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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사 : 창의적인 수용과 융합의 2천년사[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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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소병국
  • 출판사 : 책과함께
  • 발행 : 2020년 03월 20일
  • 쪽수 : 84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8899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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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신남방 시대, 동남아 11개국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

    오늘날 세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남아시아. 인도양과 태평양이 만나는 지역으로, 오랫동안 동서 세계를 연결하는 징검다리였다. 아라비아 상인 신드바드가 이곳을 향해 모험을 떠났고, 중국의 정화가 이곳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갔다. 이 바닷길을 통해 인도네시아 말루쿠제도의 향료가 서구에 전해지면서 세계사의 전환기, 대항해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이곳은 그저 문명이 스쳐 지나가는 길목이 아니었다. 문명의 교차로에서 터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은 그 모든 문명을 포용하고 창의적으로 융합해 자신들만의 독특한 사회와 국가를 형성, 발전시켜왔다.
    이 책은 고대부터 20세기까지 동남아시아의 변천 전 과정을 ‘창의적 융합’의 관점에서 엮어낸 통사다. 지금까지 동남아시아 통사에서 소외되기 일쑤였던 남부 태국과 남부 필리핀의 역사까지 포괄했다. 또한 시대별로 명멸한 정치세력의 분포와 국가의 변천 과정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지도 73장을 새로이 그려 수록했다. 이들 역사지도는 그동안 전 세계의 동남아시아 역사학계가 내놓은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것이다. 함께 실린 사진 자료 138장은 역사적 실감을 묵직하게 전해준다.
    이 책은 동남아시아를 깊이 이해하려는 이들을 위한 필독서이자, 기존의 한국사나 세계사에 익숙한 인문 독자들에게도 신선한 재미와 통찰을 안겨주는 새로운 역사책이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신남방 시대, 우리는 동남아시아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 동남아 11개국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

    지난 2019년 11월 25~27일, 부산에서 한-아세안(ASEAN) 특별정상회담이 열렸다. 한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이 대화관계를 수립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에 열린 이 행사가 특별하고 실질적인 까닭은 ‘신남방정책’에 있다. 2017년 11월 9일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포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수준을 주변 4강국(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신남방정책을 공식 천명했다.
    현재 동남아시아는 전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곳이다. 아세안 10개 회원국의 총 GDP는 2조 8000억 달러(2016년 IMF 통계치)로 세계 5위 규모이며, 인구는 약 6억 4000만 명으로 유럽연합(EU)보다 1억 명 이상 많다. 게다가 해마다 경제성장률이 5~6퍼센트에 달하고 경제의 축을 이루는 세대가 젊어(평균 29세)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이들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여전히 ‘동남아’ 하면 휴양지로만 여기고, 그 사회와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선입견이 팽배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오늘날 그들 문화와 사회의 근간이 된 역사를 살펴보면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많다. 동서 세계의 가운데 위치해 수많은 문명권을 맞아들이면서도 그를 창의적으로 융합해 자신들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문화를 일구어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화와 지역화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21세기에 더욱 필요한 가치다.
    한국외대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 소병국 교수는 역사학자로서 이처럼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새로운 문명을 창출해내는 방식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섞이고 합치고 갈라지며 생동한 동남아시아 2천년 역사의 파노라마를 한국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려는 열망으로, 지난 20여 년 동안 전 세계 관련 학자들의 논저를 수집하고 공부했다. 그 오랜 열망의 성과가 바로 《동남아시아사: 창의적인 수용과 융합의 2천년사》다.

    수용하되 스러지지 않고 융합하되 녹아내리지 않는다
    ― 동서 세계의 교차로에서 고유한 문명을 일궈낸 힘의 원천

    동남아시아는 지리상 유라시아 대륙의 동남부, 인도의 동쪽과 중국의 남쪽에서 인도양과 태평양이 만나는 지역이다. 고대부터 인도와 중국에서는 멀라까해협의 무풍지대를 의미하는 ‘바람 아래의 땅’으로 알려져 있었다. 즉 인생의 운을 걸고 바다 건너 멀리 모험을 떠날 때는 꼭 거쳐야 하는 곳이었다. 〈신드바드의 모험〉의 배경이 바로 이곳이다.
    이 바다의 교차로를 통해 향료가 서구에 전해지면서 세계사의 전환기인 대항해시대가 열렸지만, 사실 이 지역을 ‘동남아시아(Southeast Asia)’라는 개념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839년 미국인 목사 하워드 맬컴이 쓴 여행기에 ‘South-Eastern Asia’란 표현이 처음 등장했다. 그 후 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일본이 태국을 제외한 동남아시아 전역을 점령하자, 연합군이 1943년 실론(지금의 스리랑카)에 ‘동남아시아사령부’를 세우고 전황을 전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동남아시아’란 지명이 뉴스를 타고 전 세계에 전파되었다. 전후 새로이 재편된 세계질서 속에서 동남아시아에 관심을 두게 된 학자들은 이 지역을 인도도 아니고 중국도 아니며, 그렇다고 태평양 지역도 아닌, 독자적인 문화권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동남아시아에서 바다와 강은 ‘탁월한 유동성(fluidity)’을, 산악 지형과 밀림의 발달은 ‘깊은 고립성(isolation)’을 부여한다. 더불어 희박하고 분산된 인구 밀도는 인력 동원과 통제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러한 이곳만의 특성이 동남아시아 사회와 문화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의 전통 국가체제는 서양이나 동북아시아 등의 계서(階序)가 강한 피라미드 구조와 달리, 동심원의 중심 세력과 주변 세력들이 후견인-피후견인 관계를 바탕으로 느슨하게 연결된 ‘만달라 형태’ 구조를 띠었다. 이는 쌍무적인 성격을 띠며, 국경 개념을 불분명하게 했다(27~29쪽 참조).
    서기전 150년에서 서기 150년 사이에 고대 동남아시아는 인도문화와 중국문화의 강한 영향을 받았다. 그 각각의 과정을 ‘인도화(Indianization)’와 ‘중국화(Sinicization)’라고 한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인도문화와 중국문화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선택적으로 수용(adopt)하고 변용(adapt)해서 자신들의 토착문화에 접목했다.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대부분 인도의 카스트제도를 수용하지 않았고, 힌두교와 불교 예술을 독자적으로 재해석했다. 중국 한자·유교 문화의 영향권 아래 있었던 베트남도 중국에 비해 여성이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졌고, 촌락이 강한 자치권을 행사했으며, 중국어에서 많은 어휘를 차용해 쓰면서도 엄연히 비중국적인 베트남어를 발달시켰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동서 문명의 교차로였던 이 지역에서 터 잡고 살아간 사람들은 다가오는 모든 문명을 포용하되 창의적으로 융합해 자신들만의 독특한 사회와 국가를 형성, 발전시켰던 것이다.

    풍부한 지도와 이미지로 생소한 역사에 친근하게 다가서다
    이 책은 고대부터 20세기까지 동남아시아 변천 전 과정을 창의적 융합의 관점에서 엮어낸 통사다. 지금까지 동남아시아 통사에서 소외되기 일쑤였던 남부 태국과 남부 필리핀의 역사까지 포괄했다. 또한 시대별로 명멸한 정치세력의 분포와 국가의 변천 과정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지도 73장을 새로이 그려 수록했다. 이들 역사지도는 그동안 전 세계의 동남아시아 역사학계가 내놓은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것이다. 함께 실린 도판 자료 138장은 역사적 실감을 묵직하게 전해준다.
    동남아시아에 다가서려면, 제각기 다양한 그곳 사람들이 인도양과 태평양 사이 그 넓은 공간에서 지난 2천여 년 동안 생동한 이야기부터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은 동남아시아를 깊이 이해하려는 이들을 위한 필독서이자, 기존의 한국사나 세계사에 익숙한 인문 독자들에게도 신선한 재미와 통찰을 안겨주는 새로운 역사책이 될 것이다.

    책의 내용
    1부 동남아시아란

    동남아시아의 개념·크기·규모를 소개하고, 인문지리학적 관점에서 자연환경이 토착문화의 형성과 특성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그리고 언어와 인종 분포의 상관관계를 통해 오늘날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기원을 추적해본다.

    2부 전통 동남아시아(18세기까지)
    ‘수용과 변용(adoption and adaptation)’이란 키워드를 통해 고대(1300년까지)와 고전시대(14~18세기) 동남아시아 국가와 사회의 변천 과정을 고찰한다. 바닷길을 통한 고대 동서 세계의 교류, 인도와 중국 문화의 영향, 유럽 중상주의 세력의 등장과 동서 바닷길의 확장·재편, 상좌부불교·이슬람교·기독교의 전파와 확산, 그리고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이 모든 파장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융합하며 오늘날 국가와 사회의 원형(原型)을 구축했는지 살펴본다.

    3부 근대 동남아시아(19세기~1945년)
    ‘상충과 변화(conflict and change)’라는 키워드로 서구 식민지배 시기와 2차 세계대전 기간에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근대 국민국가의 토대를 마련해간 과정을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근대 교육을 통해 탄생한 신지식인 집단이 근대 국민국가의 근간인 민족의식의 형성과 발전에 중추 역할을 했다.

    4부 현대 동남아시아(1945년~1990년대)
    ‘새로운 국가 건설과 발전(nation-building and development)’이란 키워드로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전후 냉전 질서 속에서 독립을 이루고, 국민국가를 건설하고, 국가와 사회를 발전시킨 과정을 정리했다.
    동북아시아와 마찬가지로 동남아시아의 근·현대도 역경의 시간이었다. 이들 중에는 자발적으로 서구 열강의 보호령이 된 나라도 있고, 태국처럼 ‘살을 내주고 뼈를 지키는’ 전략으로 독립을 지킨 나라도 있다. 이들이 식민지배를 거쳐 독립 국가를 이루어간 과정에는 수용하되 스러지지 않고 융합하되 녹아내리지 않는 힘이 버티고 있다.

    목차

    책을 펴내며

    1부 동남아시아란
    1장 어디에 있는 어떤 곳인가
    개념·크기·규모│자연환경과 토착문화│다양성과 공통성

    2장 말과 사람들

    2부 전통 동남아시아 18세기까지 ― 수용과 변용
    3장 고대 문명과 동서 교류
    초기 문명│동서 바닷길 – 교류의 시작│인도·중국 문화의 영향

    4장 고대 전기의 공국 만달라
    남비엣│참파│푸난│첸라│쀼│드바라바띠│말레이반도│필리핀

    5장 고대 후기의 제국 만달라
    1 대륙부: 다이비엣│참파│앙코르│버강│쑤코타이│란나
    2 도서부: 스리비자야│사이렌드라│마따람│싱오사리

    6장 고전시대의 동서 교류
    동서 바닷길 – 확장과 재편│새로운 종교 전파

    7장 고전시대의 왕국 만달라
    1 대륙부: 레 왕조│캄보디아│란쌍 │떠응우│아유타야│빳따니
    2 도서부: 마자빠힛│빠자자란·반뗀│데막│마따람│동부 인도네시아│발리│멀라까│조호르│아쩨│브루나이│필리핀│남부 필리핀

    3부 근대 동남아시아 19세기∼1945년 ― 상충과 변화
    8장 근대 초기의 위기와 대응
    1 대륙부: 응우옌 왕조│캄보디아│라오스│꽁바웅 왕조│싸얌│빳따니
    2 도서부: 마따람│수마뜨라│발리│띠모르│말레이반도│브루나이│필리핀│남부 필리핀

    9장 식민지배기의 근대적 전환
    1 대륙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영국령 버마│태국│남부 태국
    2 도서부: 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네덜란드령 발리│포르투갈령 동띠모르│영국령 말라야│영국령 보르네오│미국령 필리핀│남부 필리핀

    10장 식민지배기의 민족주의 운동
    1 대륙부: 베트남│캄보디아│버마│태국
    2 도서부: 인도네시아│말라야│필리핀│남부 필리핀

    11장 2차 세계대전과 일제하의 격동
    1 대륙부: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버마│태국
    2 도서부: 인도네시아│동띠모르│말라야│브루나이│필리핀│남부 필리핀

    4부 현대 동남아시아 1945년∼1990년대 ― 새로운 국가 건설과 발전
    12장 전후의 탈식민지 투쟁
    1 대륙부: 베트남 1945-1954│캄보디아 1945-1954│라오스 1945-1957│버마 1945-1948│태국 1945-1948│남부 태국
    2 도서부: 인도네시아 1945-1949│동띠모르 1945-1976│말라야 1945-1957│싱가포르 1945-1959│브루나이 1945-1959│북보르네오·사라왁 1945-1963│필리핀 1945-1946

    13장 국민국가 건설의 실험
    1 대륙부: 베트남 1954-1976│캄보디아 1954-1979│라오스 1957-1975│버마 1948-1962│태국 1948-1980│남부 태국
    2 도서부: 인도네시아 1949-1965│동띠모르 1976-2002│말레이시아 1957-1969│싱가포르 1959-1965│브루나이 1959-1963│필리핀 1946-1972│남부 필리핀

    14장 신질서, 발전과 도전
    1 대륙부: 베트남 1976-1990년대│캄보디아 1979-1990년대│라오스 1975-1990년대│미얀마 1962-1990년대│태국 1980-1990년대│남부 태국
    2 도서부: 인도네시아 1965-1990년대│동띠모르 2002년 이후│말레이시아 1969-1990년대│싱가포르 1965-1990년대│브루나이 1963-1990년대│필리핀 1972-1990년대│남부 필리핀

    미주
    참고문헌
    도판 출처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책이 주목하는 것은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창의적 융합(creative synthesis)’이다. 이는 외래문화를 수용해 고유한 토착문화 또는 현지화한 문화와 결합해서 독특한 형태의 새로운 문명을 창출해내는 방식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동남아시아 국가와 사회의 변천 과정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내적 동학이다. 동시에 이 책은 외적 동학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데도 주의를 기울였다.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능동적인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자칫 역사란 동전의 다른 한 면을 구성하는 외부의 영향을 폄하하거나 백안시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책을 펴내며' 중에서, 9~10)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유명한 지역이나 국가의 크기나 규모를 과대평가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지역이나 국가의 규모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동남아시아의 나라들은 싱가포르와 브루나이를 제외하곤 실제로 그 규모가 비교적 큰 국가들이다. 예컨대 인도네시아의 국토 면적은 190만 4569제곱킬로미터(세계 15위)에 달해 내해를 포함하면 그 규모가 미국과 비슷하다. 라오스는 종종 ‘작은 라오스(tiny Laos)’라고 표현되지만 사실 영국(24만 3610제곱킬로미터)보다 약간 작은 정도(23만 6800제곱킬로미터)이고, 미얀마(67만 6578제곱킬로미터)는 프랑스(64만 3801제곱킬로미터)보다 크다.
    인구 면에서도 인도네시아는 3억 명에 육박하는 인구 대국이며, 이 인구수는 전 세계에서 중국·인도·미국에 이어 네 번째로 큰 규모다. 또한 필리핀(약 1억 600만 명)·베트남(약 9700만 명)·미얀마(5500만여 명)는 각각 이집트(약 1억 명)·스페인(약 5000만 명)·캐나다(약 3600만 명)보다 인구가 많다. 오늘날 동남아시아 인구는 대략 7억 명을 웃돈다(2018년 기준). 이는 유럽 전체 인구가 5억여 명임을 고려할 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 '1부 1장 〈어디에 있는 어떤 곳인가〉에서, 20~21)

    물은 이 지역의 사람들에게 ‘탁월한 유동성(fluidity)’(매우 활발한 이동과 교류)을, 반면에 산악 지형과 밀림의 발달은 ‘깊은 고립성(isolation)’(매우 제한적인 이동과 교류)을 부여한다. 이러한 양 극단의 성격을 지닌 물리적 환경과 더불어 희박하고 분산된 인구 밀도는 전통 동남아시아 국가와 사회에서 인력 동원과 통제를 어렵게 만들었다. 그 결과 이 지역 전통 국가체제는 만달라 형태 구조를 띠게 되었다.
    일련의 동심원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만달라’는 힌두-불교에서 우주 질서를 표현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만달라 체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동심원의 중심 세력과 주변 세력들이 후견인-피후견인 관계를 바탕으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인력 통제가 수월하지 않은 전통 동남아시아 사회에서는 지배-피지배 관계를 바탕으로 계급과 질서 즉 계서(階序)가 강한 피라미드 체제가 뿌리를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후견인-피후견인 관계는 일방적이기보다는 쌍무적인 성격을 띠었다. 고로 피후견인은 후견인과 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때 대결보다는 회피하는 방식을 취해, 자신에게 유리한 새 후견인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만달라 체제 국가에서 후견인의 영향력은 경제적 재분배, 무역의 흐름, 종교의식, 결혼동맹 등 다양한 경제·문화적 방법을 통해 피후견인과 동맹을 맺는 능력에 달려 있었다.
    만달라 체제의 또 한 가지 특징은 국경 개념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국가 중심 세력과 후견인-피후견인 관계를 맺고 있는 범위까지를 영향권(power web)으로 간주했을 뿐이다. (…) 이 영향권에서 일반적으로 왕실 직할령은 동심원의 가장 안쪽에 있는 작은 중심부로 한정되었다. 이 지역에서만 왕실 관료들이 직접 세금을 거두고 인력을 동원하고 통제했다. 그 밖의 동심원 지역들은 왕실과 후견인-피후견인 관계를 맺은 세습 귀족들의 독립적인 관할 지역이었으며, 멀리 떨어진 동심원 외곽 지역들은 중심부와 단지 의식儀式적·외교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따라서 전통 동남아시아 국가의 영향권은 경계가 분명한 영토에 기반을 둔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피라미드 체제의 통치권(sovereignty)이 아니라, 유동적이고 때로는 상징적인 종주권(overlordship)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예컨대 18세기 캄보디아가 동시에 베트남과 싸얌(지금의 태국) 두 나라의 피후견국이었던 경우에서 보듯, 한 국가가 둘 이상의 다른 국가와 후견-피후견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었다.
    ( '1부 1장 〈어디에 있는 어떤 곳인가〉' 중에서/ pp.27~29)

    서기전 150년에서 서기 150년 사이에 동남아시아는 인도와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화의 수용이 고대 동남아시아에 일대 변화를 초래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학자들은 그 각각의 과정을 ‘인도화(Indianization)’와 ‘중국화(Sinicization)’라고 부른다.
    (…) 인도화와 중국화, 두 과정을 논할 때 공히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창의적 융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그들은 인도문화와 중국문화를 단순히 받아들여 자신들의 국가와 사회를 급진적으로 재구성하기보다는, 선택적으로 수용하고(adopt) 변용해서(adapt) 자신들의 토착문화에 접목했다.
    무엇보다도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지역은 인도의 카스트제도를 수용하지 않았고, 발리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 수용했다 할지라도 그 변용된 형태가 오늘날 미미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 또한 인도의 힌두교와 불교 예술의 상징과 미(美)가 동남아시아 세계관으로 해석되어 재탄생했다. 중부 자바 사이렌드라의 보로부두르 불교사원과 마따람의 쁘람바난 힌두교사원, 미얀마 버강의 불교사원, 그리고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와 앙코르 톰 등이 인도문명의 현지화를 통해 탄생한 대표적인 고대 동남아시아 유적이다. 그리고 베트남의 경우 중국과 비교해 볼 때 여성의 높은 사회적 지위, 촌락의 강한 자치권, 그리고 중국어로부터 많은 어휘를 차용해 쓰면서도 엄연히 비중국적인 베트남어 등이 그 증거다.
    ( '2부 3장 〈고대 문명과 동서 교류〉' 중에서/ pp.52~54)

    태국의 근대사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관심사 한 가지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이 나라는 서구의 식민지배를 경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태국이 두 유럽 세력, 즉 프랑스와 영국의 이해가 상충하는 지역에 놓여 있는 일종의 ‘완충지대’였다는 점이 꼽힌다. 그러나 태국의 독립 유지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내적 역량, 특히 밀려드는 서구 제국주의 세력의 위협에 직면해 타이 왕들이 발휘한 대처 능력의 결과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 라마 5세 쭐라롱꼰(재위 1868~1910)은 개혁 군주로 유명하다. 그는 노예 제도와 자유민의 강제 노역을 폐지하고, 군대·세제·법 체제 등을 현대식으로 개편했다. 또한 그는 보통교육 제도를 도입하고, 방콕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사방으로 철도를 부설하고, 증기선을 도입했다. 당시 근대화의 일반적인 징후라고 볼 수 있는 개혁 정책이 군주의 자발적 노력으로 적극 추진된 것은 적어도 당시 아시아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
    (…) 라마 5세 시기에 싸얌의 영향권은 대폭 축소되었다. 란쌍에 대한 종주권이 프랑스로 넘어갔고, 1909년엔 북부 말레이반도의 네 지역을 영국에게 할양했다. 이 시기에 태국은 판도가 가장 넓었던 라마 3세 시기 영토의 반을 서구 세력에 양도했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이는 영토 할양이 아니라 단지 만달라 체제의 영향권에 대한 종주권의 포기였다. 즉 군주들의 개혁 노력에 더해 태국은 ‘살을 내주고 뼈를 지키는’ 전략으로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다.
    ( '3부 8장 〈근대 초기의 위기와 대응〉' 중에서/ pp.290~293)

    1986년 전반적인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마르코스는 대통령 조기 선거로 승부수를 던졌다. 온건한 정치인들, 가톨릭교회, 좌파 단체들, 시민들로 이뤄진 반마르코스 세력은 고(故) 베니그노 아키노의 부인 코라손 아키노(일명 코리)를 열렬히 지지했다. 1986년 2월 11일, 부정 선거가 자행되는 가운데 자금 부족과 협박에 시달리면서도 코라손 아키노가 승리했다. 마르코스는 자신이 승리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공표하도록 의회에 요구했지만, 그의 주장은 선거 감시원들이 각종 부정 투표에 대한 항의 표시로 개표소에서 공개적으로 퇴장하면서 설득력을 잃었다.
    선거 10일 뒤, 마르코스 행정부의 두 실권자인 국방장관 후안 폰세 엔릴레와 육군 참모차장인 피델 라모스 중장이 뒤에 필리핀 ‘민중의 힘(people power)’을 상징하는 유명한 거리가 된 에삐파니오 데 로스 산토스 애비뉴(일명 ‘에드사EDSA’)를 바리케이드로 막고, 마르코스에 반대하는 군사 시위를 주도했다. 이에 가톨릭교회, 공군을 포함한 군부, 그리고 마닐라 경찰대가 합세했다. 시민 100만여 명이 에드사 거리로 운집했다. 이 무렵 미국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은 마르코스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그에게 마닐라를 떠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고 설득했다. 마르코스가 말라카냥궁을 탈출한 뒤 1986년 2월 25일, 코리 아키노와 그 지지자들은 마르코스의 독재가 끝났음을 선포했다. 피플 파워가 승리를 거둔 순간이었다.
    ( '4부 14장 신질서, 발전과 도전' 중에서/ pp.75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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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외대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를 졸업하고, 오하이오대 대학원 사학과에서 동남아시아 역사를 전공했다. 근·현대 말레이세계 민족주의 운동과 국민국가 건설을 주제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부터 한국외대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동 대학 동남아연구소 소장, 포드재단 연구교수, 인도네시아 가자마다대 객원교수, 한국연구재단 인문학단 전문위원을 역임하며 활발하게 연구 활동을 펼쳐왔다.
    그동안 역사학자로서 동서 세계 문명의 교차로인 동남아시아의 사람들이 새로운 문명을 창출해내는 방식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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