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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차례이다 : 권박 시집[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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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 저 : 권박
  • 출판사 : 민음사
  • 발행 : 2019년 12월 17일
  • 쪽수 : 204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37408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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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공동체 밖에 선 시인이
    뒤틀린 얼굴로 건네는 피의 사전


    제38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이해할 차례이다』가 ‘민음의 시’ 266번으로 출간되었다.(심사위원 김나영, 김행숙, 하재연) “메리 셸리와 이상이 시의 몸으로 만났다”는 평을 받은 시인 권박은 현실에 발 딛고 서서 시적 상상력으로 현실의 구멍들을 남김없이 드러낸다. 시인이 사는 세상은 여전히 여성에게 침묵을 요구하는 사회이고, 여성에게 제한된 역할만을 부여하는 공동체다. 시인은 이 공동체에 속하기를 거부하며 기꺼이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괴물이 된다. 시인은 각주를 통해 현실을 속속들이 드러내고, 세상과 불화했던 여성 시인의 계보를 잇는다. 뒤틀린 얼굴을 한 채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대화를 제안한다. 이제 대화를 시작해야 할 우리가 받아든 것은 아름답지 않은 방식으로 짜깁기된 피의 사전이다.

    ■ 공동체 밖에서

    돼지를 삼켰다 나는
    옷걸이가 되었다가 의자가 되기도 하였지만
    이번에는 여자로 태어났다
    ―「구마조의 모자」에서

    시인은 여성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공동체를 거부한다. 공동체 밖에 선 시인과 세상의 관계는 뒤틀려 있다. 아무도 나와 악수하려고 하지 않는(「내 장례식에」) 세상에서 시인은 반신반인이자 반신불수인 강박증(「목」)에 시달린다. 시인의 자아는 꿈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 삶과 죽음 사이에서 분열된다. 세상의 고정관념을 배반하며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사유하지만, 결국 사유하는 그 자신이라는 벽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시인은 자신 또한 넘어서야만 한다. 언젠가는 스스로를 버려야만 한다. 불화와 균열의 언어로, 시인은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분투했던 ‘이름 없는 여자들’을 호명한다.

    ■ 이름 없는 여자들

    내가 만든
    벼락 소리

    들으며
    돌리며

    나는 마구마구 피뢰침입니다.
    완벽하게 뒤틀린 얼굴입니다.
    -「마구마구 피뢰침」에서

    『이해할 차례이다』에서 눈에 띄는 형식은 길게 이어지는 각주다. 각주에 드러난 현실은 시인이 여성으로서 견뎌야 하는 일상이다. 익명으로 작품을 발표해야 했던 샬럿 브론테부터 집 안에만 머물러야 했던 엄마들, 리벤지 포르노 등 여성 혐오 범죄의 피해자인 21세기의 여성들까지, 모든 여성들이 살아온 과거이자 살고 있는 현재이다. “왜 나는 ‘없는 이름’ 입니까?” 거침없이 묻는 시의 언어를 탄생시킨 현실은 각주로서 시에 기입된다. 1983년 남자 아이를 염원하는 이름 ‘민자’로 태어난 권민자는 2019년 부모의 성을 딴 이름 ‘권박’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름 없는 이름’의 시인 권박은 이름 없는 여자들의 불온한 언어로 발화한다.

    ■ 피의 사전

    나의 문제는 내가 방에 홀로 있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파스칼식의 충고를 하는 대신 대화를 나눠 줄래? 어차피 대화란 성공적인 오해니까 실패한 대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괜찮아.
    ―「필요한 건 현실이다 말하는 너에게 허구로 만들어 버리는 나의 입으로부터」에서

    불온한 시로써 시인은 말한다. 이제는 대화를 나눌 차례이다. 뒤틀린 얼굴을 한 나와의 대화는 실패로 끝나겠지만, 충고 대신 대화를 시도할 때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대화를 나누기 위해 시인은 새로운 사전을 쓰기 시작한다. 여성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정의하는 낯선 언어로. 그리하여 이 시집은 새로운 사전이자 대화의 시도이다. 아름답지 않은 방식으로 짜깁기된 피의 책이다. 이제, 이 피의 사전을 받아들 차례이다. 권박이라는 대화의 시도에 응답할 차례이다.

    추천사

    나에 대해 묻는 일이 어떤 이에게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면, 결국 그녀들이 죽음을 선택해야만 사유하는 인간으로 인정받는다면, 그녀들에게 죽음이란 무엇인가? 바로 이 의문이 시인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죽음에 대한 사유다. 죽음에 관한 수많은 사유 중에서도 시인이 바라보는 죽음이 유독 낯설어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인은 묻는다. 나에 대해 말하기 위해 자살하는 여성들에게 죽음이란 무엇입니까? 왜 그녀들은 죽어야 살 수 있습니까? 나에 대해 묻는 여자는 왜 괴물입니까? 그러니까, 왜, 그녀들은 ‘없는 이름’입니까?
    - 전영규 / 문학평론가

    목차

    필요한 건 현실이다 말하는 너에게 허구로 만들어 버리는 나의 입으로부터
    리스트 컷(wrist cut)

    1부

    공동체
    동굴
    자정은 죽음의 잉여이고

    마니코미오(manicomio)
    Birth

    2부

    마구마구 피뢰침
    그 날이니?
    예쁘니?
    엄마들
    혈통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
    알코올
    무리해서 나눈 말이 되거나 나누면 나눌수록 절대 나눠지지 않는 잘못이 되거나
    사전편찬위원회
    트집의 트로 끝나는 사전
    건너편
    모자의 모사

    3부

    사라지지 않는 모자
    모자 속에서 붉은 혀가
    모자
    구마조의 모자

    밤의 모자
    신의 모자

    4부

    고백
    칼로
    칼이 내게 여기까지라고 선을 그었다
    혀에서 속이 나왔다

    안토르포파지(anthropophagy)
    못의 시간
    세면대는 어떤 것이든 씻을 수 있다고 말했니?
    서른이 되어도 이해할 수 없는 건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밥 먹고 웃고 수다 떠는 것
    사과
    떠난 사람들은 더 많아진다
    내 장례식에
    내 장례식에

    5부

    장례의 차례
    보증인
    예감

    어쩜 코만 떠다닐 수 있을까
    교도소
    탐정 없는 탐정 소설

    예의의 결여
    수렵 금지 구역
    0
    나는 나를 교수대에 매달린 얼굴을 기어코 보러 가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소문
    폭설
    도벽
    왜 인사 안 해?
    아가들
    엄마 배 속에서 죽은 두 명의 엄마에게
    울음의 방식


    작품 해설│전영규(문학평론가)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살고 있다

    본문중에서

    죽음을 알고 싶은 마음과 죽음을 알고 싶지 않은 마음이 겹치는 시간을 자정이라고 하는구나, 자정이 커브를 틀면서 ‘오늘은 늘 오늘이구나’라고 혼잣말한 것을 듣는 사람이 있구나, 그 사람은 자정의 방식과 같은 방식이구나, 나는 그 사람의 방식과 같은 방식이구나, 자정이었으므로……
    ('자정은 죽음의 잉여이고' 중에서)

    생은 설탕으로 만든 도마이고 그 위에 칼로 만든 기다림이 놓여 있습니다. 밤의 범위를 좁혀 나가다 보면 아침이 되듯 생의 범위를 좁혀 나가다 보면 그 무엇이 있을 것입니다. 그 무엇에 대해 알아가기 위해서 생의 범위를 좁혀 나간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사전을 만드는 작업 역시 이와 같습니다.
    ('사전편찬위원회' 중에서)

    계속되는 충고는 이국적이다. 치즈처럼 녹여 먹기 좋다. 목각처럼 깎인 혓바닥이다.
    잘리다 만 혓바닥을 더 부러뜨리자. 죄책감처럼 갈수록 뭉툭뭉툭해지자.

    마지막 밤. 너무 많은 입이 있던 방.
    생각나?

    어떤 종류의 다정함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한 것.
    사람처럼 핥을수록 뾰족해지는 말이라고 말한 것.

    그러니까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육하원칙처럼 묻고 또 묻는 놀이 같은 것.
    ('서른이 되어도 이해할 수 없는 건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밥 먹고 웃고 수다 떠는 것'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83년 포항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2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이해할 차례이다』로 제38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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