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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과학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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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리처드 도킨스와 스티븐 제이 굴드가 ‘20세기 최고의 과학 저술가’로 평가한 피터 메더워. 그가 젊은 과학도들에게 주는 금언과 지혜로 가득한 현대 과학의 고전!

    오늘날의 젊은 과학도에게 본지가 주는 조언은 이것이다. ‘피터 메더워의 <젊은 과학자에게>를 읽어라.’ -<네이처>, 2015


    20세기를 대표하는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최고의 과학 저술가 중 한 명인 피터 메더워의 <젊은 과학자에게>는 금언과 지혜의 보고로서 전 세계에서 애독되어 왔고, 오늘날 과학자 정신과 연구 윤리에 대한 세계 표준을 제시하는 명저이다.
    이 책이 출간된 지도 40년이 넘었고 과학 연구의 환경은 많이 변화했지만 과학 잡지 <네이처>는 2015년 오늘날의 젊은 과학도들이 반드시 읽어야 될 한 권의 책으로 <젊은 과학자에게>를 추천했다. 세기를 넘어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 우아한 작은 책’에는 과학계 종사자뿐 아니라 탐구 활동에 매진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쉽게 얻을 수 없는 값진 조언들이 가득하다.
    <젊은 과학자에게>는 과학 연구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작은 일들부터 젊은 과학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그것과 맺어야 하는 바람직한 관계, 연구의 주제 선정부터 논문 작성과 프레젠테이션 등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조언한다. 문헌 자료를 어느 정도 섭렵하는 것이 좋은지, 자신감을 갖는 데는 결과를 일단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고, 실수를 했을 때 그에 대처하는 자세, 일상에서 지켜야 할 예절, 원숙한 선배들에게서 배워야 하는 것 등 인생의 매뉴얼로도 손색이 없는 지혜가 가득하다. 경험 부족과 근거 없는 자신감에 사로잡히기 쉬운 젊은이들에게 메더워는 특히 협업 정신을 강조한다. ‘동료들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연구자는, 머지않아 자신도 그 대가로 아무것도 배울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충고는 연구에서의 협업은 물론이고 연구와 기술과 행정의 관계에 대해, 동료를 비롯한 타인과의 관계에서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피터 메더워는 ‘이식의 아버지’라 불리는 생물학자로, 피부와 장기 이식 임상 치료의 결정적 토대를 마련한 후천적 면역내성 연구로 196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영국국립의학연구소의 소장으로 오랫동안 재직하면서 연구소를 ‘전 세계의 면역학자, 세포생물학자, 생화학자, 기생충학자, 미생물학자들이 몰려들어 활발한 토론과 의견 교환이 벌어지는’ 생명과학의 요람으로 만든 일급 과학 행정가이기도 했다. 과학의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한 계몽가로 유네스코로부터 칼링가상을 받았고 리처드 도킨스가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과학 에세이스트’로, 스티븐 제이 굴드가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아낌없는 찬사를 바친 일급 저술가이기도 했다. 탁월한 과학자이자 훌륭한 과학 행정가였고, 셰익스피어와 볼테르, 칸트와 프로이트, 베르디와 바그너, 티치아노와 엘 그레코, 그리고 그만큼이나 효소, 균류와 박테리아 추출물, 이중나선에도 익숙한 교양 있는 정신의 소유자인 피터 메더워만큼 과학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 삐딱하지만 유쾌하고, 그러면서도 적절한 충고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메더워는 머리말에서 자신이 과학의 길에 들어섰을 때 읽었으면 좋았을 이야기들을 이 책으로 정리했다고 말한다. 젊은 후배들의 설익음과 치기를 질타하기보다는 애정 어린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면서, 수많은 경험을 통해 얻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토대로 한 실용적이면서도 유머와 통찰이 가득 찬 조언들은, 불확실성을 앞에 둔 젊은 과학도들의 삶의 길잡이가 되기에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 속에는 과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메더워의 사랑과 경외가 곳곳에 흘러넘친다. 리처드 도킨스는 피터 메더워를 ‘20세기 과학의 가장 뛰어난 대변인’으로 평가했다. 그러한 평가의 정당성 여부를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

    피터 메다워는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과학 에세이스트다. 감히 그를 모방하겠다는 주제넘은 열망을 품은 것은 아니지만, 내 문체가 메다워의 산문에서 보이는 귀족적인 태평한 태도의, 책을 들고 길거리로 뛰쳐나가 누구든 붙들고 보여주고 싶어지는 위트의 영향을 받았으리라는 점은 충분히 확신하고 있다.
    - 리처드 도킨스

    피터 메다워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다.
    - 스티븐 제이 굴드

    오늘날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본지가 주는 조언은, 피터 메다워의 『젊은 과학자에게』를 읽으라는 것이다.
    - [네이처]

    이 우아한 작은 책에는 최근 종종 찾아볼 수 있는, 평론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발을 저리게 만드는 대부분의 묵직한 책들을 훌쩍 뛰어넘는 기쁨이 깃들어 있다. 셰익스피어와 볼테르, 베르디와 바그너, 티치아노와 엘 그레코에, 그리고 그만큼이나 효소 준비, 균류와 박테리아 추출물, 이중나선에도 익숙한 교양 있는 정신이 자유롭게 노닌다.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심리학적 특성이나 인간에 관한 탐구라는 측면에서 고려하면, 하얀 실험복을 걸친 사람들 중에서 피터 메다워보다 훌륭하고 재치 있게 우리의 의견을 교정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 [고등교육 연보]

    목차

    머리말

    1 서론
    2 과학 연구자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3 무엇을 연구할까?
    4 과학자, 또는 더 나은 과학자가 되고 싶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5 과학계의 성차별과 인종차별
    6 과학 직종의 일상과 예절
    7 과학자의 젊음과 원숙함에 관하여
    8 발표
    9 실험과 발견
    10 수상과 보수
    11 과학적 방법
    12 과학의 사회 개량주의 대 과학의 메시아주의

    옮긴이의 말

    본문중에서

    사악한 과학자상은 근대문학의 여명기부터 존재했던 다른 전형적인 과학자상만큼이나 터무니없는 허상이다. 즉, 개인의 복지나 물질적 보상 따위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열정적으로 오직 숭고한 목표만을 바라보며, 진실을 추구하는 행위를 온전한 지적 및 영적 양식으로 삼는 과학자상 말이다. 이런 과학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C. P. 스노는 자신의 저술을 통해 과학자도 인간이라는 경천동지할 사실을 밝혀냈다.

    신참 과학자는 과학자의 삶이 가져다주는 보상과 이득이 그런 온갖 실망과 고난을 벌충할 수 있을지 직접 확인할 때까지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단 발견의 환희와 교묘한 실험에 성공했을 때의 만족감을 직접 느끼고, 진정한 이해의 진보를 통해 프로이트가 ‘대양감oceanic feeling’이라 부른 근원적이고 광대한 감정을 경험하고 나면, 코가 꿰인 과학자는 다른 어떤 부류의 삶에도 만족할 수 없어진다.

    근친교배는 종종 위대한 학파의 창설로 이어진다. 만약 졸업생이 자신의 학부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을 잘 이해하고 자부심이 있다면, 진행 방향을 아는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졸업생은 반드시 자신의 열의, 감탄, 존경이 향했던 바로 그 분야에 매진해야 한다. 진행 중인 연구를 무시하고 단순히 자리가 있다는 이유로 발을 들이밀어서는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다른 무엇보다 일단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독창적이지 않은 결과라도 상관없다. 다른 사람의 작업을 따라 했을지라도, 일단 결과를 내면 자부심이 상당히 상승하게 되어 있다. 젊은 과학도는 마침내 자신이 클럽의 일원이 되었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학회나 토론회에서 “제 경험에 의하면…”이나 “저도 같은 결과를 얻었는데”나 “그런 의도로 사용할 때는 94번 용매가 93번보다 훨씬 낫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있습니다”라면서 끼어들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앉을 때는 온몸을 떨면서도 속으로는 희열에 몸부림치고 있을 것이다.

    과학적 과정에 대한 관점 중에서는 ‘직관’과 통찰력을 중시하는 것도 있는데, 이런 관점에서 생각하면 여성이 직관력이 뛰어나다는 성차별적 편견이 과학적 재능으로 이어지리라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여성은 그리 많지 않으며, 나 또한 사실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흔히 여성 쪽이 뛰어나리라 생각하는) ‘직관’이란 과학의 결실을 거둘 때 필요한 창의적인 추론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의 특수한 감지 능력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를 지망하는 젊은 여성들이 불안해하는 부모나 고루한 교사를 설득하고 싶을 때는, 아무리 다급해도 퀴리 부인을 예시로 들어서 과학계에서 여성이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는 않는 편이 좋다. 자신의 과학 적성을 근거로 설득할 때는 그런 독보적인 예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 과학을 추구하여 성과를 내고 있으며 종종 아주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수만 명의 여성 과학자를 예시로 드는 편이 낫다.

    ‘지능 검사’를 1차 대전 당시 미군 지원자에게 적용했던 사건이나, 심지어 그 이전에도 엘리스 섬에서 미국을 찾은 이민자들의 지능을 검사했던 사건 등은, 결국 본질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방대한 수치 자료를 취합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I.Q.를 신봉하는 심리학자들이 이를 분석한 결과물은 후대의 우리로서는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극단적인 어리석음으로 이어졌다. 이민 대기자들의 지능을 조사한 헨리 고다드라는 심리학자가, 심사 대기 중인 유대인의 83퍼센트와 헝가리인의 80퍼센트가 정신박약이라는 결론을 내려 버린 것이다.

    과학자도 다른 전문직 종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존경받는 존재가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과학자임을 밝히는 순간, 눈앞의 사람들은 두 가지 자세 중 하나를 취한다. 어떤 사람이 과학자라면, 세상의 모든 주제에 대한 그의 의견은 (a) 특별한 가치를 지니거나 (b) 완벽히 쓸모없다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두 가지가 동시에 성립할 수는 없다. 이런 의견은 정치적 신념과 같은 부류라서 일단 자리 잡으면 쉽사리 변하지 않기 때문에, 설득하거나 바꾸기가 상당히 힘들다. 시도해 봤자 양자 모두에게서 분노를 유발할 뿐이다. 모든 경우에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인 “제가 과학자기는 해도 해당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은 부족합니다”를 연습해 두도록 하자. ‘해당 문제’ 부분만 대화의 주제에 맞춰 바꾸면 충분하다. 비례 대표제, 사해 문서, 여성의 성직 적합성, 로마제국의 동방 속주 경영 등이 그 예시가 될 수 있겠지만, 만약 탄소연대측정법이나 영구운동 기관의 설계 가능성 등이 주제로 떠오른다면, 과학자도 나름 최신식 자부심을 담아 살짝 성량을 올려도 무방할 것이다.

    과학계의 공동 연구는, 준비 단계에서는 도리어 작가들이 코미디 작품을 공동 집필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과학자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기발한 착상이란 순전히 개인에 국한된 사건이지만, 팀원이 착상을 떠올릴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 착상을 발전시키고 내용을 더하는 부분은 모두 협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마지막에는 누가 무엇을 떠올렸는지조차 판별하기 힘들게 된다. 어떻게든 결과물이 나왔다는 것만이 중요해진다. “말해 두겠는데, 그건 내 착상이었어”나 “이제 다들 내 사고방식을 따라잡은 모양이니 말하는 건데…”라고 말하고 싶은 강렬한 충동에 시달린다면, 그 젊은 과학자는 협업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다.

    특정 연구기관이 인류에게 보다 고약하거나 빠른 죽음을 불러오는 발견을 선호하리라 생각할 법한 이유가 있으면, 그런 행동에 찬동하지 않는 이상 그 기관에는 애초에 발을 들이지 말아야 한다. 처음 솥을 휘젓는 순간이 되어서야 자신이 그런 야망을 혐오한다는 사실을 퍼뜩 깨닫게 될 가능성은 사실 그리 크다고는 할 수 없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연구에 참여해 놓고서 훗날 공공연하게 그 사실을 개탄하는 이들의 언사는, 아무리 가슴을 때리며 후회하더라도 하나같이 공허하고 설득력 없게 들릴 뿐이다.

    나이를 막론하고 모든 과학자는 이 조언을 가슴 깊이 새기길 바란다. 가설에 대한 확신의 강도는, 그 가설의 진실성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 과학자의 확신이란, 자신의 가설이 비판적 검토를 견딜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다는 강한 욕구로 변환될 때에만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냉정하게 사실을 수집하고 그에 기반해 계산을 수행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의 모습은 단순한 캐리커처에 지나지 않는다. 시인의 전형적인 모습이 가난하고, 지저분하고, 엉망인 행색에, 아마 폐결핵을 앓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광란에 사로잡혀 시를 휘갈기는 사람인 것과 마찬가지다.

    우선순위로 인한 다툼은 특히 과학에서 극심하게 발생하는데, 과학의 개념이란 이내 공공의 소유물이 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과학자가 즐길 수 있는 소유의 기쁨이란 ‘처음’ 그 개념에 착안해서 다른 누구보다 먼저 해결책 중 하나 또는 유일한 해결책에 도달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소유의 자부심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과학에서도 소유욕, 비열함, 비밀주의, 이기적인 태도는 온갖 질시를 끌어모은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소유의 자부심을 고고한 태도로 표현하는 과학자는 자신의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슬픈 사실을 드러내 보일 뿐이다.

    과학계에서 비밀주의란 물론 결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희극적인 면이 존재한다. 젊은 연구자는 종종 다른 모든 사람이 자기 연구에서 그를 앞지르려고 애쓰고 있다는, 가장 사랑스럽고 희극적인 환상에 사로잡혀 있기 일쑤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 연구자의 동료들은 제각기 자기 연구에만 신경 쓰고 있을 뿐이다. 지나치게 비밀스럽거나 의심이 많아서 동료들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연구자는, 머지않아 자신도 그 대가로 아무것도 배울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현대 의학은 감기조차 치료하지 못한다’라는 경멸을 품은 주장을 다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주장의 진위가 아니라 (진실이긴 하니까) 그 안에 숨은 암시다. 현대 의학으로는 감기조차 치료하지 못하는데 암 연구에 수조 달러를 들이붓다니 터무니없지 않은가, 라는 의도가 들어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제법 보편적인 오해가 숨어 있는데, 바로 임상에서 가벼운 증세를 보이는 질병은 원인 또한 단순하며, 심각한 질병은 상당히 복잡하고 그에 비례해 원인을 판별하거나 치료하는 일도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가정이다. 그리고 양쪽 명제 모두 사실이 아니다.

    과학자가 친구를 잃는 다른 방법으로는 선택적 기억이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하는 것이 있다. “내 사촌 위니프레드의 꿈을 꾼 바로 다음 날 그녀의 전화를 받는 일이 정확히 세 번이나 있었다네. 이게 꿈이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는 증거가 아니라면 대체 뭘 가져와야 하겠나.” 그러나 젊은 과학자라면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니프레드 양의 꿈을 꾸고 나서 전화를 받지 못한 적은 얼마나 있습니까? 그리고 사실 그녀는 거의 매일 전화를 걸어 오지 않습니까? 우리는 오직 놀라운 우연만 기억한다. 불운이 하나나 둘씩 찾아오는 경우는 기억하지 못하면서 셋이 함께 오는 경우만 (또는 다른 수비학적으로 의미 있는 숫자만) 기억한다면 이로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다. 고약한 운전 실력을 다른 예로 들어보자. 특정 성향의 남자는 종종 여성이 모는 차만 기억해 놓는다. 그리고 자신의 논리적 오류는 알아차리지 못한 채, 여성은 운전 실력이 부족하다고 확신해 버린다.

    옛날에는 자만심이 가득한 사람들에게 부풀린 돼지 방광으로 머리를 한 대씩 때려 주는 치료를 베풀었다. 어쩌면 젊은 과학자가 자만심만 아니었더라면 그를 사랑하고 행운을 빌어 주었을 사람들의 적대적인 견해에 상처를 받기 전에, 그 정신을 이어받아 제대로 질책해 주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나이를 먹으며 가장 빠르게 퇴보하는 능력이 무엇인가의 문제는, 사실 아직 제대로 탐구된 적이 없다. 사람들은 흔히 창조력이 급격히 퇴보한다고 가정하고는 하는데, 이에 대한 반례로는 베르디가 80세에 작곡한 오페라 <폴스타프>가 등장하고는 한다. 그리고 이를 배제해도 티치아노 말년의 훌륭한 회화 작품들도 비슷한 정도의 신뢰를 실어 준다. ‘연구는 젊은이의 유희다’라는 격언은 사실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훌륭한 수상으로 이어진 연구가 딱히 젊은 연령대에 집중되는 것도 아니다. 해리엇 주커먼은 『과학계의 엘리트』에서 미국인 노벨상 수상자를 대상으로 과학 발전에 기여한 연구를 수행한 (보험사의 표현을 따르자면) ‘위험군’ 연구자의 연령 분포를 살펴봤는데, 수상으로 이어진 연구를 수행한 시기의 최빈값은 중년기 초반이었다고 한다.

    과거 과학 관련직에 종사했던 과학 분야 행정가를 마주하는 젊은 과학자는, 그들이 자신에 공감하며 주의를 기울여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잘못을 범하면 곤란하다. 한때 과학자였으며 따라서 애원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지원금을 마련하려 사용하는 온갖 술수에 능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지금 하는 연구를 몇 년만 더 연장하면 암의 원인이나 세포분열 과정에 대한 이해를 훌쩍 증진할 수 있다는 식의 논리에는 더욱 면역력이 강하다.

    문제 해결에 깊이 골몰하는 과학자라면 자신의 연구 주제를 숙고할 시간을 따로 할당할 필요는 없다. 그 문제에 대한 사색이야말로 평형 상태, 즉 다른 생각을 하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되돌아가는 다이얼의 영점이나 다름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정 업무가 없는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에 깊이 빠져들게 되면, 연구에 대해 숙고할 시간이 아니라 연구를 숙고하지 않을 시간을 찾는 일이 문제가 된다. 그래야 훌륭한 부모, 배우자, 집주인, 시민으로서 신경을 써야 하는 수백 가지의 다른 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발표에 참석한 과학자는 응당 자신의 발표에서 다른 이들이 그러하기를 바라는 그대로 행동해야 한다. 하품하는 청중의 모습은 언제나 발표자의 눈에 잡히게 마련이며, 그렇게 거대하게 벌어지는 입이 정신체의 거의 완벽한 사멸의 전조가 된다는 것은 귀납적으로 증명된 자연법칙이다. 발표자의 신경을 분산시킬 다른 모든 일(물론 고의적인 행동일 수도 있지만)도 마찬가지다. 귀에 거슬리게 속닥거리거나, 짐짓 과시하듯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거나, 잘못된 부분에서 웃음을 터트리거나, 느리고 침중하게 고개를 젓는 행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자신이 발표자의 주제 분야에 전문가로 여겨진다면 미리 질문을 골라 놓는 것도 좋을 것이다. 혹시라도 진행자가 당신을 돌아보며 “아무개 박사님, 이제 잠시 질의 시간을 가지겠습니다만, 먼저 논의를 시작해주시는 것은 어떨까요?”라고 청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렇게 호명된 사람은 “애석하지만 힘들 것 같군요. 아주 푹 자고 일어난 참이거든요”라고 말하면 곤란하다. 그저 단순히 “선생 연구의 다음 단계는 어떻게 진행되리라 예상하십니까?”라고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졸았다고 생각해 줄 것이다.

    내적 정신 활동으로서는 같은 부류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종합적 발견과 분석적 발견을 구분하는 편이 유용하리라 믿는다. 지금까지 인지하거나 알려지지 않았던 특정 사건, 현상, 과정, 또는 상태를 처음 인식하는 행위는 언제나 종합적 발견이다. 학계를 뒤흔들고 깊은 영향을 끼치는 과학적 발견은 주로 이쪽에서 온다. 바로 그때 그 순간에 발견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이 종합적 발견의 특성이다. 심지어 아예 발견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그런 발견에 항상 경탄하게 된다.

    베이컨의 아틀란티스의 꿈은 이제 거의 사라져 버렸다. 과학의 영광과 위협을 동시에 내포하는 요소 하나만 제외하고 말이다. 바로 원칙적으로 가능한 일은, 즉 자연의 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모든 사건은, 충분히 굳센 의도를 품고 충분히 오래 계속하는 것만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학적 시도의 방향성이 정치적 요소, 또는 과학 외적인 사건이나 가치관에 따라 결정되는 상황 또한 이런 진실이 불러온 필연적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은 행동의 가능성 자체는 활짝 열었지만, 실제 방향을 정하는 일은 다른 이들에게 맡긴 것이다.

    에드윈 채드윅을 깎아내린 <타임스>지의 정신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미국 지방정부의 시장이 수돗물에 불소를 섞는 것을 거부하거나 영국의 저명인사가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거나 대놓고 몸에 해롭다고 주장할 때마다, 충치의 신 갭투스가 거주하는 올림포스 산의 한쪽 구석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우리는 다시 한번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의 차이를 판별해야 한다. 인간의 영혼이 지닌 가능성이 만개하는 데 훌륭한 배수로, 빠른 통신 수단, 건강한 치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가난, 궁핍, 질병에 창의성으로 연결되는 요소는 조금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감상적인 헛소리에는 절대 현혹되지 말도록 하자. 전성기의 피렌체는 거대한 상업 및 금융 중심지였다. 튜더 왕조의 잉글랜드는 북적이고 번영하는 나라였다. 예술이 역경 속에서 꽃핀다는 증거를 찾아 렘브란트의 암스테르담으로 시선을 돌려도 결국 헛수고로 돌아갈 뿐이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피터 메더워(Peter Medawar)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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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식의 아버지’라 불리는 영국의 생물학자. 피부와 장기 이식 임상 치료의 결정적 토대를 마련한 면역 내성 연구로 196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옥스퍼드대학교 모들린 칼리지에서 동물학을 전공했으며 ‘철학 논문에 가깝다’고 평가받은 졸업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49년에 런던 왕립학회 펠로가 되었고 1951년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동물학 교수직을 맡았다. 노벨상 수상 이후인 1962년부터 국립의학연구소의 소장으로 취임하여 연구소를 ‘전 세계의 면역학자, 세포생물학자, 생화학자, 기생충학자, 미생물학자들이 몰려들어 활발한 토론과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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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를 졸업했다. SF/판타지 단편과 어린이용 과학 도서 번역을 주로 하였고, 현대 해외 문학을 국내에 소개하는 일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레이 브래드버리』『시월의 저택』『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마이너리티 리포트』『진흙발의 오르페우스』『더블 스타』『하인라인 판타지』『아마겟돈』『컴퓨터 커넥션』『타임십』『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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