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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큰글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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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9일 이후 누적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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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박연선
  • 출판사 : 놀(다산북스)
  • 발행 : 2020년 01월 03일
  • 쪽수 : 39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30627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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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은품(7)

    출판사 서평

    한국형 코지 미스터리의 탄생!
    이 소설 덕분에 여름이 재미있어진다!

    “15년 전, 아홉모랑이 마을에서
    네 명의 소녀가 사라졌다”
    사고? 납치? 그것도 아니면 귀신의 장난……?
    과연 ‘네 소녀 실종 사건’의 범인은 누구인가!

    서울에서 내려온 4차원 백수 강무순, 팔십 세 홍간난 여사, 츤데레 꽃돌이!
    트리오가 펼치는 좌충우돌 탐정 놀이!


    나를 열등감에 빠지게 한 작가를 향해 뻑큐를 날렸다. 박연선. 너 혼자 다 해먹어라, 그래!”
    - 이경희 / 작가 (「함부로 애틋하게」. 「미안하다 사랑한다」)

    첩첩산중 적막강산 아홉모랑이 마을
    두왕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흥미진진 미스터리!


    첩첩산중 두왕리, 일명 아홉모랑이 마을에 사는 강두용 옹은 막장 드라마를 보던 중 뒷목을 잡고 쓰러져 생을 마감한다. 구급차가 총알처럼 출발하면 뭐하나. 살아 있는 이도 숨이 넘어갈 때쯤 돼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첩첩산중의 마을 두왕리인 것을.
    그렇게 아홉모랑이 강씨네는 장례를 치르게 되고, 효성 지극한 아들딸들은 시골집에 홀로 남을 팔십 노모가 걱정된다. 남편을 산에 묻고 돌아온 날 호박쌈을 한입 가득 욱여넣는 씩씩한 홍간난 여사 말이다. 아들딸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결정된 사항은, 홍간난 여사의 손녀이자 집안 최강 백수 강무순을 시골집에 낙오시키는 것이다. 다음 날 아침이 밝고 스무 명 넘게 북적대던 시골집의 아침은 한없이 고요하기만 하고, 그 고요함에 화들짝 놀란 낙오자 강무순이 마당으로 뛰쳐나오지만 무순을 반기는 건 할머니 홍간난 여사의 등짝뿐.
    그렇게 강제적으로 시작된 동거 및 유배 생활에 하루 만에 지루해진 무순. 너무너무 심심한 나머지 마당에 묶여 있는 강아지 ‘공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가 ‘저 집에 개 끌고 돌아다니는 미친년이 산다’는 말을 듣는 동네에서 대체 무얼 하며 지낼 수 있을까. 수준 안 맞아서 나가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집 안에서 놀거리를 찾다가, 할아버지의 책장에서 15년 전 자신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지도를 발견한다.
    보물지도에 그려진 대로 경산 유씨 종택을 찾아가 보물상자를 파낸 무순. 보물상자와 마주한 순간, 무순을 좀도둑으로 오해한 종갓집 외동아들 ‘꽃돌이’와도 맞닥뜨린다. 달리 보물지도가 아니라 꽃돌이가 보물이었구나, 싶은 순간 무순의 보물상자를 본 꽃돌이의 표정이 굳어진다. 자신의 누나이자, 15년 전 실종된 경산 유씨 종갓집의 귀한 외동딸 유선희의 물건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15년 전, 당시 최장수 노인의 백수 잔치에 온 마을 사람들이 버스까지 대절해 온천으로 관광을 떠난다. 어른들끼리 목욕도 하고 술도 마시는 자리에 어린 것들을 데려가기 ‘뭐해서’ 온 동네 아이들을 마을에 남겨 놓고 떠났다. 흔히 말하는 ‘옆집 수저가 몇 쌍인지도 아는’ 가족 같은 시골 마을이었기에 별 걱정 없었다.
    그날 밤 관광이 끝나고 돌아온 어른들. 마을이 텅 빈 사이, 네 명의 소녀들이 사라진 것을 알고 충격에 휩싸인다. 당시 사라진 것은 유선희(16)뿐만 아니라, 삼거리 ‘허리 병신’네 둘째 딸 황부영(16), 발랑 까지긴 했어도 평범한 집안 딸이었던 유미숙(18), 목사님 막내딸 조예은(7) 모두 네 명이다. 나이도, 학교도, 출신 성분도 다른 소녀 넷이 한꺼번에 사라진 것이다.
    경찰, 과학수사대, 심지어 무당도 포기한 전대미문의 ‘네 소녀 실종 사건’! 경찰의 추측대로 단순 가출일까? 아니라면 범인은 대체 누굴까? 자신의 딸이 외계로 갔다며 뒷산에서 매일 울부짖는 교회 사모님은 정녕 미친 것일까?
    4차원의 최강 백수 강무순, 팔십 노인 홍간난 여사, 츤데레 꽃돌이. 이 얼렁뚱땅 탐정 트리오가 벌이는 황당무계한 탐정 놀이의 끝은 어디인가?! 박연선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과 유머가 뒤섞인 시선들을 따라가다 보면 사건보다 스산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연애시대」 「얼렁뚱땅 흥신소」
    장르를 넘나드는 스토리텔러 박연선 작가의 첫 장편소설


    작가들이 동경하는 작가, 박연선. 박 작가가 그 어려운 걸 또 해냈다.
    코믹, 로맨스, 스릴러, 범죄 등 장르를 넘나드는 박연선 작가에게는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소재를 너무나 공감되도록 만드는 재주가 있다. 사실 작가로서 자신이 선택한 소재를 그럴싸하게, 대중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장면들이 훨씬 많은 ‘바보 상자’ 속에서 박연선 작가의 능력은 빛이 난다.
    제목만 들어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굵직한 영화와 드라마들이 줄줄이 나열된 필모그래피의 주인이 된다는 건 어떤 것일까. 글을 잘 쓰기만 해서도, 독특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작품마다 인물마다 보통 깊은 사유가 선행되어야 하는 게 아닐 것이며, 그만큼 필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박연선 작가의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면 한 작가의 작품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 다양한 소재의 작품들이 담겨 있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관객들에게 ‘코믹 멜로’의 즐거움을 선물하고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로 수많은 ‘드라마 폐인’을 만들어낸 박연선 작가. 드라마 「연애시대」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30~40대 시청자들의 가슴에 ‘인생 드라마’로 남아 있다. 마음을 저리게 하는 장면들과 인물들의 내레이션으로 시청자들의 눈물샘뿐만 아니라 가슴을 울린 것이다.
    그런 박 작가가 이번에는 ‘코지 미스터리’를 정복했다. 첫 장편소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그러나 그녀의 필력으로는 너무 당연하게도 ‘환상적으로 재미있는’ 소설이 탄생했다. 그녀의 작품에게서 늘 기대되는 살아 있는 캐릭터와,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처럼 물 흐르듯 넘어가는 스토리, 어디로 튈지 모를 통통 튀는 대사들. 이 모든 것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믿고 보는’ 작가의 작품답다.
    박연선 작가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하는 내내 놓치지 않았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유머’다. 이혼과 재회, 죽음 등 묵직한 소재를 다룬 「연애시대」에서도 유머러스하고 찰진 대사들을 선보이며 극의 활기를 불어넣었던 박 작가다. 이번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에서는 사람이 죽어나가도 모를 첩첩산중 적막강산의 두왕리에서 소녀들이, 그것도 네 명씩이나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시종일관 유쾌하고 발랄하다. 덮어놓고 웃다보면 어느새 사건이 벌어져 있고, 정신없이 읽다보면 시체와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딸을 잃은 부모의 아홉 조각난 마음, 15년 동안 돌아오지 않는 소녀들을 그리워하는 마을 사람들의 쓸쓸함이 군데군데 묻어 책을 쉽게 덮을 수 없도록 만든다.
    2016년 7월, 박연선 작가의 드라마 복귀작 「청춘시대(Jtbc)」와 소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로 또 한 번의 ‘폐인 양상’의 조짐이 보인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인물들의 개떡 같은 케미!

    서울에서 시골 마을 두왕리에 유배된 강무순, 그녀의 범상치 않은 조모 홍간난 여사. 이 둘의 케미는 로맨틱 코미디 속 연인들의 그것보다, 전쟁 영화의 브로맨스보다 훨씬 찰떡같고, 때때로 개떡 같으며 심지어는 치명적이다. 바로 며칠 전 60년 넘도록 함께한 남편을 여의고도 씩씩하게 호박잎 쌈을 입에 욱여넣고, 칸트보다 정확한 시간관념으로 ‘남편을 죽게 만든’ 막장 드라마를 시청하는 홍간난 여사. 그녀는 게으른 백수 강무순의 뇌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라이프스타일의 소유자다. 해가 뜨기도 전에 밭일을 한 타임 뛰고, ‘입맛이 없다’며 아침 점식 저녁 삼시 세 끼에 새참까지 챙겨먹고, 아홉 시 뉴스를 시청하며 곯아떨어지는, 서울에서는 결코 만나기 힘든 ‘아침형 노파’다.
    집안 최대의 골칫덩어리이자 자칭 삼수생이자 타칭 백수인 강무순. 그녀는 홍간난 여사의 기준에 갖다버려도 아무도 주워가지 않을 ‘쓰레기’다. 해가 ‘똥꾸녕을 쳐들 때까지’ 바닥에 눌어붙어서 일어날 생각을 않고, 넝쿨손이 손가락을 감는 광경을 목격하겠다며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걸 보면 ‘미친 것’이기도 하다.
    정녕 저게 내 새끼의 새끼가 맞나 싶을 정도로 한탄스러운 인물이지만, 15년 전 그 사건만 생각하면 홍간난 여사의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에 땀이 난다. 생때같은 내 새끼 무순도 잃어버릴 뻔했던 그 사건! 무순의 보물상자로 인해 그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두 사람의 케미는 폭발한다.
    여기에 종갓집 외아들이자, ‘멋진 오빠’들의 필수 3요소인 꽃미모, 까칠함, 쓸쓸한 뒷모습을 겸비한 ‘꽃돌이’ 유창희가 합세하며 캐릭터만으로도 ‘넘나 재밌는’ 상황이 연출된다. 셋이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머리에 물음표가 그려지는 조합이지만, 이 탐정 트리오의 활약이 꽤나 그럴싸하다. 강무순의 4차원적인 추리, 꽃돌이의 턱선 만큼 날카로운 시선, 유일하게 15년 전 사건을 알고 있는 홍간난 여사의 의뭉스러운 듯 저돌적인 수사까지! 이들의 수사 방향은 우리의 배꼽을 빠지게 하고, 범인의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추천사

    ‘과연 범인이 누굴까? 시체는 어디에?’란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그 호기심이 얼마나 얕고 옹졸했는지 반성하게 될 정도로 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을 부디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박연선 작가와 제가 친구란 것을 세상에 자랑 좀 하게.
    - 박혜련 / 「너의 목소리가 보여」「피노키오」 작가

    동네에 기막힌 중국집이 생겼다. 저녁으로 그 집 짬뽕을 배달시켜 먹을 생각을 하고 오후 다섯 시 반쯤 이 소설을 펼쳤다. 딱 한 시간쯤만 읽다가 중국집에 전화를 걸 생각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결국 그 맛있는 짬뽕을 먹지 못했다. 이 빌어먹을 소설이 밥 먹을 시간은 물론, 화장실 갈 시간조차 주지 않고 새벽 세 시까지 나를 무섭게 몰아붙였다. 끝을 보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새벽녘 주린 배를 끌어안고 잠을 청하며 나를 열등감에 빠지게 한 작가를 향해 뻑큐를 날렸다.
    박연선! 너 혼자 다 해먹어라 그래!
    - 이경희 / 「함부로 애틋하게」「미안하다 사랑한다」 작가

    박연선 작가가 소설을 썼다고 했을 때 나는 흥분했다. 패티쉬? 아니다. 기시감. 왠지 그녀가 할 것 같은 일을 했고 당연히 재밌지 않겠는가 하는 관성적 흥분. 드라마 「연애시대」를 의뢰했을 때도 그녀가 가장 잘할 것 같은 느낌이었고, 아니나 다를까 질투가 날 만큼 빛나는 대본에 감사했다. 이 소설로 그때의 기억이 데자뷔처럼 되살아났다. 간만에 꺼내보는 나만의 엉뚱한 상상. 박연선을 가둬놓고 글만 쓰게 할 수는 없을까? 이 여름이 벌써부터 재밌다.
    - 한지승 / 「연애시대」 감독

    살인을, 실종자를, 시체를 찾는 이야기가 이토록 통통거리고, 유쾌하고, 애틋하다니. 홍 마플 여사가 있는 아홉모랑이로 당장 달려가고 싶다.
    - 황성연 / 「발리에서 생긴 일」「구미호외전」 작가

    첫 장을 읽자마자 정주행으로 끝장을 봤다. 눙치듯 간결한 문체와 특유의 삐딱한 감성으로 직조한 시나리오 작가 박연선의 매혹적인 미스터리 추리극. 흥미진진하게 유년의 기억과 사건을 파헤쳐나간다. 하지만 반전 주의. 그 기억의 끝자락은 전혀 미스터리하지 않은 현실의 스산함과 맞닿아 있다.
    - 황조윤 / 「광해, 왕이 된 남자」「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작가

    목차

    1. 여름, 슬프거나 말거나 턱이 빠지도록 호박쌈 한입
    2. 여름, 부채질은 하다가 그만두면 더 더운 법이지
    3. 여름, 하필이면 그 자리냐? 등 한가운데 땀띠여
    4. 여름,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어디로 갔을까?
    5. 여름, 먹기 전에 녹아버린 아이스크림
    6. 여름, 우물물을 길으려면 마중물을 부어야지
    7. 여름, 여우비 내리는데 장가는 호랑이가 가고
    8. 여름, 납량특집하는 밤에 수박은 곤란하지
    9. 여름, 별똥별 떨어질 땐 짧은 소원을
    10. 여름, 인간의 기분 따위 아랑곳없구나, 파리 한 마리
    11. 여름, 하루살이가 꿈꾸는 세상
    12. 여름, 어느 골짜기에서 시체가 썩어간다 할지라도
    13. 여름, 늦더위는 짧은 게 예의
    추신, 인디언섬머나 늦더위나

    본문중에서

    주마등 01
    오늘 아침에 눈 떴을 때는 상상도 못했다. 오늘 죽을 거라고는.
    정말이지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다. 어제와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어제 먹던 반찬으로 밥을 먹고, 늘 만나던 사람들을 만나고, 평소처
    럼 일을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어제와 그제와 똑같은 하루였다.
    그럴 리가 없다. 오늘이 다른 날과 같았을 리가 없다. 뭔가 있을 것이다. 어제와 다른 무엇. 방금 전에 일어난 일을 예감케 하는 어떤
    징조 같은 것…….
    아, 점심 때 문득 ‘내가 몇 살이지?’ 하는 생각을 했다. 갑작스럽게 떠오른 생각은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뭔가를 예감한 건 아니었을
    까?
    그러고 보니 꿈을 꿨다. 어젯밤 꿈인지 그저께 꿈인지는 잘 모르
    겠다.
    논두렁을 걸어가는데, 논두렁은 좁고 비가 온 다음이라 잔뜩 젖어 있어서 자꾸만 발이 미끄러졌다. 신발이 젖고, 양말이 젖고, 나중에
    는 네발짐승처럼 기어가다가 잠에서 깼다. 참, 개꿈도 다 있다 그랬는데, 혹시 이 꿈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알아차릴 수 없는 예감이라니. 일이 터지고 나서야 깨닫는 징조라니.
    별 볼 일 없는 인생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평범하게 시작된 날, 어떤 예감도 없이 죽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 p.36)

    “아무리 게을러터졌어도 그렇지, 비가 오는데 그냥 자빠져 있는 년이 어딨다니?”
    내가 뭘……. 우산 안 가져다 줬다고 화났나?
    홍간난 여사가 맨손으로 뭔가를 쓸어 담는다. 그러고 보니 빗물에 쓸려 뭔가 떠내려가는데, 깨알만큼 작은 저것은…… 어라! 진짜 깨다.
    “이걸 어떡헌댜. 이 아까운 걸……. 쓰레받기 가져와!”
    쥐어박는 말투가 기분 나쁘지만, 쓰레받기 대령했다. 홍간난 여사는 쓰레받기에 들깨를 쓸어 담았다.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이미 늦은 것 같은데……. 그냥 서 있기 뭐해서 깨를 한 알 한 알 줍고 있는데,
    “에이, 씨부랄 거!”
    홍간난 여사가 쓰레받기를 패대기쳤다. 쓰레받기가 깨지면서 플라스틱 조각이 눈앞으로 날아가는 바람에 식겁했다.
    “염장을 질러라, 이년아. 그걸 하나하나 줍고 있게. 비 쏟아질 땐 처자빠져 있다가 이제 와서 깨를 줍고 자빠졌네. 게을러 터진 년.”
    이년 저년이야 팔십 넘은 할머니가 하면 욕도 아니라지만.
    “이 아까운 걸, 들깨 한 말 하려면 얼마나 애를 써야 하는지 네까짓 게 알기나 아냐? 이 썩을 년아.”
    모른다. 내가 왜 그걸 알아야 하는데?
    “저리 비켜, 이년아.”
    나를 밀쳐낸다. 언어폭력에 이은 물리적 폭력.
    “빌어먹을 것들. 왜 저런 건 떼놓고 가서 내 속을 썩이는지,
    원.”
    “누군 뭐 있고 싶어서 있는 줄 알어?”
    참다못해 한마디 했더니,
    “있기 싫으면 가. 누가 말려?”
    “알았어. 갈게. 가면 될 거 아냐!”
    (/ p.56)

    경찰은 물론 무당까지 나서서 찾아봤지만 이렇다할 단서조차 못 잡았단다.
    “벌써 15년이나 지났구먼. 세월이 참……. 그것들이 살었을라나? 살었다고는 못헐 겨."
    그래놓고는 곧바로,
    “살어 있으면 걔들이 지금 몇 살이라니…….”
    (/ p.84)

    뭔가 엄청난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대문이 통째로 쓰러졌다. 도끼로 대문을 찍는 한편 사람들이 대문을 밀어 넘어뜨린 거다. 넘어진 대문을 밟고 사람들이 한 덩어리로 밀려들어갔다. 제일 앞에 선 황부영 엄마는 도끼를 들었다.
    고부민란古阜民亂이 이랬겠지? 전봉준이 농민들을 이끌고 쳐들어왔을 때 그 사람 이름이 뭐더라, 탐관오리 고부 군수. 그 양반 되게 무서웠겠다. 구경하는 나도 아드레날린이 퐁퐁 솟구치는데.
    “내 딸 내놔라, 이 씨발놈들아!”
    황부영 엄마 목소리에서는 쇳소리가 났다. 사람들은 발에 걸리는 건 걷어차고, 손에 잡히는 건 낚아챘다. 빨랫줄을 잡아 당겼는데 소용이 없자, 누군가 낫으로 잘라버렸다.
    (/ p.311)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6종
    판매수 2,013권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데뷔해 드라마 [연애시대]로 시청자들의 가슴에 명대사를 새겼으며, [얼렁뚱땅 흥신소]로 수많은 폐인을 만들었다. 이후 드라마스페셜의 장르적 지평을 넓힌 8부작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2012국제휴스턴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 외에도 영화 [백야행], 드라마 [난폭한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진정한 이야기꾼의 면모를 과시하던 중, 장편소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로 소설가로도 데뷔했다. 2016년 드라마 [청춘시대 시즌1]로 복귀해 웰메이드 드라마란 무엇인지 보여주며 여성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찬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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