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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하 : 불교 유명론과 인간의 인식[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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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이 책은 기원전 4세기까지 소급할 수 있는 인도 언어철학의 흐름을 살피고, 세계적인 연구자들이 인도불교의 핵심 논리인 아포하론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한 시도를 담고 있다. 국내외에서 아포하론에 관한 체계적인 저서가 드문 현실에서 이 책은 인도 불교 인식논리학 및 언어철학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가장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인도불교의 핵심 개념 ‘아포하’를 통해
    불교의 인식론, 논리학, 언어철학을 꿰다!

    [아포하: 불교 유명론과 인식의 문제]는 불교 유명론인 아포하론(apoha vada)에 관한 것이다. 아포하론은 무엇보다도 보편자의 문제 즉 다자를 포괄하는 일자(the one)의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이다. 그 문제는, 우리가 항아리(pot)를 볼 때 그것을 항아리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항아리’라는 이름으로, 즉 많은 다른 개별적인 항아리들에 적용되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설명하는 문제이다. 이 개별자가 다른 많은 개별자들과 공유하고 있는 항아리임(being-a-pot)이라는 그 하나의 사물은 무엇인가? 그러한 하나의 사물이 실제로 이 세계에 존재하는가? 게다가 각각의 항아리들이 실제로 이 세계에 존재하는가? 아니면 그것은 단지 어떤 종류의 정신적 구성물일 뿐인가? 첫 번째 입장을 주장하는 것은 보편자 실재론이며, 두 번째 입장을 주장하는 것은 보편자 유명론이다. 보편자 유명론은 인도불교의 언어철학이며 보편자 실재론은 인도의 비불교 언어철학이다. 이 책은 보편자 유명론을 주장하는 인도불교의 언어철학인 아포하론과 보편자 실재론을 주장하는 인도의 비불교 언어철학과의 대비를 통해 아포하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드러내고 있다.

    인도 철학에 흐르는 실재론과 유명론의 계보를 살피다
    역사적으로 아포하는 ‘낱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인도 언어철학의 정초자인 디그나가(Dignaga)의 답변이다. 그런데 인도 언어철학의 완성자인 다르마키르티는 자신의 주저인 [프라마나바르티카] 제1장 ‘자기를 위한 추리’의 자주(自註)에서 아포하론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 그런데 이러한 아포하의 의미론은 부분적으로는 관계와 속성이 없는 순수한 개별자들에 관한 복합적인 형이상학이 되고, 부분적으로는 관습적으로 실천과 관계되는 배제작용으로부터 형성된 상상적 일반성에 관한 심리학이 된다. 이 순수한 개별자들은 현실세계의 궁극적 지시대상과 구성물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이 현실세계에서 행위들은 낱말에 의해 의미되는 타자로부터의 구별에 근거해서 수행된다. 정신과 독립해서 존재하는 보편자라는 주장에 반대하는 유명론자들의 근본적인 공격의 근저에는 인도 실재론의 의미론(semantics)이 가로놓여 있다.
    인도 실재론의 의미론의 기원은 이미 기원전 4세기에까지 소급할 수가 있다. 파니니의 문법학 등이 이미 체계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신의 말씀인 베다성전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사람들이었다. 베다의 성전은 말씀이며 말씀의 주체는 신이다. 산스크리트는 신의 말씀을 기록하는 도구인 것이다. 신이 천지 위에 있는 것을 하늘이라 부르면 하늘이 되는 것이며, 아래에 있는 것을 땅이라 명명하면 땅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 동물, 식물, 나무 등 이렇게 이름을 부르면 그 대상은 의미를 갖게 된다. 그렇다고 신은 대상에 이름을 붙일 때 자의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그러면 사람들을 설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신은 대상에 이름을 붙일 때 바로 대상에는 불변의 본질이 있다고 간주하고 그 본질을 가리켜 명명했던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름 즉 언어를 통해 사물 즉 대상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오래전부터 인도에서는 문법학이 공부의 필수과목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사물의 본질을 언어가 명명할 때 의미가 주어진다는 인도 실재론의 언어철학도 아우구스티누스 등과 마찬가지로 ‘본질주의적 언어론’에 기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포하’ 개념으로 ‘찰나멸’의 언어철학을 모색하다
    반면 무상(無常), 무아(無我), 공(空), 찰나멸(刹那滅)을 존재론으로 하는 인도불교는 무상한 존재의 근저에 상주하는 불변의 실체를 상정하지 않고서 인간의 물리적 정신적 경험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비실체(non substance)적 사유도식’에 기반한다. 이런 측면에서 베다를 신봉하며 궁극적 실체를 전제로 하는 인도정통 철학이나 종교에서 보면 인도불교는 외도(外道)이다. ‘비실체적 사유도식’을 존재론으로 하는 인도불교의 언어관은 ‘본질주의적 언어론’을 취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그들의 사상과 모순이 되기 때문이다. 하여튼 일체는 무상하고 찰나멸하며 공하다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언어철학을 구성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사유에 의해 한정되는 대상이나 언어에 의해 규정되는 대상 자체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며 동시에 그것은 한 찰나 이상은 존속해야만 하는데 일체가 찰나멸하면서 동시에 공하다고 한다면 대상도 존재하지 않는데 어떻게 사유와 언어가 가능한가 하는 질문에 대해 답하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인도철학에서 새로운 논리학[新因明]의 창시자이자 인도불교 언어철학을 정초한 디그나가(Dignaga, 480~540)는 ‘아포하’(apoha)라는 개념으로 새로운 언어철학을 구축한다. 아포하는 ‘배제’, ‘부정’을 의미하는 말이다. 디그나가는 자신의 주저 [프라마나삼웃차야] 제5장 「아포하」에서 “언어는 자신의 대상을 타자의 배제에 의해서 제시한다.”고 주장한다. 즉 언어는 객체적으로 실재하는 것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타자의 배제’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언어가 타자의 배제를 대상으로 한다는 ‘아포하의 언어론’은 ‘본질주의적 언어론’과 그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디그나가의 ‘아포하의 언어관’은, 실체-속성의 사유도식을 기반으로 하여 ‘인식을 완결된 주체가 갖는 객체의 인식활동’이라 간주하는 ‘아견(我見)에 근거한 인식론’이 아니라, ‘인식을 완결된 주체가 갖는 객체의 인식활동이라 보지 않고 생성하는 주체가 갖는 자기 구성적 활동이나 객체를 자기화하는 존재론적 활동’으로 보는 ‘무아견(無我見)에 근거한 인식론’을 전제한다는 것이다.

    맹목적 믿음의 시대에 불교인식론을 통해 찾는 합리적 깨달음
    그렇다면 아포하론의 현대적 의의는 무엇인가? 언어는 대상의 본질을 지시한다는 인도 실재론의 의미론은 종교론적 측면에서 보면 경전 권위의 절대화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말씀의 주체인 신의 전지전능성을 강조하게 된다. 경전의 권위가 절대화되고 신의 전지전능성이 강조되는 그곳에는 맹목적 신앙만이 요구될 뿐이다. 인도불교의 유명론에 입각한 디그나가와 다르마키르티의 아포하 언어철학은 이러한 맹목적 신앙만을 강조하고 인간 자신의 지혜에 의한 해탈의 가능성이 극도로 위축되는 시대에서 합리적 인간의 지혜에 의한 깨달음의 길로 이끌기 위해서 나온 것이다. 요컨대 비합리적 맹목적 종교는 인도 실재론의 의미론에 기반하고 있다면, 합리적 종교는 인도불교의 유명론의 의미론에 기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아포하론은 낡은 종교에서 새로운 종교에로의 전환을 추동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목차

    옮긴이 서문
    서문

    서론 - 아린담 차크라바르티·마크 시더리츠
    1장.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말하는 방법: 디그나가와 다르마키르티의 아포하론 - 톰 틸레만스
    2장. 디그나가의 아포하론 - 올레 핀드
    3장. 다르마키르티 아포하론의 주요 특징들 - 존 던
    4장. 다르마키르티의 순환성 논쟁 - 파스칼 위공
    5장. 인간의 인식을 이해하는 접근법으로서의 아포하론 - 가쓰라 쇼류
    6장. [니야야만자리]에 나타난 아포하론 - 핫토리 마사아키
    7장. 인식 사건 내용의 구성 - 파리말 파틸
    8장. 아포하의 의미론: 비판적 해설 - 프라발 쿠마르 센
    9장. 개념 형성에 대한 자연화된 설명으로서의 아포하 - 조르주 드레퓌스
    10장. 아포하, 성질 배치, 그리고 감각 내용 - 조너던 가네리
    11장. 푸네스, 그리고 추상 없는 세계에서의 범주화 - 아미타 차테르지
    12장. 아포하 의미론: 몇 가지 소박한 질문들 및 의혹들 - 밥 헤일
    13장. 고전적 의미론과 아포하 의미론 - 브렌든 질론
    14장. 황혼의 솔록근나국 - 마크 시더리츠

    참고문헌
    지은이 및 옮긴이 소개

    본문중에서

    아포하론은 무엇보다도 보편자의 문제, 즉 다자를 포괄하는 일자의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이다. 그 문제는, 우리가 항아리를 볼 때 그것을 항아리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항아리’라는 이름으로, 즉 많은 다른 개별적인 항아리들에 적용되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설명하는 문제이다. 이 개별자가 다른 많은 개별자들과 공유하고 있는 항아리임이라는 그 하나의 사물은 무엇인가? 그러한 하나의 사물이 실제로 이 세계에 존재하는가? 게다가 각각의 항아리들이 실제로 이 세계에 존재하는가? 아니면 그것은 단지 어떤 종류의 정신적 구성물일 뿐인가?
    (/ p.25)

    이 책에 실려 있는 논문들은 아포하론을 단순히 역사적 산물로서만이 아니라, 중요한 철학적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으로서 탐구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접근 방식이 실질적인 철학적 장점을 지닌다면, 이러한 접근 방식은 아포하론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개념들과 관련해서 제기하는 질문에 대한 생생한 대답을 산출해야만 한다. 동시에 우리는 보편자들에 관한 인도의 논쟁에 연료를 제공했던 형이상학적 수수께끼들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으로서 아포하론의 적합성을 평가해 보고 싶다.
    (/ p.79)

    다르마키르티는 아포하론을 구체화된 인식의 인과적·기술적 모델에, 그리고 이 연관이 개념에 가져다주는 최소주의적 접근에 관련시킨다. 다르마키르티 철학의 이런 측면을 보여 주는 하나의 방법으로 그것을 현대의 ‘자연화된’ 인식론이라는 관념에 비교해 볼 수 있다. 넓게 보아 ‘자연화된’이라는 말은 현상학적 혹은 인식론적 이론들을 어떤 면에서는 자연과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설명의 틀에 통합시키려는 기획을 의미한다. 분명히 다르마키르티의 접근법은 오늘날의 자연과학과 관심을 공유하지 않지만, 그것은 이 시대의 맥락에서 인식론이 ‘자연화되었다’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부분적인 대답이 될 수 있는, ‘우리의 인식 과정에 대한 경험적인 심리학적 연구’라는 동력을 공유한다.
    (/ pp.181~182)

    인간의 착오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은 위험한 독단론과 광신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보편적이고 구제 불가능한 착오를 인정하는 것도 극단적인 형태의 치명적 회의주의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는 한 가지 길은 이런 착오들이 결국은 구제 불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신비로운 비전이나 초인간적 힘을 가지고 이런 환상들을 볼 수 있는 전지적인 존재가 그것들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해답은, 이런 주장들이 일단 인정되면 우리의 경험으로는 지지할 수 없는 기이한 이론을 만들어 내게 되고 세속적이거나 일상적인 경험은 착오이며 선택된 소수만이 궁극적 진리에 직접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하게 되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것이 될 수 없다. 그런 것은 합리적 담론으로서의 철학의 종말임이 분명하다.
    (/ p.373)

    저자소개

    마크 시더리츠(Mark Siderits) [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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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리노이주립대학교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재직하고 정년퇴임했다. 주 관심사는 현대 분석철학과 고대 인도·불교 철학의 접점에서 분석형이상학이 갖는 가치에 대한 것이다. 저서로 『인도 언어철학』(1991), 『개인의 정체성과 불교철학: 텅 빈 인간』(2003), 『철학으로서의 불교』(2007) 등이 있다.

    톰 틸레만스(Tom Tillemans) [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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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로잔대학교 불교학과 교수. 불교의 중관과 불교 인식론에 대해 연구해 왔고 비교철학에 대한 관심도 키우고 있다. 저서로 『권위자들』(1993), 『경전, 논리, 언어』(1999), 『다르마키르티의 『프라마나바르티카』: 제4장 번역과 주석』(2000), 『아리야데바, 다르마팔라, 그리고 찬드라키르티 연구 자료』(2008) 등이 있다.

    아린담 차크라바르티(Arindam Chakrabarti) [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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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니브룩 대학교 철학과 교수. 전통적인 산스크리트어에 기초해서 인도 논리학, 인식론, 언어철학에 관해 배웠고, 니야야, 불교, 카슈미르 시바교, 베단타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저서로 『존재의 부정』(1997) 등이 있고, 『낱말로부터의 앎』(1994), 『보편자, 개념, 특질』(2006) 등을 공동 편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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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대, 인제대, 부산가톨릭대 등에서 철학과 종교 및 윤리를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상생의 철학](공저), [다르마키르티와 불교인식론] 등, 역서로 [무상의 철학], [인도인의 논리학](공역), [티베트불교철학](공역), [근대일본과 불교](공역), [다르마키르티의 철학과 종교], [불교인식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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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부산대학교와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강의했다. 최근 윤리적 관점에서 문학을 읽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포스트구조주의와 문학』, 역서로 『불교인식론』(공역)이 있으며, 논문으로 「저항의 정치학과 ‘누런 벽지’」, 「문학의 탈신비화와 저항적 자아」, 「『제5도살장』: 세계와 주체성」, 「디지털 스토리텔링과 자서전적 글쓰기」, 「차이와 생성으로서의 디지털 서사: 공감각적 내재성」, 「소쉬르의 언어이론과 디그나가의 아포하론」, 「『뉴욕 3부작』의 추리와 읽기」, 「J. M. 쿳시의 소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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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부산대, 해양대 등에 출강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칸트철학과 현대(공저), 칸트철학과 현대 해석학(공저)이 있으며, 칸트의 선험적 연역에 관한 연구, 칸트의 제3이율배반과 선험적 자유 외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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