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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 웨스트 미메시스 : 터키로 간 아우어바흐

원제 : EAST WEST MIME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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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현대 비평의 걸작 [미메시스]는 어떻게 쓰였는가
    1936년의 늦여름, 한 남자가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그가 어떤 경로로 왔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기차를 택했다면 오리엔트 급행열차를 타고 오스트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를 지나쳐 왔을 것이다. 추수를 시작한 농부들, 부다페스트의 유대인 거주구역, 부쿠레슈티의 중세 건축물. 동방으로 가는 사흘간의 망명길에 오른 프로이센 출신의 유대인 학자 에리히 아우어바흐는, 어느 지점에서 유럽이 더는 유럽이 아니게 되고 익숙한 광경이 더는 익숙하지 않은 광경으로 바뀔지 궁금해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나치를 피해 정착한 터키에서, 지금도 인문학 강좌의 동반자라 불리는 비평의 걸작 [미메시스―서구 문학의 현실 묘사]를 집필했다.
    [이스트 웨스트 미메시스]는 섣불리 아우어바흐의 업적에 찬사를 보내지도 않고 부러 깎아내리지도 않으며, 다만 터키로 망명한 한 학자의 현실적인 모습과 상황을 세밀히 그려내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동방의 이슬람 국가이면서 유럽의 일원이고 싶어했던 터키의 인문주의 정책에 대해 탐구하면서, 그들이 적극적으로 서구화를 시도하는 동시에 오스만 제국의 훌륭한 유산을 경시한 아이러니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럽에서 인문주의 전통이 추방되던 바로 그 순간에 이스탄불에 정착한 유럽 문화를 아우어바흐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그와 같은 유대인들은 이곳에서 평안을 얻을 수 있었을까?
    카데르 코눅은 터키와 미국에서 비교문학을 연구해온 학자로, 독일 국적의 유대인 망명객과 20세기 초반에 추진된 터키의 현대화, 그리고 인문주의 개혁의 연관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했다. 그는 이 책에서 아우어바흐 스스로 “터키에 자료를 풍부하게 갖춘 학술도서관이 없었다”고 말했던 것에 의문을 표하면서, 그것이 정말 사실이었는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이스트 웨스트 미메시스]는 2012년 미국비교문학회가 수여하는 르네 웰렉상을 받았으며, 같은 해 독일학술협회 북미 지부가 주관하는 독일학술교류처 올해의 책(DAAD/GSA Book Prize)으로 선정되었다.

    망명과 분리라는 표상

    많은 학자들이 아우어바흐의 이스탄불 생활을 특별하게 바라보았다. 그것은 바로 망명이 일종의 고립과 같은 상황을 연출하며 그러한 상황이 지적으로, 또한 예술적으로 생산적이라는 시각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비평가들에게 망명은 여전히 지식인이 자신의 근거지에서 내몰려 다른 곳에 주거를 정할 수밖에 없게 될 때 생겨나는 비상한 혜안과 비판적 분리 상태를 나타낸다. 이로써 망명이라는 상태는 너무나도 쉽게 거의 유토피아적 가능성을 획득한다.
    카데르 코눅은 이 같은 보편적 관념을 비판적으로 살핀다. 그 과정에서 1930~1940년대 이스탄불의 면면이 생생히 드러난다. 또한 현대에서 창의적인 활동과 관련해 굳어진 ‘망명’의 개념, 즉 다락방, 섬, 등대 같은 배타적이고 폐쇄된 공간과 같은 은유가 터키로 간 아우어바흐의 저술 활동을 나타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망명한 아우어바흐에게 보내는 환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어쩌면 그는 이스탄불에서의 삶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 오래전부터 예감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터키 국적과 안전을 보장해주는 교수라는 직위도 포기하고, 그러나 그 전해 베른에서 출간한 [미메시스]를 자신의 논문 목록에 포함시킨 채 1947년 아내 마리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러나 그가 터키에서 완전히 고립되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아우어바흐는 오스만 제국의 풍부한 인문적 유산을 통해 [미메시스]를 완성할 수 있었다. 코눅에 따르면, 아우어바흐는 나중에 교황 요한 23세가 된 안젤로 주제페 론칼리를 통해 도미니크회 수도원 교회의 장서를 맘껏 열람할 수 있었다. 이 교회의 도서관에는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친 [라틴 교부론]도 있었다. 이 책에 대해 연구하는 동안 아우어바흐는 단테가 쓴 [신곡] 속의 역사 개념이 피구라(figura) 방식의 해석으로 이루어졌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와 같은 사실에 대해 알고 나면, “자료를 풍부하게 갖춘 학술도서관”이 없었던 덕에 [미메시스]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아우어바흐 자신의 주장은 그 근거가 약해진다.
    그럼에도 아우어바흐는 [미메시스]에서 터키에 대해 사실상 언급하지 않는다. 후기에서만 명확하게 1940년대 이스탄불을 언급하고, 터키의 나머지 장소에 대한 언급은 부수적일 뿐이다. 코눅은 이를 통해 아우어바흐가 규정하는 유대교-그리스도교 세계에서 터키의 영역이 배제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바로 이런 배제를 통해 유대교-그리스도교 세계는 처음으로 경계가 있는 하나의 세계로 등장한다. 다시 말해 [미메시스]는 터키를 제외함으로써 서방이 자신들을 이른바 ‘중동’과는 별개라고 생각하게 된 과정을 예증해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추방과 고립, 차이와 같은 개념을 망명지 학문의 촉매로 강조할 게 아니라,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바로 이 망명의 장소 이스탄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아우어바흐는 터키로 이주하여 지적, 정치적 공백 속으로 굴러떨어진 게 아니었음이 명확해진다. 어떤 면에서 그는 망명지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1930년대와 1940년대 터키의 특정 교양 계층에게 터키는 유럽이었을 뿐만 아니라 유럽의 기원을 간직한 곳이었다.

    인문주의, 동방으로 가다

    아우어바흐 자신의 뿌리가 유럽에서 뽑혀나가는 상황은, 역설적이게도 그를 받아들인 나라에서도 오스만이라는 과거를 새로운 국가문화로 대체하고자 하면서 어느 정도는 똑같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는 유럽이 체계적으로 파괴되고 있던 순간을 이스탄불에서 목격하면서 유럽 문화의 본질과 기원을 정확히 집어내려 애썼다. 어떤 글이 유럽 문학 전통의 핵심이 되고, 그 서사 양식은 어떻게 전개되는가? 현실묘사(또는 그가 말한 미메시스)와 우리가 과거를 생각하는 방식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1942년에서 1945년 4월까지 아우어바흐는 걸작 [미메시스]를 쓰며 그런 질문에 답했으며, 이 저작은 나중에 특히 미국에서 비교문학이라는 학문 분야의 기초가 되었다. 마침내 서구 인문주의의 새로운 씨앗이 동방의 터키에서 피어난 것이다.

    카데르 코눅은 아우어바흐와 함께 터키 인문주의 개혁운동에 참여한 독일 망명객들이 누렸던 상호적인 효과에 대해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문학비평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터키 문화사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동시에, 동방과 서방의 관계 연구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오스만 제국이 터키 공화국으로 탈바꿈하며 이슬람 국가 중에서 드물게 현대화에 성공한 이유를 설명한다. 또한 근본주의와 세계자본의 확산이 대외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이 시대에 여전히 역사의 정점으로 여겨지는 현대화와 세속화는 필연적으로 서구 모델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 묻는다. 터키는 아직도 유럽연합(EU)에 들어가는 문제와 현재 독일에서 거주하는 터키계 인구 200만 명의 지위 문제에 대해서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거의 모든 서유럽 국가가 무슬림 이민자는 자신을 받아들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기 위해 고유의 문화 풍습을 삼가거나 심지어 그만두어야 한다고 열렬히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우어바흐의 경우를 살펴보면, 당시의 터키는 국책 사업을 추진할 때 정확히 그 반대로 행동했음을 알 수 있다. 즉 새로 온 사람에게 주류 문화에 적응하기보다는 자신이 지닌 문화적 차이를 보존하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이런 권고가 지금은 얼마나 신선하고 나아가 색다르게 보이는가. [이스트 웨스트 미메시스]는 초국가적 교류가 활발한 이 시대에 망명과 이민과 같이 둘 이상의 국가와 민족 등의 소속관계를 지닌 사람들의 딜레마를 짚어보는 동시에, 보다 새롭고 다채로운 세계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벤야민에게 보낸 아우어바흐의 편지는 이 문헌학자가 이스탄불에서 보낸 11년에 대해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질문의 많은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기원, 모방, 동화, 흉내, 유럽에 대한 진짜 묘사 대 가짜 묘사, 터키를 개조하여 서방 국가로 만드는 일, 서유럽과 터키 사이의 단층선, 심지어 이 현대적 국가에서 사는 비무슬림의 지위까지 다양한 질문을 발견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 편지는 터키의 국가부흥과 터키가 오스만의 역사적 유산을 거부한 일 사이에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1930년대 터키의 서구화 과정에 수반된 역학과 역설을 얼핏이나마 보게 한다. 터키의 문화정책에서는 르네상스 유럽을 본떠 현대적 국가문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런 근본적인 변환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아우어바흐의 예에서 이미 보았듯이 이스탄불대학교에서 내린 고용 결정은 우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은 대학교 교육을 세속화하고 현대화하려는 정부의 일관된 노력의 한 부분이었다.”
    - 카데르 코눅

    목차

    감사의 말씀 007
    서론 015

    1. 인문주의, 동방으로 가다 045
    2. 터키의 인문주의 079
    3. 현대 터키 안의 흉내내기—독일계 유대인과 터키계 유대인의 자리 119
    4. 보스포루스의 독일—나치의 음모와 망명객 정치 149
    5. 이스탄불에서 [미메시스]를 쓴다는 것 188

    후기 터키의 인문주의 유산 234

    부록 에리히 아우어바흐가 터키에서 한 강연
    19세기 유럽의 사실주의 255
    문학과 전쟁 274

    주 291
    참고문헌 351
    주요 용어와 고유명사 373
    찾아보기 403

    본문중에서

    “우리가 인생과 사회를 바라보는 방식은 우리가 과거의 것에 관심을 갖든 현재의 것에 관심을 갖든 똑같다. 우리가 역사를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우리가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는 방식에 곧바로 반영될 것이다.”
    (/ p.26)

    이스탄불은 위치가 기가 막히게 좋지만 한편으로는 불쾌하고 험하기도 한 도시로서 두 부분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구시가지 스탐불은 그리스와 터키에 뿌리를 둔 곳으로 고색창연한 역사적 경관을 여전히 많이 간직하고 있지요. 그리고 ‘신시가지’ 페라는 19세기의 유럽식 식민 정착지를 모방하여 만든 완성판에 해당하는 곳으로 이제는 완전히 몰락했습니다. 끔찍했던 호화 상점들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 또 보스포루스를 따라 처음부터 끝까지 가노라면, 반은 오리엔트풍이고 반은 로코코풍인, 박물관에나 어울릴 19세기 술탄과 파샤의 궁전들이 이미 퇴락했거나 퇴락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p.82)

    발리는 ‘유대인은 곧 손님’이라는 개념은 이베리아반도에서 탈출한 지 500년이 지난 오늘날 유대인이 터키에 대해 고마움과 은혜를 표현하는 선언에서 다시금 확인된다고 주장한다. 유럽의 유대인 관념과 오스만 제국의 유대인 관념을 서로 비교할 자리는 아니지만, 오스만-터키의 ‘영원한 손님’ 관념은 유대인은 ‘영원한 방랑자’라는 그리스도교 사상의 관념과 유사하며, 된메는 유럽의 담론에 나오는 흉내쟁이라는 표상과 유사하다는 점은 생각해볼 만하다.
    (/ p.136)

    다락방은 따지고 보면 현대 서구 문학에서 흔한 표상에 속한다. 아우어바흐의 다락방(grenier) 이야기를 들으면 예컨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에서 생각할 일이 있으면 다락방에 틀어박히는 댈러웨이 부인과 자기만의 방을 갖고 싶어하는 울프 자신의 바람이 한꺼번에 떠오른다. 아우어바흐는 유럽과 시간·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이 [미메시스]를 쓸 수 있었던 한 가지 조건이었다고 강조했는데, 나는 이것이 울프나 프루스트가 기억과 저술을 일상으로부터의 시간적 또는 공간적 분리와 연결시키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 p.224)

    아우어바흐는 [미메시스]를 오디세우스가 나그네로 변장하여 트로이아에서 돌아오는 함축적인 장면으로 시작했다. 에우리클레이아는 정체도 의도도 모른 채로 나그네의 발을 씻겨주는데, 이와 같은 후한 환대 속에서 오디세우스의 진정한 과거사가 드러난다. [오디세이아]를 읽은 독자라면 그리스어 크세노스(xenos)가 ‘이방인’이라는 뜻임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이 낱말은 ‘손님-친구’라는 뜻이기도 하다.
    (/ p.251)

    모든 민중이 평화를 사랑합니다. 그러나 자기 존재를 이해하는 민중은 누구나 자신의 독립이 달려 있을 때 싸우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 p.298)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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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독일의 뒤스부르크-에센대학교 터키학연구소 소장. 코눅은 1999년에 독일 파더본대학교 비교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1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 미시간대학교 독일학과 및 비교문학과 조교수로 활동한 바 있다. 코눅은 주로 문학비평, 문화연구, 지성사 분야의 다양한 주제들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해왔다. 예를 들어, 종교 및 민족 공동체들의 교차점이라든가, 20세기 초의 터키 현대화 개혁, 그리고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터키-독일의 대외관계 같은 여러 주제를 깊게 파고들곤 한다. 그녀가 2010년에 출간한 『이스트 웨스트 미메시스—터키로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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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이자 번역가로서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책을 독자들에게 아름답고 정확한 번역으로 소개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는 바두르 오스카르손의 《납작한 토끼》(진선출판사), 데일 마틴의 《신약 읽기-역사와 문헌》(문학동네), 이반 일리치·데이비드 케일리의 《이반 일리치와 나눈 대화》(물레), 아가트 아베르만스의 《식물 스케치 노트》와 《자연 스케치 노트》(진선출판사), 앨런 라이트맨의 《아인슈타인의 꿈》(다산북스), 데이비드 크리스털의 《언어의 죽음》(이론과실천) 등이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ultrak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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