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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는 국어사전이 없다 : 김혁분 시집[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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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혁분
  • 출판사 : 지혜
  • 발행 : 2019년 12월 20일
  • 쪽수 : 112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5728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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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목욕탕에는 국어사전이 없다』는 ‘나’와 ‘너’와 ‘당신’이라는 주체와 그들의 몸을 통해 현현하는 질박한 삶의 현장이다. 그리고 그러한 삶은 하나로 응집되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실체를 상징화한다. 여기에 무수히 많은 ‘나’와 ‘너’와 ‘당신’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 우리 모두의 삶과 세계가 있다. 그곳에서의 삶이 쉽지는 않지만 질박한 몸의 언어는 그것이야말로 진짜 우리의 삶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그것은 “심장에 과녁을 세우려는” 고통의 순간일 수도 있고, “제 전부를 걸고 종처럼 흔들리”는 삶의 절박함일 수도 있다. 시인이 말하려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절체절명 앞에 놓인 우리 모두의 삶인 것이다. 벼랑 끝에 선 것만 같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그 어떤 순간과 몸의 문양인 것이다.
 
한때는 덤덤했지
어느 날 저녁 당신이 나를 열어 나는 뜨거워졌지
 
긴장하지 마
예열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해
 
훅 훅
머리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배꼽까지 내려가고 있는 열기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
 
그때
나를 열어 봐
 
침착해야 해
다 데워지지 않았다면
 
좀 더
조금만 더
-「오븐」 전문
 
‘나’와 ‘당신’은 이렇게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한때는 덤덤”했던 존재들은 “어느 날 저녁 당신이 나를” 열고나서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서로의 관계는 쉽게 뜨거워지지 않는 법이다. “예열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고 ‘나’와 ‘당신’의 관계 역시 하나의 세계로 합일에 이르기까지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어쩌면 시인이 삶과 죽음을, ‘나’와 ‘너’와 ‘당신’을 하나의 세계로 바라보는 것은 이러한 기다림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시인은 우리 앞에 펼쳐진 것들을 천천히 응시하고자 한다. 그곳에 쉽게 달아오르는 뜨거움은 없을지 모르지만 그런 만큼 ‘나’와 ‘당신’은 더욱 간절해진다. 시집 전반을 관통하는 시인의 음성은 낮고 조용하지만 단호하고, 그윽하지만 강렬하다. 그것은 아마도 시인이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시적 분위기를 형성하며 시집 전반의 매혹을 만들어낸다. 이토록 고요한 강렬함과 끌림이라니!
그런데 이 시집에는 하나의 세계로 수렴되는 매혹 이외에 또 다른 특별함이 있다. 바로 몸의 상상력이 그것인데, 언뜻 보기에 몸의 상상력은 앞에서 이야기한 시적 경향과 친화력을 지니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몸의 상상력은 ‘나’와 ‘너’와 ‘당신’을 통해 발현되는 시적 세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특별한 매혹을 만들어낸다. ‘나’와 ‘너’와 ‘당신’이라는 시적 주체는 몸을 통할 때라야 실재하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목욕탕 안에서
한 여인이 씻고 있어
 
코끼리 같은 몸으로
어디서 물 좀 써 봤다는 듯 샤워기를 틀어놓고
 
몸에 물이 닿자 폭포가 생겼어
가슴에서 1단 배에서 2단 그 아래로 3단
 
3단 폭포가 몸을 약간 구부리자 2단으로 변신했어
 
나는 그 옆에서 빈약한 가슴을 가리며
젖탱이란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고 싶었어
 
코끼리처럼 쿵쿵거리며
두 발을 벌리고 서 있는 여인은 분명 정글 숲에 있었어
 
검은 수풀을 헤집으며
정글 숲을 지나가고 있었어
 
나는 정글 숲을 돌아서 가며
물은 물 쓰듯 써 버려야한다고 오늘 한 수 또 배웠지
-「목욕탕에는 국어사전이 없다」 부분
 
시인은 한 여인의 몸을 관찰하고 있다. 여인의 몸은 삶의 질곡을 그대로 담은 것만 같은 모습이다. 그것은 아름다움도 추함도 아닌, 그저 몸일 뿐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그리고 그저 몸일 뿐인 몸은 그 자체로 삶의 경이이자 아픔이 되기도 한다. 몸을 통해 재현되는 삶은 얼마나 진솔한 음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던가! 시인이 인식하는 몸의 상상력은 바로 이런 것이다. 시인이 응시하는 몸은 그것만으로 삶 그 자체이다.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모든 희비의 순간들은 몸을 통해 생생한 삶의 현장과 기억이 되기에 이른다. 따라서 「목욕탕에는 국어사전이 없다」에 등장하는 여인의 몸은 삶의 희로애락이 음각된 처연한 세계이다. 시인은 희로애락이 음각된 몸을 통해 이것이야말로 진짜 삶이라고 우리에게 힘주어 말한다. 이토록 숙연한 몸의 상상력이라니! 김혁분 시인이 드러내는 몸의 상상력이 우리에게 강렬한 매혹이 되는 이유는 그것이 생생한 날것 그대로의 치열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목을 내놓는 것”은 나의 모든 것을 거는 행위이다. 따라서 “목젖을 내보이는 것은 목을 내놓은 것”이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시인의 몸은 이토록 절박하게 삶을 이야기한다. 시인에게 몸은 단순히 삶을 드러내는 표면적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절박한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기호이며 때로는 삶 자체가 되기도 한다. 이때 몸은 단순한 육체성을 넘어서며 삶이 관통하는 처절한 사투의 장이 된다. 그럼으로써 김혁분 시의 몸은 특별한 의미와 상징을 지니는 존재로 올라서게 된다.

목차

시인의 말 5

1부

happy birthday 12
철화백자 13
모성본능 14
쾌속 질주 15
목욕탕에는 국어사전이 없다 16
늑대와 함께 춤을 18
셔틀콕 20
젓가락에 대한 단상 21
루머 22
낚인 것은 내 이력이 전부였다 23
퍼즐을 맞추다 24
족저 근막염 25
너를 베껴 쓸 수 있었다 26
누구일까 28
취급주의 30

2부

구멍에 대한 담론 34
고무장갑 35
쓰 - 윽 36
꼬리의 훗날 38
우울한 사색 40
오븐 42
메멘토 모리 43
후견인 44
시계 45
젖어 있다는 것 46
모기 47
목적은 과녁이 아니다 48
시식詩食 50
퍼포먼스 52

3부

주식株式 주식主食 56
타조에게 말 걸기 58
여섯 번째 감각 59
카수 마르주 60
노점상 61
하, 허, 호 62
잘 찍고 잘 맞추고 잘 풀어! 63
폭염 64
노래방에서 65
진리, 질리도록! 66
탱자를 읽다 67
이 별의 눈꺼풀엔 젖은 반나절이 남아 68
해미읍성 70
낙지 72
누룽지 74

4부

털모자를 짰다 76
안녕, 펩타이드 77
판화 78
변론 80
영광 김씨靈光 金氏 82
화 83
木人의 주문 84
모래 인간 85
악어 이야기 86
하늘매발톱꽃을 심다 87
봄의 소리를 들었어 88
두리안에 빠지다 90
자웅 92
아무 일 아닌 것도 걱정이 되는 93

해설나와 당신을 호명하는
언어와 몸의 문양조동범 96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2007년 계간 『애지』에 「젓 가락에 대한 단상」 외 4편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메일: kimhb12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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