시리즈는 헥사곤의 새로운 기획시리즈로, 좋은 전시를 기획하고 대중에게 소개하는 아트스페이스3과 협력하여 하나의 전시를 통째로 책에 담아 기록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정돈된 공간에 구성된 하나의 전시를 온전히 기록하여 아카이빙의 기능과 동시에 독자가 전시를 직접 관람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된 시리즈입니다.

출판사 서평

임동승 회화론의 미덕은 이 출처가 다양한 각각의 것들이 시각적으로 번역되고, 하나의 평면에 기입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이 과정은 각각의 사건과 상황들이 “육체의 무게를 가진 무의식”, 또는 “질료적인 꿈” 같이, 그 안에 모순과 상치를 내포하는 것들로 되는 과정으로, 이를 거쳐 이야기의 사실성의 농도, 곧 구상과 추상, 명료와 모호 사이의 긴장의 수위가 조율된다. 여기서 관례화된 형식주의 규범들, 모던 페인팅의 얀센주의적 강령들은 크게 무의미하다. 연대기적 서열, 반듯한 플롯을 위한 예우 따윈 없다. 사실과 허구, 다큐멘트와 픽션, 심지어 3류나 B급으로 분류되는 것들에조차 조금도 배타적이지 않다. 그러면서도 무분별하고 지각없는 포스트모던미학적 관용으로 미끄러지는 것을 예방하는 어떤 회화적 긴강감이 작동한다. 붓 터치가 사실주의적 구현과 단편적인 단위로의 분절 사이를 오가면서 형성되는 균형에서 오는 긴장감이다. 인물과 사물들의 정체성은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그리고 대체로 스스로 흐릿해지거나 픽셀화되면서 회화적 긴장을 보다 팽팽한 것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다. ● 심상용 / 미술사학 박사, 서울대학교 교수

임동승
임동승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철학과 서양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작가는 환상과 꿈, 일상과 미디어의 여정에서 가져온 미학적 요인들로 된 저글링을 즐긴다. 관람자(觀覽者)에게도 매우 즐거운 게임이다. 조르쥬 쇠라와 게르하르트 리히터 사이에서, 에드워드 호퍼적 실존주의 기질에 표현주의나 나비파의 색채 취향을 조미하면서, 그리고 베트남전이나 수난극에 포스트모던적 필터를 겹겹이 끼우기를 통해 드러나기 보다는 은폐되는 상황, 알고 싶지 않은 부조리, 불투명한 시각적 레이어, 진도가 나가지 않는 독해를 구성한다. 이 회화론은 사색의 결과를 정리해놓은 보고서로서의 그것과는 다르다. 이 회화는 사색의 과정 한 가운데를 여전히 지나는 중이다. 결론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며 적어도 아직은 그것을 논할 시점이 아니다. 이 회화는 출판이 완료된 단행본의 지면이 아니라, 지금 쓰여지고 수정되는 원고지와도 같다. 형식이 아니라 형식화하는 과정을 문제삼는 회화, 곧 자기수행의 탐구로서의 회화인 것이다. 관람자의 일은 그 결과치를 숙지하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그 결을 따라 동행하는 것이다.

목차

임동승 회화론: 틀에 박히고 억눌린 것들에 화답하기│심상용

An Essay on Dongseung Lim;s Paintings:
Responding to the Stereotyped and the Repressed│Sangyong Shim

렘브란트, 오사카, 디즈니│임동승

Rembrandt, Osaka, Disney│Dongseung Lim

작가약력

CV

본문중에서

-본문 중에서-

렘브란트의 〈삼손의 실명(失明)〉(The Blinding of Samson, 1636)을 보고,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이 지금 살았더라면 그림보다는 영화를 만들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극적인 사건을 한 장면 안에서 인물들의 동작과 배치에 압축한 ‘연출력’에 감동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한 영화적인 면모, 강점이 회화의 영역에서 비본질적이고 착오적인 것으로 여겨진 시기가 있었다. 그런 주장에 동조한 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겠지만, 둘다 그런 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요컨대, 회화의 본질이 무엇인지 규정하고 회화의 유산으로부터 배제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판단하는데 ‘깊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논의들이 전부 무의미해진 것은 아니겠지만, 이제 그런 주제에 ‘깊이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무엇을 그려야 하고 무엇을 그리지 말아야 하는지를 누군가가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물론 그런 권력의 자리에 항상 무언가가 작동하고 있기는 하겠지만.

오사카 시립미술관의 현대미술 컬렉션을 보고 감탄한 일이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잘 아는 ‘현대’의 ‘대표작가’들의 ‘대표작’들이 빠짐없이, 균일하게 정렬되어 있다는 인상 때문이었다. 유럽이나 미국의 대도시에 있는 미술관들은, 내가 가 본 한에서 비교하자면, 보다 논쟁적으로 편향적이랄까 혹은 그렇게 균형에 신경을 쓰고 있지는 않다는 느낌 혹은 그런 균형에 대한 의식 자체가 별로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나의 작업 이야기로 넘어오자면, 나는 사전 계획을 세워놓고 거기에 맞춰나가기보다는, 실마리가 되는 모티프가 있으면 거기에 연관되는 것들과 관계하면서 다음 과정이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리는 쪽이다. 이런 과정을 진행하다보면, 내가 기대고 있는 ‘회화의 유산’들에 대해 의식하게 된다. 거기엔 앞서 말한 것처럼 한때 배제되었던 전통도 물론 포함되는데, 그런 ‘전통들’ 중에 어떤 것이 우선시된다거나, 그것들 사이에 위계적인 질서 같은 것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것은 ‘상상의 미술관’이라기보다는 ‘상상의 백화점’같고, 더 비근한 예를 들자면 구글의 이미지 검색 화면 같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반드시 오사카 시립 미술관이, 그 무논쟁적인 균질성이 떠오르는 것이다. ● 임동승 / 작가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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