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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 절망의 심연에서 불러낸 환희의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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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최은규
  • 출판사 : 아르테(arte)
  • 발행 : 2020년 02월 19일
  • 쪽수 : 25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50986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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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세상의 그 무엇이 음악으로 영혼을 표현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겠는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 수 세기 동안 이어진 베토벤 신드롬


    베토벤의 음악은 지금도 여전히 전 세계 무대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클래식이다. 올해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베토벤 음악회가 열리고 있으며, 수많은 현대 음악가들이 베토벤의 예술 언어를 재해석하여 무대에 올릴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베토벤의 교향곡은 매일매일 젊어진다. 당신은 연주를 하면 할수록 그 끝에 닿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세계적인 지휘자 카라얀의 말은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베토벤 음악의 현재성을 보여준다. 베토벤은 음악가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인 청각 장애를 딛고 불후의 명곡을 써낸 불굴의 의지로 표상된다. 이 같은 그의 모습은 베토벤 평전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베토벤의 조수이자 최초로 베토벤 전기를 쓴 쉰들러는 그를 불우한 유년시절과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장애 속에서도 명작을 남긴 위대한 천재이자 영웅으로 형상화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로맹 롤랑 역시 베토벤의 천재성에 초점을 맞춰 그의 초상을 그려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최은규는 기존의 베토벤 평전들이 덧씌운 신화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베토벤의 음악을 관통하는 당대의 공기, 그에게 영향을 준 인물들과 음악가들의 풍경을 언급하며 시대적 맥락 속에서 그의 삶을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그려낸다. 독자들이 250년 전 인물인 베토벤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생활인으로서 치열하게 살아온 ‘인간 베토벤’의 모습에 주목한다. 베토벤처럼 연주자 생활을 하다가 건강 이상으로 평론가의 길을 택한 저자 자신의 경험이 생생하게 녹아들어 베토벤의 이야기를 더욱 현실감 있게 만들어준다. 수백 년이라는 시차에도 불구하고 베토벤의 고충이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출판사 서평

    “베토벤, 그 이름 하나면 충분했다”
    시대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예술가


    음악사상 베토벤만큼 엄숙하고도 진지한 클래식음악으로 성공을 거둔 이는 드물다. 저자는 경쟁이 치열한 빈 사회에서 베토벤이 어떻게 탁월한 음악가로 인정을 받고 자유음악가로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독일 본에서 오스트리아 빈까지 베토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베토벤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당시 달라진 시대상이 주효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앞선 하이든 시대의 예술가는 궁정이나 교회에 예속된 채 집사 정도의 대우를 받으며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음악을 생산해야 했기에 자유로운 창작 활동이 불가능했다. 어린 시절부터 모두가 경탄할 만한 신동으로서 두각을 드러냈던 모차르트 역시 초기에는 하이든과 같은 수공업 음악가의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를 견디다 못해 자유음악가의 길을 열었지만 이후 그의 삶 역시 녹록지 않았다. 모차르트가 독립적인 예술가로서 자유롭게 활동하기에는 그의 수준 높은 음악 작품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만한 시장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토벤 시대에는 클래식음악에 대한 청중들의 태도는 물론 음악가의 위상이 달라졌다. 음악을 가볍게 즐긴다기보다는 진지하게 감상해야 한다는 청취 태도가 형성되었고, 음악가의 창조성에 대한 존중 의식이 싹트기 시작했으며, ‘위대한 음악가’의 개념이 정립되었다. 게다가 음악의 소비 주체 역시 달라졌다. 이전까지는 궁정이나 교회, 귀족들이 음악 소비를 주도했다면, 베토벤 시대에는 상공업으로 돈을 번 신흥 중산층이 새로운 청중으로 부상했다. 귀족들이 독점했던 음악이 대중에게도 확산된 것이다. 그러자 귀족들은 중산층과 차별화된 음악으로 자신들만의 높은 예술적 취향을 드러내고자 했다. 베토벤은 당시 귀족 사회의 변화하는 취향에 부합하는 진지하고도 혁신적인 음악을 내놓았기 때문에 그들의 비호를 받으며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빈 귀족들의 지지하에 대규모 공연이 성황리에 개최되고 유럽 각국으로 악보가 팔려나가면서 베토벤의 음악은 대중들에게도 서서히 퍼져나가게 되었다. 그가 서른 살을 조금 넘긴 1803년 즈음에 베토벤이라는 이름은 이미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베토벤의 제자 리스의 증언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베토벤, 그 이름 하나면 충분했다. 작품이 아름답고 완벽하든 혹은 평범하거나 좋지 않든 간에 그 이름이면 충분했다”.
    이처럼 베토벤의 성공 뒤에는 당대 빈 사회의 변화와 새로운 청중의 등장, 귀족들의 열광적인 지지 같은 요인들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가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 내면의 귀였다. 비록 그는 청력을 잃었지만 그 대신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탁월한 내면의 귀를 얻었다.

    “그의 자취를 따를수록 겉으로 드러난 ‘음악가 베토벤’의 화려한 성공보다는 ‘인간 베토벤’이 감내해야 했던 신체적 고통과 인간관계의 갈등, 예술을 향한 강한 열정,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순수함에 더욱 뜨겁게 공감하게 되었다. 무너질 수도 있었던 베토벤을 끝내 일으켜 세운 것은 ‘성공’이 아니라 ‘예술’이었다. 그가 예술을 따랐기에 결과적으로 외적인 성공도 함께 얻을 수 있었다.”
    ( '에필로그' 중에서)

    “베토벤은 호메로스에 비유된다. 그들은 때 이른 감각의 상실로 고통받는다.
    시인은 시력을, 음악가는 청력을.” - 마리 밀
    죽음의 벼랑 끝에서 마주한 절망을 환희로 뒤바꾸다


    베토벤은 평생 동안 아홉 개의 교향곡, 서른두 개의 피아노소나타, 열 개의 바이올린소나타를 비롯하여 수많은 곡을 썼다. 특히 그는 1790년대 중반부터 작곡하기 시작한 교향곡에 자신이 추구하는 이념과 시대정신을 담아냈다. 그가 남긴 아홉 개의 교향곡은 하이든이 완성한 교향곡의 10분의 1, 모차르트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이지만, 형식적인 면에서나 내용적인 면에서 교향악의 역사를 바꾸어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향곡 3번 〈영웅〉은 일반적인 교향곡의 연주 시간보다 두 배나 긴 장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며, 충격적인 불협화음으로 유명하다. 〈영웅〉을 기점으로 이후 베토벤의 교향곡은 마치 문학작품의 플롯처럼 각각의 악장마다 그리고 악장 간에 긴밀성과 논리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그는 교향곡의 마지막 4악장에 무게중심을 두고 자신의 사상을 음악에 담아내고자 했으니, 그야말로 ‘진지한 교향곡의 시대’를 연 작곡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교향곡 6번에는 직접 ‘전원’이라는 부제를 붙였을 뿐만 아니라 악장마다 제목을 달아 그 내용을 음악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구상부터 완성까지 30년 가까이 걸린 것으로 알려진 그의 마지막 교향곡 〈합창〉은 기악 형식인 교향곡에 성악을 도입한 작품으로, 베토벤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구성이다. 이 곡의 4악장에 나오는 그 유명한 ‘환희의 송가’의 가사와 선율은 단순하지만 강력한 반복의 최면 효과를 발휘하며 ‘모든 인간은 한 형제’라는 인류 화합의 메시지를 우리 가슴에 더욱 강하게 각인시킨다. 이처럼 베토벤의 교향곡은 개별 작품마다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그가 평생 동안 추구한 예술이 점차 발전해가는 양상을 보여준다.
    베토벤 음악 하면 자연스럽게 활력 넘치며 웅장한 선율이 떠오른다. 실제로 그의 음악을 들어보면 위풍당당한 영웅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힘을 느낄 수 있다. 강한 파토스를 자아내며 긴박감 넘치게 전개되는 구성은 삶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대변하는 듯하다. 베토벤의 음악을 특징짓는 이런 스타일의 작품들이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온 것은 그가 자살 위기를 극복한 이후 약 6년 동안이었다. 베토벤의 진정한 예술은 그가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유서를 쓰다가 자살로 생을 마치지 않고 다시 일어선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바로 그 무렵에 베토벤은 귀가 점차 들리지 않는 고통 속에서 음악가로서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그는 귓병을 고치기 위해 별의별 방법을 다 썼음에도 차도가 전혀 없자 빈 근교의 한적한 시골 마을 하일리겐슈타트로 가서 지내다가 동생들 앞으로 유서에 가까운 편지를 남겼다. 하지만 절망 속에서 글을 쓰던 베토벤은 이내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당장이라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만 같은 절망감으로 시작된 편지에는 오히려 죽을 수 없는 명백한 이유가 드러나 있다.

    “이런 일이 좀 더 계속되었다면 나는 진즉에 삶을 끝냈을 거다. 오직 예술만이 나를 지탱해주었다. 아, 내가 원하는 것들을 모두 다 만들 때까지 이 세상을 떠난다는 일은 불가능할 것 같구나.”

    예술이 자신을 살아가게 할 원동력이고, 자신이 원하는 모든 음악을 만들기 전에 죽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말년으로 갈수록 베토벤의 삶은 점점 피폐해지고 귀는 더 안 들렸지만, 그의 음악은 더욱 원숙해지고 심오한 경지에 이르렀다. 그는 만성 복통, 과도한 음주로 인한 신경계 손상, 류머티즘, 당뇨병으로 인한 눈의 이상 등 실로 갖가지 질병들로 괴로워했지만, 그를 가장 고통스럽게 한 것은 조카 카를이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베토벤이 조카 카를을 양자로 삼아 음악가로 키워내려는 집착에 가까운 계획이 실패하면서 그 충격으로 인해 그의 건강은 더욱 악화되었다. 그러나 결국 그는 자신의 진정한 자식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 작품 속에서 모든 욕망을 내려놓고 달관한 인간의 명상적인 경지를 보여주었다. 무너져가던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언제나 음악이었고, 그에게 중요했던 것은 음악가로서의 사명을 완수해야겠다는 의지였다.

    추천사

    최은규는 베토벤의 음악 세계와 서양음악의 전통에 대한 그의 영향을 연대기별로 능숙하게 살펴나가며, 250년 전 태어난 베토벤과 현대를 사는 독자 사이를 잇는 이상적 모더레이터를 자처한다. 한 음악인으로서 치열하게 살아온 저자의 경험이 책의 내용을 더욱 현실감 있게 만들어준다.
    - 강은경 /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

    최은규의 책을 읽고 강연을 들을 때마다 감동과 희열을 느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베토벤의 음악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고, 〈장엄미사〉가 다시 듣고 싶어졌다.
    - 조윤성 / GS리테일 사장

    목차

    PROLOGUE 왜 베토벤인가

    01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음악가의 탄생
    02 베토벤을 만든 사람들
    03 빈을 사로잡은 즉흥연주의 귀재
    04 작곡가로서의 도약, 더 넓은 무대로
    05 굴욕과 패배에서 영광과 승리로
    06 내 삶을 구원한 것은 음악뿐이었다

    EPILOGUE 수공업 예술의 시대에서 예술가 예술의 시대로

    베토벤 예술의 키워드
    베토벤 생애의 결정적 장면
    참고 문헌

    본문중에서

    실제로 베토벤은 라인강 변 산책을 좋아했다고 한다.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낸 그에게 산책할 때만큼은 오롯이 자신을 위한 시간이자 음악적 영감을 떠올리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베토벤이 하염없이 바라보았던 라인강과 강 너머의 세계는 어쩌면 그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내면의 예술적 영감을 투영한 이상 세계 그 자체였으리라.
    ( '1장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음악가의 탄생' 중에서)

    베토벤 역시 브로이닝 저택의 살롱 음악회에서 음악 애호가들과 교류하며 큰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는 살롱 음악회에 참석해 현란한 피아노 연주로 분위기를 띄우고는 했다. 그가 빈으로 건너가기 전에 브로이닝 가문을 통해 일찍부터 귀족들의 살롱 문화에 익숙해진 것은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그는 후원자 발트슈타인 백작을 이곳에서 만났다. 이 만남이야말로 브로이닝 저택에서 베토벤이 얻은 최대 수확일 것이다. 빈에 아는 사람이 많았던 발트슈타인 백작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더라면 그가 낯선 도시 빈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베토벤은 부담 없는 마음으로 친절한 브로이닝 가족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피아노를 연주하기 위해 살롱 모임에 참석했겠지만, 그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던 사이에 인생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중요한 인맥을 만들어간 것이다.
    ( '2장 베토벤을 만든 사람들' 중에서)

    후원자와 예술가 사이의 미묘한 관계는 예나 지금이나 존재한다. 후원자는 예술가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하는 대신 그의 작품에 대해 간섭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 예술가는 후원금을 필요로 하면서도 그들의 관심과 손길로부터 벗어나려고 한다. 리히노프스키 후작과 베토벤도 마찬가지였다. 리히노프스키 후작은 베토벤을 전폭적으로 후원함으로써 그에게 작품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게 되었다. 게다가 그는 연애가 경력을 쌓는 데 방해가 된다면서 베토벤의 사생활에까지 개입했다. 리히노프스키 후작의 지나친 과보호와 관심이 불편했던 베토벤은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리히노프스키 후작과의 불편한 관계 속에서도 그는 살롱 음악회에서 놀라운 기량을 선보이며 음악가로서의 더 큰 도약을 꿈꾸었다.
    ( '3장 빈을 사로잡은 즉흥연주의 귀재' 중에서)

    베토벤의 말과 달리 그의 작품에는 하이든으로부터 배운 것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주제를 정교하게 발전시키는 방식, 짜임새 있는 작품 구성, 소나타와 협주곡에서 드러나는 교향악적인 원리, 허를 찌르는 표현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 이 모든 것을 하이든에게 빚지고 있으면서도 그에게서 배운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한 것은 지나친 표현이다. 이는 일찍이 하이든이 자신의 작품을 비판한 것에 대한 분노의 표출 정도로 보면 좋을 것 같다. (…) 애증이라는 양가감정이 들끓었던 두 사람은 말년에 이르면 서로를 인정한다. 하이든은 주변 사람에게 베토벤의 근황에 대해 물으며 그를 보고 싶어 했다고 한다. 베토벤 역시 하이든이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808년에 열린 그의 일흔여섯 살 생일 기념 콘서트에 참석하여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천지창조〉가 공연된 그날, 베토벤은 무릎을 꿇고 연로한 스승의 손과 이마에 열정적으로 키스를 했다. 말년의 베토벤은 하이든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드러내며 그를 헨델과 바흐, 모차르트와 동등한 음악가로 치켜세웠다.
    ( '3장 빈을 사로잡은 즉흥연주의 귀재' 중에서)

    어떻게 이토록 사교성 없는 베토벤이 과감하고 실험적이며 독창적인 음악으로 빈 귀족 사회에 그토록 쉽게 받아들여졌는지 말이다. 대단히 혁신적이며 거친 불협화음이 섞인 베토벤의 음악은 ‘귀족적’이라는 단어와는 그리 어울리지 않게 들린다. 그럼에도 빈의 귀족들은 일반적인 음악 취향과 타협하지 않는 베토벤의 음악에 열광했다. (…) 귀족들이 이토록 진지한 음악을 선호하게 된 것은 중산층이 성장하면서 그들과는 차별화된 귀족들만의 품격 있는 음악 취향을 추구해야 했던 것과도 관련이 있다. 한때는 독점적으로 음악 후원자의 역할을 했던 최상류층 귀족들이 이제 하류 귀족들과 중산층과 함께 음악 후원자의 역할을 나누어 가져야 했다. 그로 인해 계급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싶었던 최상류층 귀족들은 그들보다 좀 더 높은 수준으로 음악 후원을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 결과 후원자 그룹에 서열이 만들어졌다. 빈 귀족 사회의 예술적 취향은 소수의 최상위 후원자 그룹의 취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 '3장 빈을 사로잡은 즉흥연주의 귀재' 중에서)

    피아니스트로서의 베토벤은 누구보다도 폭넓은 표현을 원했고 때때로 피아노라는 악기가 지닌 한계를 뛰어넘기를 바랐는데, 이는 그의 첫 번째 피아노협주곡에서부터 드러난다. 축제 분위기를 자아내는 트럼펫과 팀파니가 등장하는 덕분에 이 협주곡의 오케스트라는 매우 빛나는 음향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1악장은 보통의 협주곡 구성을 훨씬 넘어선 매우 광대한 구성을 보여주며 놀라운 음향과 대담한 전조가 나타날 뿐만 아니라 주제도 매우 다양하다. 특히 1악장 중간의 꿈결같이 아름답고 몽상적인 부분은 대단히 인상적이어서, 일찍이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브렌델은 이를 “작품 속의 또 하나의 작품”이라 말하기도 했다.
    ( '4장 작곡가로서의 도약, 더 넓은 무대로' 중에서)

    〈영웅〉은 교향곡의 정의를 바꾼 작품으로 서양음악사에서 매우 큰 중요성을 지닌다. 이 교향곡은 형식의 확장과 과감한 화성과 리듬으로 놀라운 음향 세계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교향곡을 사상과 플롯을 지닌 새로운 형식의 음악으로 재탄생시켰다. 베토벤은 〈영웅〉에 인간의 자유와 평등에 대한 가치 등 자신이 추구하는 이념과 시대정신을 담았다. 그래서 이 곡은 마치 그의 웅변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 그 덕분에 베토벤은 청중의 기대나 바람에 얽매이거나 혹은 귀족 개인의 취향에 휘둘리지 않고 음악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에만 신경을 쓰며 음악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획기적인 교향곡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 '5장 굴욕과 패배에서 영광과 승리로' 중에서)

    그러나 이것이 베토벤이 이룬 성공의 전부일까? 여행을 하는 동안 나는 계속해서 이런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진정한 성공은 귓병이 발병하고 난 이후에 이루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자유음악가로서 경제적인 독립을 성취하고 귀족들의 도움으로 확고한 명성을 얻었지만, 음악가로서의 생명을 끝낼 수도 있는 치명적인 귓병을 앓았다. 베토벤에게 사회적인 위치와 경제적 독립을 차지하기 위한 외부와의 싸움은, 그의 내부에서 일어난 싸움보다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에게 더 강력했던 것은 귓병을 극복하고 음악가로서의 사명을 완수해야겠다는 의지가 아니었을까!
    (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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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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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올리니스트 겸 음악칼럼니스트. 12세 때 바이올린을 시작해 서울예고를 졸업한 후 서울대 음악대학에 입학해 당시 KBS교향악단의 악장이었던 김의명 교수를 사사했다. 오케스트라에 남다른 애정을 가져 1992년 1월에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단원으로 입단했고, 같은 해 2월에 대학을 졸업했다. 그후 10여 년간 오케스트라 연주자로서 활동했으며 부천 필하모닉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음악이론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음악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부천필에서 연주 활동 이외에도 주요 공연의 곡목해설과 ‘말러 프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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