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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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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인문학자이자 시인인 오민석 교수가 가혹하지만 아름다운 우리 삶의 풍경에 대해 쓴 산문집이다. 저자는 이쪽과 저쪽 사이, 경계의 위치에서 글을 썼다. 날 선 외줄에서 균형을 잡아 가며 써 내려간, 예리한 통찰과 따듯한 인문 정신이 배어든 글들이다.

출판사 서평

이쪽과 저쪽 사이, 경계에서 바라본
잔혹하지만 아름다운 우리 삶의 풍경들


단국대학교 영미인문학과 오민석 교수가 지난 5년간 [중앙일보] ‘삶의 향기’에 연재한 칼럼을 책으로 엮었다. 짧은 역사 동안 급격한 변화를 겪은 한국 사회가 여전히 품고 있는 전근대의 ‘신화’와 ‘다중(多衆)의 시대’라는 경계, 그리고 한국 정치의 갈수록 심각해지는 ‘진영’과 ‘진영’의 경계에서 적어 내려간, ‘이쪽’과 ‘저쪽’의 소통을 위한 거침없는 제안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로 ‘사건으로서의 사랑’, 즉 공동선을 꼽고 문학과 일상에서 그 징표를 길어낸다.

경계에 서야
너와 내가 만난다


오민석은 영문학자다. 정확히는 문학 이론 교수이다. 그러면서 시인이다. 이런 이력의 소유자를 일간지 칼럼니스트로 만난다면 대개 일상의 풍경이나 문학에서 길어낸 따뜻한 감성 정도를 기대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칼럼은 독자를 배신한다. 지적 통찰이라는 매력으로, 문학적 사회 비평이란 반전으로.
그의 문학 이론과 현대 사상은 오히려 시평으로 생생한 호흡을 얻는다. 때로 매섭기까지 한 그의 지적은 반박 불가해 보인다. 그가 우리 시대의 발목을 잡는 ‘신화’와 ‘진영’의 말투를 쓰지 않고 이를 비판하기 때문이고, 하나의 현상에서 사회의 일면이 아닌 다면을 읽어내고 성찰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글은 공동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공동선의 다른 이름은 곧 사랑이다. 개인적 관계가 사회적 관계로 경계를 확장하는 것이다. ‘공통적인 것(the common)’을 향하지 못하는 사랑은 병든다. 그러한 사회도 병든다. 그것이 바로 이 책 [경계에서의 글쓰기]가 말하는 ‘경계’이다.

문제는 21세기 현재는 영웅의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는 정치적 메시아의 시대가 아니라, ‘다중’의 시대이다. … 다중은 개체들이면서 집단이고, 집단이면서 동시에 자유로운 개체들이다. 시대착오적인 정치적, 사회적 메시아주의는 다중의 “공통적인 것(the common)”(안토니오 네그리)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권력의 생성에만 집중한다. 그들이 내놓는 대부분의 정책은 공공선(公共善)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실제로는 권력의 재생산과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 p.19)

정치라는 이름의
가장 중요한 경계


칼럼은 시평이다. 시사, 사회, 풍속을 다루는 시평의 핵심은 정치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는 늘 정치에 갇혀 있다. 사람들이 정치에 피로를 느끼는 이유다. 하지만 [경계에서의 글쓰기]는 그 경계를 넘는다. 정치가 일상이고 생활인 이유를 정치 이야기로 뛰어넘는다. 정치는 우리 모두가 타고 있는 배, 경제와 문화와 사회를 전부 태운 배의 방향타이자 돛이다. 배(정치)가 산으로 간다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특히 분단 이후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이른바 ‘진영 논리’가 갈수록 심각하다. ‘이쪽’에서 ‘저쪽’에 말을 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비난’과 ‘공격’으로 ‘공감’과 ‘동의’가 실종되었다. 자신들의 ‘바깥’을 사유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경계’ 너머의 소통이다. 언어와 생각이 섞이고 사상과 실천이 맞부딪치는 곳이 경계이다. 이 책 [경계에서의 글쓰기]가 말하는 또 하나의 ‘경계’이다.

우리 사회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기에 집단주의와 탈정치적 개별주의를 이미 통과해왔다. 이제 개별성을 존중하면서 ‘공통의 문제’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복수(複數)적 주체”(안토니오 네그리)의 탄생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정의와 공정의 이름으로 오래 묵은 사회악들과 싸우고 있다. 바야흐로 진리 담론이 부상하고 있는 시기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진리 담론이 독점 담론으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진리 담론은 그 안에 동질성뿐만 아니라 이질성을 동시에 열어놓는다. 무오류주의에 빠지지 않으려면, 외부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내부를 성찰하는 ‘겹 지혜(double wisdom)’가 필요하다.
(/ p.61)

‘사랑의 사건’이 태어나는
일상의 경계


사랑은 타자를 향한다. 타자와의 관계 맺기이다. 동시에 자신을 향한다. 타자 안에 내가 있기 때문이다. 성찰의 시작이다. 너와 내가 만날 때 우리는 늘 경계에 선다. 그리고 그 경계에서 다시 사랑으로 돌아간다. 경계에 설 때만 사랑은 사랑으로 재발명된다. 사랑-타자-관계-경계의 순환. [경계에서의 글쓰기]는 5년 동안 일간지에 연재된 칼럼이지만 이 같은 주제의 순환을 끊임없이 변주하며 단단히 엮어 한 권의 산문집으로 완성되었다.
‘소확행’의 기쁨을 추구하는 에세이가 넘치는 시대, 힐링의 끝에서 또 힐링을 찾는 시대에 [경계에서의 글쓰기]는 우리가 선 자리를 묻는다. ‘사랑의 의지’로 마주해야 할 일상의 자리가 어디인지, 뜨거운 가슴으로 만들어가야 할 ‘사랑의 사건’이 무엇인지.

사랑 자체로 돌아가려 할 때, 그것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나’라는 동일자이다. 사랑은 본질적으로 ‘타자’를 지향하는 것이므로 ‘나’를 버리지 않을 때 사랑은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된다. 타자를 지향하지 않을 때 관계 자체가 망가지거나 사라지므로,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사랑이라는 실현하기 힘든 목표를 향해 분투한다. 우리는 모두 사랑하면서 깨지고 좌절하고 다시 사랑으로 끝없이 돌아가는 존재들이다. 개인적 관계이든 사회적 관계이든, 관계가 파괴된 사람들은 이 복잡한 사랑의 회로에서 무언가 뒤엉킨 사람들이다. 그러니 우리는 사랑의 방식에 대하여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 p.184)

목차

책을 내며 • 06

1부 바깥을 사유하라

누가 공화국을 어린애로 만드는가
영웅은 없다 • 17 짧은 역사의 반격 • 21 예외적 개인들의 책임 • 25 부분의 위기, 전체의 위기 • 29 쇼는 이제 그만 • 33 누가 공화국을 어린애로 만드는가 • 37 ‘국민 대통합’이라는 이데올로기 • 41 수사의 힘 • 45 태초에 관계가 있었다 • 49

낡은 신화의 베개에서 코를 고는 사람들
한 시대가 가고 있다 • 55 집단성과 개별성, 그리고 그 너머 • 59 불행의 징후들, 그리고 저주받은 나라 • 63 빅 브라더들의 귀환 • 67 불일치의 정치학을 위하여 • 71 낡은 신화의 베개에서 코를 고는 사람들 • 75 막말의 사회 • 79 ‘독재 타도’라는 말 • 83 머나먼 선진국 • 87

해서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의 경계
성공학이라는 괴물 • 93 문학은 싸구려 연애질의 방패가 아니다 • 97 해서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의 경계 • 101 다른 집 애들처럼 살지 않기 • 105 사실과 해석 • 109 불편한 인문학을 위하여 • 113 블랙리스트와 문화 융성 • 117 사유화된 가정과 공공 영역 • 121 수치에 대하여 • 125

유쾌한 상대성을 위하여
파블로 카잘스, 새들의 노래 • 131 유쾌한 상대성을 위하여 • 135 악에 대하여 • 139 세계의 변화와 운동성 • 143 이 쓰라린 계급의 사회 • 147 카니발을 방해하는 것들 • 151 일요일 저녁 일곱 시의 그늘 • 155

2부 사랑은 의지다

사랑의 재발명
‘사건’으로서의 사랑 • 163 폐허 씨, 존재의 영도에 서다 • 167 사랑하기의 어려움 • 171 작은 자의 힘 • 175 샤갈의 눈썰매 • 179 사랑의 재발명 • 183

잘 살 권리와 사회적 사랑
어느 나무의 이야기 • 189 죽음에 대하여 • 193 사적 소유의 유령들 • 197 적을 ‘발명’하는 사회 • 201 프랜시스 베이컨과 고통의 보편성 • 205 잘 살 권리와 사회적 사랑 • 209 ‘즈음’의 시간 • 213

내가 밥 딜런을 좋아하는 이유
배리를 견디기 혹은 극복하기 • 219 ‘보여주기’와 ‘보기’ • 223 상처와 힐링 • 227 유토피아의 힘 • 231 내가 밥 딜런을 좋아하는 이유 • 235 너, 어디 있느냐 • 239 선물의 사회를 향하여 • 243

본문중에서

‘다중(多衆, multitude)’의 시대인 21세기에 아직도 영웅 중심의 정치적, 사회적 ‘메시아주의’라는 유령이 우리 사회에 출몰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의 정치는 메시아 찾기의 역사에 다름 아니었다. (…) 알튀세르의 말대로 “이데올로기는 그 내부에 모순을 갖고 있지 않다.” 이데올로기의 모순은 그 바깥으로 나와야만 비로소 보인다. 이 정치적 메시아들의 바깥으로 나올 생각이 전혀 없으므로 숭배자들에게 이들은 절대적이고도 항속적인 진리의 담보자들이다.
(/ p.18)

변혁의 시대가 지속되고 있다. 사회적 대변혁의 시기는 ‘불안정성’을 특징으로 한다. 잠재되어 있던 다양한 목소리가 마구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자기 검열과 통제를 벗어난 목소리들은 징후로만 존재하던 어떤 ‘현실’을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최근 사회의 일각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은 우리가 아직도 먼 봉건시대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 p.37)

알랭 바디우에 따르면 이런 의미에서 철학의 목표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는 것”이다. 여기에서 타락시킨다는 것은 “기존의 의견들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을 전적으로 거부할 가능성을 가르치는 것”을 의미한다. 소크라테스도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국가의 여러 신(神)들을 믿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여기에서 ‘국가의 여러 신들’이란 그리스 신전의 신들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당시 그리스 사회를 지배하던 공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 질문을 억압하는 사회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사회이며, 수많은 질문을 다 견뎌낸 명제야말로 우리가 유일하게 믿을 만한 것이다. 이렇듯 인문학은 값싼 치유를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 부재의 안온한 삶을 뒤흔드는 것이다.
(/ p.114)

사실 문학이나 철학은 세계의 이와 같은 배리성에 대한 탐구이다. 세계가 간단한 원리로 설명이 가능하고, 또 그런 원리에 의해 정확히 가동될 때, 세계는 더 이상 탐구나 질문의 대상이 아니다. 루카치의 표현처럼 “하늘의 빛나는 별들이 세상의 모든 길을 비추는” 시대는 얼마나 행복한가. 그는 서사시의 시대를 그렇게 정의하지만, 그리고 “행복한 시대는 아무런
철학도 갖지 않는다.”라는 그의 주장은 옳지만, (미안하게도) 그런 세계는 처음부터 없었다. (…) 사회·정치적 차원에서 시스템에 의해 벌어지는 수많은 배리들 앞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견딤’이 아니라 강력한 ‘저항’이다. 존재론적 배리도 견디기 힘든 인간들에게 특정 집단에 의한 인위적이고 조직적인 모순·배리·폭력까지 견디라는 것은 인간의 품위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권면이다.
(/ pp.220~221)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모든 현재는 과거의 유토피아였다. 가령 노예제사회에서 볼 때 근대 시민사회는 실현 불가능한 유토피아였다. 그러나 그것은 오랜 시간을 통해 성취되었다. 이런 점에서 유토피아는 앞으로 도래할 그 무엇이다. 그것은 다가오는 현재다. 그러나 현실이 된 유토피아는 다시 결핍을 드러낸다. 왜냐하면 또 다른 유토피아가 결핍의 현실이 된 유토피아를 되비추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인류의 역사는 유토피아가 실현되어온 역사이고, 사라진 역사다. 유토피아는 항상 현실이 되고 현실 속에서 사라지며, 사라짐과 동시에 또 다른 유토피아를 만들어낸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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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충남 공주
출간도서 14종
판매수 402권

충남 공주 출생.
1990년 월간 『한길문학』 창간기념 신인상에 시 당선,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
시집 『굿모닝, 에브리원』 『그리운 명륜여인숙』 『기차는 오늘 밤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다』, 문학평론집 『몸-주체와 상처받음의 윤리』, 문학이론 연구서 『현대문학이론의 길잡이』
『정치적 비평의 미래를 위하여』, 문학 연구서 『저항의 방식: 현대 캐나다 원주민 문학의 지평』, 대중문화 연구서 송해 평전 『나는 딴따라다』 『밥 딜런, 그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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