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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무덤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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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엄지
  • 출판사 : 현대문학
  • 발행 : 2020년 02월 25일
  • 쪽수 : 16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7275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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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스물세 번째 책 출간!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스물세 번째 소설선, 김엄지의 [폭죽무덤]이 출간되었다. 유례없는 소설가의 탄생이라며 크게 주목받으며 2010년 [문학과 사회]로 등단한 이래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를 완성해가고 있는 김엄지의 이번 소설은 2019년 [현대문학] 5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것이다. 어떠한 욕망도 추구하지 않고 미래를 간절하게 바라지 않는 인물들을 그려낸 전작 [주말, 출근, 산책 - 어두움과 비]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번 작품은 권태로운 삶 속에 스스로를 타자화하고 살아가는 한 남자의 황폐하고 무감한 인간관계로 이루어진 삶의 풍경들을 김엄지 특유의 건조한 문체로 그려낸 소설이다.

이 책에 대하여

여기 이미지에 지배당한 한 남자가 있다.
남자에게는 헤어진 여자가 있고 귀신 들렸다 생각하는 엄마가 있고 그런 엄마를 견디어내는 동생이 있다. 그들 곁에서 남자는 그 무엇도 변화시키려 하지 않고 그 무엇에도 갈급해하지 않는다. 남자의 일상 어디에도 삶의 욕망과 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
남자는 간다. 혼자 카페에 가고 호프집에 가고 국밥집에 가고 장례식장에 간다.
남자는 엿듣는다. 동창을 영입하려는 콜센터 직원의 호언장담을 엿듣고, 스위스 지하 입자가속기에 대해 지껄이는 취객의 말을 듣고, 한 여자의 기행을 둘러싼 노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장례식장 조문객들의 수많은 대화를 엿듣는다.
남자는 본다. 천변의 언 물과 천변 산책로에서 혼자 걷는 흰 개와 떨어지는 눈과 테이블에 드리워진 자신의 그림자를 본다.
그리고 남자는 생각한다. 모텔과 여자와, 성욕과 벽에 대해 생각한다. 그 중 그가 가장 자주 생각하는 것은 '벽'에 관한 것이다. 벽을 빌리고 싶어 하고, 벽을 부수고 싶어 하고, 벽을 가장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이 뭘까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가 가장 많이 의식하는 것 역시 벽이다. (생각 속에서) 모텔에서 여자와 함께 누워 있을 때도 그는 벽을 의식하고, 호프집에서는 '벽대여'라고 쓰인 명함을 받고, 경찰서 벽에 붉은색으로 '다 죽어'라고 쓰인 낙서를 보며 벽이란 무엇일까 생각한다.
남자는 하고 있거나 이미 했다. 답장이 오지 않는 여자에게 끊임없이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귀신이 들러붙었다고 믿는 엄마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팥을 사서 달려간다. 자신의 몸에 붉은 팥을 뿌리는 엄마를 지켜보았고, 엄마를 요양원에 입원시켰으며, 이후 엄마의 죽음을 맞닥뜨린다. 그리고 약간의 죄책감에 시달린다.
남자는 드디어 벽을 마주한다. 빨간색 래커로 쓰인 '산송장'이라는 낙서와 허물어지다 멈춘, 건물의 한 면이었던 벽 앞을 지나게 된다. "이미지에 지배된 사람은 미쳐 살기 십상이라던데", 언젠가 그런 말을 들었던 것을 떠올리며 남자는 미친 사람처럼 서 있는 큰 나무를 보며 자신의 두 다리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벅찬 세상과 자신을 분리시켜줄 도피처로서의 벽 앞에 섰으나 그가 만난 건 구원이나 희망이 아닌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산송장과 같은 자신의 모습일 뿐이다.
불꽃같은 삶을 꿈꾸어도 결국은 폭죽처럼 잠깐 터지고 결국은 이내 사그라져 모두 무덤으로 돌아갈 것을 아는 남자는 걷고 엿듣고 보고 생각만하며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하루하루를 그저 살아갈 뿐이다. 이것이 그가 생각을 욕망하고 욕망을 생각하는 삶의 방식이다.

우리 안에서, 생각이 차갑고 생기 없는 "무덤" 같은 것으로만 남아 있고, 욕망이 뜨겁게 폭발한 뒤 덧없이 사그라지는 "폭죽" 같은 것으로만 남아 있는 한에서, 우리는 생각 혹은 죽음의 과정과 욕망 혹은 삶의 과정의 상호 침투를 통한 인간 존재의 긍정적 변형의 가능성을 '의식적'으로 생각할 수도, 욕망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한 긍정적 가능성을, 생각은 욕망할 수 있는가? 욕망은 생각할 수 있는가? 김엄지의 [폭죽무덤]으로부터 떠오르는 물음은 희비극적 인간 존재들이 아직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잠재적인 긍정적 가능성을 향한 '생각의 욕망' 혹은 '욕망의 생각'에 대한 물음이다.
-김대산, [작품해설] 중에서

목차

폭죽무덤 009
작품해설 143
작가의 말 158

본문중에서

벽대여. 그렇게 적힌 명함을 받았다.
나에게 명함을 준 남자는 내 앞을 걷고 있었다.
남자와 나는 호프집에서 나와 줄곧 한 방향으로만 걸었다. 골목과 골목, 육교와 주유소를 지나는 동안 남자의 머리 위에 계속 달이 있었다.
추워서 움츠러들었다. 내 외투는 너무나 얇고.
언제부터 이렇게 얇았을까.
내 앞을 걷는 남자는 무릎까지 오는 갈색 모직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나보다는 20센티는 큰 키에 덩치도 있고 보폭이 컸다.
벽은 어디에 있습니까? 나는 앞서 걷는 남자의 뒤에서 말했다.
남자는 더 걸어야 한다고 했다.
걸으며 남자의 뒷모습과, 달, 바닥, 내 발등을 보았다.
꽤 넓은 공터가 나오고, 운동장 같았지만 조회대는 보이지 않았다.
(/ p.9~10)

통화를 할 때마다 엄마는 괴로움을 호소했다.
죽은 사람들이 얼마나 산 사람을 좋아하는 줄 아니? 산 사람 목울대를 얼마나 편안해 하는지 너는 모른다. 너는 모른다. 엄마는 내가 모르는, 모를 법한 이야기를 죽 하다 별안간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 엄마와의 통화가 그렇게 시작해서 그렇게 끝나는 것에 큰 불만은 없었다. 슬프거나 화가 나지 않았다.
사람은 죽어서도 계속 사람일 것이라는 그 생각. 단지 투명해질 뿐이고 투명하지 않다면 거의
투명한 채로 흐물흐물한 경계를 가끔 볼 수 있는. 산 사람과는 다른 온도와 무게를 가진. 그래서 닿으면 닿는 대로 느껴지는.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 p.58)

두 칸씩 올라가기는 쉬워도 두 칸씩 내려가기는 힘들어. 그게 인생이야.
한 칸씩 내려가면 되지.
지금 그 이야기가 아니야.
계단 이야기 아니었니?
아니 인생 이야기였어.
아아, 인생.
(/ pp.68~69)

이제 너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엄마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놀랐다.
엄마는 나를 원망할 이유가 없어요. 나는 그렇게 대답하려다가 말았다.
나 역시 엄마에게 이제 엄마를 원망하지 않아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 말도 하지 않았
다. 엄마와 나 사이에 이제 원망조차 없으니. 모자 사이가 아니라 이웃이 된 기분이었다.
(/ p.72)

멀리에 높은 파도가 보이고. 저건 파도가 아니라 벽이던가.
회색과 파란색이 저렇게 계속 서 있는 걸 보면.
저건 벽이고, 내가 빌리기로 한 것일까.
물 위에 벽이 왜.
나에게 벽을 빌려준다던 그 남자는 긴 혀를 입안에 칭칭 감아 숨겨넣고 있었는데.
아아.
(/ p.122)

아주 잠깐 선풍기 옆에 누워 잠들었을 뿐이었는데 곧 퇴실해야 할 시간이었다.
잠을 더 자고 싶지만 나는 이 방을 떠나야 했다.
여기서 나가면 갈 곳이 없는 사람처럼 초조해지기도 했다.
술이 취하지도, 깨지도 않는 대낮이었다.
대낮부터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창밖에서 연거푸 터지고 있었다. 한낮이라 불꽃은 보
이지 않았다.
(/ pp.125~126)

저자소개

생년월일 1988~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10종
판매수 486권

1988년 서울에서 태어나 201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했다. 소설집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 장편소설 [주말, 출근, 산책 - 어두움과 비]가 있으며,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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