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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향연 : 장석주 색깔 있는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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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색이 왜 빛나는지를 당신은 아는가

    색은 추억이고, 환상이고, 정의이고, 상징이고, 기호다

    「색채의 향연-장석주 색깔 있는 에세이」는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장석주의 색에 대한 인문학적 사고의 산물이다. 색을 이야기하면서 시와 소설를 이야기하고, 철학을 펼쳐 놓고 문화와 일상을 넘나든다. 이 책에서는 색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흰색을 필두로 노랑, 초록, 녹색, 파랑, 남색, 주황, 갈색, 금색, 은색, 회색, 보라, 분홍, 빨강, 자주 그리고 색의 집합체인 검정까지 16 가지 색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흰색을 시작으로 겨울에서 봄을 지나 여름, 가을을 거쳐 다시 거울에서 끝을 맺는다.

    나는 이 책을 인류 무의식에 원초적 체험으로 깃든 색채 경험을 반추하며 그 안에서 사유를 길어 내고 색채 상징학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서 색채 인문학에까지 이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 책을 내면서 중에

    장석주 시인은 “사람이 식별할 수 있는 색깔은 1,000개 정도다. 이것도 엄청나지만, 놀라지 마시라, 디지털 기술로 빛의 삼원색을 조합해서 만들 수 있는 색깔은 1,600만 개! 이토록 많은 색깔은 저마다 만물 조응하면서 마음 깊은 곳 금琴을 울린다. 색깔은 오감과 비벼지면서 감정과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사람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색이 어떻게 추억이 되고, 환상을 가져다 주고, 그 자체로 정의가 되고 상징과 기호가 되는지를 살피고 있다.

    흰색은 겨울의 상징이자 알과 젖, 우유의 색으로 인간의 근원을 생각하게 하는 기호가 된다. 흰색을 이야기하면서 떠올린 이용악 시인의 “그리움”이라는 시는 그 자체로 한폭의 그림이 된다. 흰색이 가져다 주는 추억이고 환상이다.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우에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이 시를 읽으면 눈앞에 저절로 함박눈 내리는 장면이 그려진다. 바로 눈이 펑펑 내리는 어느 곳으로 떠나야 할 것만 같다. 또 저자는 빨강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빨강은 생명의 원점이다. 생명은 무엇으로도 대체가 불가능한 절대 가치에 속한다. 그래서 빨강은 고귀하다. 빨강은 이성을 압도하는 본성의 색깔이다. 열정과 희열은 검정도 아니요 노랑도 아닌 빨강을 타고 온다. 빨강은 사랑과 열정의 신호색이다. -143쪽

    빨강은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라는 시가 저절로 떠오르면서 빨강이 가져다주는 본성과 열정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 이와 같이 색과 관련된 16가지 이야기가 책 전체에 깔려 있다.

    단어는 같아도 저마다 가슴에 스민 색은 다르다, 나만의 색을 생각하게 하다

    이 책을 편집하면서 색을 어떻게 보여 줄지에 대해 몹시 고민을 했다. 책 전체를 4도 컬러로 작업해서 16가지 색을 보여주려다가 그 생각을 접었다. 저마다 떠올리는 색의 단어는 같아도 가슴에 스민 색은 다르기 때문이다. 흰색만 해도 수십 개가 넘는데 하나의 색으로 이미지를 규정 짓는 것이 과연 옳은가? 책을 읽으면서 저마다 떠올리는 색의 이미지에 오히려 방해가 되지 싶어서 본문 편집을 먹1도로 담담하게 가기로 결정을 하였다. 색을 말하는 책에서 오히려 색을 보여주지 않고 독자 스스로가 자기만의 색을 찾았으면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검정색은 어떤 것인가.

    목차

    책을 내면서 | 이 세상은 색채의 향연이다

    흰색 _ 알과 젖의 색
    노랑 _ 봄빛의 산란散亂, 그 아찔한 현기증
    초록 _ 땅과 하늘을 잇는 사다리의 색
    녹색 _ 꺼지지 않는 희망, 불행들아 비켜서라!
    파랑 _ 지치고 힘들 때에는 파랑의 왕국으로
    남색 _ 퇴폐나 타락에서 가장 먼
    주황 _ 상생의 기운이 감도는
    갈색 _ 중세의 가을을 지나온 바람
    금색 _ 크게 어두우니 빛이 온다
    은색 _ 만질 수 없는 피안의 빛, 그 창백한 아름다움
    회색 _ 끝이 주는 미덕들, 그 달콤함과 휴식
    보라 _ 초록에 핏물이 든 것, 사랑을 알만큼 아는 자의 색
    분홍 _ 사랑의 말을 발음하는 당신의 혀
    빨강 _ 흐르고 스미며 배어들어 생명을 살찌우는
    자주 _ 속되지 않고 소박하되 기품이 있는
    검정 _ 무수한 별들을 띄우는 흑수黑水

    본문중에서

    흰색 감수성은 사춘기 때 읽은 “접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눈이 많이 내리는 고장이었다”로 시작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첫 문장, 그리고 이어지는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라는 문장에서 첫눈을 뜨고 벼려졌다.
    (/ p.22)

    흰색은 색의 범주를 벗어나 터져 나오는 빛으로 인지된다. 오스트발트의 표색계에서 분류한 색채들의 물질성이 아득하게 휘발되어 버리는 소실점에서만 흰색이 홀연 떠오른다.
    (/ p.26)

    막 개화를 시작한 산수유꽃과 개나리꽃들이 제 속에 품은 노랑들을 바깥으로 힘껏 밀어내며 들과 산의 칙칙한 무채색을 무찌른다. 졸음을 부르는 봄날의 노곤함에는 노랑이 아른거린다. 노랑은 겨울의 죽음을 무찌르는 생명의 약동이다.
    (/ p.28)

    초록은 봄의 색이다. 나라가 망하건 흥하건 상관없이 봄풀은 돋아난다. 초록이 번지는 들에서 우리는 새로운 날들의 희망을 가만히 품어 본다. 초목에 물이 돌고 초록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며 생명의 번성을 예고한다. 초록은 아프다.
    (/ p.40)

    자,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불행들아, 비켜서라! 저 녹색의 교향악을 들으며 심중 깊은 곳에 직지直旨 하나를 키우는 것이 배산임수의 땅에서 사는 보람이다.
    (/ p.50)

    처음으로 지구 밖에서 청보석으로 빛나는 이 별을 바라본 소련 사람 유리 가가린은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다. 파랑은 불가사의한 신비와 아름다움을 실현한다.
    (/ p.54)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라는 시구를 처음 읽었을 때 푸름의 돌연한 화사함에 눈이 부셔 나는 눈을 감았다. 인생이 이토록 화사할 수도 있단 말인가?
    (/ p.57)

    슬픔에도 색깔이 있다면 그건 당연히 남색일 것이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은 행복만이 아니다. 남색의 슬픔 역시 영감, 젊음, 명예와 마찬가지로 돈 주고 살 수가 없는 것의 목록에 든다.
    (/ p.67)

    주황은 빨강의 아우이고, 분홍이나 노랑과는 자매 사이다. 빨강, 주황, 분홍은 한 통속이다. 색채로써 혈통이 같다고 해서 그 운명이 같지는 않다.
    (/ p.74)

    11월의 개들은 무덤을 파헤친다네. 밑도 끝도 없는 말이다. 11월의 대기는 차가워지고, 밤에는 서리가 내린다. 강물은 좀 더 짙은 푸른색을 띤다. 한해살이 식물들은 덧없이 시든다. 녹색이라는 부富를 탕진한 옥수수와 해바라기 줄기는 색이 갈색으로 변한다. 마른 줄기가 바람에 서걱거린다.
    (/ p.84)

    내 무의식에 새겨진 은색의 강렬함은 김기림의 산문 「길」에 나오는 한 문장과 깊은 연관이 있다. 「길」을 처음 읽었을 때 은빛 바다가 날카롭게 내 마음을 찢으며 들어왔다. 그래서 내게는 모든 바다가 항상 은빛으로 빛난다.
    (/ p.102)

    인생의 끝은 죽음이 아니다. 차라리 죽음은 삶의 총체적 완성이다. 삶은 죽음에 닿으며 비로소 둥글어진다. 인생의 끝은 꿈과 희망을 버렸을 때, 불길한 파열음과 함께 들이닥친다.
    (/ p.118)

    사랑을 잃은 자는 보라의 마음을 품고 살며 보라에서 위안을 구한다. 보라가 위안이 될 수 있을까? 아마 그럴지도. 그러나 보라에 마음을 한 번이라도 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보라의 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 p.123)

    어린 여자아이의 잇몸과 목젖, 비둘기의 가는 발목, 갓 태어나 몸통에 털이 없는 쥐, 강아지, 돼지 새끼들은 분홍이다. 눈도 못 뜬 채 꼼지락거리는 분홍들. 분홍의 유효기간은 짧다. 분홍은 이내 사라진다. 아니 사라지고 없는 것들이 분홍으로 남는다.
    (/ p.130)

    모든 사랑은 달콤하지만 다 순탄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붉은 장미꽃 가지가 날카로운 가시를 숨기고 있듯 사랑의 도정道程에는 견뎌내야 할 수난이 있다.
    (/ p.147)

    유홍준 시인은 양손에 자두알 다섯 개를 쥐고 난 뒤 번쩍이는 영감을 받았다. 잘 익어 붉은 자두를 움켜쥐는 일이 “두근거리는 일”이다. 시디신 자두를 베어 물고 웃어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 p.154)

    눈썹은 검다. 눈썹은 이마라는 대지 위에 그어진 지평선이다. 검은 눈썹은 몸 안의 들어 차 있는 어둠에 대한 외시外示이다.
    (/ p.165)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4.01.08~
    출생지 충남 논산
    출간도서 95종
    판매수 15,730권

    시인, 산책자 겸 문장 노동자. 서재와 정원 그리고 책과 도서관을 좋아하며 햇빛과 의자를, 대숲과 바람을, 고전과 음악을, 침묵과 고요를 사랑한다. 스무 살에 문단에 나온 이후,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하고, 같은 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입선하며 평론을 겸업한다. 스물다섯 살부터 열다섯 해 동안 출판 편집자로 살았다. 안성의 ‘수졸재’에서 읽고 쓰는 삶을 꾸리다가, 지금은 파주로 거처를 옮겨 전업 작가로서 책을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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