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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이 만든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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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함규진
  • 출판사 : 을유문화사
  • 발행 : 2020년 02월 20일
  • 쪽수 : 30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3247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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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쌓아 올릴 것인가? 무너뜨릴 것인가?”
    ‘벽’을 통해 조망하는 반목과 분단의 세계사


    세계사의 물결을 가른 열두 ‘장벽’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역사의 본질을 돌아보는 책이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됐다. 저자는 이 책에서 수수께끼의 대장벽인 만리장성부터 오늘날의 사이버 장벽까지, 벽의 ‘이쪽’과 ‘저쪽’을 조망하고 있다. 이를 통해 벽이 만들어 낸 거대한 이분법을 넘어 독자로 하여금 더 깊고 넓게 역사를 바라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2010년 조선일보 논픽션 대상을 받은 저자의 필력이 돋보이는 이 책은 연속되어 있는 세계를 단번에 두 쪽으로 갈라 버리는 물리적 실체이자 심리적 장막인 벽에 얽힌 역사를 흥미롭게 펼쳐 낸다.

    출판사 서평

    벽은 하나로 연속되어 있는 세계를
    ‘이쪽’과 ‘저쪽’으로 나눈다


    인류는 역사가 시작될 때부터 벽을 세우기 시작했다. 인류 건축사의 대업으로 손꼽히는 만리장성이나 로마 석축 기술의 집약체인 하드리아누스 장벽 같은 고대의 벽부터 오늘날의 난민 장벽이나 가상의 공간에 세워진 사이버 장벽까지, 인류는 줄기차게 벽을 쌓고 또 무너뜨리면서 역사의 흐름을 만들어 왔다. 이 책은 2010년 조선일보 논픽션 대상 수상자인 함규진이 세계사의 물결을 가른 열두 장벽의 이야기를 통해 벽의 ‘이쪽’과 ‘저쪽’을 조망하고, 더 나아가 벽이 만들어 낸 거대한 이분법을 넘어 독자로 하여금 더 깊고 넓게 역사를 사유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우리 눈앞에 우뚝 선 물리적 실체이자 심리적 장막인 벽의 세계를 탐험한 독자들은 책장을 덮을 때 끝내 다음과 같은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쌓아 올릴 것인가? 아니면 무너뜨릴 것인가?” 우리가 비로소 이 질문에 진지하게 답할 때 역사의 작은 흐름을 바꿔 나갈 수 있음을 이 책은 보여 주고 있다.

    때로는 숭고할 정도로 감동적이고
    때로는 역겨울 정도로 파렴치한 벽의 세계사


    바리케이드가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 계기는 19세기 프랑스의 파리코뮌 투쟁이다. 파리코뮌의 바리케이드는 권력자가 피지배자들의 저항을 막기 위해 치는 장벽이 아니라, 학대받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기댔던 장벽이다. 민중들은 자신이 믿는 가치를 위해 장벽이 끝내 무너질 때까지 목숨을 바쳐 저항했다. 물론 그들 안에도 인간의 나약한 본성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이 역사에서 숭고함을 느낄 정도로 감동적인 면모를 본다. 또 동로마제국의 굳건한 방패였던 테오도시우스 성벽을 지키던 시민들도 위대한 희생과 저항의 역사를 써 나갔다. 테오도시우스 성벽은 삼중으로 마련된 튼튼한 물리적 장벽이기도 했지만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를 반복하던 콘스탄티노플 시민들의 의지이기도 했다. 테오도시우스 성벽은 비록 오스만제국의 공세에 결국 무너졌지만 동로마 천 년 제국의 신화를 지키던 위대한 방패였다. 이렇듯 벽의 역사는 때때로 우리에게 믿기지 않는 감동을 안겨준다.
    하지만 이런 역사보다는 부정적으로 기억될 벽의 역사가 훨씬 많은 게 사실이다. 벽은 저항과 투쟁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너’와 ‘나’,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가장 확실하고 폭력적인 조치이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나치의 만행으로 끊임없는 박해에 시달리던 유대인들은 끝내 폴란드의 바르샤바 게토를 비롯한 여러 개의 게토에 갇히게 된다. 그들은 대부분 게토에서 근근이 목숨을 이어 나갔고, 게토에서 지내다 홀로코스트 열차에 탑승하고 만 유대인도 그 수를 셀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역사를 간직한 유대인은 21세기에 들어 자신들이 당한 바를 그대로 실천하기에 이른다. 아픈 역사를 청산하고자 이스라엘을 세운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번영과 안위를 위해 그 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몰아내고 분리 장벽 속에 가두고 말았다. 나치의 만행을 그대로 베낀 듯한 이들의 행동은 지금도 끔찍한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이렇듯 돌고 도는 벽의 역사는 우리에게 인간의 이중성과 모순적 면모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에 벽은 역사를 이해하는 아주 효과적인 방편이다. 실제로 벽을 구성하는 것은 재료인 흙이나 벽돌이 아니라 그 이면에 존재하는 정치적, 문화적 배경과 그것과 한데 어우러진 인간의 마음인지도 모른다.

    하나의 세계를 둘로 나누지만
    결국 두 세계를 모두 사로잡는 벽의 아이러니


    우리는 지금도 끊임없이 크고 작은 벽들을 세웠다가 무너뜨리곤 한다. 지금도 계속되는 전쟁과 학살, 저항과 희생, 두려움과 배제의 역사 속에는 이러한 벽들의 존재가 아로새겨져 있다. 벽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 두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뚜렷한 심리적 장막, 더 나아가 상흔을 만들어 낸다.
    가령 한반도를 남과 북으로 나누어 버린 군사분계선이 끼치는 보이지 않는 피해는 바로 냉전 문화다. ‘열전’과 달리 냉전 중에는 당장 적과의 피 튀기는 싸움이 없다. 대신 평화로운 듯한 일상에는 언제나 불안과 공포가 도사리고 있으며, 그런 불안과 공포는 ‘내부의 적’을 찾아 헤매게 한다. 그래서 조금만 ‘다르’면 ‘틀리’다며 빨갱이나 적폐라고 서로를 헐뜯는다. 오랫동안 ‘북풍’에 적대적으로 의존하면서 존립해 온 권위주의 세력이나 민주화 운동 진영 모두 이런 냉전 문화에 젖어 있다. 늘 긴장이 깔려 있지만 겉보기로는 평온이 지속되는 냉전의 장벽은 이렇듯 아군을 분열시킨다. ‘남남 갈등’, ‘보혁 대립’, ‘남혐 여혐’이 모두 군사분계선과 이를 둘러싼 비무장지대 248킬로미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벽은 우리를 영원히 이분법의 속박에 갇히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벽의 역사를 돌아봄으로써 역사적 상황에서 널리 통용되어 오던 이분법을 넘어 또 다른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벽에 가로막힐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뛰어넘을 것인지’는 결국 우리의 손끝에 달려 있음을 이 책은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열두 장벽으로
    역사를 조망하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사람은 장벽을 쌓기 시작하고」는 고대부터 인류가 쌓아 올린 장벽 이야기를 다룬다. 수수께끼의 대장벽인 ‘만리장성’, 문명과 비문명의 경계를 나누는 기준이었던 ‘하드리아누스 장벽’, 공동체를 지키는 시민의 위대한 힘을 보여 준 ‘테오도시우스 성벽’이 등장한다.
    2부 「근대의 장벽, 분리와 결속의 이름으로」에서는 근대 시기, 인간과 자연을 갈라 버린 대표적 장벽인 ‘오스트레일리아 토끼 장벽’과 신념을 위한 투쟁과 희생의 역사로 영원히 기억될 ‘파리코뮌 장벽’을 살펴본다.
    3부 「세계 대전과 냉전, 둘로 쪼개진 세상」에서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이분법의 산물인 장벽들을 살펴본다. 전쟁에서 방어라는 전략만 고수했던 대표적 예인 프랑스의 ‘마지노선’, 유대인들에 대한 학살과 배제의 실체인 ‘게토 장벽’, 동독과 서독을 가로지르며 냉전의 상징물이 된 ‘베를린 장벽’, 한반도에서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며 두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한반도 군사분계선’을 다루고 있다.
    4부 「무너진 마음, 견고한 장벽이 되다」에서는 혐오와 배제가 상수가 되어 버린 현대에 꿋꿋이 버티고 있는 장벽들을 살펴본다.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번영과 안위를 위해 쌓아 올린 21세기판 게토인 ‘팔레스타인 분리 장벽’,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들을 막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세워지고 있는 ‘난민 장벽’, 물리적 세계를 넘어 가상 세계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는 ‘사이버 장벽’을 다룬다.
    또한 이외에도 고르간 장벽, 세르비우스 성벽, 딩고 장벽, 키예프 유로마이단 바리케이드, 대서양 장벽, 페루 리마 장벽, 무역 장벽 등 전 세계의 다양한 장벽 이야기가 책장 굽이굽이에 펼쳐져 있다.

    목차

    서문

    제1부 사람은 장벽을 쌓기 시작하고

    1. 만리장성

    수수께끼의 대장벽, 만리장성
    장벽 중의 장벽!
    만리장성은 군사적으로 쓸모없었는가?
    맹강녀는 만리장성을 무너뜨렸을까?
    진의 토성(土城)에서 명의 전성(塼城)까지
    21세기의 세계, 만리장성은 무슨 의미일까?

    2. 하드리아누스 장벽
    제국의 끝에 서서
    로마 유일의 석축 장벽, 그 특별한 의미
    로마, 그 이후

    3. 테오도시우스 성벽
    삼중의 성벽, 시민의 염원으로 세워지다
    위대한 방패를 겨눈 위대한 창
    십자가가 십자가를 유린하다
    최후, 최강의 도전자가 오다
    천 년의 신화가 끝나던 날
    성벽은 무너졌지만, 교훈은 남는다

    제2부 근대의 장벽, 분리와 결속의 이름으로

    4. 오스트레일리아 토끼 장벽

    세계 최장의 울타리, 그러나 효과는?
    애버리지니와 토끼 장벽

    5. 코뮌 장벽
    “피 맺힌 깃발을 들어라!”
    불안과 내분
    찾아온 파국
    십자가도 교회도 없는 무덤에서 ‘그 장벽’을 말하다

    제3부 세계 대전과 냉전, 둘로 쪼개진 세상

    6. 마지노선

    제1차 세계대전의 충격과 공포
    마지노선의 명암
    “마지노선을 사수하라!”
    방어만을 강조하는 방어의 위험

    7. 게토 장벽
    반유대주의, 되살아나다
    바르샤바 한복판에 세워진 장벽
    장벽 안쪽의 생지옥
    학살, 봉기, 방화
    장벽은 평등을 준다

    8. 베를린 장벽
    장벽이 세워지기까지
    왜 탈출자가 끊이지 않았는가?
    ‘말실수’로 무너진 장벽?
    돈벌이 거리가 된 비극의 잔재

    9. 한반도 군사분계선, 그리고 DMZ
    38선에서 휴전선으로
    ‘비무장지대’ 아닌 비무장지대
    장벽의 고요, 그 속의 피와 눈물
    장벽을 허물, 사람의 지혜와 인내를 기대하며

    제4부 무너진 마음, 견고한 장벽이 되다

    10. 팔레스타인 분리 장벽

    바벨론의 강가에 앉아, 우리는 울었다네
    박해받던 자들이 박해받던 그대로
    인티파다와 장벽의 탄생
    유대인이 세운 ‘21세기의 게토’
    장벽이 남긴 진짜 공포

    11. 난민 장벽
    서사하라 모래 장벽
    중앙아시아에서 아프리카 남부까지, 난민 장벽들
    21세기 유럽의 난민 장벽들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장벽은 계속될 것인가?

    12. 사이버 장벽―“사이버 만리장성”
    만리장성의 나라, 가상 세계에도 장성을 쌓다
    사이버 세계의 위험, 중국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것인가?
    장벽은 최선의 해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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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본문중에서

    토끼의 번식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처음 토끼가 오스트레일리아 땅을 밟은 지 불과 몇 년 안 된 1866년, 오스틴은 자기 소유의 땅에서 14,253마리의 토끼를 사냥했다고 기록했다. 오스틴 소유의 땅에서만! 20세기로 들어설 즈음에 토끼는 오스틴의 농장에서 5천 킬로미터 떨어진 땅까지 진출했고, 토끼 숫자는 1억을 넘어서고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인구가 1천만이 되지 않을 때였다. 뉴질랜드에는 양이 사람보다 많다지만, 오스트레일리아는 ‘사람이 빌붙어 사는 토끼 땅’처럼 되어 버린 것이다. (…) 물론 보이는 대로 쏴 버리고, 독이 든 먹이며 덫이며 별별 짓을 다 해 봤지만, 대도시에서 바퀴벌레를 박멸하려는 작업이 더 쉬워 보일 정도였다. ‘전국 토끼대책위원회’가 세워지고 ‘확실한 토끼 박멸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에게 2만 5천 파운드를 주겠다’고 선포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궁지에 몰린 사람들은 결국 이렇게 생각했다. ‘장벽을 세우자!’
    (/ pp.102~103)

    이분법이란 언제나 인간의 하잘것없는 망상이다. 게토 장벽의 이쪽도 저쪽도, 물론 치열함의 정도 차이는 상상 이상으로 심하지만, 악의 지배 아래 붙잡혀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였다. 폴란드인도 유대인도 악의 포로였다. 그리고 인정하기 싫을 수도 있지만, 그들을 박해하고 쓰레기 취급하고, 끝내는 학살했던 나치 병사들도 포로일 뿐이었다. 사람을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고 사람 같지 않은 일을 저지르도록 강요하는 악의 포로.
    장벽은 두 세계를 모두 사로잡는다. 그런 점에서 양쪽에 평등을 부여한다.
    (/ p.186)

    널리 알려진 대로, 베를린 장벽의 파괴는 일종의 해프닝에서 비롯되었다. 1989년 11월 9일 오후 7시 무렵, 동독 통일사회당 베를린 지구당 제1서기 귄터 샤보프스키가 내외신 기자들 앞에서 “통일사회당 정치국은 동독의 모든 주민이 동독 국경을 넘어 여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결정했습니다”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는 본래 결정의 의미, 말하자면 동독인이 서독을 방문하려면 체코 쪽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서독으로 가야 했던 것을 간소화해 주기로 했다는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지 않고 그렇게 말해 버렸다. 그러니 ‘동독이 국경을 완전 개방하고, 동서독인의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한다’고 그 자리에 있던 대부분이 이해했던 것이다. 샤보프스키는 한술 더 떠서, 어느 이탈리아 기자가 “언제부터 그렇게 됩니까?”라고 묻자 “지금이죠, 뭐”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그에 대해서는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정상적인 답변 말고 왜 그렇게 말했는지는 역사의 수수께끼 중 하나다.
    (/ pp.195~196)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9~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8종
    판매수 468권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에 입학했고 정치외교학과로 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현재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왕의 밥상』, 『왕이 못 된 세자들』, 『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 『다시 쓰는 간신 열전』, 『역사법정』, 『세상을 움직인 명문vs명문』이 있고, 논문에는 「예의 정치적 의미」, 「유교 문화와 자본주의적 경제 발전」, 「정약용 정치사상의 재조명」 등이 있다. 『히틀러는 왜 세계 정복에 실패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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