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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보다 강한 실 : 실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였나[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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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전작 『컬러의 말-모든 색에는 이름이 있다』에서 ‘색이름’에 얽힌 놀라운 이야기들을 소개한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신작 『총보다 강한 실』에서는 그동안 다뤄진 적 없던 실의 역사에 주목한다. 총, 균, 쇠가 주류의 역사이자 힘의 역사라면, ‘실’의 역사는 총보다 강하게, 균보다 끈질기게, 쇠보다 오래, 인간의 역사를 움직여온 보다 우리 삶과 가까운 이야기들이다.
    실과 직물을 만드는 것은 전통적으로 남성의 일이 아니라 여성의 일이었으며, 그렇기에 기록된 글이라기보다는 입으로 전해진 것들이었다. 하지만 최초의 섬유 흔적이 발견된 동굴부터, 비단길의 흔적, 이집트 미라의 리넨까지, 실이 거쳐 간 역사의 흔적은 상상 이상으로 넓고 깊다.
    이 책에서는 직물과 실에 대한 13가지 이야기를 다룬다. 리넨으로 시체를 감싼 이집트인들, 고대 중국의 비단 제작의 비밀, 중세 유럽 왕족들의 레이스 경쟁 등을 만난다. 또한 남극대륙과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위해 선택된 특별한 직물과, 인간 한계를 넘기 위한 우주복 이야기, 전신 수영복 이야기도 다룬다.
    인류의 시작, 교역의 시작, 산업혁명의 동력, 과학의 발전, 그 모든 곳에 있었던 ‘실’. 이 책은 힘과 권력에 가려졌던 그 뒤에 숨은 인간을 따라가는 책이다. 엉킨 실타래를 인내심을 갖고 풀어내듯, 실과 직물의 흔적을 끝까지 찾아내 그것을 최초로 만들고 사용한 인물들과 그들이 움직여온 역사를 펼쳐 보인다.
    작은 실 하나가 어떻게 역사를 움직였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라. ‘실’ 하나로 풀어낸 역사의 참모습이 여기 있다. 그리하여 가느다란 실의 힘에 압도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왜 ‘총보다 강한 실’인가?
    역사는 강하고 파괴적인 것들이 움직여왔다. 역사는 필연적으로 승리자의 기록이었다. 고고학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물리적으로 강하고 썩지 않는 것들이 남았다. 실과 직물처럼 잘 썩는 물질들은 역사의 기록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리하여 남성이 절대 다수인 고고학자들은 선사시대에 ‘도자기 시대’나 ‘아마 시대’가 아닌 ‘철기시대’와 ‘청동기시대’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얼마나 폭력적인 발상인가?
    하지만 그루지야의 줏주아나 동굴에서 인류 최초의 섬유가 발견되었을 때, 우리는 조상들을 전혀 다르게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돌과 창을 들고 다니는 남성적인 모습이 아니라, 나무나 천처럼 부드러운 물질을 다룰 줄 아는 섬세한 기술을 가진 사람들 말이다. 철과 청동, 돌은 단지 강하고 오래 보관될 수 있는 물질이었을 뿐, 실제로 우리 삶에서는 과일이나 천 등을 사용하는 것이 주가 되지 않았을까? 실제로 신석기시대의 가락바퀴 같은 유물은 현재의 기술과 비교해도 매우 섬세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을 통해 역사를 보는 것은 권력과 힘이 만들어낸 역사의 한 장면만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작지만 끈질기게 역사를 움직여온 일상의 역사를 발굴하는 일이다. 역사 속에는 기록되지 않고 유물로도 남지 않은, 하지만 우리의 일상과 더 가까운 삶이 존재했을 것이다. 주류의 역사는 많은 것들을 생략한 채, 힘의 서사만을 남겼다. 바늘의 눈으로 역사를 보면 세계는 완전히 달라진다. 실을 통해 세계를 본다는 것은 실과 직물을 만든 ‘사람들’을 바라보는 작업이다. 남겨진 기록만을 역사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기록을 남기지 못했는지를 알아가는 작업이다.

    역사를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책,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의 신작
    저자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복식사를 전공했고, 18세기 여성 복식사와 무도회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작가다. 그동안 실에 대한 역사는 다뤄진 적 없었다. 있더라도 대부분 옷의 외관과 매력에 대해 서술해왔다. 즉, 그것을 만든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둘러싼 역사나 사회, 문화에 대한 관심보다는 ‘완성품’에만 관심을 두었던 것이다.
    『총보다 강한 실』은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의 저널리스트적인 집요함과 학자로서의 분석이 더해진 책이다. 인류의 시작부터 함께한 실에 대한 13가지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 숨겨진 역사와 조명되지 않았던 인간의 모습을 찾아낸다.
    인류 최초의 실을 찾아낸 줏주아나 동굴의 발견을 시작으로 실을 사용하는 최초의 인류를 탐색하기도 하고, 고대 중국 여류 시인의 한시 속에서 고대 중국의 비단 생산의 비밀을 찾아보기도 한다.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레이스 뜨는 여인>에 등장하는 놀라운 레이스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추적한다. 남극대륙과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기 위해 도전하는 인간들과 그들이 선택한 특별한 직물들, 우주에 한발 내딛기 위해 우주비행사만큼 고군분투한 우주복 제작자들, 인간 속도의 한계를 넘기 위한 전신 수영복 논란까지.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듯 엮어낸 13가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몰랐던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와 만난다. 그 시간들은 이제껏 우리가 알았던 모습과는 다르다. 동굴 속에서, 안방에서, 공방에서, 공장에서 여성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그 모든 직물은, 우리가 매일 옷을 입듯 당연하지만 소홀했던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실’ 하나로 풀어간 역사의 참모습이 여기 있다.

    실과 직물에 대한 신기하고 놀라운 이야기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바이킹족이 해협을 건너 대륙을 정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이전에도 분명 배는 있었는데, 그들이 달랐던 점은 무엇일까? 바로 ‘양모로 만든 돛’이었다. 잘 젖지 않는 양모를 이용한 돛을 가지고 그들은 배를 타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었다.
    중세 잉글랜드 왕국이 유럽 대륙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양모 때문이라고 해도 놀랍지 않다. 중세 잉글랜드 재정의 엔진과 다름없었던 양모를 통해 잉글랜드의 경제가 움직였다. 양모를 사고팔면서 축적된 부가 없었다면 리처드 왕이 십자군 전쟁에서 중심 역할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는 산업혁명이 철이나 석탄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직물이 변화의 중요한 동력을 제공했다. 18세기 중반 영국에서는 100만 명이 넘는 여성과 아이들이 방적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들이 버는 돈은 빈곤층 가구 가계소득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했다.
    이처럼 실과 직물은 기술 진보를 이루는 하나의 도구로서, 혹은 산업의 중심으로서, 세계를 움직여왔다. 실이 총보다 강했던 이유다.

    인류의 역사는 다시 쓰여야 한다
    그리스 신화 속 운명의 여신은 실을 뽑아 그 실의 길이를 통해 운명을 점지했다.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는 옷감을 짜면서 시간을 벌며 구혼자들을 물리쳤다. 이렇게 신화와 전설 속에 실과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가 남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
    실을 잣고 옷을 만드는 일은 아주 오랫동안 여성들의 일이었다. 직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명의 여성들이 한 장소에 모여 몇 시간에 걸쳐 반복적인 노동을 한다. 그들은 일을 하면서 입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은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었다. 실과 관련된 전설 속에서 타고난 솜씨와 재치를 가진 실 만드는 사람은 항상 여성이었다.
    주류의 역사 뒤편에서, 혹은 남성들의 세계 뒤에서 바느질과 실잣기는 여성들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실과 관련된 이야기, 바느질 작품과 옷들은 여성들이 만들어낸 작은 역사들이다. 또 직물과 관련된 기술은 여자들에게 경제적 권력과 지위를 부여하기도 했다. 남자들과 동등한 보수를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절대 빈곤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총보다 강한 실』은 이렇게 구전되어온 이야기 속에서 실과 옷을 만들던 여성들의 삶을 추적한다. 또한 그들이 남긴 직물, 혹은 직물이 만든 산업들을 통해 여성들의 노동과 기록되지 않은 흔적을 찾는다.

    역사 속 진짜 주인공을 발견하다
    미국에서는 도망 노예들을 찾는 팸플릿이 여기저기 붙었다. 눈에 띄는 특징은 그들을 찾을 때 그들의 옷차림을 디테일하게 묘사했다는 점인데, 당시 기록에 남은 도망 노예들의 인상착의를 통해 그들의 삶과 문화를 유추해볼 수 있다. 옷차림 뒤에 숨은 인간의 모습을 유추하는 일은 역사 속 인간의 모습을 찾아내는 일이다.
    중세시대에 유럽 왕족들은 펠리칸처럼 부풀어 오른 레이스를 착용하며 누구의 것이 더 큰지를 자랑하듯 경쟁을 했다. 레이스는 실용적인 성격이 전혀 없고, 오로지 장식만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화려한 경쟁의 뒤편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이 레이스를 만든 사람들을 찾게 된다.
    그 멋진 레이스를 만드는 일은 대부분 가난한 여성들이 담당했다. 부유층은 레이스를 위해 막대한 돈을 지불했지만, 그 돈은 가난한 계층에게 가지 않았다. 바느질 노동은 여성에게서 쉽게 얻을 수 있어 그 공급자가 매우 많았고, 비공식적인 가내 공방에서 일하던 레이스 직공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던 탓에 길드라는 하나의 조직이 되기가 어려웠다. 유럽 왕족의 초상화에서 발견되는 사치스러운 레이스 경쟁 때문에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무역 분쟁까지 벌였지만, 그것을 만들어낸 노동자의 빈곤한 생활은 여전했다.
    기록된 역사의 외형 혹은 그 의류의 화려함만을 보는 문화사는 이미 많다.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는 그 화려한 레이스는 누가 만들었는가에 주목했고, 우리는 역사의 뒤편에서 당시 사람들의 삶을 움직인 ‘진짜 주인공’들을 만나게 된다.

    에베레스트 등반, 우주여행, 전신 수영복,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직물 이야기
    직물이 없었다면 인류는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더 넓은 대륙으로 이동하지 못했을 것이다. 체온의 한계를 가지는 인간은 직물로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미지의 대륙, 그리고 더 높은 곳에 가고자 하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20세기 남극대륙과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위해 많은 직물이 선택되었다.
    우주여행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주복은 인류 역사상 처음 겪는 무중력 상태에서의 신체를 보호하는 직물을 만든다는,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러한 대단한 도전 뒤에는 의외의 에피소드가 많다. 뜻밖에도 NASA와 우주복을 만들게 된 업체는 여성 속옷을 만들던, 여성 기술자의 개인적인 기술에 의존하던 기업이었다. 2008년 마이클 펠프스가 “수영은 이제 더 이상 수영이 아니다”라고 선언했을 때, 전신 수영복은 인간의 몸으로 속도를 올리는 수영이라는 스포츠에 흠집을 냈다. 스포츠 의류는 어디까지 인간을 개선할 수 있고, 개선해야만 할까?라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직물을 만든 사람들, 그들을 추적하는 이 책의 시야는 폭넓고 장대하다. 대단한 인간 승리의 모습보다는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실패하고, 가끔은 웃음거리가 되고, 그럼에도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은 실패들이 진보를 만들어내는, 실이 만들어내는 역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추천사

    멋지고 우아한 필치로 쓰인 직물 역사 여행. 인간의 진화와 문화에 관심 있는 독자들을 매혹한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아름다운 13개의 이야기. 글(text)과 직물(textile)의 즐거운 결합.
    - 네이처

    바늘의 눈으로 역사를 보는 매력적인 책.
    - 스펙테이터

    보기 드문 여성주의 역사책. 실크로드부터 스포츠 의류, 레이스부터 우주복까지 광대한 여정이 시작된다. 탐독할 수밖에 없다.
    - 선데이 타임스

    당신과 직물의 관계는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 엘르 데코레이션

    굉장히 야심차며, 눈에 띄게 지적이며, 놀랍도록 매력적이다.
    - 피터 프랭코판 / 『실크로드 세계사』 저자

    목차

    들어가며

    머리말
    1. 동굴 속의 섬유: 옷감 짜기의 시초
    2. 죽은 사람의 옷: : 이집트 미라를 감싸고 벗긴 이야기
    3. 선물과 말: 고대 중국의 비단
    4. 비단이 건설한 도시들: 실크로드
    5. 파도 타는 용: 바이킹의 모직 돛
    6. 왕의 몸값: 중세 잉글랜드의 양모
    7. 다이아몬드와 옷깃: 레이스와 사치
    8. 솔로몬의 외투: 면, 아메리카, 교역
    9. 극한 상황에서 옷 껴입기: 에베레스트와 남극을 정복한 옷
    10. 공장의 노동자들: 레이온의 어두운 과거
    11. 압력을 견뎌라: 우주여행에 적합한 옷
    12. 더 튼튼하게, 더 빠르게, 더 강하게: 신기록을 세운 스포츠용 직물
    13. 황금빛 망토: 거미줄을 이용하다
    맺음말

    감사의 글
    용어 해설

    참고 문헌

    본문중에서

    지금 책에서 눈을 떼고 자기 자신을 보라. 옷으로 감싸인 당신의 몸이 보일 것이다.
    ( '첫문장' 중에서)

    천과 옷을 생산하는 일은 어느 시대에나 세계 경제와 문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인류는 천을 만들어낸 덕택에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선사시대에 온대 지방에서는 옷감 짜는 일에 드는 시간이 도자기 굽는 일과 식량 구하는 일에 소요되는 시간을 합친 것보다 길었다.
    ( ‘머리말_실과 인체' 중에서/ p.13)

    오늘날 우리가 천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을 우리 조상들이 봤다면 펄쩍 뛰었을 것이다. 천이 있었기에 인류는 추운 지방에 거주할 수 있었고 여행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천이 없었다면 인류는 일부 지역에서만 거주했을 것이다. 고급스러운 비단과 따뜻한 모직물이 비단
    길Silk Road과 같은 교역로를 통해 거래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문명들 사이에 사상과 기술의 교환이 활발해지고 사람들이 오가게 되었다.
    ( ‘머리말_실과 인체' 중에서/ p.13)

    실과 천을 생산하기 위한 정교한 수작업은 수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었다. 예컨대 18세기 중반 영국에서는 100만 명이 넘는 여성과 아이들이 방적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추정된다. 그들이 버는 돈은 산업혁명 직전까지 빈곤층 가구 가계소득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했다. 우리는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경제적 변동이 철이나 석탄과 관련이 있다고 상상하지만, 사실은 직물도 변화의 중요한 동력을 제공했다.
    ( ‘머리말_실과 인체' 중에서/ p.14)

    신화와 전설에 직물과 옷감 짜기라는 소재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실제로 옷감 짜는 일은 재미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데 기여했다. 여자들이 대부분인 한 무리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 몇 시간에 걸쳐 반복적인 노동을 한다면 이들은 자연히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서로에게 들려주게 된다. 이야기 속에 실을 잣거나 옷감을 짜는 주인공이 자주 등장하며 그들이 타고난 솜씨와 재치를 가진 인물로 나오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 ‘머리말_방적에 얽힌 이야기들' 중에서/ p.28)

    수백 년 동안 실과 직물을 만드는 노동은 여자들의 일로 여겨졌다. 아마도 일의 성격상 실 기와 옷감 짜기가 아이 양육과 병행하기에 가장 쉬웠기 때문인 듯하다. 경험 많은 사람들은 집에서 한쪽 눈을 감고도 실을 잣고 옷감을 짜냈다. 그리고 실 잣기와 옷감 짜기는 중간에 방해를 받더라도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 ‘머리말_여자들의 일' 중에서/ p.28)

    영어 단어 text(글, 텍스트)와 textile(직물)은 같은 조상에게서 태어났다. 그 조상은 라틴어로 ‘직물을 짜다’를 뜻하는 texere. 비슷한 예로 라틴어로 ‘솜씨 좋게 만들어진 것’을 가리키는 fabrica는 영어 단어 fabric(직물, 천)과 fabricate(위조하다, 제작하다)의 어원이다. 언어와 직물이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언어와 직물은 원래부터 친한 사이니까.
    ( ‘머리말_단어로 옷감 짜기' 중에서/ p.34)

    고집 세고 사나운 바이킹족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그들의 생활에 부드러운 양모 털실이 반드시 필요했다는 것이 신기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만약 양모 털실이 없었다면 바이킹족의 생활양식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바이킹의 배와 전사들은 오늘날의 시 속에서도 낭만적으로 묘사되고 찬양받고 있지만, 그들이 거둔 성공의 밑바탕에는 모직 옷감과 그 옷감을 만든 사람들이 있었다.
    ( '5. 파도 타는 용: 바이킹의 모직 돛' 중에서/ p.154)

    양모는 잉글랜드 재정의 엔진이었다. 양모는 투기와 부당이득을 조장하고 대출 한도를 늘렸다. 또한 양모는 부를 전달하고, 가장 빈부격차를 확대했으며, 좁은 땅을 가진 젠트리gentry 계급의 몰락을 재촉했다. 그러는 한편으로 양모는 잉글랜드 왕국이 유럽 대륙 전반의 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했다. 예컨대 양모를 사고팔면서 축적된 부가 없었다면 사자왕 리처드가 제3차 십자군 전쟁에서 중심적인(혹은 돈이 많이 드는) 역할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 '6. 왕의 몸값: 중세 잉글랜드의 양모' 중에서/ p.181)

    레이스 장식을 좋아했던 사람은 엘리자베스 1세 말고도 또 있었다. 엘리자베스 1세의 최대 경쟁자였던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은 1579년 교수대에 오를 때도 흰색 리넨 보빈 레이스 옷을 입었다. 그로부터 20년쯤 전에는 왕실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킨 토머스 와이엇Thomas Wyatt 경이 “폭 넓은 보빈 레이스를 두른 벨벳 모자”를 쓰고 참수형을 당했다. 한편 프랑스 패션의 선두주자였던 생 마르 후작Marquis de Cinq-Mars은 1642년에 처형당하면서 레이스 두른 부츠만 300켤레가 넘게 남기고 갔다.
    ( '7. 다이아몬드와 옷깃: 레이스와 사치' 중에서/ p.205)

    도망 노예를 추적하는 광고들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자료다. 어떤 개인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지만 감정이 섞이지는 않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노예 추적 광고들은 하나같이 옷에 집착하면서 도망 노예의 복장에 관해 세세한 것까지 다 기록하고 있다.
    ( '8. 솔로몬의 외투: 면, 아메리카, 교역' 중에서/ p.215)

    군인들이 유럽에서 전쟁을 치르고 돌아오기 시작하던 1940년대 후반에는 청바지가 한층 전복적인 성격을 띠게 됐다. 모든 사람이 교외에 정착해 아이를 낳아 기르는 생활이 당연시되던 경제적 번영과 체제 순응의 시대였지만, 중산층의 울타리 안에 갇혀 살기를 원하지 않았던 거
    친 젊은이들의 반항은 사회불안으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할리우드가 이들을 데님과 연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8. 솔로몬의 외투: 면, 아메리카, 교역' 중에서/ p.243)

    말로리의 시체에서 발견된 천 조각들을 통해 우리는 말로리가 마지막 등반을 위해 면과 실크 내의, 영국 고달밍에 위치한 페인 상점에서 구입한 플란넬 셔츠, 갈색 긴소매 풀오버, 그리고 아내 루스가 사랑을 담아 떠준 모직 조끼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말로리는 처음 몇 겹을 껴입고 나서 그 위에 버버리 재킷과 가볍고 광택 나는 초록색 개버딘으로 만든 폭이 넓은 반바지를 입었다. 그가 자신의 복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알기가 어렵다.
    ( '9. 극한 상황에서 옷 껴입기: 에베레스트와 남극을 정복한 옷' 중에서/ p.259)

    우리가 날마다 입고 사용하는 직물을 만든 사람들의 목소리를 찾아내는 일은 쉽지가 않다. 지금까지 공장 노동자들 중에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쓰거나 기사로 기고한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공장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보통 의사, 활동가, 기자들이 던진 질문에 대한 그들의 대
    답 또는 짧은 인용문 형식으로 우리에게 전해진다. 그리고 그런 질문은 주로 큰 재난이 발생했을 때만 던져진다.
    ( '10. 공장의 노동자들: 레이온의 어두운 과거' 중에서/ p.277)

    펠프스가 비더만에게 패배한 사건을 계기로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됐다. 펠프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 수영복들은 이 종목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이제 수영은 수영이 아닙니다. 누가 무슨 수영복을 입었다는 것이 기사 제목이 됩니다.” 수영복 때문에 수영 선수들이 빛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6개월도 되지 않아 국제수영연맹은 더 엄격한 규칙을 시행했고, 첨단 기술 수영복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 '12. 더 튼튼하게, 더 빠르게, 더 강하게: 신기록을 세운 스포츠용 직물' 중에서/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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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Kassia St Clair)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2종
    판매수 1,094권

    기자, 작가. 2007년 브리스톨 대학교를 졸업하고, 옥스퍼드에서 18세기 여성 복식사와 무도회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코노미스트》에서 ‘책과 미술’ 담당 편집자로 일했다. 그의 첫 책 『컬러의 말』은 12여 개국에 번역되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두 번째 책 『총보다 강한 실』에서 그는 그동안 다뤄진 적 없었던 ‘실의 역사’에 주목한다. 이 책은 그의 저널리스트적 집요함과 연구자로서의 전문성이 더해진, 감각적인 필치의 역사서이다. 발간 후 영국 BBC의 Radio 4에서 이 주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영국 《선데이 타임스》 올해의 책, 서머싯 몸 상 후보에 올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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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대학원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영혼의 순례자 반 고흐],[헤르만 헤르츠버거의 건축 수업],[타임 푸어],[마음가면],[포스트자본주의: 새로운 시작],[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컬러의 힘: 내 삶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언어]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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