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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은 세 단락으로 나누어 구성하고 있다. 하나의 기표를 가지고 독백하고, 성찰한다. 첫 번째 단락은 작가가 자신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다양한 기표의 현상을 다양한 의미로 상상하여 접근한다. 둘째 단락은 자신에게 성찰적인 태도를 가지고 다양한 의미를 분리하는 정신분석적인 존재를 바라보게 한다. 마지막 단락은 기표가 가진 끝을 시적인 구성 형식을 빌려 순환적인 생명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작가가 선정한 27개의 기표는 삶에 있어서 고민해봄직하다. 마지막 27번째 기표인 ‘죽음’을 통해, 생의 끝자락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새로운 시작으로 바라보면서 두려움 없이 다가서는 힘을 가지도록 한다.

산산이 부서지는 언어의 의미들을 보아라!
조각조각 사라지면서 표현되는 의미의 보석을 보아라!
작가의 독백은 별이 되어 밤하늘 밝힌다.
자신이 숨겨두려는 모든 의미를 해체시키고
작가 스스로 자신을 고발하고 처형시킨다.
스스로 자아의 박탈을 바라보는 가벼움의 무거움!
죽음마저 죽이면서 새로운 생명을 부활시킨다.
작가는 새로운 인문학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필력은 파스칼의 수상록 뛰어넘는
21세기에 새로운 사유의 세계를 펼치고 있다.
꼭, 독자들에게 권할만한 자신감이 든다.

[작가의 고민]

불안한 오늘날의 문제가 바이러스의 문제인가? 인간의 문제인가?

현대사회는 지각의 병이 들었다고 작가는 분석하고 진단한다. 옛날에 ‘지랄병’이 있었다. 자아가 혼수상태에 빠져 충동성을 지닌 행동을 보며 사용했던 은어적인 표현이다. 정분석가로 활동하는 작가는 자아의 다른 이름인, 지각에 대해 고민한다. 지각이 건강해야 인지적인 공감이 크다. 현대사회 속에서 자아의 성취는 정복과 지배에 물들어져, 생산과 이윤에 빠져, 성공에 도취한 자아를 향해 바이러스와 세균은 인간에게 메스를 가하고 있는지 모른다.

작금에,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고, 죽음의 공포를 자신과 동일시하고 있다. 바이러스와 세균은 인간의 자연면역을 성장시키는 촉매제였다. 지금, 공포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바이러스로 죽은 자 보다 살아 있 자가 더 많기에 아직까지 희망이 있어 다행이다. 왜? 훨씬 적은 죽음에 대해 공포를 느낄까? 그 만큼 현대사회는 편안해졌지만, 더 불안하고 우울하다는 증거다.

하버드대 석좌교수였던 에드워드 윌슨은 현대사회를 예견하며 말했다. 공생률?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생률을 의미한다. 모든 생명체는 서로서로 먹여주는 다양한 먹이사슬 체계가 있다. 그러나 공생률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먹이 사슬체계가 무너지게 되고 인간의 멸종은 점점 가까워진다고 주장했었다.

오늘날 바이러스가 머물 곳은 별로 없다. 숲이 사라지고, 강이 사라지고, 실개천도 보이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아파트 물탱크로 이동했다. 지구는 7차례의 멸종사滅種史를 통해 정복과 지배를 하고자 하는 집단을 분명히 멸종시켰다. 오늘날 지구는 새로운 회복을 위해 아주 작은 생명체로 정복과 지배를 즐기는 인간을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이러스와 미생물은 인간이 태어나기 전, 30억 년 전에 있었던 선조先祖의 생명체다. 아직도 인체 속에 인간의 수 보다 몇 십 배가 많다. 오늘날 이러한 불안의 사태가 ‘바이러스가 문제인지?’ ‘인간의 문제인지?’ 자아의 고민을 해야 한다. 오랫동안 먼저 살아온 바이러스는 인간의 지각적인 문제를 보고 발생한 현 사태가 아닐까?

작가는 이러한 불안의 시대에 새로운 사유체계로 거듭나고자 하는 인간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 그리움 끝에 서서 작가는 단어의 의미에 매달린 낡은 의미를 해체시키면서, 새로운 사유체계에 대한 문제를 고민했다. 자아가 새로운 지각을 가지지 못하면, 휴머니티는 비극적인 장례식을 해야 할 것만 같다. 그 끝 점에 서서, 작가는 제2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새로운 휴머니티를 회복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 고민의 작은 결과물의 하나가 ‘끝’이라는 작품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일반인과 학생들을 위해 새로운 휴머니티를 고민할 수 있는 ‘윤정정신분석아카데미’를 개설하여 누구나 참석 가능할 수 있도록 매주 목요일 저녁, 인문과학강좌를 하고 있다. 특히 정신분석, 심층철학, 태교학, 세포학, 물리학의 기초 개념을 접목하여 새로운 사유체계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있는 중이다. 그 고민들의 일부를 책으로 엮었다.

서문

1.기다림 2.빠짐 3.부재不在 4.긍정
5.고뇌 6.고행 7.비밀 8.평안 9.파멸
10.접촉 11.충족 12.연민 13.갈등 14.대화
15.헌신 16.자폐 17.상실 18.동일시同一視
19.무지無智 20.고통 21.어둠 22.울음
23.외로움 24.기호記號 25.진실 26.자살 27.죽음

후문

[서문]
하나의 기표(단어)를 붙잡고
내 삶 속에서 죽이려고 했다.
개념과 의미, 내 삶 속에 녹아내며
나를 새롭게 모시고 살아가려고
‘끝’을 쓰고 싶었다.
‘자아박탈’의 그 가벼움!
그 공허야말로
새로운 생명의 몸짓을 바라본다.

나는 시간에 대해 말할 때, 시간은 없었고
나는 장소에 대해 말할 때, 그 곳은 사라져 버렸고
나는 한 사람에 대해 말할 때, 그는 죽었으며
한 순간에 대해 말할 때,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끝없이 사라지는 존재에
아름답게 고민하는 유일한 종種?
사람이다.
어쩌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생명을 물을 수 있는 존재!
그 존재에게 새로운 것 밖에 없다.
우리는 그런 존재다!

나는, 작은 독백과 성찰 사이 끝에 서서 언어를 의미를 삶으로 잘게 쪼개어서, 사랑의 가슴을 품고 싶었다. 그 품에서 생명의 그리움이 돋아나면서 새 날을 맞이하는 아침이고 싶었다. 그 아침에 당신과 마주하고 있어 소중한 날이다.

[후문]
정신분석상담가로 살아오면서 많은 고민을 사랑했다. 나의 고객을 만나면서 알고 있다는 이성적 판단은 그들 자신에게 얼마나 아픔이 되었는지 되묻고 싶었다. 그 아픔을 고객이 얼마나 삶 속에서 사랑하고 바라보아야 하는지 작은 고민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다.

이성적 판단의 아픔이, 그리고 충동들이 얼마나 깊은 사유의 고민이 필요한지 나에게 묻고 답하는 소소한 일상을 적었다. 자신의 삶을 자신이 어떻게 바라보며 사는 것이 아름다운 삶인지, 언어와 의미와 개념의 끝에서 작은 고민을 남기게 되었다.

지금, 우리 사유체계가 문제다. 물질, 소유, 정복, 지배에 빠져 길들여진 자아의 지각은 타자와 공감하는 판단력을 실종시키고 있다. 이제는 자연, 비움, 나눔, 사랑으로 길들여진, 자아의 회복이 필요하다. 그 삶 속에 나의 ‘끝’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 글을 쓰기까지 나를 도와주신 수강생들과 나에게 치료받은 고객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나의 끝에 서서 사랑해주시는 그대에게 받치고 싶다.

이 세상에 어느 누구도
당신의 삶을 판단하여 마침표를 찍을 수 없다.
왜! 마침표와 의문표 사이에 쉼표가 있는가?
쉼표에 머물면서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면
사랑은 춤추지 않을까?
잠들 무렵, 가만히 숨을 보아라.
말을 배우기 전, 살아 있는 것은
다 숨 쉬며 아름답게 사랑하고 있었다.

우리는 끝에 서서 울고 웃자. 그게 사랑이다! 나는 끝에서 끝이 없어서 당신이라는 너를 기다리며, 같이 울고 같이 웃으면서, 걸어가면서 사랑하고 있다. 나의 生아! 고맙다.

2020, 02, 27. 봄을 기다리면서..... 글의 날개를 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