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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의 8일 : 생각할수록 애련한[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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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조성기
  • 출판사 : 한길사
  • 발행 : 2020년 01월 08일
  • 쪽수 : 29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3566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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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의 관점에서 돌아본 뒤주 8일간의 기록!

    [사도의 8일: 생각할수록 애련한]은 비운의 왕세자 사도와 혜경궁 홍씨의 관점으로 돌아본 뒤주 8일간의 기록으로 조성기의 문학적 깊이가 드러나는 수작이다. 역사소설을 넘어서는 인간소설이며 실존소설인 이 작품은 젊은 성군 사도의 역사적 비극을 내면적으로 파고들어간다. 조선 왕실 최대의 비극이며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뒤주형을 당한 사도. 뒤주라는 절대적인 한계 상황에서 자신이 권력 투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아버지 영조와의 갈등 그리고 혜경궁 홍씨와의 사랑을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 조성기의 놀라운 상상력으로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조성기만의 날카롭고 섬세한 필체로 그려낸 역사 속의 장면들은 슬프다 못해 애련하다.

    출판사 서평

    사도는 왜 비운의 왕세자가 되었을까
    아버지 영조의 명령으로 8일간 뒤주 속에서 목숨을 부지하다 끝내 죽음을 맞이한 비극적인 인물 사도세자. 조성기는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역사적·개인적 관점에서 다양하게 분석하고 그의 인간적인 내면을 깊이 들여다본다.
    소설은 어둡고 숨 막히는 뒤주 안에 갇힌 사도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뒤주 밖에서 아들 이산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지만 그가 비좁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왜 뒤주에 갇혀야만 했는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일뿐이다. 그는 뒤주에서 나가기만 한다면 아내와 아버지가 원하는 건실한 세자로서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도세자는 뒤주에 난 작은 틈으로 신하들이 주는 물을 받아 마시고 탈출을 감행하기도 하지만 다시 뒤주 속에 갇혀 죽음을 맞는다.

    이틀이 지났는지 사흘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희미하게 들리는 새소리로 아침이 왔다는 것을 느끼지만 그 새소리조차 정말 새가 우는 소리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다리가 몹시 저리고 뒤틀리는 듯하다. 머리가 쪼개질 듯 아프고 어지럽다. 소변을 두어 번 부채에 받아 마셨다. 이제 오줌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조금 전에는 옷을 내리고 소량의 대변도 보았다. 미음 외에 먹은 것이 없는데도 숙변이 섞여 나온 모양이다. 뒤주 안은 소변 냄새, 대변 냄새로 진동한다. 냄새에 질식해서라도 숨을 빨리 거둘 것 같다.
    차라리 속히 죽음이 다가왔으면 하지만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죽기까지 며칠이 걸릴지 알 수 없다. (/ p.47)

    답답한 뒤주 속에 있는 사도세자의 감정은 그가 아버지와의 갈등을 떠올릴 때 한층 더 증폭되어 몰입감을 더한다. 사도세자는 어린 시절 총명한 기질로 영조의 총애를 받았다. 그러나 그가 자랄수록 학문보다 무예와 예술에 재능을 보이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영조는 사도를 혹독하게 질책한다.
    영조는 사소한 일은 물론이고 사도세자의 행실과 태도를 지적하며 늘 그를 엄하게 대한다. 영조는 여러 자식들 가운데 사도세자와 화협옹주를 가장 못마땅하게 여겼는데 그는 사도세자가 무슨 말을 하면 곧장 귀를 씻고 귀 씻은 물을 화협옹주가 사는 방향으로 버리며 그들에게 좀처럼 애정을 주지 않는다. 아버지라는 단단하고 거대한 산에 가로막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던 사도세자는 자신이 이미 오래전부터 뒤주 안에 갇혀 있었다고 말하며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드러낸다.

    아버지는 정말 틈 하나 없는 사람이다. 아버지 앞에만 서면 숨이 막힌다. 나는 사실 오래전부터 뒤주 안에 갇혀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스로 완벽하다고 여기는 아버지는 나에게도 완벽을 요구해왔고,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움츠러들고 흐트러지고 어긋나기만 했다. (/ p.28)

    50년간 재위를 지킨 영조는 사도가 어릴 때부터 수렴청정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이를 결사적으로 막기 위해 대신들과 사도는 땅바닥에 이마를 짓찧어 영조의 마음을 바꿔놓는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사도는 공부를 점점 게을리 하고 [금병매][성경직해][칠극] 같은 책을 읽는다. 또한 귀신을 부릴 수 있다는 [옥추경]의 주문을 외우기도 했는데 그때부터 그의 정신이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사도세자는 미행을 핑계 삼아 바깥으로 나가서 기생이나 비구니들과 어울린다. 궁에서 내관과 내인들을 만나면 자신의 아비를 욕해보라고 한다. 아마도 자신이 직접 영조를 욕할 수 없는 충동을 신하들이 발산해주기를 바랐던 것 같다. 이를 조금이라도 꺼리는 기색이 있으면 살이 터지도록 때리고 피투성이가 된 몸을 범하는 등 잔인한 일을 일삼는다. 아내 혜경궁 홍씨는 그의 난폭한 행동을 이렇게 증언한다.

    남편은 양제 임씨, 수칙 박씨 말고도 여러 내인을 가까이했는데 내인이 조금이라도 꺼리는 기색이 보이면 살이 터지도록 때리고 나서 피투성이 된 몸을 범했다.
    당번내관 김한채의 목을 베어 그 머리를 손에 들고 다니며 내인들에게 보여주었을 때는 정말 까무러칠 뻔했다. 나는 그때 생전 처음 목이 잘린 머리를 보았다. 얼마나 섬뜩하고 흉측하던지.
    한번 사람을 죽이고 나자 예삿일처럼 연이어 내인 여럿을 죽였다. 귀신이 시키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단 말인가. (/ pp.25~26)

    이러한 행동으로 사도세자와 영조의 감정의 골은 더욱더 깊어진다. 영조는 천재지변도 사도의 탓으로 돌릴 정도로 극도의 미움을 드러내고 사도는 어떠한 노력으로도 아버지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흔들지 마라! 어지럽다.” (/ p.279)

    사도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혜경궁 홍씨는 남편의 인생도 누가 자꾸만 흔드는 바람에 정신이 망가지고 삶도 망가졌다고 회상한다. “흔들지 마라”라는 사도의 마지막 말은 자신이 외부 상황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사도의 굳은 자존심을 표현한 말이 아니었을까. 정파와 당쟁이라는 권력 투쟁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영조와 자신의 설 곳을 찾지 못하고 움츠러든 사도세자의 삶을 생생하게 들여다보면서 외롭게 희생당하는 한 인간의 비극적인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입체적인 인물로 재탄생한 사도세자
    당쟁 싸움의 중심에서 사도세자가 느낀 세자로서의 중압감과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한평생 질책에 시달리면서 받아온 상처는 그를 점점 더 거세게 옥죈다. 영조는 자신이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비밀 세 가지 때문인지 성격이 특이했다. 거기에 더해 영조의 삐뚤어진 부정으로 자신감을 상실한 사도세자는 정신병을 얻고 날마다 괴팍한 행동을 일삼는다. 그는 영조가 옷차림을 자주 지적하는 바람에 의대증(衣襨症)에 걸렸는데 한번 옷을 입으면 때에 절어 누추해질 때까지 벗지 않았고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정신을 놓고 신하들의 목을 베어 모두를 공포에 떨게 했다.
    사도세자는 숙종대왕의 계비 인원황후의 침방나인 빙애에게 마음을 빼앗겨 그녀를 얻기 위해 연못에 몸을 던지기까지 했지만 옷을 갈아입다가 이성을 잃고 자신이 그토록 사랑한 빙애를 마구 때려죽인다.
    하지만 그런 사도세자의 정신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도 있었다. 사도세자는 병을 핑계로 궁을 떠나 온양온천으로 거둥했던 일을 떠올리며 그때가 살아 있음을 가장 확연하게 느낀 시기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에게서 벗어난 사도는 온양으로 가는 길에 만난 백성들을 친히 돌보고 죄인들에게 적절한 판결을 내리는 성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온천에 몸을 담그며 아버지를 떠나면 자신도 정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단 한순간 아버지에게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정상이 될 수 있었던 사도세자의 삶이었기에 28세의 젊은 나이로 죽음을 맞이한 사도가 더욱 안타깝다. 작가 조성기는 사도를 정신병자가 아닌 성군의 자질을 가진 인물로 묘사한 것이다.
    영조가 사도세자에게 아량을 베푼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정성왕후와 인원왕후가 한 달여 간격으로 승하했고 화순옹주가 남편을 따라 세상을 떠난 시점이었다. 모친상을 당하고 아끼는 딸을 잃은 영조는 이전과 같지 않게 유순해졌다. 영조의 달라진 태도에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는 감동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기에 안심하지 못한다. 영조에게 감동을 받은 그날 사도세자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며 아버지의 사랑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붙어 있음을 예감한다.

    “그간 너에 대해 이상한 소문들이 돌던데 무슨 일을 했는지 바로 아뢰라.”
    나는 둘러댈 수도 있었으나 아버지 앞에만 서면 벌거벗겨지는 느낌이었다.
    “심화(心火)가 나면 견디지 못하여 사람을 죽이거나 닭과 짐승들을 죽여야 마음이 풀립니다.”
    “어찌하여 그리하느냐”
    “마음이 상하여 그리했습니다.”
    “어찌하여 마음이 상했느냐?”
    “사랑하지 아니하시므로 섧고, 꾸중하시기에 무서워 심화가 되어 그렇습니다.”
    “내가 이제는 그리하지 않겠다.”
    아버지에게서 이런 대답을 들어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싶었다. 아버지 때문에 내가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버지도 인정한다는 말인가. 내가 놀라며 아버지 얼굴을 다시금 올려보았다. 두 눈이 촉촉이 젖어 있고 연민의 기색이 어려 있었다. 나도 가슴이 사뭇 저려 왔다. (/ pp.183~184)
    이 작품은 독자가 사도에게 감정이입되어 사도의 상황에서 생각하게 한다. “사도세자는 왜 광인이 될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며 그가 죽기 며칠 전부터 어린 시절로 점점 거슬러 올라가 그에 대한 답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낀다. 독자들은 사도세자의 목소리로 실감나는 뒤주 이야기를 경험하면서 역사 속에 미치광이로 기록된 사도가 아닌 영특하고 사려 깊은 사도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조성기는 사도세자의 내면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싸고 조정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들을 재구성해 생생하게 구현해낸다. 영조가 여러 신하들에게 ‘가탕평’이라 비난받았던 탕평책을 시행하는 과정과 사도세자가 대리청정을 하면서 사소한 일 하나까지 청나라의 허락을 구해야 했던 것, 영조가 군역을 균등하게 하는 균역법을 과감히 시행한 일 등은 당대의 시대적 흐름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오랫동안 아버지 영조에게 버림받은 광인으로 기억된 사도세자가 깊이 있는 통찰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더욱 입체적인 인물로 재탄생했다. 독자들은 문학을 통해 다시 한번 사도세자를 만나며 새로운 시선으로 역사를 경험할 것이다.

    죽음의 목격자 혜경궁 홍씨의 목소리를 담다
    작품의 또 다른 백미는 혜경궁 홍씨의 관점에서 바라본 사도세자와 영조의 관계다. 조성기는 [작가의 말]에서 30대 초반에 [한중록]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아 [사도의 8일]을 쓰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한중록]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게 된 것이 혜경궁 홍씨의 아버지 홍봉한과 관련이 깊다는 소문이 돌자 홍씨가 자신의 아버지를 신원하고 몰락한 친정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펴낸 책으로 역사적 사료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사도의 8일]은 쉽게 풀어 쓴[한중록]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풍부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다룬다.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아버지 영조로 인해 상처받은 사도세자의 모습과 그런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아들 이산을 지켜야 했던 어지러운 시대에 혜경궁 홍씨는 어떻게 자기 자신을 지켰는지 들여다보게 된다.
    세자의 생모인 선희궁은 사백 년 종사를 지키기 위해 애간장이 녹는 심정으로 영조에게 사도의 행실을 고하고 자신의 아들을 처분해달라는 상소를 올린다. 사도세자는 후원 땅을 깊이 파 구덩이를 만들어 집을 짓고 그 속에서 기거할 수 있게 해놓는다. 그 모습을 본 홍씨는 그가 마치 관에 들어가서 자는 연습을 하는 것 같아서 섬뜩한 느낌을 받는다.

    구덩이 집을 짓기 전에도 침소를 빈소처럼 꾸미고 다홍색 비단으로 명정 비슷한 것을 만들어 세워놓곤 했다. 염을 한 시체를 안치하는 영침 같은 것을 짜와서 그 속에 들어가 잠을 자기 일쑤였다. 관 속에 들어가 자는 연습을 함으로써 자신의 죽음을 예비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섬뜩하고 소름이 끼쳐 남편의 침소 가까이 가기조차 꺼려졌다. (/ p.87)

    사도세자가 뒤주형을 받자 혜경궁 홍씨는 자결하려 했지만 내관들이 칼을 빼앗는 바람에 실패하고 만다. 홍씨는 영조에게 본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으나 “보전하여 세손을 구호하라”는 명령에 따라 궁에 남아 아들 이산을 돌보게 된다. 혜경궁 홍씨는 전부터 영조가 세손을 아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도가 온천으로 떠난 사이 영조가 세손에게 “나라의 흥망이 오로지 너에게 달려 있다”고 써준 글을 보고 남편의 죽음이 머지않았음을 예감한다.

    남편도 대조가 자기 대신 세손을 세우려고 한다는 것을 여러 방면에서 감지하고 있었을 것이었다. 세손을 세운다는 것은 남편에게는 죽음을 의미한다는 사실도 예감하고 있었을 터였다.
    나도 마음을 독하게 먹지 않으면 안 되었다. 어찌해서든지 세손을 보존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 p.171)

    혜경궁 홍씨는 어지러운 시대에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며 상처로 얼룩진 인생을 80년간 끈질기게 버텨낸다. 사도세자를 감싸안은 혜경궁 홍씨에게서 여성성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이유다. 사도세자는 죽음을 앞둔 그녀의 내면 한가운데 응어리져 있는 상처다. 혜경궁 홍씨는 끊임없이 흔들리던 남편의 인생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자신도 사도세자처럼 뒤주 안에 들어가 생을 마감한다.
    천판을 들어 뒤주 안으로 내가 들어간다. 쌀이 바닥에만 깔려 있어 내 몸이 다 들어갈 수 있다. 천판을 다시 닫는다. 캄캄해진다. 물속같이 적막하다. 내가 스스로 들어와서 그런지 편안함마저 느낀다. 남편이 종종 구덩이 집에서 관 속에 눕곤 했는데 이런 기분을 느끼려고 그랬나 싶다.
    남편이 뒤주 속에서 어떤 생각들을 하며 죽어갔을지 상상해본다. 내가 비록 오늘 죽지 않는다 하더라도 남편이 팔 일 동안 갇혀 있었던 뒤주 안에 나의 여생이 담기게 될 것이다.
    내가 쌀 위에 무릎을 꿇고 남편의 마지막 자세처럼 절하며 엎드린다. (/ pp.285~286)

    우리는 이 대목에서 조성기의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그는 실제로 일어났을 법한 일을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의 목소리로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그만의 상상력으로 역사적 사실에 살을 덧붙여 일련의 사건을 재구성했다. 한 시대를 이토록 생생하게 구현해내는 작가가 또 있을까. 한평생 문학의 길을 걸어온 그의 내공이 느껴진다.
    우리는 조선 왕실 최대의 비극을 재조명한 이 작품을 통해 성군의 자질을 가진 한 인간이 정신적으로 파괴되고 희생양이 되어가는 운명을 지켜보게 된다.[사도의 8일]은 사도세자의 인간적인 고뇌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인간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잃어버린 공간을 찾아서](2004) 발표 후 16년 만에 쓴 장편소설로 조성기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역작이다.

    목차

    제1일
    제2일
    제3일
    제4일
    제5일
    제6일
    제7일
    제8일
    작가의 말│그 애련한 날들

    본문중에서

    뒤주에서 나가기만 한다면 이제는 아내와 더불어 아버지가 원하는 건실한 세자의 삶을 살아갈 수도 있을 텐데. 하지만 밤이 깊어갈수록 내가 뒤주에서 결국 죽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더욱 밀려온다. 바깥은 밤이고 뒤주 안은 더한층 짙은 밤이다. 밤은 죽음을 닮았다.
    (/ p.13)

    아버지는 정말 틈 하나 없는 사람이다. 아버지 앞에만 서면 숨이 막힌다. 나는 사실 오래전부터 뒤주 안에 갇혀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스로 완벽하다고 여기는 아버지는 나에게도 완벽을 요구해왔고,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움츠러들고 흐트러지고 어긋나기만 했다.
    (/ p.28)

    내가 어머니 자궁 속 양수 안에 태아로 웅크리고 있는 듯하다. 내가 잉태되기 전에는 원래 없었고 또다시 없는 상태로 돌아가려 한다. 없는 존재, 없어야 하는 존재. 없음과 없음 사이에 잠시 존재했던 스물여덟의 내 삶은 없음만도 못하다. 조물주는 없음만도 못한 존재들을 왜 세상에 자꾸 내보내는 것인가. 전 우주가 결국 없음으로 돌아갈 텐데. 그래도 태어난 이상 벌레들처럼 꾸물거리며 살아가야 하는 인생.
    (/ pp.160~161)

    누가 또 뒤주를 흔든다. 그 바람에 내 몸을 담가주던 온천물이 후룩 빠져나가 버린다. 내가 흔들리면서 신음을 흘린다. 저들은 뒤주를 흔들어보면서 내 생존을 확인하고 있지만 나 역시 흔들리면서 스스로 생존을 확인한다.
    (/ p.161)

    남편도 대조가 자기 대신 세손을 세우려고 한다는 것을 여러 방면에서 감지하고 있었을 것이었다. 세손을 세운다는 것은 남편에게는 죽음을 의미한다는 사실도 예감하고 있었을 터였다.
    나도 마음을 독하게 먹지 않으면 안 되었다. 어찌해서든지 세손을 보존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 p.171)

    나도 모르게 나의 죽음을 예고했다. 아버지가 나를 이해하는 듯 말하고 인자한 표정까지 지어보인 그날에, 나도 잠시 감격했던 바로 그날에, 나는 아버지의 사랑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붙어 있음을 예감했다. 아버지가 나를 감격케 했다가, 아니 아버지가 나로 인해 감격했다가 다음 순간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사례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 p.184)

    나는 숨이 막혀 헐떡인다. 물 한 모금 공기 한 줌 없는 공간이다. 나는 굶어 죽는 게 아니라 공기가 없어 질식해 죽을 것이다. 그래도 미량의 공기는 있는지 겨우겨우 숨이 쉬어진다. 숨을 조금만 쉬지 않아도 죽고 마는 인간은 얼마나 연약하기 그지없는 존재인가.
    (/ p.247)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1.03.30~
    출생지 경남 고성
    출간도서 42종
    판매수 3,978권

    1951년 경남 고성에서 출생하였고, 부산중과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재학 시절인 1971년 [만화경]으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선 그는 고시와 종교의 갈림길에서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절대자 앞에 선 인간의 실존을 탁월하게 형상화하여 기독교 문학의 진수를 보여 주었으며, 삶과 종교의 본질 그리고 사회 문제에 깊이 천착한 작품을 발표해 왔다. 장신대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1985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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