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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와 칸타의 장: 마트 이야기 : 이영도 소설[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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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환상을 더욱 환상스럽게
판타지에 대한 메타 판타지 소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스물다섯 번째 책『시하와 칸타의 장: 마트 이야기』. 『시하와 칸타의 장-마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1998년 『드래곤 라자』로 한국 판타지 문학의 시작과 중흥을 알림과 동시에 22년째 대체 불가능한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영도의 이번 신작은 2019년 『현대문학』 9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것이다. 이영도는 이번 작품에서도 등장인물 간의 대화 속에 압축과 생략, 은유와 환유, 숨 막히는 핑퐁식 대화로 이영도식 농담과 유머를 아낌없이 사용하며 소설 읽는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폐허가 된 세상에서 다양한 환상종들과 경쟁하고 또 때로는 공존하며 뒤섞여 살아가고 있는 마지막 남은 인류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 토양은 오염되었고,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땅에 살아남은 인간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쥐를 잡겠다고 설치한 덫에 요정이 걸렸다. 그 요정을 향해 식용이야, 아니야? 묻는 열아홉 살 소녀 시하와 칸타는 어릴 때 부모를 잃고 헨리동물원에서 살고 있다. 헨리는 동물원 거주자 인간들이 부르는 드래곤의 이름이다. 동물원 거주자 인간들은 무언가를 원할 때 헨리에게 거래를 요청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헨리에게 배운, 선조 인류가 후대에게 전달해야 할 것들을 담아놓은 인류의 보물이자 정수들을 담아놓은 노래와 시를 완벽하게 외워야 한다. 그러나 헨리에게 거래를 요청하는 인간은 시하뿐이다. 자칫 실패하면 잡아먹히는 운명에 놓이기에 섣불리 도전할 수 없으며, 오직 시하만이 그 노래와 시들을 완벽하게 암송할 수 있는데...

출판사 서평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스물다섯 번째 책 출간!

이 책에 대하여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스물다섯 번째 소설선, 이영도의 『시하와 칸타의 장-마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1998년 『드래곤 라자』로 한국 판타지 문학의 시작과 중흥을 알림과 동시에 22년째 대체 불가능한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영도의 이번 신작은 2019년 『현대문학』 9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것이다.

인류의 욕심이 자초한 멸망, 오염된 땅, 폐허가 된 세상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류 부활의 꿈

『드래곤 라자』 『퓨처 워커』 등 한국 판타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이영도가 『오버 더 초이스』 이후 2년 만에 새 장편소설, 『시하와 칸타의 장-마트 이야기』를 내놓는다. 주제의 무거움과 장대한 스케일, 다양하고 새로운 종족들의 끊임없는 출현 등으로 20여 년 넘는 세월 동안 독자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아온 이영도는 이번 작품에서도 등장인물 간의 대화 속에 압축과 생략, 은유와 환유, 숨 막히는 핑퐁식 대화로 이영도식 농담과 유머를 아낌없이 사용하며 소설 읽는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폐허가 된 세상에서 다양한 환상종들과 경쟁하고 또 때로는 공존하며 뒤섞여 살아가고 있는 마지막 남은 인류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 토양은 오염되었고,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땅에 살아남은 인간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쥐를 잡겠다고 설치한 덫에 요정이 걸렸다. 그 요정을 향해 식용이야, 아니야? 묻는 열아홉 살 소녀 시하와 칸타는 어릴 때 부모를 잃고 헨리동물원에서 살고 있다. 헨리는 동물원 거주자 인간들이 부르는 드래곤의 이름이다. 동물원 거주자 인간들은 무언가를 원할 때 헨리에게 거래를 요청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헨리에게 배운, 선조 인류가 후대에게 전달해야 할 것들을 담아놓은 인류의 보물이자 정수들을 담아놓은 노래와 시를 완벽하게 외워야 한다. 그러나 헨리에게 거래를 요청하는 인간은 시하뿐이다. 자칫 실패하면 잡아먹히는 운명에 놓이기에 섣불리 도전할 수 없으며, 오직 시하만이 그 노래와 시들을 완벽하게 암송할 수 있다.
마트에서 처음 일어섰다 하여 마트라 불리는 인간들. 인류 부활을 꿈꾸며 아이를 낳고 종자를 모으고 파종할 오염되지 않은 땅을 구하기 위해 다른 종족과의 전쟁도 불사하는 마트들. 그들을 이끄는 마트퀸은 시하에게 마트로 와 아이들에게 노래와 시를 가르쳐달라고 요구하지만 시하는 번번이 거절한다. 인류 부활의 가능성을 믿지 않을 뿐 아니라 이런 시대 이런 땅에서 아이를 낳는 건 죄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하의 믿음은 데르긴의 출현으로 더욱 확고해진다. 요정 데르긴은 불치병으로 섬망에 빠진 사람이 보는 환각, 멸망을 앞둔 인류가 보는 환상종으로 인류 멸망이 ‘정말’ 머지않았다는 증거였다. 데르긴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칸타는 마트에서 일어나는 일들, 곧 인류의 역사를 목격하고 기록하기 위해 헨리동물원을 떠나 마트로 간다. 그러나 칸타가 마트로 간 이후, 간다르바는 마트를 공격하고, 시하는 칸타의 안위를 걱정하며 마트로 향한다. 데르긴의 도움으로 만든 ‘사랑의 묘약’을 들고 칸트를 찾아간 시하, 자신의 탄생은 부모의 쾌락의 결과물이며, 그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생각하며 사랑을 믿지 않던 시하는 망설임 끝에 칸트 앞에서 사랑의 묘약을 삼킨다.
시하의 예상과 달리 캇파 종족과 동맹을 맺은 마트는 간다르바를 물리치고 전쟁에서 승리하고, 시하는, “난 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해”, 라고 말한 뒤 데르긴을 칸타에게 넘긴다. 하나의 전쟁은 끝이 났지만, 시하로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역사는 다시 출발점에 선다.

『시하와 칸타의 장』은 환상에 대한 질문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의 대답은 모든 부분에서 양가적이다. 시하가 마신 사랑의 묘약은 형태론적으로 주어와 목적어가 혼란스러운 환상이었으며, 그러한 환상을 마신 시하의 말은 대답이라기보다는 질문인 셈이다. 이러한 환상을 미주한 우리의 대답은 어떠한가. (이융희)

마음속 깊이 절망과 좌절, 체념을 내재했던 시하, 자신의 출생을 부정하고 존재 자체를 회의했던 시하에게 사랑의 묘약은 어떤 화학적 반응을 일으킬 것인가? 인류 멸망의 강력한 증거였던 요정을 시하는 왜 자신의 어깨에서 내려놓았을까? 깨끗한 토양을 확보함으로써 ‘무모한 부활 의지’라는 혐의에서 벗어난 마트퀸의 합류 요청을 이제 시하는 어떤 변명으로 거절할 것인가? 또는 못 이기는 척 합류할 것인가? 인류 부활의 꿈은 이루어질 것인가?

『시하와 칸타의 장-마트 이야기』는 인류 멸망의 시대, 방사능으로 오염된 땅에서 살아남은 극소수의 사람들과 죽음을 앞둔 인류의 섬망이 불러낸 환상종들이 벌이는 치열한 생존 경쟁을 그린 소설이다.

[캐릭터 소개]
* 시대 및 공간적 배경 : 인류가 멸망해가는 시대. 방사능 등으로 폐허가 된 땅. 죽어가는 인류는 환상종을 봄. 이 소설에 등장하는 드래곤, 요정, 간다르바, 캇파 등이 환상종.

1. 시하 : 열아홉 살의 여자 사람. 드래곤에게서 인류의 노래와 시를 배워 드래곤과 유일하게 대화가 가능한 사람. 인류 부흥에 부정적이어서 칸타에게 마음이 있으나 표현을 하지 못한다.

2. 칸타 : 10대 후반의 남자 사람. 기록자(또는 예술가). 더 이상 기록할 것 없는 드래곤의 동물원 보호에서 벗어나 마트 무리에 합류한다. 시하의 사랑을 받고 있으나 알지 못한다.

3. 아헨라이즈 : 나이 미상의 드래곤. 헨리동물원의 주인이자 헨리동물원에 거주하는 인간들의 보호자. 시하에게 인류의 노래와 시를 가르친다.

4. 마트퀸 : 나이 미상의 여자 사람. 마트의 지도자. 날개옷을 입고 날아다님. 인류 부흥의 목표이다. 인구수를 늘리고 이들을 먹여 살릴 땅이 필요해 전쟁도 불사한다. 시하에게 합류를 제안하지만 번번이 거절당한다.

5. 데르긴 : 나이, 성별 미상의 요정. 죽어가는 인류가 마지막으로 보는 환상종. 사랑의 묘약을 만듦. 이 소설에서는 설명자 역할을 한다.

이영도 작가는 환상을 더욱 환상스럽게 구현할 줄 아는 작가이다. 『드래곤 라자』부터 『퓨처 워커』 『폴라리스 랩소디』를 비롯해 『눈물을 마시는 새』나 『피를 마시는 새』 등은 작가의 머릿속에서 창작된 환상적 세계관을 마치 역사서를 읽는 것처럼 역사화한다. 톨킨은 좋은 판타지 소설이란 현실 세계의 질서와는 유리된 2차 세계를 창작한 뒤 독자에게 진짜로 있는 세계처럼 신뢰를 주어야 한다고 했다. 이영도 작가는 그러한 명제 위에서 꾸준히 좋은 판타지 세계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다시 자신의 주제 의식이 담긴 모험을 전개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위트와 해학이 담겨 있는 판타지 소설이지만 기존의 장편소설과는 다른 결이 존재한다. 집단적인 소설 형태로서의 ‘장르’ 판타지가 아니라 ‘환상’ 그 자체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일종의 판타지에 대한 메타 판타지 소설이기 때문이다.
-이융희, 『작품해설』 중에서

월간 『현대문학』이 펴내는 월간 〈핀 소설〉, 그 스물다섯 번째 책!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월간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이고 이것을 다시 단행본 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이다. 여기에 선보이는 단행본들은 개별 작품임과 동시에 여섯 명이 ‘한 시리즈’로 큐레이션된 것이다. 현대문학은 이 시리즈의 진지함이 ‘핀’이라는 단어의 섬세한 경쾌함과 아이러니하게 결합되기를 바란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은 월간 『현대문학』이 매월 내놓는 월간 핀이기도 하다. 매월 25일 발간할 예정인 후속 편들은 내로라하는 국내 최고 작가들의 신작을 정해진 날짜에 만나볼 수 있게 기획되어 있다. 한국 출판 사상 최초로 도입되는 일종의 ‘샐러리북’ 개념이다.

001부터 006은 1971년에서 1973년 사이 출생하고, 1990년 후반부터 2000년 사이 등단한, 현재 한국 소설의 든든한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렸고, 007부터 012는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 출생하고, 2000년대 중후반 등단한, 현재 한국 소설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013부터 018은 지금의 한국 문학의 발전을 이끈 중추적인 역할을 한 1950년대 중후반부터 1960년대 사이 출생 작가,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등단한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려졌으며, 019부터 024까지는 새로운 한국 문학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패기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발간되었거나 발간 예정되어 있는 책들은 아래와 같다.

001 편혜영 『죽은 자로 하여금』(2018년 4월 25일 발간)
002 박형서 『당신의 노후』(2018년 5월 25일 발간)
003 김경욱 『거울 보는 남자』(2018년 6월 25일 발간)
004 윤성희 『첫 문장』(2018년 7월 25일 발간)
005 이기호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2018년 8월 25일 발간)
006 정이현 『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2018년 9월 25일 발간)
007 정용준 『유령』(2018년 10월 25일 발간)
008 김금희 『나의 사랑, 매기』(2018년 11월 25일 발간)
009 김성중 『이슬라』(2018년 12월 25일 발간)
010 손보미 『우연의 신』(2019년 1월 25일 발간)
011 백수린 『친애하고, 친애하는』(2019년 2월 25일 발간)
012 최은미 『어제는 봄』(2019년 3월 25일 발간)
013 김인숙 『벚꽃의 우주』(2019년 4월 25일 발간)
014 이혜경 『기억의 습지』(2019년 5월 25일 발간)
015 임철우 『돌담에 속삭이는』(2019년 6월 25일 발간)
016 최 윤 『파랑대문』(2019년 7월 25일 발간)
017 이승우 『캉탕』(2019년 8월 25일 발간)
018 하성란 『크리스마스캐럴』(2019년 9월 25일 발간)
019 임 현 『당신과 다른 나』(2019년 10월 25일 발간)
020 정지돈 『야간 경비원의 일기』(2019년 11월 25일 발간)
021 박민정 『서독 이모』(2019년 12월 25일)
022 최정화 『메모리 익스체인지』(2020년 1월 25일)
023 김엄지 『폭죽무덤』(2020년 2월 25일)
024 김혜진 『불과 나의 자서전』(2020년 3월 25일)
025 이영도 『시하와 칸타의 장-마트 이야기』(2020년 4월 25일)
026 듀 나(근간)
027 조 현(근간)
028 백민석(근간)
029 김희선(근간)
030 최제훈(근간)

목차

시하와 칸타의 장-마트 이야기 009
작품해설 222
작가의 말 238

본문중에서

본문 중에서

칸타는 시하 앞에 두 무릎을 꿇고 얼굴 높이를 맞추었다. 시하는 칸타의 두 뺨을 잡고 그의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고정시켰다. 칸타는 눈을 감았다. 시하는 말없이 기다렸다.
조금 후 칸타가 눈을 떴다.
어리둥절하여 그 모습을 보던 데르긴이 진상을 깨달았다. 시하는 칸타의 동공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있었다. 칸타가 눈을 감았던 것은 동공을 확대시키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78~79쪽

“모르는 말로 된 노래는 자기가 직접 한국어로 번역해서 가르치지. 잘 배웠는지 시험도 하고. 열정 교사 아냐? 물론 헨리한테 F를 받으면 넌 음식food이라는 뜻이니 시험이 좀 벅차다고 할 수 있지만, 괜찮아. 결국 헨리대학 첫 번째 OB가 될 인재가 나타났으니까.”
퀸은 손가락을 펴 시하를 가리켰다.
“네가 목숨을 걸고 얻은 거니까 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야, 시하. 그건 네 것이 아냐. 그 노래들은 인간의 것이야. 넌 그걸 인류에게 돌려줘야 해. 와서 우리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쳐.”
-118쪽

본질적으로 무용하기에 상한 또한 없이 무한히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
물론 예술도 그러하다.
‘목숨을 걸게 해놓았지.’ 상한 없는 가치를 가지는 보물은, 그래서 그것 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것이어야 한다. 시하는 목숨을 걸고 헨리와 문답을 한다. 헨리의 노래들은 치명적인 것이다. 그리고 전통적인 보물인 황금이니 보석이니 하는 것들이 이 시대에 잃어버린 것도 바로 그 치명성이다. 왜냐하면 시하가 단언했듯이 이 시대 사람들에게 ‘요정이 숨겨놓은 황금 단지 같은 건 아무 쓸모가 없’는 물건이므로.
“금은보화 대신 인간의 고전을 모으는 거라고요? 그걸 대규모로 복제하는 건 스스로 보물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짓이니까 할 수 없고?”
“맞아, 그 노래들이 바로 헨리가 모은 보물이야. 그리고 드래곤답게 그걸 내줄 생각도 없지. 하지만 그러면 동물원장으로서의 의무는? 그래서 꾀를 내었지. 한번 가르친 노래를 제대로 외우면 새 노래를 가르쳐주지만, 실패하면 즉시 죽이는 거야. 그래,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알겠지? 처음엔 그렇게 어렵진 않아. 하지만 외워야 할 것은 계속 늘어나지. 헨리는 자기가 가르쳤던 것 중 아무거나 고를 수 있으니까 배운 건 전부 다 완벽하게 외워야 하거든. 가면 갈수록 어려워져. 그런데 단 한 번이라도 틀리면 그 순간 끝장이고 말이야. 누가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 하지만 헨리는 자기 의무는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거지. 완벽하게 노래를 배우지 못한 개체를 내보내봐야 인간에게 도움이 안 되니까.”
-124~126쪽

이제 퀭하고 무기력한 스바딜파리의 모습은 데르긴의 눈엔 거만함의 극치로 보였다. 하지만 시하는 이 행운에 계보학적 접근을 하는 수고를 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그대로 스바딜파리에 올라탔고 스바딜파리는 자기 팔자에 대한 불평 같은 투레질을 한번 하더니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데르긴은 가공할 사실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어제 스바딜파리는 마지못한 듯이, 도대체 네 문제가 뭐냐고 힐난하듯이 느릿느릿 움직였다는 사실을.
-184쪽

퀸의 뒤편에 천녀가 서 있었다.
몸통 아래엔 두 다리가 있었고 좌우엔 두 팔이 달려 있었고 위에는 머리가 있었다. 그렇게 말한다면 인간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그녀에 비하면 보통 인간의 용모란 비상구 표시의 인간 모습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퀸을 비롯하여 그녀를 본 모든 이들은 느닷없이 사람의 눈 코 입이 얼굴의 어느 위치에 달려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견해를 가지게 되었다. 아우라니 할로니 날개니 하는 것 없이 그냥 미모만으로 천녀임을 넉넉하게 주장하고 있는 여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퀸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비켜.’
-215~216쪽

스스로 사랑의 묘약을 삼킨 소녀가 말했다.
“난 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해.”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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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1972

1972년에 태어났다. 경남대학교 국어국문과를 졸업하였다. 한국의 대표적인 환상 소설 작가로서, 1998년 발표한 장편 소설 『드래곤라자』로 등단하였다. 현재『눈물을 마시는 새』의 후속편인『피를 마시는 새』를 집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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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530306

1980년대 중반부터 사진 매체를 통해 사적이고 내면적인 의식 세계를 절제되고 섬세한 터치로 표현해 온 한국 현대사진가이다. 표현행위의 주체인 자신과 대상으로서의 외부 현실을 양립시키지 않는 그의 사진에는, 내면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사유가 미니멀리즘의 형식과 포스트모더니즘적 사고방식으로 절묘하게 포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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