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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양장]

원제 : The D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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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눈부시게 화려한 모음집”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레베카] [새]의 원작자, 서스펜스의 여제 대프니 듀 모리에
    70년간 사라졌던 전설의 작품 [인형] 외 초기 걸작 단편 복간!


    한 세기 가까이 영화와 뮤지컬로 꾸준히 재탄생하고 있는 고딕 로맨스의 고전 [레베카]의 작가, 서스펜스의 여제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집 [인형]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그동안 [레베카]를 비롯하여 [자메이카 여인숙] [희생양] [나의 사촌 레이첼]과 세계문학 단편선 [대프니 듀 모리에]까지 듀 모리에의 걸작들을 국내에 소개해온 현대문학에서 펴내는 여섯 번째 책이다. [인형]은 듀 모리에가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에 걸쳐 쓴 열세 편의 초기 걸작 단편을 모아 낸 선집으로, 젊은 작가의 상상력과 훗날 대표작들의 토대가 되는 발상이 이 한 권에 응축되어 있다. 2011년 영국 출간 당시 ‘잃어버린 이야기들The Lost Short Stories’이라는 부제목으로 소개된 이 책에는 듀 모리에의 기념비적인 데뷔작은 물론, 여러 절판본과 수십 년 전 신문, 잡지 등에서 찾아낸 숨은 보석들이 실려 있다. “눈부시게 화려한 모음집” “고딕, 서스펜스, 그리고 섬뜩함으로 호평받는 새롭게 재발견된 이야기들”([인디펜던트])이라고 상찬받은 이 소설집은 20세기 영국 최고 이야기꾼의 다채로운 단편들을 만끽하는 동시에 그의 문학적, 개인적 세계를 보다 다층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작가가 될 운명인 아이는 불어오는 모든 바람에 예민하다”
    - 대프니 듀 모리에

    스산하고 내밀한 필치로 젊은 영혼의 불안한 심리를 포착한
    듀 모리에의 서스펜스 세계

    [인형]에 실린 열세 편의 작품은 집필된 순서에 따라 배치됐다. 듀 모리에는 유명한 작가였던 할아버지와 인기 연극배우인 부모 덕분에 풍부한 문화적 수혜를 입으며 성장하였지만, 집착적인 사랑으로 딸의 삶을 지배하려 든 아버지와 그런 남편과 딸 사이를 질투한 어머니로 인해 사춘기 시절 정신적 방황을 겪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작가는 바로 여기 실린 최초의 단편소설들을 써냄으로써 내면의 고독과 자유에 대한 갈망, 그리고 다가오는 비극을 예리하게 감지했던 젊은 영혼의 고백을 쏟아부었고, 갇힌 새장과도 같았던 삶에서 벗어나 문학적 재능을 꽃피웠다.
    소설집을 여는 작품이자 작가의 첫 단편소설인 [동풍]은 그가 불과 열아홉 살에 쓴 이야기이다. 머나먼 외딴섬에서 아이들처럼 맹목적인 행복에 취해 살던 주민들이 욕망에 눈뜨는 이 이야기는 열세 편 가운데 가장 파괴적이고 강렬한 분위기를 띠는 작품이라고 평가된다. 젊은 듀 모리에의 뇌리를 잠식했던 불안은 이처럼 초기 작품들일수록 두드러지는데, 스무 살에 쓴 표제작 [인형]을 가리켜 영국 소설가 폴리 샘슨은 “젊은 작가의 마음 깊이 가라앉았던 불안은 와인이 물에 섞이듯 페이지마다 스며들어 있다”라고 말한다. 1920년대 작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대담하고도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충격을 안기는 이 단편에서는 나아가 이로부터 10년 후 탄생한 불후의 대표작 [레베카](1938) 속 드 윈터 부인의 원형을 엿볼 수 있다.
    어머니와의 관계가 투영된 자전적 단편 [집고양이]에서도 볼 수 있듯 당시 듀 모리에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일종의 저주이자 공포였다. 작가는 질투심과 죄책감, 수치심이 결합된 감정으로 성性을 다루면서 인간의 비틀린 성에 대한 인식과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특유의 서스펜스를 서서히 고조시키며 짧은 이야기에 독자를 강렬하게 빨아들인다.

    냉소적인 시선과 섬세한 유머로 그리는 블랙코미디 속
    위선적인 인간 군상과 엇갈리는 사랑의 관계

    한편 작가 개인의 불안과 고통, 인간에 대한 혐오는 당시 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과 결합해 다양한 인물의 시점에서 유머러스하게 승화되기도 한다. 회한에 젖은 매춘부([메이지]), 결혼과 사랑에 괴로워하는 남녀([성격 차이] [절망] 외), 파렴치하고 이중적인 성직자([그러므로 이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 등 작가는 여러 부류의 등장인물을 통해 진중하게 사회문제를 제기하며 때로는 가벼운 웃음을 자아낸다. 단편소설이 인기 오락물이었던 시대에 듀 모리에가 선보인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구축과 재치 있는 반전, 짤막한 대화에 담긴 섬세한 감정 표현은 단편 분야에서 강점을 보였던 대중작가로서의 재능을 여실히 드러낸다.
    오랫동안 부모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목격한 데다, 스스로 제2의 남성 자아인 ‘에릭 에이번’을 만들어낼 만큼 여성으로서의 틀에서 탈피하기를 갈망했던 듀 모리에는 이 초기 단편들에서 특히 사랑과 결혼에 냉소적인 태도를 견지한다. 남녀 간의 관점, 기질, 사회가 기대하는 역할 차이에서 빚어지는 오해와 갈등을 작가는 유쾌한 유머로, 서늘한 공포로, 안타까운 로맨스로 다양하게 그리지만 그 이야기 깊숙한 곳에는 시대를 앞서간 사고가 녹아 있다. 이제 고전의 반열에 오른 그의 이야기들이 왜 시대가 흘러도 새롭게 재탄생하며 우리 시대에 영감을 주는지, 듀 모리에 작품 세계의 배아胚芽라고 할 수 있는 소설집 [인형]을 통해 그 진면목을 보게 될 것이다.

    수록 작품 소개
    동풍 East Wind
    영국 서남쪽 끝 실리 제도에서도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세인트힐다스섬은 주민이 70명에 불과하며 바깥세상에서 잊혀 완전히 고립된, 단조롭지만 평화로운 섬이다. 그러나 60년 전 이곳에 광기와도 같은 동풍이 몰아치면서 낯선 이방인의 범선이 정박했을 때, 아이처럼 순박했던 섬 주민들은 금세 술과 향락에 물들어갔고, 우두머리 어부 거스리와 제인 부부 사이에는 위태로운 전율이 흐르기 시작한다.

    인형 The Doll
    바닷가에서 발견된 한 권의 수첩 속 이야기를 스트롱맨 박사가 옮겨 적는다. 부다페스트 출신 리베카라는 이름의 바이올린 연주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나는 리베카의 아파트로 찾아가 뜨거운 애정을 고백하지만, 그녀가 내게 무언가 감추고 있다는 인상에 괴로워한다. 그 후 리베카를 의심해 언제나 잠겨 있던 그녀의 방을 박차고 들어간 나는 섬뜩한 광경과 마주한다.

    그러므로 이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 And Now to God the Father
    제임스 홀러웨이는 런던에서 인기 있는 55세의 영국 국교회 주임 사제이다. 독신 중년에 매력적인 외모와 화려한 언변, 감동적인 설교 및 사교술로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그에게 젊은 크랜리 경이 도움을 청한다. 잠시 만난 신분 낮은 여자가 임신해 결혼을 원한다는 것. 한때의 열정이 식은 청년은 돈으로 무마하려 했으나 여자가 거부했다는 사연을 들은 신부는 본인이 해결해주겠다고 자신한다.

    성격 차이 A Difference in Temperament
    서로 깊이 사랑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남자와, 남편과 모든 것을 공유해야 진정한 사랑이라 믿는 여자. 이들은 본심과 달리 계속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면서 점점 어긋나기만 한다.

    절망 Frustration
    7년간의 약혼 끝에 더는 욕망을 견디지 못하고 돈 한 푼 없이 무작정 결혼한 24세 신랑과, 똑같이 낭만에만 젖어 있던 신부는 신혼여행에서 첫날밤 잠자리 구하기에 애를 먹는다.

    피카딜리 Piccadilly
    인터뷰를 위해 찾아온 신문기자에게 메이지는 무엇이 자신을 지금의 ‘직업세계’로 이끌었는지 고백한다. 고아원에서 자란 그녀는 하녀로 일하다 만난 짐에게 반해 그와 함께 소매치기가 된다. 하지만 현장에서 붙잡힌 날, 짐을 지키고 홀로 교도소에 갔다 나온 그녀를 기다리는 건 엄혹한 현실이었다.

    집고양이 Tame Cat
    파리에서 숙녀 교육을 마치고 드디어 어른이 되어 런던 집으로 돌아온 나는 가족 같은 존 삼촌과 아름다운 어머니와 함께 사교계를 누빌 꿈에 부푼다. 그러나 기차역에서 처음 화장한 내 얼굴을 본 어머니는 돌연 불쾌함을 표하고, 늘 졸린 표정이던 존 삼촌은 기묘하게 눈을 빛내며 나를 빤히 쳐다본다.

    메이지 Mazie
    요즘 들어 메이지는 심장이 이상하게 두근거리고 유난히 피곤해 움직이기가 겁이 날 정도다. 하지만 결국 하루 벌이를 위해 집을 나선 그녀는 화려한 상점, 교회에서 열리는 행복한 결혼식, 아름답게 노을 지는 강가를 구경 다니며 오늘 밤 자신과 함께할 남자를 찾는다.

    오래가는 아픔은 없다 Nothing Hurts For Long
    독일 출장에서 돌아오는 남편을 기다리며 한껏 기대에 부푼 아내는 머리 손질부터, 옷, 음식까지 완벽하게 준비하고 종일 저녁 7시가 되기만을 기다린다. 그때 친구 메이가 전화를 걸어와 울음 섞인 목소리로 그녀의 남편이 이혼을 선언했다고 말한다.

    주말 Week-End
    서로 손만 잡고도 행복을 느끼는 남녀가 차를 타고 주말여행을 떠난다. 바닷가 별장에서 서로를 달콤하게 별명으로 부르며 보내던 행복한 시간은, 모터보트를 빌려 바다로 나가면서 다른 국면을 맞는다.

    해피밸리 The Happy Valley
    나는 꿈속에서 아름다운 숲과 오솔길이 있는 골짜기를 방황한다.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꿈속을 또다시 헤매던 중 실제로 자동차에 치일 뻔하다가 만난 남자와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진다. 이후 그와 함께 찾아간 어느 여행지에서 나는 꿈속의 장소가 실재함을 알게 된다. [레베카]의 무대인 맨덜리 저택의 모델이 된 메너빌리 저택을 우연히 발견했던 대프니 듀 모리에의 체험이 환상적으로 녹아 있는 소설.

    점점 차가워지는 그의 편지 And His Letters Grew Colder
    중국에서 돌아온 X. Y. Z.는 B 부인의 오빠 찰리의 안부를 전하겠다는 용건으로 B 부인에게 첫 편지를 보낸다. 조심스러운 열정이 담겼던 편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열정의 온기가 사라지며 점점 차가워져만 간다. 이 독특한 단편소설은 X. Y. Z.라는 이니셜의 남자가 보내는 편지로만 이루어져 있다.

    인생의 훼방꾼 The Limpet
    부모님의 사이를 중재해주던 총명한 외동딸, 남편의 성공을 돕는 헌신적인 여자로 살아왔으나, 이혼 후 혼자 남은 지금에 기억 속 그들을 떠올리면 마치 자신에게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모습이다. 이 단편소설은 마흔을 앞둔 이혼녀 딜리가 미래를 비관하며 자신의 과거 인생을 회한 속에 돌아보는 내용이다. 왜 딜리는 불운하고 불행한가? 그녀가 대체 무슨 짓을 했다고?

    추천사

    손에 넣을 수 없는 여인을 향한 광적인 사랑, 성적 수치심과 성적 착취, 고독과 어울림에 대한 상반된 욕구, 훗날 위대한 장편소설에 담긴 작가의 모든 주제가 웅크린 배아처럼 초기 모습으로 여기 드러나 있다.
    - 폴리 샘슨 / 영국 소설가

    이 선집은 우리의 대프니 듀 모리에를 이해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위대한 공헌이다. 듀 모리에는 시대를 앞선, 열정적이고 지적이며 깊은 상상력을 지닌 여성이었다.
    - "데일리 텔레그래프"

    로맨스, 상류층의 위선, 남녀 관계에 내재된 오해와 갑작스러운 열정의 홍수는 영국 시골의 자연적인 아름다움(때로는 목가적이고 때로는 야생적이며 폭풍우가 몰아치는)과 대조된다. 이것이 바로 대프니 듀 모리에의 우아하고 아이러니한 이야기 세계다.
    - "워싱턴 타임스"

    그녀의 스토리텔링 재능은 가공할 만하다.
    - "커커스" 리뷰

    듀 모리에는 단연 독보적이다.
    - "뉴욕 타임스"

    듀 모리에는 흥미진진한 줄거리를 썼고, 긴장감을 유발하는 데 매우 능숙했으며, 또한 두려움을 모르는 독창력을 지닌 작가였다.
    - "가디언"

    충격을 선사하는 놀라운 재능.
    - "옵서버"

    이 초기 단편 선집은 유머와 솔직함,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발생한 문제(무엇보다 사랑에 관해서라면)에 매료된 듀 모리에 특유의 세부 묘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대프니 듀 모리에의 우울하고도 기괴하게 성도착적인 초기작 「인형」의 주인공 이름도 레베카(리베카)다. 사랑하는 여자의 감당할 수 없는 욕망에 괴로워하는 남자 화자의 모습에서 [레베카]의 맥심이 떠오르는 건 우연일까. 하지만 이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을 더 유명한 후기작의 프로토타입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두 레베카가 다른 욕망을 가진 다른 사람인 것처럼 이들은 모두 고유의 빛을 내는 완성된 작품들이다. 그리고 모두 참으로 듀 모리에답다.
    - 듀나 / 소설가, 영화 평론가

    타협하지 않는 젊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날카로움. 그는 상상을 통해, 마치 인형을 조종하듯이, 현실의 인물들을 조각해 넣은 듯한 등장인물들의 운명을 나락으로 밀어낸다.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 기분을 안기며 이야기가 끝날 때면, 불안이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처럼 나를 사로잡는다. 인간에 대한 냉소는 비밀이 아니다. 20대 초반의 대프니 듀 모리에를 읽으며, 인간에 대한 냉소로 머릿속을 차갑게 씻는다. [인형]의 세계에 온 당신을 환영한다.
    - 이다혜 / [아무튼, 스릴러] 작가, 씨네21 기자

    목차

    동풍
    인형
    그러므로 이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
    성격 차이
    절망
    피카딜리
    집고양이
    메이지
    오래가는 아픔은 없다
    주말
    해피 밸리
    점점 차가워지는 그의 편지
    인생의 훼방꾼

    작품 일러두기
    옮긴이의 말

    본문중에서

    방 밖에서 들려온 발소리에 제인은 약간 전율을 느끼며 창문에서 돌아보았다. 거스리였다. 그는 엄숙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며 바람 소리가 시끄러우니 창문을 닫으라고 명했다. 두 사람은 소리 없이 옷을 벗고 좁은 침상에 나란히 말없이 누웠다. 아내의 온기가 느껴졌지만 거스리의 마음은 그녀와 함께 있지 않았다. 그의 생각은 껍데기만 아내 곁에 갇혀 있을 뿐 알맹이는 어둠 속으로 달아났다. 제인은 그가 떠나감을 느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는 차가운 남편의 손을 밀어내고서 그가 들어올 수 없는 자신만의 꿈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러므로 두 사람은 서로의 품 안에서 함께 잠들었으나, 영혼이 사라지고 잊힌 지 오래된 무덤 속의 죽은 생명들처럼 따로따로였다.
    ( '동풍' 중에서/ pp.13∼14)

    예지력을 지닌 듯 광기 서린 그녀의 눈동자는 너무 많은 것을 꿰뚫어 보고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여, 스스로 그 눈빛에 빠져든 사람은 결코 거부할 수 없게 되었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과도 같았다. 그녀를 본 순간부터 나는 파멸할 운명이었다.
    ( '인형' 중에서/ p.31)

    “달링, 이 순간을 위해 우리가 7년을 기다렸다는 걸 생각해봐.” 그가 속삭였다. “드디어 단둘이만 있게 됐어, 진짜 우리 둘만. 나도 더는 못 기다렸을 거야.”
    “맞아, 나도 마찬가지야. 지금이야말로 평생 가장 낭만적인 순간 아닐까?”
    두 사람은 몇 분 더 앉아 있었다.
    “난 텐트로 들어갈래.” 여자가 말했다.
    여자는 모습을 감췄고, 남자는 밖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손은 덜덜 떨렸다. ‘내 평생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야’라고 그는 생각했다.
    갑자기 불어온 돌풍이 그의 머리칼을 휘날렸다. 숲에서 후드득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고, 머리 위에 뜬 구름은 소리 없이 빠른 속도로 한바탕 쏟아낼 듯 낮아졌다.
    “달링.” 부드럽게 여자가 그를 불렀다.
    그는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갔다. 또 한 번 돌풍이 황야에 휘몰아쳤고 곧이어 폭우가 쏟아졌다.
    2분 뒤 텐트가 무너졌다.
    ( '절망' 중에서/ pp.114∼115)

    그녀는 간절한 마음으로 상기되어 새파란 눈동자를 밝게 빛내며, 벨벳 재질의 베레모를 옆머리에 살짝 얹은 채 승강장으로 내려왔다. “어머니, 어머니, 달링, 돌아와서 정말 행복해요, 정말 지독하게 행복해요!” 그러나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거의 실망으로 경악한 듯 그녀를 쳐다보더니, 이내 화가 나고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 '집고양이' 중에서/ pp.147∼148)

    “잘 있어, 달링.” 친구에게 애정이 깃든 키스를 하며 말했지만, 얼룩덜룩 일그러진 친구의 얼굴은 그녀의 내면에 깔깔 웃고 싶은 미친 욕망을 불러일으켰다(‘나 어쩜 이렇게 못됐지?’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래서 무언가 위로가 될 만한 작별 인사를 열심히 찾아보았다. 그녀는 30분만 지나면 남편과 함께 있을 테고, 그에게 착 달라붙어서 자신을 모두 잊고, 다른 사람 걱정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술에 취해 아무렇게나 즐기고 있을 것이다. 문가에 서서 그녀가 얼굴을 환하게 빛내며 행복하게 말했다. “괜찮아. 오래가는 아픔은 없어.”
    ( '오래가는 아픔은 없다' 중에서/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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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대프니 듀 모리에(Daphne du Maurier)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07~1989
    출생지 -
    출간도서 11종
    판매수 3,172권

    ‘서스펜스의 여왕’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칭송되는 20세기 영국의 가장 대중적인 작가 중 한 명. 1907년 저명한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나 문화적 세례를 듬뿍 받으며 자란 듀 모리에는 어릴 때부터 책 읽기와 글쓰기에 몰두했으며 런던과 파리에서 교육을 받았다. 1931년 첫 장편소설 [사랑하는 영혼]을 발표해 호평을 받았지만 이 작품은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1936년 그녀가 29세에 쓴 [자메이카 여인숙]을 시작으로 뒤이어 펴낸 [프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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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는 《오드리 앳 홈》, 《나의 사촌 레이첼》, 《시간 여행자의 아내 1, 2》, 《인생은 행복이라는 이름의 조각들이었다》, 《대실 해밋》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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